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가 되어버린 미니벨로

△ 당나귀가 되어 버린 제트스트림 (Dahon Jetstream P8). 물병이 달려 있는 자리에 등산화가 주렁주렁 매달렸을 때는 과관이었다. 당나귀를 타고 이동하는 독일군 같다고나 할까. 뒤쪽 구성품 : 토픽(Topeak) Mtx Beamrack a-type / Mtx Dual Side Frame / Mtx Trunk Bag

미니벨로에 짐을 실었다. 2박3일 동안 자전거캠핑을 계획했기 때문에 짐이 많다. 그동안 MTB로 장거리 여행은 해봤지만 미니벨로는 처음이다. 최대 9kg을 적재할 수 있는 빔렉이 잘 버텨줄 지 걱정이다. 트렁크 가방 1kg, 텐트 1.7kg, 침낭 1.3kg, 취사도구 2kg, 물통 1.2kg, 옷 및 우의(타프) 2kg 등 이미 9kg을 초과한 상태다. 불쌍한 당나귀를 위해 배낭에 짐을 나눴다. 

멀쩡한 MTB를 두고 접이식 자전거를 '다혼 제트스트림 P8'을 고른 것은 대중교통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언덕이 많은 거제도의 경우 민폐를 끼치지 않고 시내버스를 이용해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짐이 다시 내리고 조립하는 것 자체가 귀찮았다. 어차피 고생을 자초한 길, 거제도에서 1/5 정도는 당나귀를 끌고 가야 했다. 

이번 여행에서 풍력발전을 이용해서 아이폰 배터리에 전원을 공급하여 런키퍼(RunKeeper)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이동경로를 기록하려고 했다. 꿈이 너무 이상적이었던가. 런키퍼 때문에 아이폰 배터리는 평소보다 2~3배 닳았다. "젠장! 나를 위한 여행인지 아이폰을 위한 여행인지..."  

하이미니 풍력발전기는 어느정도 전원을 공급했지만, 아이폰의 전기 식사량을 감당하기에는 무리였다. 그나마 마을 구멍 가게나 식당, 해수욕장 화장실에서 아이폰을 충전하지 않았다면 주행기록은 공중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 여행지에서 아이폰 충전 팁
아이폰을 충전하려고 물이나 아이스크림을 사면서 충전하면 된다. 그러나 관광지의 경우 인심이 좋지 않기 때문에 1,000원을 내야 한다.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해수욕장 화장실을 이용하기를 권한다. 물론 누가 훔쳐갈 수도 있으니 화장실 앞에서 냄새를 맡으면서 기다려야 한다.  


자전거 도시 김해에서 봄처녀를 만나다

부산 해운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김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자전거는 버스 짐칸에 모셔졌다. 상춘객들로 도로는 차들로 붐볐지만 버스에 탄 사람은 기사님 포함 2명이었다. 꽉 막힌 도로와 좁은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니 안쓰러워진다. 

전에도 몇 번 블로그에 올렸지만, 부산은 일부 구간을 빼고는 자전거를 타기에는 최악의 도시이다. 옛날 어른들 말씀대로 동네에서 놀고 멀리 가지 말라고 충고하는 고지식한 어른들 같다. 부산을 벗어나려면 목숨을 걸고 터널을 통과해야 하고, 차도도 좁아서 자전거에게 쉽게 길을 내어주지 않는다. 자전거 도로는 주차장이거나 상인들이 내어놓은 물건으로 가로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해는 다르다. 넓은 공원과 많은 문화 유적지가 자전거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김해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자전거를 내려서 구봉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요산 김정한 선생의 문학비가 서 있는 작은 분수대에서 따스한 봄햇살을 만끽한다.

봄처녀와 아이들이 만든 진달래 화전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봄바람에 분수도 미친듯이 물을 뿜어낸다. 소나무와 벚꽃향기가 밀려온다. 아름다운 봄이다. 햇살이 등과 팔을 타고 흘러내린다. 거제의 푸른 바다가 눈에 아른거린다. 그리고 기다리던 봄처녀가 화전을 안고 왔다. 예쁜 진달래 한 송이가 먹기에 너무나 아까울 정도로 곱다. 물론 봄처녀의 미소가 화사하고 더 고왔다.  

