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4일 오후 5시, 지리산 둘레길을 자전차로 여행하기 위해 자동차에 차를 담아서 부산을 출발하여 함양에 7시30분에 도착했다. 함양재래시장 들머리에 있는 조양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조양식당은 순대와 국밥으로 유명한 곳인데, 이번엔 수육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탓인지 식당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지만 주문이 밀려 있다. 애기집이라고 불리는 부위가 나왔는데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배를 채우고 오늘의 목표지점인 달궁야영장으로 차를 몬다. 뱀사골을 지나서 덕동에 있는 달궁야영장에 도착했더니 9시였다. 야영장에는 텐트 몇 동이 보였고 눈이 온다고 했는데 밤하늘에 별이 크리스마스를 축복하고 있다. 겨울 야영지에서는 식수를 얻기 힘든데 달궁야영장 역시 식수장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 텐트를 펴고 침낭에 누워서 라디오를 켜고 독거노인의 대열에 합류한다.  

이번 자전거 여행은 지리산 자락 달궁에서 시작한다. 달궁계곡을 따라 내려와서 뱀사골, 그리고 실상사에서 본격적으로 둘레길 여행을 시작할 생각이다. 실상사 근처에 있는 매동마을을 지나서 인월, 운봉, 주천까지 가서 정령치 고개를 넘어서 달궁으로 내려올 예정이다. 하지만 정령치 고개는 보통 12월 중순부터는 도로가 얼어서 자동차나 자전거가 지나갈 수 없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제법 내려서 운봉까지 갔다고 24번 국도를 따라서 달궁으로 되돌아 오는 것으로 여행을 마쳤다. 

자전거로 다녔던 길
- 거리 : 약 65km
- 소요시간 : 약 8시간
- 이동경로 : 09:50분 달궁 출발 - 덕동교 - 뱀사골 - 원천마을(지리산토비스콘도 보이는 곳)에서 우회전 삼화마을 진입 - 삼화마을 농로 - 실상사- 산내면 대정삼거리(인월방향)-매동마을(창원,금계로 가는 둘레길, 인월로 가는 둘레길의 중간 지점) - 장항교 (장항마을에서 인월로 이어지는 둘레길 이정표 있음, 산길이라 자전거로 불가능) - 장항교를 건너기 전 포장된 농로- 60번 국도-종군마을(종군마을에서 다시 둘레길 시작) - 구인월 포장 도로 - 둑길 - 구인월교 - 월평 -  흥부골 자연휴양림(오르는 구간 경사 심함) - 산길 - 옥계저수지 - 지리산대덕리조트 - 24번 국도 및 부흥교 (※  주의 : 인월 방향으로 다리를 건너서 둘레길 표시를 확인하고 포장된 마을길 진입해야 한다) - 둑길 - 비전마을(황산대첩비, 국악마을) - 긴 둑길 - 14: 30분 운봉 도착 - 인월(24번 국도를 이용)- 산내면 - 뱀사골 - 18:20분 달궁 도착 

달궁오토캠핑장에 야영을 시작했습니다. 땅은 얼었지만 부드럽고 배수가 잘 되는 마사토가 깔려 있어 텐트 치기엔 좋다. 추위 때문에 식수장의 물은 나오지 않지만 전기는 사용할 수 있다.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밖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서 나가 봤더니 고양이가 찾아 왔다. 크리스마스 이브 짐승들도 외롭나? 원래 짐승들에게 먹이를 주는 건 그렇지만, 날도 날이고 배가 부른 걸 보면 임신한 것 같아서 호도과자와 치즈를 나눠 먹었다.   

△  술은 임신한 고양이에게 해롭기 때문에 술과 음식물을 텐트 안으로 가져왔다. 피츠로이 베스터블(현관)을 이용하면 음식보관과 간단한 취사를 할 수 있다. 다만 물을 많이 끓이면 텐트 내부가 수증기로 젖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 해야 한다. 
 
△  아침, 텐트 밖이 서리가 맺혔다. 피츠로이 내부에는 결로가 맺혀 있지 않았다. 역시 피츠로이!! 

