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고등학교 졸업식을 보면 형식적으로 치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회장이나 유명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상을 주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박수를 치다가 가족과 사진을 찍고 교문을 벗어납니다. 또 언제부터인가 스승에 대한 감사도 예전만 못하고 담임교사의 차에다 화풀이를 하는 졸업생들의 이야기가 사회면을 장식하기도 합니다. 졸업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으로 눈물바다를 이루던 졸업식 풍경은 옛날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학창시절 치고는 참 을씨년스럽습니다.  

하지만 부산의 대안학교 '거침없는 우다다(우리는 다 다르다)' 졸업식은 기쁨과 눈물이 어울어진 무대였습니다. 올해 졸업을 하는 여섯명의 학생들을 위해 후배들이 연극, 춤, 노래 등 2시간 동안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이어서 졸업생들이 한 명씩 무대에 서서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 동안 있어왔던 학창시절의 그리움과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이야기 했습니다. 여섯명의 졸업생을 위해 찾은 사람들은 학부모, 자원교사, 친구 등 200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졸업생들이 만든 재미있는 포스터

"이제 우리 아이들을 세상에 내어놓을 때가 되었다"고 축사를 하던 김복남 교장선생님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대안학교 교육과정은 입시를 위한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부터 아이들에게 닥칠 험난한 여정을 생각하면 스승으로서 당연히 갖는 마음이라고 봅니다. 이번 졸업생은 음악, 만화, 아이돌보기 등 남다른 재능이 있지만, 이 아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대학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졸업생과 그 학부모들은 선생님들에게 고맙다고 울면서 손을 잡더군요.

졸업생 중에서 대학을 선택한 아이는 특별전형으로 합격한 1명뿐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능을 준비하지 않았고 대입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어떤 아이는 배우고 싶은 과목이 없는 데 뭐하러 대학을 가냐며 저한테 따지듯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모 게그 프로그램의 유행어를 빌리자면, '일등만 기억하는 더라운 세상'에서 학문이 아닌 취업에 목을 메는 대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이 아이들도 대학을 가고 싶어 합니다. 내년에 수능을 준비해보겠다는 말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을 안아 줄 수 있는 입시제도는 없을까요? 최근 다시 불기 시작한 입학사정관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입학사정관제도는
내신과 수학능력성적 위주로 이루어지던 대학입시제를 개선하여 학생들의 창의력과 특기, 문제해결능력, 봉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입학시키는 제도입니다. 2009년 47개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도를 운영하거나 확산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2010년에는 전체 모집정원의 약 6%에 해당하는 2만여 명을 선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도는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확보와 다면평가 등 보완해야 할 사항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입학사정관들이 학생들을 선발하는 데 있어 학업능력 뿐만 아니라 창의성, 적성, 취미, 특기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정규학교에서 제출하는 학교생활기록부 조차 아이들의 특성과 활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합니다. '블로그가 입학사정관의 중요한 자료다'라고 주장한 김주완 기자님의 아이디어는 대안 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대안학교 아이들은 자기주도 프로젝트 위주로 수업에 참가하고 만들어 갑니다. 스스로 무엇을 배울 것인 지 결정하고 배움의 과정을 글과 사진 등으로 기록합니다. 3~6년 동안 만들어진 아이의 기록, 즉 포토폴리오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이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디에 재능이 있는 지 알 수 있습니다.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 잖아요'라고 외쳤던 때가 20년 전인데, 이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제도가 바뀔만도 한데 아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하고 죄스러운 졸업식입니다. 



  

1년동안 아이들의 수업결과물을 보고 있는 학부모들

졸업하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며 축하하고 있는 학부모

졸업을 앞두고 감회가 남다른 용주. 용주는 시를 잘 쓴다.

졸업한 선배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흰옷을 입고 있는 친구는 극단에서 배우로 일하고 있다.

중등부 후배들의 축하공연은 주류 문화에 대한 패러디로 채워졌는데, 기발한 재치로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대안학교에 오기 전에는 다른 사람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했는데, 오늘은 대중을 웃기고 울릴 줄 아는 아이로 자라있다.

고등부의 무대는 중등학년보다 내용과 구성이 한층 맛깔스럽다.

고등부는 이성, 대안학교 생활, 가족에 대한 갈등을 주제로 관객들과 소통했다.

특히 고등부의 '곰이야기'는 구성과 연기가 일품이었다.

소극적이고 무기력하던 아이가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공연의 포인트다.

40여명의 재학생들이 졸업생들을 위해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2시간동안 관객들을 환호의 도가니로 만든 주인공은 이번 예술제를 연출한 기영(고등2년차)이였다.

올해 입학하는 열댓명의 신입생들도 나와서 함께 어울어졌다.

재학생들이 졸업하는 선배들을 아 주고 있다.

올해 졸업하여 사회로 나가는 여섯명의 친구들

졸업장을 졸업하는 학생이 읽는 이색 풍경이 펼쳐집니다. 류려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싶어서 대학을 가기로 했습니다.

음악에 재능이 있는 원주가 졸업 소감을 말하다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항상 씩씩한 혁재도 이날은 말문이 막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시를 잘 쓰는 용주도 이날은 시상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입니다.

통기타를 잘 치는 정심이는 대안학교에서 자원교사로 일하고 싶어 합니다.

만화를 잘 그리는 성현이는 지금쯤 어떤 만화를 구상하고 있을 지 궁금합니다.

여섯명의 졸업생을 위해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하로 왔습니다.

부모님과 뜨겁게 포옹하고 있는 용주

마지막 단체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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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