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거제도 자전거 캠핑을 주저리 주저리 정리해 보았다. 자전거로 여행하면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이번 여행에서 좋은 것을 많이 보았지만 한편으로 좋지 못한 것들도 보게 되었다.

△  0일차 : 거제도로 가기 위해  (부산에서 김해, 김해에서 진해)
△  1일차 : 거제 능소에서 외포까지
△  2일차 : 옥포에서 저구 명사해수욕장
△  3일차 : 저구에서 고현

△ 거제도 자전거캠핑 총 거리 : 약 132km
△ 기간 : 4월3일 18시~5일 16시 (2박3일)
△ 자전거 : 다혼 제트스트림P8 (여기서는 당나귀로 통함)
△ GPS : 아이폰 런키퍼 어플
△ 총이동경로 : 런키퍼 프로그램을 지피에서온 에서 수정하였음



 옥포, 노동자들이 만든 명품 자전거 도로

거제도에서 첫날은 외포에서 보냈다. 날이 밝자 태양은 외포 티티카카는 해변에 널려 있는 쓰레기와 이국적인 펜션들을 비춰주었다. 바다는 새로울 것이 없다며 쓰레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7시에 티티카카를 떠났다. 

옥포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외포에서 옥포까지는 6km. 몸이 굳어 있어 덕포에서 옥포로 가는 언덕을 오르는 데 힘이 든다.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자전거를 끌었다. 옥포대첩기념관으로 가는 갈림길(좌측 : 팔랑포, 직진 : 옥포)에서 빨간 자전거 도로가 시작된다. 

옥포만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자전거 길이 시내까지 이어져 있다. 휴일 아침인데도 조선소에는 노동자들이 안전모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일을 하러 가고 있다. 옥포 시내 중심가를 통과하면 옥포삼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은 14번국도와 만난다. 장승포 방향으로 들어서면 벚꽃나무 아래 자전거 전용도로가 무려 10km나 이어져 있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노동자

자전거로 가득찬 공장입구

아름다운 벚꽃이 펼쳐진 도로



구릿빛 꿀벅지 노동자들이 자전거를 출퇴근을 쉽게 하기 위해서 만든 도로이면서 거제도 자전거 여행객에게 최고의 길이다. 과연 이 길을 이용해서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노동자는 몇 명이나 될까? 대우조선노동조합 게시판에 물어봤더니 대략 4천여명이라고 한다.

노동자 1명이 한 달(20일)동안 승용차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탄다면 소나무 300여 그루에서 이산화탄소를 정화하는 힘과 맞먹는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대략 4천 여명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니까, 한 달에 소나무 1천2백만 그루가 이산화탄소를 정화하는 것과 같다. 

조선소와 노동자들의 숙소까지 이어진 자전거 도로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노동생산성과 출퇴근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좋을 테고, 노동자들은 자신들은 출퇴근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지역 시민들도 자전거를 이용하면서 지역의 대기오염이 줄어든다.

하지만 자전거의 사회, 문화적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깨끗하고 잘 조성된 자전거도로는 기업의 이윤과 자본주의의 계급 논리가 숨어 있다. 사용자는 노동자들이 자전거를 타면 출퇴근버스, 주차 등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반면 사용자가 고급 자동차를 몰면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노동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 

자본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열심히 벌어서 사용자의 자동차와 비슷한 차를 산다고 해서 행복해질까?  거기에 투자하는 배용으로 노동자의 튼튼한 몸, 즉 6기통 엔진을 달고서 자본가들이 감히 가보지 못하는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불행히도 조선업에 몸담고 있는 노동자들은 노동강도가 세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하다. 옥포가 타 지역에 비해서 이혼율이 높고 유흥주점도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노동자들이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여행하는 모습을 기원해 본다.


바람의 언덕에는 바람이 없다.  

옥포에서 장승포까지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서 쉽게 갈 수 있다. 장승포여객터미널에는 모 방송국의 촬영 이후로 지심도로 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장승포 고개를 넘으면 지세포이다. 자전거 도로는 끝이 나고 갓길로 달려야 해서 불안하지만, 내리막길이라 자동차와 비슷한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신나게 내려오다 보면 다시 오르막이다. 지세포에서 와현, 그리고 구조라까지 10km 구간은 오르고 내리는 일이 많아서 힘들지만 거제도의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섬들이 눈과 몸을 시원하게 한다. 지세포 고개를 넘으면 와현해수욕장이 나오는데 아담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와현에서 커피와 가락지빵으로 배를 채우고 구조라로 향한다. 구조라 유람선터미널 앞에는 석화와 해물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석화 1인분과 맥주 한 병을 시켰더니 1만3천원이다. 자전거에 요상한 짐을 매달고 다니는 걸 보니 불쌍했는 지 만원만 달라고 한다.   


