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지자체들의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자연공원법에 따라 자연보존지구로 설정된 지리산에 손을 댄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환경부가 설치 기준을 완화[각주:1]하려는 움직임에 지자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다투고 있다. 지리산을 품 아래 오랫동안 먹고 살아온 4개 지자체(남원시, 구례, 함양, 산청군)가 이젠 지리산에 칼을 들이대는 심보다.  

 지자체 예정지  노선길이(Km)  자연보존지구
노선길이(km)
 전남 구례군 산동온천~노고단  4.5  2km 미만
 전북 남원시  뱀사골(반선)~반야봉,
정령치~반야봉
6.7
6.0 
 3.32km
1.66km
 경남 산청군  중산리~제석봉 5.0   2.5km
 경남 함양군  백무동~제석봉  -  3.9km
<지리산 케이블카 예정 지역 및 길이 - 출처 : 케이블카없는 자연공원>
  

구분

설악산

내장산

덕유산

대둔산

팔공산

금오산

두륜산

설치년도

1971. 8

1980. 11

1994

1990. 11

1984. 6

1974

2003. 2

시설

기점

325평, 2층

1:매표소,기념품,음료수

2:사무실,오락시설,승차장

300평, 3층

3:매점,식당휴게소

스키리프트를 일상적으로 관광용 로프웨이로 활용

600평, 3층

1:매표소,기념품,식당

2:기념품,오락실

3:승차장,사무실

지하1:화장실,창고

300평, 1층

1:휴게소

718평, 4층

1:점포

2:음식점

3:매점,사무실

4:점포

750평, 3층

1:기계실

2:정류장

3:서비스시설

종점

99.2평,

지하2층, 지상1층

1:기계실, 기념품, 자판기, 승차장

지하1: 식당

지하2: 화장실

200평, 2층

2: 매점, 식당휴게소

700평,

지하2층, 지상3층

1:승차장, 운전실

2: 음표, 매표소, 기념품

3: 기념품

지하1층:창고, 기계실

지하2층:화장실, 창고

145평, 1층

1:정차장

952평, 6층

1:음식점

2:점포,사무실

3:취사장

4~6:유스호스텔,보일러실

200평, 3층

1:기계실

2:정류장

3:전망대

선로길이

1,127m

668m

927m

1,192m

807m

1600m

<자연공원내 케이블카 설치현황- 출처 : 케이블카없는 자연공원>


국립공원은 자연생태와 역사, 문화의 보존해야 한다는 국민적 약속으로 법으로 정해져 있다. 1967년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이래 자연공원법을 단 한번도 개정하지 않았다.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의 의의에서도 나타나듯 인류문명과 자연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산인 지리산은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하고 이를 후손에게 전수해야 할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외국 사례를 들이대길 좋아하는 공무원들이라면 선진국의 국립공원은 케이블카를 철수한다는 읽었을 법 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케이블카가 운행되는 곳이 7곳 정도인데, 그나마 흑자 운행이 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사실도 알테다. 그럼에도 지자체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이유는 '자연보호'와 '관광수익증대'라는 이유로 강행하려고 한다.  

12월13일 새벽 1시,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오르면서 지자체의 궁색한 목적에 토를 달기는 커녕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동행한 선배는 "장애인들도 지리산 일출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말해서 속이 좀 상하기도 했지만, 과연 지자체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할까? 장애인 분들이 지자체의 입발림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개인적으로  국립공원, 특히 다른 산은 몰라도 지리산은 그래서는 안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카로 자연보호와 수익증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부끄러운 태양은 끝내 등산객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천왕봉에서 추위에 떨던 사람들은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편하게 오를 수 있는 곳이 지리산이라면 아마도 이 자리에 섰던 분들은 다시는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기존의 등산객을 통제하여 지리산 보호하겠다고 한다. 몇년전 자연휴식년제가 실시되던 칠선계곡을 개방하라는 함양군민들의 시위가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었듯, 지자체에서 등산로를 폐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구례와 남원을 잇는 성삼재 도로 역시 마찬가지다. 케이블카를 놓아서 차량 대신 케이블카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발상인듯 한데, 차라리 성삼재 도로 위에 철길을 놓아서 스위스처럼 기차를 이용하여 관광이나 등산을 하도록 유도하면 자동차 소음과 대기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휠체어를 타신 분들은 물론 관광을 위해 온 분들은 누구나 성삼재에서 지리산 자락을 조망할 수 있다. 
 

