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로 자전거여행을 떠나기 위해 1210분 해운대역에서 태화강(울산)역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원래 열차에는 접이식 자전거 이외에는 실어주지 않는데, 이번에도 무작정 실었다. 경험상, 한 대 정도 태운다고 해서 제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궁화호의 화려한 변신을 옛날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새삼 놀라웠다.

무궁화의 화려한 변신, 이번에는 8명이 앉을 수 있는 객실이 있다. VIP 부럽지 않을 정도로 아늑하다. 하지만 언제쯤 자전거 전용객차에 자전거를 싣고 편안하게 갈 수 있을까?

요금을 좀더 올려 받더라도 유럽처럼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승객이 오르고 내리는 출입문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뒀는데 하차 방향이 달라서 이사를 다녀야 한다.

 

태화강역에 도착한 시간은 135. 경주까지 먼 길을 가야하기 때문에 주위를 둘러볼 겨를없이 런키퍼에 입력한 경로를 따라 페달을 밟았다. 런키퍼는 컴퓨터에서 경로(Routes)를 미리 지정해두고 아이폰과 연동시켜 사용할 수 있는데, 초행길의 경우 길을 찾지 못해 고생하는 수고를 덜어 준다.  

 

비포장 갈대숲이 있는 태화강 자전거 길. 강은 물고기도 좋아하는 어로가 있다.

태화강역 근처에 있는 명촌대교 아래서 태화강 자전거 길은 시작되는데 이 길은구영교까지 대략 11km 이어진다. 한창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올해 연말쯤이면 선바위까지 15km 구간이 완성될 것 같다. 태화강 자전거 길은 안 쉬고 달린다면 30분만에 갈 수 있다. 하지만 잘 조성된 공원과 멋진 풍경에 사진을 찍는 등 딴 짓을 한다면 40분 정도는 잡아야 할 것 같다.


망성교에서 4km 가다보면 교차로가 나오는데 범서온천으로 가는 언덕길로 간다. 2차선 도로에 가파른 언덕이지만 울산에서 경주로 이어지는 최단거리 무료도로다 보니 트럭과 승용차가 많다. 돌과 유리조각이 널려 있기 때문에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길이 좋을 것 같다. 지도상에는 도로가 없지만, 만화리까지 이어지는 이어지는 길이 있을 것 같다.

자전거로 간다면 범서온천 언덕길 보다는 교차로에서 오른쪽 길로 가면 좋을 것 같다.


 

범서온천에서 1km 내리막을 달리면 만화리(우회전)로 가는 길이 나온다. 봄기운이 만연한 시골길에 차들도 별로 없고 한적한 자전거 코스가 나온다. 만화리 비조회관에서는 지석묘(울주군 두둥면 만화리 422-1)가 있다. 무턱대고 보면 그냥 바위지만 고인돌이라고 하니 지나는 길에 들렀다.

만화리로 가는 시원하고 조용한 길


 

마을회관 옆에 방치됐다시피 한 청동기 시대 고인돌

 

마을회관 옆 마루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신라의 충신 박제상 유적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신라의 충신이지만 개인적으로 신라를 별로 좋아라 하지 않아서 유적지 교차로에서 오른쪽 언덕길로 들어섰다. 1.5km 언덕을 오르면 봉계리까지 30~50km/h 속도로 이십 리를 내달릴 수 있다.

 

봉계면은 경주로 가는 35번 국도와 만난다. 봉계다리를 건너면 여기서부터 행정구역상 경주다. 봉계다리에서 2km 가면 노곡교가 나오는데 왼쪽으로 형산강을 따라 나 있는 농로로 방향틀었다. 새하얀 길은 아쉽게도 1km 못 가서 월산교에서 끝난다. 내친 김에 월산교를 건너자 마자 다시 왼쪽으로 농로로 핸들을 꺾었다. 자갈과 풀이 만든 비포장길이 2km 이어진다. 비포장 길이 끝나면 35번 국도와 만난다

형산강 농로. 짧지만 자전거 타기에 좋다.

 

이조네거리에서 삼릉까지는 6km. 삼릉에서 경주 남산 팸투어를 거꾸로 시작할 수 있다. 태화강에서 삼릉까지 부지런히 온다면 3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삼릉 근처에는 발로 밟아서 만든 칼국수로 유명한 삼릉 고향칼국수가 있다. 콩으로 만든 칼국수 육수가 걸죽하고 면이 쫄깃하다.

 

발로 밟아 만든 게 비법이라고 하는데, 칼국수 대신 발국수라 했음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경주는 한 때 수학여행지로 명성을 날리던 곳이다. 당시 기억으로는 불국사며 석굴암 등 신라의 화려한 문화를 수박 겉 핥기로 의무적으로 답사했다. 그래서 그런지 신라의 화려하고 완벽한 문화재보다는 옛 영화가 사라진 터가 더 끌린다. 허망한 곳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면, 민중을 희생시키지 않다고 멋진 궁전을 지을 수 있다.

 

삼릉 소나무 숲에서 빠져나왔을 때 시간은 오후 다섯 시. 빛바랜 신라 왕들이 누런 빛으로 유혹하지만, 돈 내고 가야할 만큼 동기가 없기 때문에 나정(蘿井)에 자전거를 세웠다. 박혁거세의 탄생설화가 있는 이곳은 잘 휘어진 소나무가 넓은 터를 지키고 있다. 황금빛 불상과 건물은 없지만 황룡사지 터 다음으로 상상력이 넘쳐나는 곳이다.   

높고 화려한 건축은 없지만 빈 터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나무가 있는 나정

 

솔직히 말해서 신라의 왕의 무덤을 보면 저걸 만든 백성들이 개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말고는 감흥이 별로다. 신라의 문화는 개인적으로 정이 없다. 마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처럼 늘어놓은 신라의 문화는 역겹다. 하지만 황금색 노을이 머무는 황룡사지터는 끌린다. 옛 것을 복원한다는 명분으로 쌓아올린 시멘트 더미가 없고 없으진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황룡사지 터 앞에 깨진 탑 두개와 당간지주 넓은 벌에 놓여져 있다.

경주역 앞 경동시장에 있는 식당. 찬란한 민족문화 관광지 경주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음식이 맛있다. 상상력이 없는 주입식 전통보다 재래시장 반찬이 좋다. 

부산으로 오는 마지막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취기에 커피를 끓여 마셨다. 차내에서 불을 피운 건 사과드린다. 하지만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이 한 두명도 안 되는데, 승무원은 계속해서 자전거를 실으시면 안된다고 뭐라고 한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편의를 봐줄 때까지 나는 기차를 이용할 것이다.

경로자세히 보기 : http://runkeeper.com/user/dolbae/activity/27577912
 

l  총거리 58km

l  시간 3시간55

l  평균페이스 4min/km

l  평균속도 14.88km/h

l  고도차 : 132m

l  주요경로

태화강변 자전거 도로 - 선바위 (오르막) - 중리(울주군 범서읍) - 오동나무단지 - 도솔천 온천 - 우회전 (휴게소 100미터 전)- 만화리 지석묘박제상유적지, 치산서원두터골 웃못무능곡 소류지미친골뒷골(울주군 두둥면 월평리) – 월평장로교회하월평봉월초등학교봉계터미널봉계교이조교(형산강 농로) – 백운교 - 내남면 이조리삼릉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