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칠불사를 찾았다. 칠불사에 가려고 한 건 아니지만, 비가 지나간 뒤에 봄햇살에 몸이 근질한 벚꽃처럼 내 다리도 가려워서 그랬나 보다. 원래는 대성야영장에서 야영을 하고 의신에서 벽소령대피소까지 자전거로 가고 싶었지만, 국립공원법에 자전거와 애완동물은 출입금지라는 이야기를 듣고 포기했다. 만약 걸리면 자전거를 압수당한다.

12시에 모임이 있어 2시간 가량 시간이 남아서 쌍계사 위 동정산장에 주차를 하고 자전거를 꺼냈다. 동정산장은 제작년 4월3일 노무현 대통령이 벚꽃구경을 다녀오면서 들린 곳이다. 식당 한켠에 퇴임후 봄나들이에 염화시중의 미소를 띤 노무현 대통령 기념 사진이 걸려 있다. 

칠선계곡까지 대략 6km, 거리는 짧지만 온통 오르막이다. 이번 목표는 기어를 1단으로 낮추고 쉬지않고 가보는 것이다. 지나가는 차들도 없고, 우렁찬 계곡 물소리의 박자에 맞춰 아스팔트에 자전거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런데 계곡이 누런 흙탕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칠불사를 2km 앞둔 곳에서 포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공사를 하고 있었다. 겨울을 견뎌낸 수중생물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 섬진강에서 올라오는 연어가 다니기에는 힘든 계곡이지만, 반야봉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을 내버려뒀으면 좋겠다.

▲ 칠불사 아래 범왕교 위에서 진행되는 공사 때문에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

하천으로 돌아오는 연어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한 시간 가량 높은 언덕과 싸우며 올랐더니 칠불사다. 칠불사는 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과 멀리 인도에서 건너와 가락국의 불교를 꽃피운 허왕후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곳이다. 국제결혼을 통해 맺어진 일곱 왕자들이 이곳에서 부처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칠불사 대웅전(정면)과 아자방(왼쪽). 뒤쪽으로 까치집처럼 달린 것이 겨우살이이다.

하지만 지리산에 있는 사찰이 대부분 그렇듯, 칠불사에도 아픔이 찾아왔다. 칠불사는 국군과 빨치산이 마지막으로 교전하던 대성골과 인접한 곳이다. 칠불사는 빨치산과 내통했다는 누명으로 소각되었다. 또한 80년대 신군부가 칠불사를 재건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줬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칠불사는 아자방으로 유명하다. 창밖에서 아자방 내부를 둘러보고 서둘러 내려왔다. 칠불사에서 내려오는 길은 스키를 타듯 시원하게 미끄러졌다. 브레이크를 잡지 않아도 몸을 펼치면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알아서 속도를 조절해준다. 

5분도 안돼서 법왕골과 대성골이 만나는 곳에 도착했다. 법왕골의 누런 물빛이 대성골의 푸른 물을 만나 맑아진다. 멀리 반야봉에는 눈꽃이 피어 있다. 반야봉에 하얀 꽃이 녹으면 그 물을 받아 마신 하동 십리벚나무에 꽃이 피겠지. 물고기들이 오를 수 없는 보와 어로가 사라지면, 허왕후가 그랬듯 황어를 앞세우고 물고기들이 돌아오길 기원해본다.    

Start Time 9:46 am / End Time 11:25 am
Duration 1:27:56 h : m : s / Distance 13.01 km
Avg. Pace 6:45 per km / Avg. Speed 8.88 km/h
Climbed 515m / Burned 608 cal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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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 칠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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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