자전거 여행에서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출발이 좋다. 김해 시내를 둘러보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진해로 간다. 거제도로 가기 위해서는 안골(진해시 용원동)에서 카페리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김해시 해반천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가다가 돌다리를 건넌다. 화목1교에서 자전거 도로는 끝이 난다. 거기서부터는 경남은혜학교, 화목배수장 방향으로 가서 69번 국도로 진입해야 한다. 평지를 달리던 자전거가 조금만 울퉁불퉁 해도 엉덩이로 충격이 전해진다. 도로는 그렇다치고 진해로 가는 도중에 개발로 파괴되는 산을 지켜보는 일이 더 고통스럽다.

공존의 현장 - 김해 해반천

학살의 현장 - 부산 강서지역



그 울창하던 숲은 어디로 갔을까?

녹산과학산업단지, 숲이 사라지고 공장이 들어서는 이곳에서 자전거를 멈춘다. 매연을 내뿜으며 숲을 옮겨가는 자동차와 거대한 기계들을 본다. 자전거에 기대어 환경파괴의 주동자이라며 손가락질 한다. 자동차는 말한다. "너는 친환경적이냐?"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연자원을 소모했는지 아냐고 묻는다. 

자전거 역시 자연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산업화의 기계들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과거에는 먹고 살기 위해서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사용했다면, 내가 타고 있는 이 자전거는 여가활동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생태론자들이 봤을 때 생존이 아닌 즐기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가장 비윤리적인 행위이다.   

그렇다면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나름은 잘 살아 보려고 환경을 파괴하는 이 방식에 대해서 왜 분노하고 있는가? 문제는 '과학산업단지'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현장은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적 성찰이 없어 보인다. 숲을 통째로 밀어내고 사람과 자전거가 지나다닐만한 공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기계나 산업화가 아니라 그 기계를 조정하는 인간에게 있다. 그나마 자전거는 인간의 삶과 환경의 관계를 살피고 반정하는 윤리적 성찰의 매개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탄소를 배출하는 자동차에 의해 점령된 도로를 빼앗아야 하고 좀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길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자전거에 의해 희생된 자연에 대한 도덕적 반성과 환경적 대안은 페달을 밟으면서 가능하다. 


△ 소나무 숲이 울창했던 산들은 바다를 메우기 위해 통째로 끌려갔고 그 자리엔 과학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봄처녀가 말했다. "산이 바다로 끌려가는 현장을 보게 될 겁니다."

 
△ 김해에서 진해 자전거길 요약
김해시외버스터미널-김해교육청(구봉초등학교)-경원교아래 해반천 자전거도로 - 돌다리(반대편으로 넘어감)- 화목1교(좌회전) - 경남은혜학교 - 화목배수장(무용교)- 69번국도 진입 - 세산삼거리(녹산농협) - 58번국도 - 송정사거리 (진해방향 좌회전) - 2번국도 진입 - 용원택지 교차로에서 좌회전 - 진해용원 안골카페리여객선터미널  

△ 주의할 코스
58번도로는 자전거 도로가 없으므로 갓길로 다녀야 하는데, 갓길도 매우 좁고 공사차량이 많이 다닌다. 또한 곳곳에 산이 잘려나가는 학살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먼지와 매연은 보너스로 받을 수 있다.

 △ 주행기록


큰 지도에서 gimhae~jinhae 보기

Start Time 2:22 pm

End Time 4:20 pm

Duration 1:41:48

Distance 26km

Avg. Pace 4:02per km

Avg. Speed 14.90 km/h

Climbed 187m

Burned 696 calories


  △ 거제도 도선 요금 및 시간 : 진해 (안골) → 거제(농소)
 - 시간 :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30분간격으로 있음 (이동시간 1시간)
 - 요금 : 성인1명(4,500원), 자전거(2,000원) 
 - 도선안내 : 풍양카페리 (1688-4808) www.pysnt.com 
                   성우카페리 (055-552-1080) www.swferry.com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