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유등마을에서 시호2구로 가는 강둑에서 소를 만났습니다. 자전거가 다가오자 덩치 큰 소가 슬며시 자리를 내어줍니다. 이 소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자전거도로는 과연 없을까요?


'4대강살리기' 가물막이(하천에 물을 막는)공사가 시작되던 때 경남 합천에서 김해 한림정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리저리 계산을 해보니까 대략 200km 정도 달렸더군요. 낙동강이 워낙 굽이치며 흘러가기 때문에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낙동강의 한 줄기인 황강(경남 합천군 대병면 합천댐)에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한국형 뉴딜정책이라 불리는 4대강살리기 사업 중에서 제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자전거 도로'입니다. 낙동강만 해도 743km, 4대강 전체로 따지자면 1,728km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강을 따라서 쭉 뻗은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는 이야기에 쏠깃했습니다. 국토부가 발표한 환경영향평가에서 공사구간에서는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 등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발표 역시 자연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은 덜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낙동강 길은 다니면서 가슴이 미어질 지경이었습니다. 4대강살리기 사업이 친환경적으로 시공하여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새빨간 거짓이었습니다.

합천보 근처의 강둑길. 농민들이 자주 다닌 강둑은 비포장길이지만 자전거가 다니기에도 편안한 길이었습니다. 보가 만들어지면 수위가 상승하면서 오른쪽 농경지는 침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새들과 동물들의 서식지인 갈대숲과 습지가 불도저 밀려서 짓이겨졌습니다. 합천보에서 한림까지 이어지는 낙동강에는 여전히 모래 채취가 이루어지고 있고, 눈으로 확인한 곳만 여섯군데가 넘었습니다. 특히 창원시 대산면 인근 낙동강에서는 엄청난 모래를 채취한 나머지 삼각주가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조상들은 강의 범람에 맞서며 둑을 쌓아왔습니다. 강둑을 방패 삼아서 마을과 농지를 넓혀왔지요.  강둑 반대 편에서는 삼각지와 강기슭을 중심으로 동물들이 보금자리를 털었습니다. 강둑은 자연스럽게 인간과 자연의 경계였습니다. 

최근 사람들이 비옥한 삼각주를 넘보면서 동물들의 서식지가 위협을 받게 되었고, 그나마 농지로서의 가치가 없는 갈대숲과 강기슭이 동물들의 유일한 피난처였습니다. 4대강살리기 공사로 강둑 옆 습지와 갈대숲은 이미 파괴되고 있습니다. 

어릴적에 강둑을 따라서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학교로 다닌 적이 있는데, 저녁무렵 강둑을 걸어본 사람들은 그 길이 얼마나 포근한지 알겁니다. 새들이 하나 둘씩 삼각주로 돌아오고, 반대편 마을에서는 밥짓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여러 강둑을 자전거로 달렸습니다.

해가 저무는 강둑에 앉아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길을 두고 왜 억지로 길을 내려고 할까요? 낙동강 자전거길은 강둑을 활용해도 좋지 않을까요? 길이 끊어진 구간에는 항상 다른 마을로 이어져 있습니다. 직선보다는 곡선의 미학이라고 할까요. 간혹 강둑에서 만난 소, 염소,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 자체가 여행의 즐거움입니다.  

합천보에서 가장 가까운 외삼학 마을에 있는 은행나무. 강둑이 없었다면 아름다운 이 나무도 보지 못했을 겁니다.


합천보의 청사진을 보면 보 주변으로 공원과 산책로를 조성할 예정입니다. 개발 예정지에 농지를 갖고 있던 분들은 당장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변으로 자전거를 타다 보면 강둑 너머 어떤 마을이 있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테니까요. 

강둑길의 장점은 여러 마을과 강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마을이 있으면 농로를 따라서 페달을 밟아서 쉬어갈 수도 있습니다. 유럽의 그린웨이(Green Way)가 모범적인 사례입니다. 그린웨이는 안전하고 편리함과 함께 생태계 보존에 힘을 쏟습니다.

