개떼들의 유쾌한 하이킥

스파게티 웨스턴(spaghetti western)의 거장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가 거친녀석들을 이끌고 돌아왔다. 꽃미남 피트(Brad Pitt)의 목에 교수형 흔적을 세기고 이른바 개떼들이라고 불리는 거친녀석들(Basterds)을 앞세웠다. 뻔해서 지겨운 악의 축, 관객들의 망각 속으로 들어가 복수의 뜨거운 피와 환희를 가지고 돌아왔다.

때는 1941년. 나치의 점령지 프랑스의 시골마을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유태인을 색출하려는 나치 사냥군이 멀리서 다가오자 <The Green Leaves of Summer>[각주:1] 오프닝 음악소리이 서서히 요동친다. 영화 <300(2007)>의 제라드 버플러(Gerard Butler)를 닮은 근육질의 배우가 도끼를 그루터기 꽂으며 아주 터프하게 세수를 한다.

원래는 모리꼬네(Ennio Morricone)에게 곡을 요청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모리꼬네의 곡이 무려 9곡이나 쓰였다. 모리꼬네가 전체 음악을 맡았다면 스파게티 웨스턴의 혁명이 일어났을 지도...

앗, 티란니토의 사지절단의 서막이 저 도끼에서부터 시작되는구나. 팝콘을 꿀꺽 삼키고 몸을 낮춰 피가 낭자할 스크린을 응시한다. 그러나 근육질의 배우는 빼빼하고 깡마른 유태인 사냥꾼 한스 대령(Christoph Waltz) 앞에서는 겁 많은 프랑스 남자에 불과했다. 속았다! 

제1장 도입부만 보더라도 타란티노의 전형적인 이야기 방법이 한층 세련되어졌고 또한 유머스러워졌다. 주인공인줄 알았던 녀석이 유태인 사냥꾼 한스 대령의 협박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시작에 불과하다. 개떼들이 히틀러 암살을 위해 이탈리아인으로 가장해서 극장에 잠입했을 때, 한스대령과 이탈리아어로 주고 받는 장면은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긴다. 최고로 긴장감이 감도는 곳에 폭소라니... 특히 브래드 피터의 어리숙한 표정 연기는 압권이다.

영화에서 재미없을 것 같은 장면에서 관객이 웃는다면, 그것은 다른 의미의 유머이다 - 타란티노
Do you Americans speak any other language besides English? - 다이앤 크루거.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개떼들을 향해


이번 영화는 사지절단의 측면에서 보자면 강도가 세지 않다. 피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유태인 학살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무엇보다 한스 대령 역을 맡은 크리스토프 왈츠의 연기가 칼보다 더 섬찟했기 때문에 굳이 피를 보여 줄 필요가 없었다. 

한스 대령(크리스토프 왈츠, 오른쪽)의 가죽옷이 스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농가. 유태인 사냥꾼 한스 대령은 피에르(데니스 메노체트)에게 유태인이 숨긴 곳을 밝히라며 심문하고 있다.



티란티노는 'Basterds'라는 제목을 로버트 알드리치(Robert Aldrich)의 <The Dirty Dozen>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리메이크는 아니다고 강조한다. 'Busters'(파괴자들)를 변형해서 티란티노가 창조한 단어인 셈이다. 'Basterds'로 번역했을 때 전자는 '거친녀석들'이고 후자는 '파괴자'들인데, 거친녀석들이 더 잘 어울린다. 

일부 보수적인 유태인 언론은 <거친녀석들>은 '도덕적 깊이가 없다', '역사를 왜곡했고 폭력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조장했다'고 이야기한다. 팔레스타인들에게 무자비한 테러를 자행하는 유태인들의 하는 짓도 미운데, 티란티노를 비난하다니 참으로 듣보잡이다.

우리나라 영화 중에 <거친녀석들>과 비슷한 시기를 다룬 <아나키스트(2008)>라는 영화가 있었다. 일제에 대항하던 의열단이라는 '멋진 분'들의 이야기인데, 한마디로 평하자면 광복절 특집 드라마 정도의 수준이다. 적어도 타란티노의 하이킥-총 대신에 칼, 야구방망이의 사용- 정도는 날려줘야 관객들에겐 스릴과 쾌감을, 적들에게는 공포를 안겨줄 수 있는 법이다.