 △ 본격적으로 자전거 여행을 위한 채비에 들어갔다. MTX 빔렉(검은색)과 사이드프레임(은색)이 결합된 모습이다. MTB 자전거는 보통 짐받이 안장을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데, 제 자전거의 경우 싸구려 짐받이(3~4만)를 달 수 없어서, 적재중량이 적고 비싼 프레임(7~8만원)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빔렉은 E-Type로 미국의 토픽(Topeak)에서 나온 제품이다. 처음에는 과연 짐을 실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빔렉은 전체 프레임을 고정시켜주고 사이트 프레임은 가방과 바퀴의 접촉을 막아주기 때문에 짐을 안정적으로 실을 수 있다. 물론 사람을 태울 순 없다. 9kg~14kg 정도가 적당하다. 

빔렉이 자전거에 부착된 모습

사이드 프레임과 바퀴 공간


빔렉과 가방의 1차 결합

빔렉과 가방의 2차 결합

가방을 사이드 프레임에 고정


텐트를 정리하고 자전거를 타기 전에 바퀴, 브레이크, 기어, 체인을 점검한다. 육각렌치나 1회용 펑크 수리 도구를 휴대하고 다니면 좋다.     

자전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배낭의 무게를 줄여야 한다. 배낭이 무거우면 어깨에 무리를 준다.  카메라, 취사도구 등 무거운 짐은 자전거 트렁크에 싣고 우비, 수첩, 지갑 등 가벼운 것들은 배낭에 넣었다. 하지만 나중에 후회를 하게 된다.  

늘 차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뱀사골 계곡이 아름다운 줄 몰랐다. 늦은 아침에 계곡에 햇살을 받은 바위가 금빛이다. 7~8시 경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더 운치 있을 것 같다.   

오전 11시20분경 실상사에 도착했다. 낯익은 스님이 염불을 드리고 있다. 올해 실상사는 지리산과 중생들을 위해 할 일이 참 많다. 지리산 댐과 케이블카도 막아야 하고 둘레길도 본래 취지대로 잘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염불소리가 더 애틋하다. 실상사 찻집에서 지리산댐 반대에 서명을 하고 우전을 마신다. 포근하고 아늑한 차 향기에 취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다.     

실상사 다리에서 대봉 곶감을 파는 할머니를 만났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기 위해 담요까지 가져오셨다. 5개 5천원인데 마수라며 한 개를 더 주신다. 곶감을 한 입 물었더니 시원하고 달콤한 지리산 향기가 혀를 감싼다. 먹는 비용을 아끼려고 음식을 바리 싣고 왔는데, 둘레길 주민들에게 미안해진다. 둘레길 사람들은 아무런 보상없이 자신의 터전을 내어놓았는데, 먹거리를 도시에서 싸들고 왔으니 말이다.     

산내면 삼거리에서 실상사 귀농학교 언덕을 지나면 그 유명한 매동마을이다. 매동마을 언덕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창원, 금계, 벽송사로 이어지는 둘레길이 있다.  왼쪽으로 가면 인월, 운봉, 주천으로 가는 둘레길이다.  

장항들에서 본 장항교. 멀리 삼거리가 보이는데 오른쪽으로는 매동마을, 왼쪽으르는 종군마을, 인월로 가는 60번 도로이다. 장항마을에서 시작되는 둘레길은 산길을 따라서 종군마을로 이어져 있고, 종군마을에서 농로를 따라가면 인월이 나온다. 자전거로 좁은 산길을 간다는 건 걷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위험하기 때문에 포기하고 장항다리 옆 아스팔트 농로를 따라서 간다. 100여미터 못 가서 다시 인월로 이어지는 도로와 만난다. 

장항마을에서 60번 도로를 따라서 4Km 달려오면 왼쪽으로 종군마을이 있다. 다리를 건너서 종군마을에 들어서서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서 600미터 정도 달리면 오른쪽으로 둑길이 펼쳐진다. 둘레길은 백미는 흙길이다. 비가 많이 와서 바닥이 질퍽하지만 아스팔트를 달리는 것보다 기분이 좋다. 짐받이와 가방이 춤을 추지만 흐트러지지 않고 그대로 붙어 있다. 인월까지는 이어지는 둑길은 1.5km, 자전거로 5분이면 갈 수 있다. 인월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해서 운봉으로 가는 지도를 얻었다. 연휴 때문인지 둘레길을 찾은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 인월에서 월평마을회관을 지나서 흥부골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좁은 산길 대신에 일반 도로를 선택한다. 경가사 높아서 자전거를 끌고 간다. 산길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부러워진다. 하지만 흥부골을 지나면 멋진 임도가 1.5Km 펼쳐진다. 짐받이도 가방에 든 짐들도 전쟁을 한판 치루고 나면 옥계저수지, 지리산 대덕리조트, 부흥교에 도착한다. 여기서 둘레길 방향을 잘 봐야 한다. 대부분 운봉으로 이어지는 60번 도로를 따라서 가는 분들이 많다. 인월 쪽으로 부흥교를 건너면 맞은편에 부흥탑이 보인다. 거기에 가면 운봉으로 이어지는 둘레길 표시가 나온다.     