미국 뉴욕의 워터프론트 그린웨이의 모습.



낙동강을 따라 늘어서 강둑은 친환경 보행로 그 자체입니다. 짧게는 1km, 길게는 4km 조금만 정비하면 외국에 내어놓아도 손색없는 길입니다.  끊어진 길 끝에는 새로운 마을이 있고 그 마을을 벗어나 농로를 따라서 또 다른 마을로 갈 수 있습니다.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스웨덴 친구가 우리나라 강둑에서 자전거를 탄다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되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경을 파괴하면서 반듯한 도로를 만들지 말고 강둑을 살리면서 그 지역의 문화와 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없을까요? 개인적으로 봉하마을이 사례를 들고 싶습니다. 친환경 농사로 강과 습지가 점점 살아나고 있습니다. 정치사상이 다른 분들도 화포천과 봉화마을 농로를 걷다보면 감탄하실 겁니다. 

근래 낙동강 주변으로 농지가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국유지이기 때문에 3년간 농사를 짓지 못하는 정도의 보상을 하고 그곳을 밀이서 공원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농촌에 지금 필요한 것은 공원보다는 농지입니다. 국유지에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짓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면 강도 깨끗해지고 농민들도 땅을 떠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자전거 족으로서 한말씀 드리자면, 자전거 도로를 만들 비용으로 하폐수처리장과 마을 하수도를 정비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전거족은 그저 강둑길처럼 작은 오솔길이면 족합니다.

낙동강 자전거 여행 구간

< 1일차 > 합천군 대병면에서 창년군 부곡온천
09:30분 합천자연학교 출발  - 1026 지방도로 성리삼거리 (합천댐방향 좌회전) -  합천테마파크 - 용주교 진입, 1026도로 (합천읍방향으로 좌회전) -  좌회전 (합천댐방향 좌회전 09:50분) -   남정교삼거리 (강변길을 따라서 현대대성주유소까지 진입 10:20분) -  24번국도 군부대 앞에서 에서 임북리 방향으로 좌회전 - 임북리둑방길 - 10:30분문림교(합천군 율곡면 문림리) 24번국도 진입   - 문림교 - 율곡 강둑길 (율곡농협 순신장군 백의종군로 시작 지점에서 좌회전) - 1034 도로 -  서문수양관 도착 1시- 낙민3구 둑방길 (합천군 쌍책면) - 전두환 생가 -  갑산 강둑길 - 갑산정수장 - 갑산1구마을 - 방골재(터널) -낙민3구 - 24번국도 옆 농로 - 초계석재 - 농장 -  13:00분초계면 24번국도 - 초계면사무소, 초계시장 -  창녕방향 24번국도 - 청덕면 사무소 - 청덕교 - 외삼학 강둑길(합천보 공사현장 입구) -  합천보 공사현장 - 청덕교 - 24번국도 적포, 창녕 방향 -  중적포마을 - 적포 강둑 (상적포 마을에서 하적포 마을)14:40분 - 24번국도 - 16시 적포삼거리 - 창녕방향 적포교 - 67번 국도 이남삼거리 우회전 창녕방향 - 등대마을  강둑길 (창녕군 유어면) - 유어면사문소 - 유어면 삼거리에서 우회전 (영산, 부곡방면) 79번 국도 -  동정삼거리(창녕군 장마면) 우회전 부곡방향 -  영산 - 18:30분 부곡온천 도착 및 1박
< 2일차 > 창녕군 부곡온천에서 김해시 봉하마을 (한림정에서 부산까지는 무궁화호)
10:30분  부곡출발 - 수산, 초등방향 1008국도 - 임해진 삼거리에서 좌회전 (수산방향) 11:00 - 언덕 (청학로) - 학포리 - 본포교 - 본포교 끝에서 대산방향 - 현대건설 공사현장에서 창원시 대산면 취수장 방향  - 일동마을을 통과하여 일동초등학교  -  수산교 -  모산삼거리에서 직진 60번 국도 - 유청마을회관(경상남도 창원시 대산면)  유등마을 댓거리추어탕(291-6967) - 대산미술관 12:50 - 유등 강둑길(유등취수장)  - 시호리(김해시 한림면) - 시호리 강둑길 -   모정취수장 - 철길 따라 한림정역  -  영강사 -  화포천 - 지광사 - 노무현 대통령 생가 - 한림정역 16:08분 출발, 무궁화호 이용 - 삼랑진 환승 - 부산해운대 도착 17:52분