타란티노와 아리젠토 

피의 복수를 예술의 경지로 달려가고 있는 타란티노의 사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거친 감독이 한 명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다리오 아리젠토(Dario Argento)[각주:2]!  타란티노가 <킬빌, 2003>을 만들면서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하는데, 스파게티 호러의 대부 다리오 아리젠토 감독의 <딥 레드, Profondo Rosso(1975)>를 오마주 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두 작품은 유사하다. 얼핏 보면 두 사람은 생긴 것도 비슷하다.  

 

                                 Dario Argento (1940)

 

                            Quentin Tarantino (1963)

 주요작품
The Bird with the Crystal Plumage  (1970)
The Cat o' Nine Tails (Il gatto a nove code) (1971)
Four Flies on Grey Velvet  (1971)
Deep Red ((1975)
The Five Days (1973)

Trauma (1993), Giallo (2009)

요작품
Reservoir Dogs(1992)
Pulp Fiction (1994)
Jackie Brown (1997)
Kill Bill (2003, 2004)
Death Proof (2007) 
Inglourious Basterds (2009)

Profondo Rosso (Deep Red)

Inglourious Basterds

Directed by

Dario Argento (1940)

Produced by

Salvatore Argento

Written by

Dario Argento

Zapponi Bernardino

Starring

David Hemmings

Daria Nicolodi

Gabriele Lavia

Macha Meril

Eros Pagni

Calandra Giuliana

Glauco Mauri

Calamai Clara

Mazzinghi

Music by

Goblin

Cinematography

Luigi Kuveiller

Release date(s)

March 7,1975(Italy)

June 11,1976(US)

January 18, 1980(USre-release)

Running time

Edited version: 98 min

Country

Italy

Language

Italian

Directed by

Quentin Tarantino (1963)

Produced by

Lawrence Bender

Written by

Quentin Tarantino

Starring

Brad Pitt

Christoph Waltz

Michael Fassbender

Eli Roth

Diane Kruger

Daniel Brühl

Til Schweiger

Mélanie Laurent

Cinematography

Robert Richardson

Editing by

Sally Menke

Studio

A Band Apart

Zehnte Babelsberg

Distributed by

The Weinstein Company(USA)

Universal Pictures(non-USA)

Release date(s)

Cannes Film Festival:

May20,2009

UnitedKingdom:

August19,2009

Running time

152 min.

Country

United States,Germany

Language

English, French, German

Italian

                                                                                                                      * <출처 : 위키백과ko.wikipedia.org>

타란티노가 '스파게티 웨스턴'의 뜨는 별이라면, 아리젠토 '스파게티 호러'의 거장이다. 사지절단, 피를 보여줌에 있어 미학적으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적 차이가 있지만 타란티노의 신작 <거친녀석들>을 보면서 자꾸만 아리젠토의 <딥 레드>에서 고블린(Goblin)의 음악과 교묘하게 섞인다. 특히 서스펜스를 유머로 바꾸어버리는 부분은 티란티노가 아리젠토의 작품을 오마주 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스타일이 비슷하다. 

아리젠토의 대표작 <딥레드>는 1970년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공포스러운 장면에서 비트 있는 고블린의 프로그레시브 음악의 사용, 기묘하면서도 완벽한 카메라 앵글과 워킹,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 테크닉이 히치콕을 앞선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예술의 경지에 올라와 있다.

최근 반민족특별법조사위원회에서 어렵게 발표한 친일파 명단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다. 우리나라에도 티란티노 같은 감독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자신의 사지가 절단되는 듯한 고통을 느끼면서 '아~ 예술하는 놈들이 이렇게 무섭구나'라고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티란티노가 다음 번 적은 누구이며, 어떤 무기로 우리를 유쾌하게 해 줄 지 내심 기대한다. 

의열단의 활극을 티란티노와 아리젠토가 만든다면? 거기다가 엔리오 모리꼬네의 선율이 더해진다면 우주적으로 거친 녀석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세상에서 맛보기 힘든 스파게티 호러와 웨스턴의 탄생이 될지도... 좀 심한가? 만약 당신이 쫄고 있다면 그대는 나치이거나 친일파의 후손일지도 ㅋ


  1. 존 웨인(John Wayne)의 영화 알라모(The Alamo, 1960)에서 쓰였던 곡이다. &#10; [본문으로]
  2. 다리오 아리젠토는 피의 통해 호러영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스파게티 호러의 대부로 불린다. [본문으로]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