따사로운 햇살에 석화는 우윳빛 가슴을 연다. 시원한 맥주와 먹으면 석화는 몸안으로 녹아든다. 고개를 넘어면서 힘들었던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구조라를 지나면 망치마을이 나오는데 이곳에서도 작은 몽돌해수욕장이 펼쳐져 있다. 망치해수욕장에서 학동으로 넘어가는 약 4km 구간은 상당한 오르막이다. 햇살이 따가워서 당나귀도 힘들어해서 동백나무 아래에 쉬어가기를 여러번, 마침내 1시20분에 학동에 도착했다.  

학동의 몽돌이 가장 많은 해변이다. 몽돌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깔고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등산객과 나들이객이 몽돌해변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갑자기 많아진 사람들에 당나귀도 나도 당황해서 해변 끝에 있는 한적한 소나무 숲으로 들어 갔다.  


△ 학동 몽돌해수욕장과 소나무 숲. 몽돌해변 끝부분에 소나무 산책로와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샤워장에는 전원콘센트가 있는데 이곳에서 도둑전기를 쓸 수 있다. 

학동해수욕장에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샤워장이다. 휴대폰이 뇌사상태에 빠질 정도이기 때문이다. 샤워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전기콘센트에 아이폰을 충전하면서 캔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30분 정도 자리를 깔고 낮잠을 즐겼다. 

학동해수욕장에서 가까운 곳에 '내촐오토캠핑장'이 있다. 캠핑을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서 다시 길을 나섰다. 동백숲을 왼쪽에 두고 긴 오르막을 오르면 해금강이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은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거제 해금강은 금강산에 있는 해금강과 비슷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해서 불려졌다. 어린 시절 나이드신 분들이 금강산 대신 이곳을 다녀와서 자랑하듯이 기념품을 집에 걸어 두곤 했다. 거제도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이곳은 절벽과 동굴로 유명하다.

해금강으로 가는 길은 길이 좁고 자동차가 많이 다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10년 전에 왔을 때는 그 명성과는 달리 한산했는데 지금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해금강은 아름다운 절벽과 바위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이국적인 풍차에 더 열광하는 것 같다. 

일요일 오후 3시, 해금강 입구부터 주차장으로 변해 있다. 자전거를 세워둘 만한 곳을 찾지 못해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는 곳에 자전거를 끌고 갔다. 어렵게 갔더니 바람도 별로 없고 이국적인 풍차에 열광하는 사람들만 가득하다. 


△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도장포. 언제부터인가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고 있다. 풍차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학동몽돌해수욕장이다. 

우리나라 관광지에 세워진 조형물은 대부분 국적이 없다. 좋은 건 다 베껴쓴다. 대부분 이런 조형물은은 메뚜기처럼 한 철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흉물스럽게 남는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네들란드에 갔다왔다는 대리만족이라도 느끼라는 모양이다. 

차라리 커다란 동백나무를 조형물로 만들고 동백을 좋아하는 새들을 볼 수 있는 자연생태공원으로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모텔에 밀려서 손님이 뜸한 민박집에는 동백과 새 그림을 벽화로 장식하고 동백을 심어서 직바구리, 동백새의 지저귐을 들을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외포에서 해금강까지 주행기록 (*배터리 방전으로 gps 누락된 구간 있음)

Start Time

6:59 am

End Time

2:33 pm

Duration

5:34:58

Distance

50km

GPS 경로보기 : http://rnkpr.com/a4hqoz (*RunKeeper를 사용할 때는 Wifi 꺼두는 것이 좋다.)  


진짜 바람의 언덕, 여차 전망대

해금강을 벗어나서 고개를 넘어면 갯벌이 있는 해안이 펼쳐진다. 이곳부터는 서쪽 해변으로는 수심이  얕아서 갯벌이 많다. 명사초등학교를 지나면 14번(오른쪽)과 1018(왼쪽) 갈림길이 나온다. 바람의 언덕에 가기 위해서는 1018도로로 가야한다.

1018 도로를 따라서 다로마을을 지나 여차고개를 넘는다. 여차 고개는 말 그대로 여차하면 자전거가 뒤로 갈 정도로 가파르다. 약 2km 자전거를 끌고 고갯마루에 오르면 아름다운 여차항이 펼쳐진다. 여차에는 작은 몽돌해변이 있고 낚시꾼들이 많다. 