두번째,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또한 참으로 가련하다. 일본사람들은 왜 후지산에 꼭대기에 케이블카를 놓지 않았을까? 케이블카를 놓으면 왕복 요금만 지불할 뿐, 실제 지역 상인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힘 안들이고 천왕봉까지 케이블카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대형마트에서 먹거리를 잔뜩 싸들고 케이블카를 탑승할 것이다. 기껏해야 여름에 아이스크림은 정도 사먹을까? 케이블카로 인해 지리산 주변에 머무는 체류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숙박을 하는 관광객도 자연히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번째, '버스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밥을 사먹지 마라'는 미식가들의 원칙이 있다. 잠시 머물고 떠나는 뜨내기들에게 후한 인심을 쓰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습성이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불편하지만 정이 넘치는 곳으로 몰린다. 지리산 둘레길이 대표적이다. 지리산을 오르는 등산객은 감소했지만 지리산 둘레길은 찾는 사람은 늘고 있다. 번듯한 팬션도 아닌데 둘레길 매동마을 민박집에 사람들이 줄을 선다. 또한 둘레길에 소박한 막걸리집이 보이면 지갑을 연다. 최근 지리산 여행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느림'과 '지역의 테마'에 관심이 많다. 지리산 들머리 식당을 이용하면서 느낀 것은 테마가 없고 음식 맛도 별로였다. 지리산은 무궁무진한 자연생태계와 역사가 숨쉬는 곳이다. 반달곰을 주제로 산채식당, 빨치산을 테마로 주먹밥밥 등 케이블카 놓을 돈으로 들머리에 상가와 민박집을 정비한다면 지역경제가 활성화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지리산은 동네 뒷동산 오르 듯 개나소나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적어도 어떤 코스로 가야 할지 계획을 잡아 야하고 때로는 종주를 하려면 하루 이틀은 준비를 해야 한다. 군대를 가기 전에 친구들과 갖은 고생을 하면서 지리산 종주했던 추억 때문에 지리산이 아련하듯이, 쉽게 오르기 힘들지만 꼭 한 번은 가야하고 가고 싶은 통과의례의 과정, 민족의 영산이다. 

등산객이 줄었다지만, 아직도 지금 이시간 천왕봉 일출을 보려고 4시간 이상 고통과 환희를 느끼며 지리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일출을 보지 못하더라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다음 기회에 다시 오겠다는 생각으로 산을 내려간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지리산, 다음세대들이 힘들더라도 천왕봉까지 올랐다는 자체로 뿌듯해 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 다시 찾을 수 있는 교육의 현장. 지름길보다는 둘러서 큰 길을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부끄러운 태양은 끝내 구름 속에서 얼굴을 나타내지 않았다. 더 부끄러운 건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인간의 발상이다.



지리산 주능선에 케이블카 정류장이 들어서고 케이블이 늘어서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캐이블카? 지리산에 송전탑이 없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중산리매표소 앞 식당의 한산한 풍경.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 하지만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산악인들은 맛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부분 음식을 가져오거나 맛집을 찾아간다. 케이블카 놓을 돈으 테마를 잡아서 지역 상가나 민박집을 리모델링하고 음식의 질을 높인다면 거지도 지갑을 열 것이다.



지리산 케이블카를 반대하면서 산을 오르고 있는 김병관 선생님. 그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연하천에서 쫓겨났지만, 그는 지리산을 버리지 않았더군요.




ps.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 케이블카 없는 자연공원
- 김병관(천왕봉 농성자대표, 전 연하천대피소 소장) 011-9992-1909
-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 사람들' 061-783-6547
-'민족 성지 지리산을 위한 불교연대(준)'[각주:2]

  1. 지난 5월1일 자연공원법 개정안 입법예고. 자연보존지구 내 케이블카 거리규정을 2km에서 5km(시행령안 14조2),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를 9m에서 15m(시행규칙안 제14조제2호)로 완화하겠다고 하였다. [본문으로]
  2. * 화엄사, 쌍계사, 대원사, 실상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