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만든 산악 다큐드라마 '죽음과의 사투, 아이거(Eiger) 빙벽'이 오늘 9시 55분 MBC에서 방영한다. 영국의 등반가이자 저자인 조 심슨(Joe Simpson)의 저서 <The Beckoning Silence>를 바탕으로 1936년 아이거 북벽을 등반하다 숨진 토니 커츠(Toni Kurz)와 3명의 등반가의 실화를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로 재현한 다큐드라마이다.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내사랑 아이거( Nordwand North Face, 2008)>의 확장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The Beckoning Silence> 북벽을 오른 커츠 일행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실제 그 현장을 조 심슨이 답사하는 모습을 교차편집하며 해설한다. 

내사랑 아이거에서도 그랬지만, 북벽에 매달려 세명의 동료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커츠의 모습은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고통스러웠고 용감했던 또한 숭고했던 인간의 모습을 안방에서 만날 수 있다. 

당시 독일은 1932년 빌리 메르클(Willy Merkl)이 이끄는 원정대가 히말라야 낭가파르밧에 도전하다 실패하고, 34년에는 10명, 37년에는 16명의 대원이 사망하는 등의 비극적인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1936년 아이거 북벽은 등반은 나치의 대국민 선전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아이거 북벽은 토니 커츠 일행이 숨진 뒤 2년 후, 1938년 프리츠 카스파레크(Fritz Kasparek), 하인리히 하러(Heinrich Harrer), 안드레 헤크 마이어(Andreas Heckmair), 루드비크 베르크(Ludwig Vorg)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연합 등반대에 의해 초등되었다. 아이거 북벽이 정복되기까지 10여명의 산악인이 숨졌다.

종전 후
1947년 프랑스의 모리스 에르조그, 가스통 레뷔파(Gaston Rebuffat)와 루이스 라슈날(Louis Lafchenal)은 아이거 북벽을 등정한 후 1950년 말라야 8,091m 거봉인 안나푸르나(Annapurna)를 초등한다. 에르조그는 그의 저서 <최초의 8,000m 안나푸르나 Annapurna, Premier 8,000>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한다. "인생에는 또 다른 안나푸르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의 등반장비와 토니커츠의 일행이 지녔던 장비를 비교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현대 등산 즉 알피니즘의 가장 큰 문제는 최첨단 장비로 인하여 등반에 있어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제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프랭크 스마이스(Frank Smythe)는 등산 장비가 현대화 되면서 등산의 본질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유명한 등반가 메스너 역시 이러한 것들이 산을 작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장비의 과도한 사용에 반대한다.

머메리는 1895년 낭가파르밧에서 39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전에 쓴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라는 저서에서 "등산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정상에 오르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 데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아이거 북벽에 숨진 대원들에게 헌정할 수 있는 문장인 것 같다.   

* 등산사 참고 도서 : <등산>, 사단법인 대한산악연맹, 2009년6월 


영화 내사랑 아이거의 한 장면. 북벽을 정복하려고 유일하게 돌아갈 수 있는 길, 로프를 끊고 만다. 오늘날에는 커츠가 올랐던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장비를 갖추고도 북벽을 정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토니 커츠의 실제 모습


아이거 북벽을 배경으로 선 저자이자 다큐드라마의 해설자로 나선 조 심슨.


토니 일행이 올랐던 아이거 북벽.


                      

나름대로 <죽음과의 사투, 아이거 빙벽>의 시청소감을 말하자면  <내사랑 아이거>보다는 긴장감이 떨어지고, 오히려 후자가 더 다큐같다는 느낌이 든다.  전자는 교차편집된 영상이 나름대로의 긴긴장감을 주긴 했지만 내래이터가 너무 많은 말을 했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한국어 더빙이 어쩔 수 없었더라도 최대한 줄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