△ 여차 고갯마루. 여차항 왼쪽에 보이는 섬이 대병대도, 오른쪽은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여차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 바람의 언덕에서 노을을 보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선다. 아스팔트가 끝나고 비포장 산길이 나온다. 전망대까지 약 2.3km 구간이 비포장이다. MTB 였다면 재미난 길이지만 아무래도 미니벨로 당나귀로는 무리다. 

자전거를 끌고서 30분정도 가면 탁트인 전망대가 펼쳐지는데 이곳이 진짜 '바람의 언덕'이라고 생각한다. 거제도의 절세미인 대병대도와 매물도, 가왕도, 어유도 등 아름다운 섬미녀들이 눈 앞에 있다. 왼쪽 산마루에 해가 지면 바람은 바위에 붙은 낚시꾼과 안개를 몰아내고 금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한다.
 

△ 여차 전망대로 불리는 진짜 바람의 언덕. 섬미녀들이 바람에 따라 붉은 옷을 입고 춤을 춘다. 


해를 쫓아 명사로 

일몰을 보기 위해 올랐지만 해는 오른쪽 산마루로 지고 있었다. 여기서 4.5km 떨어진 명사해수욕장(저구면)에서 일몰을 볼 수 있다. 6시에 바람의 언덕을 떠났다. 500미터 정도 비포장길을 내려가면 홍포를 못가서 아스팔트 길이 시작된다. 홍포와 대포를 명사해수욕장이 있는 저구까지는 완만한 경사와 신나는 내리막길이 있어서 30분이면 충분하다. 

6시33분, 명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죽도 방향으로 해가 막 지려고 하고 있다. 옛 명사초등학교 자리에 수백년 된 소나무 숲에서 노을을 본다.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해변은 조용하다. 해가 소나무들과 신나게 뛰어놀다가 떠난 공터는 진공관처럼 느껴진다. 

 
△ 저구면 명사해수욕장 소나무 숲. 해가 죽도로 놀러 가고 있다.    

소나무 아래 텐트를 치려고 했으나 야영이 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보고서 포기하기로 했다. 수돗가에 물이 나오지 않아서 500미터 거리에 있는 저구면으로 갔다. 저녁을 먹기 위해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고는 주위를 물색했다.

날은 이미 저물었고 포구에 있을법한 노점도 없다. 길거리에서 파는 값싸고 싱싱한 회를 먹기에는 걸렀다. 저구면 중간즈음에 있는 어촌계식당에 들어갔다. 주인은 어디서 왔냐고 묻고는, 10년 전에 강원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곳까지 온 한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청년은 제대 기념으로 자전거를 사서 거제까지 도착했다고 한다. 청년의 꼴이 말이 아니라서 주인은 밥을 주고 자신의 집에서 재워줬다고 한다. 그 청년은 다시 광주로 떠났다고 한다. 아마도 그 청년은 내 나이 또래일 것이다.


△ 명사 어촌계식당 회정식(2만원, 소주1병 포함). 부산에서는 5만원을 줘도 못 먹을 자연산 회가 나왔다.   

배가 부르니까 게을러 진다. 따뜻한 욕조에서 몸을 담그고 싶어진다. 오늘이 거제에서 마지막 밤이라서 그런지 호사로운 밤을 보내고 싶다. 하지만 저구에는 모텔이 없다. 민박집도 있지만 기름값 때문에 방을 구하기가 싶지 않다고 한다.

텐트를 칠 수 있는 곳이 있냐고 주인에게 묻자, 자신의 어머니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한다. 소주 반병을 마셨을 때 할머니 한 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추워서 되겠냐며 전기장판 정도는 깔아 줄 수 있다고 한다. 공짜로 자는 것이 미안해서 용돈에 쓰시라며 2만원을 드렸다.

할머니집은 식당에서 가꾸운 곳에 있었다. 넓은 마당이 있고 낡은 슬라브집 건물이다. 별채에 있는 방은 얼마전에 다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살다가 나가서 청소가 안됐다며 안채에 딸린 방을 내어 주신다. 방에 들어갔더니 초등학교 5학년 꼬마 아이가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른 곳에 일하러 갔고 지금은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 초등학교 5학년 꼬마의 일기장. 꾸밈없이 솔직한 글이 마음에 든다. 


