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파란 동백 이파리를 보았다. 봉오리 끝에는 붉은 꽃님이 숨어 있다. 눈과 얼음 조각이 한철 지내던 자리에도 파란 새잎이 돋으려고 한다. 동백숲 아래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다. 오랜만에 꾼 꿈이었다. 

밤 9시, 저녁을 먹고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어난 시간이다. 내일 아침 대구에서 교육이 있어 이러다간 잠을 제대로 못 잘 것 같아서 야영장비를 꾸린다. 부산을 출발해서 청도 인공암벽장에 11시에 도착했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으로 야영장은 텅 비어 있었다. 차를 끓여 먹으려고 수돗가로 달려갔지만 얼어 있었다. 근처 식당에서 물을 받아서 돌아오는 다리에 서서 하늘을 본다. 잠깐 동안이었는데 코펠에 살얼음이 따라왔다.

바람에 날개짓 하는 렌턴

날개짓 하는 렌턴

황소를 닮은 인공암장



바람이 세차다. 바깥 기온은 영하 5도였다. 텐트 안에서 가스 렌턴을 켠다. 텐트 자리를 잘못 잡아서 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다. 벌새의 날개처럼 렌턴이 요동친다. 아무래도 편한 잠을 자기는 걸렀다.  

침낭 속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북대암을 맨손으로 오르는 생각을 한다. 잠은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래도 아침 공양은 해야겠다 싶어 텐트를 정리하고 7시에 야영장을 벗어나 사리암으로 간다. 

일찍 길을 나선 탓에 매표소는 열려 있었고 운문사는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리암으로 가는 길에 공양하러 내려온 노루를 보았다. 스님들이 남겨둔 배추 이파리라도 먹으려는 모양이다.

사리암 공양밥

사리암은 세 번째다. 기도를 잘 들어준다고 소문이 났지만 나는 합장 이외에는 해본 적이 없다. 오늘도 마찬가지, 계단을 올라서 사리암에서 공양을 한다.

그런데 오늘 공양은 특별하다. 김칫국이 예사롭지 않다. 어릴 때 어머니가 솥에서 해주시던 그 맛이다. 자식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매운 연기를 맡으며 아침밥을 하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특별한 아침을 먹은 탓에 지갑이 절로 열린다. 시주를 하고 운문산을 본다. 커다란 바위와 그 아래 하얗게 세어버린 폭포가 있다. 암벽과 빙벽을 오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지금은 휴식년제로 상상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사리암에서 본 운문산 아침



바람이 있는 곳에

따뜻한 방에 누우면
눈덮인 벌판이 생각나네
소나무 숲길에 발을 꾹꾹 누르면
따뜻한 솜이불보다 포근하다네

황야의 아이
나는 산맥을 넘어가는 새가 좋다네
날개깃을 파고드는 찬바람에
피와 뼈가 얼어도 하늘에서 땅을 본다네

사리암을 내려오는 길에 할머니들을 만난다. 어디서 구했는지 저마다 나무지팡이를 짚고 올라 오신다. 사리암에 도착할 즈음 그 지팡이를 내려놓는다. 지팡이는 다시 원하는 할머니 손에 이끌려 사리암을 내려 온다.  

사리암 입구에도 지팡이가 가득하다. 모양이 비슷하지만 누구의 것이라고 이름표가 없다.


운문사에 내려왔을 때는 여덟시반. 사람들은 대부분 사리암에 있기 때문에 운문사 경내가 조용해서 걷기 좋다. 북대암에 올라 북대의 루트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표였지만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내사랑 북대

내사랑 북대



제비집처럼 높은 곳에 있다고 해서 불리는 북대암. 대웅전 처마 밑에서 북대암을 올려다 본다. 처마는 제비의 날개처럼 늘씬하고 화려하다.

북대의 사랑

바람이 불면 처마는 단 한 번의 날개짓으로 북대를 오른다
북대는 집을 짓고 제비를 기다린다
제비가 오면 북대는 가라 한다
운문사로 시집간 탑이 그리워서
바람을 보내 풍경소리 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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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 북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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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