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동안 타고 다녔던 디젤 자가용과 이혼을 앞두고 있다. 5만여Km 아무런 사고 없이 세상을 보여준 그녀를 떠나보내려니 금단현상처럼 허전하고 갑갑하다. 자가용을 처분하기로 결심한 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환경에 대한 대단한 배려도 아니다. ‘그냥’이라고 해야 옳을 듯싶다. 불연 듯 바뀌어버린 계곡의 바람이라고나 할까, 하긴 법정스님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긴 했다.

 

30대 초반에 생애 첫 차를 샀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직하면서 강아지가 해변을 만났을 때 발광하는 것처럼 두 발이 아닌 네 발로 광야를 달리고 싶었다. 경차를 살 수 있었지만, 인생 뭐 있냐는 식으로 큰 차를 샀다. 사회적 체면에다 갖다 붙일 이유는 무궁무진했다. 

 

자가용으로 좋은 점도 많았지만 후회스럽다. 엎어지면 코 닿는 집과 회사의 거리, 주차로 인한 스트레스, 3년 동안의 갚았던 할부금과 높은 유지비, 길거리에 쏟아낸 이산화탄소……. 지난 일주일동안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을 했다. 이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결정적인 이유는 결국 ‘돈’이었다.

 

자가용과 이혼하면 자동차보험, 각종 세금, 주유비 등등 최소한 한 달에 40만원 이상 위자료가 입금되지. 매월 빠져나가던 돈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도리어 들어온다는 생각을 해봐. 무엇보다 합의금으로 명목으로 당장 목돈도 생기잖아. 

 

오늘, 자가용과 당분간 이별하기로 결심한다. 내일이면 안녕이다. 그러면서 작은 꿈을 가져본다.  차를 처분한 돈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 관련 주식에 투자할 생각이다. 매월 적립되는 위자료를 모아서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볼 생각이다. 몇 년 뒤엔 멋진 전기차를 살 생각이다. 
 

두려울 것도 불편할 것도 없다. 단지 조금 불편할 뿐이다. 나에겐 튼튼한 두 발이 있고 멋진 자전거가 한 대가 있다. 그리고 접이식 자전거와 재혼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여행을 다닐 생각이다.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