해금강에서 명사해수욕장 주행기록 

Start Time

3:52 am

End Time

19:16 pm

Duration

3:23:39

Distance

약17km


이동경로 : http://rnkpr.com/a4nhb9


동백부부와 청마를 만나다

다음날 아침 자전거가 젖어 있다. 밤사이 비가 내린 모양이다. 저구에서 고현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종주를 하자고 생각을 고쳐 먹는다. 어젯밤에 꼬마에게 거제도를 종주하고 다음에는 알프스산맥을 넘을 거라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청마 유치환 생가는 가 보고 싶다.   


△ 할머니는 새벽에 일하러 가시고 엎어지면 코 닿을 데라고, 8시까지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인에 맞서 열심히 싸우는 꼬마녀석이 꿈을 꾸고 있는 집.   

아침 여섯시, 할머니는 일하러 나가셨고 잠꾸러기 꼬마를 깨우지 않고 저구를 빠져나왔다. 명사해수욕장을 한 번 더 둘러 보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6시35분 저구를 떠났다. 저구마을 위 1018도로에 들어섰다. 저구마을 고개를 넘어가면 탑포리이다. 거제에서 가장 높은 가라산(해발 585m) 허리를 지나가기 때문에 저구에서 고갯마루까지 길이만 5km에다 경사도 심하다.

저구에서 2km 지점에 앙김이길이라고 탐포리를 둘러서가는 도로가 나오는데 일부 구간이 비포장이다.
 한 시간 동안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다가 물이 나오는 곳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8시에 고갯마루에 올랐더니 탑포리에서 안개가 흐믈흐물 가라산으로 기어 오르다 지쳐 있었다. 

탑포리와 율포분교까지는 시원한 내리막이다. 탑포리에서 가라산을 올라 학동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다. 가라산에는 봉수대가 있는데 한산도의 봉수대를 거쳐 서울 남산 봉수대까지 연결되어 있다. 가라산(伽羅山)은 숲이 울창하고 단풍나무가 많아서 비단같이 아름답다는 뜻이다. 의 이다.



△ 가라산 허리에서 내려다 본 탑포리. 등산로 1 : 탑포마을 위 → 헬기장 →정상 (40분, 1.4km) / 등산로 2 : 저구마을 위 →망등 →헬기장 →정상(1시간30분 / 2.6km)   

탑포 삼거리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버스를 기다리는 할아버지에게 어디로 가면 좋은지 물었더니, 왼쪽으로 나 있는 1018 해안도로를 따라 가라고 한다. 해안도로는 경사도 낮고 평지가 많아서 미니벨로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율포분교에 아이들이 버스에서 내린다. 8시30분 아이들이 등교를 한다. 율포분교를 지나면 오송로인데 소나무가 펼쳐진 아침길이 향기롭다. kt 거제수련관을 지나서 가베마을, 오송마을, 동부면사무소까지 약 12km 구간은 소나무길이 좋다. 오송리 언덕에는 '평사리'라는 식당이 있는데 정식이 맛있다고 하는데 아침이라서 주인이 없어 잠시 쉬어갔다. 


△ 학교가는 아이들. 아직 아홉시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밝은 모습의 아이들이 당나귀와 나에게 배꼽인사를 한다.  


△ 한 꼬마 예술가가 그려놓은 담장에서 당나귀를 세워두고 한 컷.  

율포분교, KT거제수련원, 해강도예미술학교, 가베, 평사리 식당, 오송리 동호, 영북, 동부면, 거제면까지 16km 구간을 2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 
동부면에서 점심으로 돼지국밥을 먹었다. 가마솥으로 끓였다고 하는데 돼지고기도 얇고 국물이 연해서 맛이 별로다. 하지만 지금 단백질과 지방을 보충해둬야 한다. 

동부면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거제면 방향으로 핸들을 돌렸다. 거제면 네거리(솔향전문요양원)에서 왼쪽 해안길(1018)을 따라서 간다. 청마를 보기 전에 동백을 보기 위해서이다. 네거리에서 500미터 떨어진 곳에 외간마을이 있는데, 마을에서 400미터 들어가면 오래된 동백나무가 있다.

서로 마주보고 있어서 ‘부부나무’(경상남도 기념물 제111호)라고 불린다. 효령대군의 9대손 이두징이 조선시대에 입향 기념으로 심었다고 전해지는데 300살 넘게 잡수셨다. 3월말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데, 4월초인 데도 꽃이 떨어지지 않고 피어 있다. 


△ 동백나무에 터를 잡고 사는 직바구리 새끼가 벌레를 잡아먹으려고 둥지에서 나왔다. 

돼지국밥의 힘으로 소랑리, 법동리, 어구리까지 1시간 동안 쉼없이 달여왔더니 어구리이다. 어구리에서 배를 타고 한산도를 건너가서 다시 통영으로 도선하여 부산으로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어구리를 달리는 동안 왼쪽에 보이는 한산도가 자꾸만 손짓을 한다. 

