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미디어교육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고전적인 미디어인 영화와 방송을 제작해보는 경험은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추억일 수도 있지만, 최근 나의 관심은 인터넷 미디어이다.  
 

첫 시간은 영화(영상)의 원리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영화교육에서 많이 사용하는 '조트로프'라는 교구를 활용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고, 이미지의 표현능력을 짧은 시간에 확인할 수 있다.

"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티라는 나라에 대해서 다들 알고 있죠? 그 아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면 어떨까요?"

아이들은 '어떻게 보내냐' '비행기 타고 직접 가자' 등 질문을 했다. 그때 슬그머니 인터넷을 켜고 블로그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싸이월드 정도만 알고 있던 아이들은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서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아이들은 어떤 메시지를 만들었을까?


▲ 이번 교육에 참가한 아이들은 열여섯 명이다. 4~6학년 학생들이었다. 또래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교육에 대한 집중력이 높고 표현 능력도 뛰어났다.

▲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짧은 영상을 만들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영화를 만드는 일에 재미있어 했다. 아이들이 만든 내용은 어른들이 보기에 다소 문제가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내용을 바꿔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블로그에 올려진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평가되는 지 곧 체험하게 될 것이다.

▲ 교육을 마친 후 부모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자신의 아이가 미디어를 올바르게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만난 아이들은(고학년) 어른들이 바라는 대로 영상을 만들진 않았다. 부모님 속을 꽤나 썩이겠지만 그래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 고학년 아이들이 기획하고 촬영하여 만든 패러디 동영상. 자신들의 이야기가 인터넷에 올려진다는 사실을 얘기했더니 자기네들끼리 회의를 했는 지 내용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아이들은 엔딩 장면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 자기들이 생각해도 뚜렷한 주제와 내용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과연 우린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고 나름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기는 한다. 학부모 간담회 때 부모님들에게 "내용과 주제를 보지 말고 짧은 시간 동안 미디어로 아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표현했는 지 봐 달라"고 이야기했다. 

▼ 부모님의 편지 글

안녕하세요, 000(초4)의 엄마입니다. 아이가 잠들고 나서야 생각이 나서 급하게 메일 올립니다.  00의 말을 들어보니, 아이티 지진사태의 경과를 표현한 거(00 학생이 표현한 애니메이션)라고 하네요.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죽고, 시체들이 썩고, 그래서 세계 여러나라에서 도와주러 오고... 하는 과정들... 엠뷸런스도 오고...

(아이의 그림솜씨가 좋지 않아서 제가 말로 설명을 했습니다. ㅠㅠ) 

그러니까 굳이 메시지를 정하자면,  '아이티를 도와주자 (Help)' 정도일 것 같아요. 이틀동안 아이에게 새롭고 좋은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이렇게 단편적인 특강도 부담없고 좋았지만 심화(?) 체험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주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이들의 분위기를 보고 느낀 점인데, 실제 동영상을 찍어보는 경험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미디어관을 갖추기 위한 교육프로그램 또한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불량식품 먹지말자는 ucc 찍으면서, 그렇게나 불량식품을 많이 먹었답니다. 그래서 '가슴이 답답했다'고... -..-)

좋은 프로그램 많이 개발해 주세요. 부족한 아이들을 자상하게 돌봐 주시고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계세요.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