부흥탑에서 1.3km 둑길을 따라 오면 환산대첩비와, 국악의 가왕(歌王), 국창으로 불리는 송흥록 선생과 박초월 생가가 있는 비전마을이 나온다. 두 명창이 살았던 생가를 옛날 모습으로 복원하고 판소리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있다. 송홍록 선생은 순조와 철종에 이르는 명창으로 판소리의 계면조와 진양조를 완성하고, 메나리조를 도입한 판소리의 중시조라 불린다. 제자 박만순과 그의 동생 광록 등으로 이어지는 송문일가를 이뤘다고 기념비에 적고 있다.

비전마을 앞에는 쉼터가 있다. 이곳 쉼터에 범숙학교(대안학교) 학생들이 만든 재미난 지도가 눈에 들어온다. 옛날 길은 상인들이 개척했다면 이번 둘레길의 공은 범숙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있는 지도 모른다.   

비전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보슬비가 부슬비로 바뀐 상태였다. 멀리 황산벌에서 비전마을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순례자처럼 보인다. 솔직히 운봉에서 매동까지 이어지는 둘레길은 볼거리가 많이 없다. 그런데도 멀쩡한 길을 두고 진흑탕 흙길을 아이들 손을 잡고 걸어오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전마을에서 운봉읍 서림공원까지는 10리(4km) 둑길이 이어진다. 진흙길이라서 평소에는 15분 정도면 충분하겠지만 자전거로 30분이 넘게 걸렸다.

운봉 서림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자전거가 진흙놀이를 한바탕 즐긴 개구쟁이처럼 보인다. 운봉에 도착했을 때, 바람이 차가워서 식당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운봉은 여름에도 서늘하다고 한다. 운봉은 해발 470m의 산악분지로 무더위에도 30도를 넘는 경우가 드물고, 겨울에는 영하 20도 이상 내려간다고 한다. 그래서 완사면에는 면양 목장이 유명하고 고랭지 채소가 생산된다.

운봉 서림공원에는 서천리 당산이 있다. 원래는 당산나무, 솟대, 돌장승이 있었는데 솟대는 사라지고 돌장승은 아직까지 남아 있다. 장승은 '벅수'라고도 불리는데, 그 어감이 마치 장승이 나를 보고 "벅수야" 하고 부르는 것 같다. 벅수가 벅수를 보고 나니까 배가 고팠다. 운봉읍에서 김치찌개를 잘 하는 '수미네식당'을 찾아서 끼니를 해결한다. 주인에게 정령치를 넘어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봄에 다시 오라고 한다.  
 
주천과 정령치 고개는 다음으로 기약하고 24번 국도를 따라서 인월에 있는 '둘레길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탐방지원센터에서는 둘레길 지도, 민박, 대중교통을 안내하고 있다. 실내에는 지리산 나무와 생태와 관련된 전시물이 있고, 난로가 있어 쉬어가기 좋다. 난로에서 불을 쬐면서, 해먹지도 못할 밥이며 취사도구를 실고 다녔던 걸 생각하니 돌장승이 나에게 '벅수'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의구, 벅수야'라는 말이 '의구~ 바보야'로 들린다. 1박2일 이상 자전거 여행을 다닐 게 아니면 자전거 짐받이를 달지 않는 게 좋을 듯 하다. 자전거도 자전거지만 사람이 피곤하다. 또 돈 몇 푼 아낀다고 짐을 늘리지 말고 둘레길에서 따뜻한 밥을 사먹는 게 100번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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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 | 운봉 돌장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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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