경남 합천군 대병면 들판입니다. 이곳은 함양 울산간 고속도로가 곧 들어서는 곳이기도 합니다.

합천읍에서 쌍책면까지 황강 주변의 갈대숲을 밀어내고 사람들을 위한 산책로와 콘크리트 강둑이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황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학리마을에 합천보 건설을 위해 공사차량 출입로가 만들어졌습니다.

소들이 둑에서 사라지자 길이 풀로 자전거가 덮일 정도로 무성합니다.

새들의 서식지인 황강 하류에 공사차량의 길이 생겼습니다.

합천보에서 100m 떨어진 곳에 불도저가 갈대숲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합천보 청사진을 보면 이곳에 산책로와 자전거 길이 납니다.

낙동강 중에서도 물살이 빠른 이곳에 보가 설치됩니다.

적포리 강둑 오른족에 무성한 갈대숲과 늪지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멀쩡한 강둑길을 두고서 오른쪽 갈대숲에 도로가 납니다.

오래전부터 낙동강을 젓줄삼아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도 올해까지만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4대강살리기 사업으로 드는 토지보상 비용이 1.5조라고 합니다. 낙동강 하류인 부산까지 내려가는 곳에는 수많은 농지가 있습니다. 비전문가인 제가 보기에도 낙동강에 드는 비용만 2조 가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본포교 근처에서 엄청난 양의 모래가 어딘가로 실려가고 있습니다.

모래 채취 때문에 유속이 빨라지면서 삼각주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본포교 아래 고인물에 녹조가 끼면서 심한 악취가 납니다.

강따라 가면 아름다운 풍경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은 직선보다는 곡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좀 늦더라도 이마을 저마을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창원시 대산면 유등리에 있는 댓거리 추어탕(055-291-6769) 입니다. 먹을만 합니다.

김해시 한림에서 삼랑진, 원동, 부산으로 가는 길이 있지만 체력이 다 해서 한림역에서 기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원래 접이식 자전거가 아니면 기차를 타지 못하지만 혼자 왔다고 하니까 승객들 불편을 주지 말고 맨 뒷좌석에 타라고 합니다.

시간이 있어 한림면 근처에 있는 봉하마을로 가는 길에 뚱뚱한 기러기 구름을 만났습니다.

화포천은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많이 깨끗해졌습니다. 하지만 화포천도 개발에 밀려 그 넓은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봉하마을 수로입니다. 물색이 탁해서 이곳도 오염됐겠구나 싶었는데, 물속에 파란 수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또한 수로 끝에는 정화시설이 있어 화포천으로 깨끗한 물을 내보냅니다.

봉하마을 수로에 청둥오리가 놀고 있습니다.

봉화마을에 또다른 볼거리 논습지가 있습니다.

다시 한림역으로 돌아와서 4시10분 기차를 타고 삼랑진을 거쳐 부산으로 갑니다. KTX가 달려오는데, 녀석은 저와 자전거를 실어줄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저녁에 해운대역에 도착했습니다. 온 몸에 흙이 잔뜩 자전거를 보니 녀석이 고생 꽤나 했지 싶습니다. 그래도 환경을 파괴하면서 만들어진 자전거도로 위를 달리진 않아서 녀석과 제가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