한산도의 유혹을 뿌리치고 어구리에서 둔덕면 하둔네거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하둔네거리에서 오른쪽 농로를 따라 간다. 이곳은 청마 유치환(1908~1967)의 고향이다. 청마의 시에서처럼 그의 고향에는 파란 보리가 피어 있다. 

유치환은 이영도 시인과 20여년동안 편지를 주고 받은 로멘티스트이자 1930년대 서정주, 오장환과 더불어 생명파 시인의 주축이었다. 하지만 만선일보에 기고한 '대동아 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라는 산문이 문제가 되어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릴 뻔 했다.

굳게 닫힌 기념관과 생가, 그의 시를 옮겨놓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지만 주말 오후 인적은 없다. 고등학교 때 나이든 문학선생님이 <깃발>을 청년처럼 낭송하던 때가 떠오른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행복>이 더 좋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청마 유치환과 당나귀. 청마와 당나귀가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 청마기념관에서 근처에 있는 자전거 도로. 시골 마을에 자전거 도로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개울에는 잘 만든 어로가 있고 오리들이 쉬고 있다. 당나귀가 미친듯이 달려가자 오리들이 도망간다.

청마기념관에서 한 시간 정도 방황하다가 거제도에서의 마지막 길로 접어 들었다. 거림, 마장, 시목, 함덕을 지나 유지마을 유지삼거리에 도착했다. 거제 옥동으로 가거나 고현(사등)으로 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고현에서 부산으로 가는 배를 타야 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등으로 갔다. 


거제도의 길과 바다에서 멀리를 하다


사등에서 고현까지 이어진 14번 국도 7km 구간은 거제도여행의 좋았던 추억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다시 한번 거제도를 일주한다면 둔덕면으로 내려가서 1018도로를 따라서 거제대교를 건너서 통영시로 가서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갈 것이다.


△ 고현에서 배를 타고 떠날 생각이 아니라면 이 길로 오지 않는 것이 좋다. 사등으로 넘어가는 고개도 험하고 고현으로 가는 14번 도로는 아주 위험하다. 사등에서 고현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  

어쨌든 사등리 고개로 넘었다. 사등리 고개는 거제도에서 가장 힘든 길이었다. 2km를 오르는데 1시간이 걸렸다. 물론 고갯마루에서 14번 국도와 만나는 성내마을 교차로까지는 금방이다. 문제는 14번 국도, 아니 고속도로라고 해야겠다. 

고현으로 가는 14번국도는 자전거 여행객이 로드킬 당하기 좋은 곳이다. 갓길도 없고 도로에는 온통 뾰족한 돌맹이와 쇳조각이 널려 있다. 고속도로도 아닌데 조선자재를 싫은 트럭들이 귀 옆으로 엄청난 속도로 지나다닌다. 고현으로 가는 방법은 이 길밖에는 없어서 울며 겨자먹지로 당나귀를 재촉했다. 매연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인 지 머리가 어지럽다.  


△ 사등에서 고현으로 가는 14번 국도. 사진의 보이는 갓길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부분 갓길이 없거나 도로를 청소하지 않아서 온갖 쓰레기와 돌맹이들이 널부러져 있다. 

고현 여객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3시50분. 4시10분에 부산으로 가는 고속여객선이 있다. 자전거 한 대 달랑 싣고 부산으로 가는데 26,500원(사람
21,500원 / 자전거 5,000원)을 내라고 한다. 승무원들도 불친절하고 자전거를 보관할 마땅한 장소도 없다.

여객선은 엄청난 물보라와 매연을 내뿜으면서 부산으로 내달렸다. 멀미가 시작되는 건 배 때문이 아니다. 개발과 오염으로 신음하는 섬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거가대교는 뭇 생명의 서식지인 무인도에 구멍을 내거나 깍아서 만들어지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너무 많은 것을 보아서 그런 것일까? 자전거 여행의 단점으로 인간에 의해 더렵혀진 많은 것들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보존없이 개발이 계속해서 진행된다면 거제는 '아름답다'라는 서술어는 '죽었다'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주어인 거제도와 인간이 자초한 것이다.

△ 주행기록 (* 고현에 도착했을 때 아이폰 배터리가 다하여 gps 미쳐버렸음)

Start Time

6:35 am

End Time

19:40 pm

Duration

약10시간

Distance

약59km


△ 이동경로  
http://rnkpr.com/a4iugg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