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벚꽃장에 어슬렁어슬렁
 

43, 진해 벚꽃이 왔다는 소식에 해운대에서 지하철, 사상에서 버스를 타고 진해구  용원으로 봄놀이 간다. 직행버스로 진해까지 갈 수도 있지만, 동행한 자전거는 산길을 따라 용원에서 진해로 가자고 한다.

 

용원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6.  

바닷가 근처 인심 좋은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민박집은 어때?”

내가 지하철과 버스 짐칸에 실려와서 달랑 3천원밖에 쓰지 않았잖아, 이 구두쇠야!”

그의 요구로 우리는 불야성으로 불리는 용원(웅동2) 시내에서 가장 최신 모텔로 들어갔다. 자전거 10대를 넣고도 남을 만큼 넓은 최신식 모텔은 무려 45천원.

 

나는 그를 홀로 남겨두고 시내버스를 타고 진해로 가서 선배를 만나고 돌아왔다. 그는 단단히 토라져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솔직히 그와 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비포장 산속을 달리는 것 말고는 없다.

 

도구는 인간에게 새로운 자유를 안겨주지만, 때론 거추장스럽다. 바로 너 자전거!

~ 내일은 가슴을 덜컹대면서 신나게 달려 보자구. 진해에는 벚꽃장이 섰다지…”

 

그는 화려한 벚꽃과 오도가도 못하는 자동차 사이를 휘젓고 다니길 좋아한다. 나는 그런 그를 세워두고 소사리 김달진문학관과 진해의 근현대사유적을 둘러보고 경화시장에서 대구전과 막걸리에 취할 생각이다.

 

군항제벚꽃장으로 호명하고 어슬렁어슬렁 장돌뱅이처럼 산길을 가는 이유는 진해를 수놓은 벚꽃이 지면 근현대사의 그늘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녀와서 화려한 벚꽃보다 산길에 핀 민들레가 더 그립다.

 

백일산길에서 만난 민들레

사람들 모두

산으로 바다로

신록철 놀이 간다 야단들인데

나는 혼자 뜰 앞을 거닐다가

그닐 밑의 조그만 씬냉이꽃을 보았다.

 

이 우주

여기에

지금

씬냉이꽃이 피고

나비 날은다.

 

- 김달진, 『씬냉이꽃』

 

 

어슬렁 경로 (43km)

자세히보기 http://runkeeper.com/user/dolbae/activity/30516554

웅동2 - 해안도로 - 김달진문학관(웅동 소사리) - 소사생태길(10km) - 백일 아침고요 산길(3.5km) – 천자봉 해오름 길 (10km) – 중앙로 진해역 내수면 환경생태공원 - 여좌천 충무로 진해시외버스터미널

 

 

진해의 소소한 보물과 근현대사 유적

 - 김달진문학관 : http://www.daljin.or.kr/

 - 시인의 마을 소사리와 웅동벚꽃장 : http://gnfeel.tistory.com/101

 - 진해우체국은 제국주의의 상징이었다 : http://blog.daum.net/win690/15937126

 - 화려한 벚꽃으로 본 진해의 일본 흔적 : http://po.idomin.com/75


개 풀 뜯는 소리

 

 진해 산길은 편도 23km, 소사생태길과 백일아침고요산길 산을 넘을만큼 경사가 심한 반면, 천자봉해오름길은 내리막과 평지로 이어져있다.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용원으로 간다. 자전거 바퀴를 빼지 않고도 짐칸에 넣을 수 있고 요금은 1,900 (진해까지는 4,000원 내외로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사이버틱한 용원의 최신모텔(45천원). 주위에 유흥가가 몰려있어 가족이나 연인끼리 숙박하기에는 환경이 좋지 않다. 용원 해안도로에 있는 모텔은 경치는 좋지만  시설이 열악하다.


진해 시내에서 저녁을 먹는다면 석동에 있는 이가네 원조 가야밀면(055-544-8933)’을 추천한다. 소갈비와 물밀면의 궁합이 좋다. 웅동 안골포삼거리 경남은행 정류소에서 20분에 한 대 가량 진해를 거쳐 창원으로 가는 버스(159, 757)가 밤 늦도록 있다. 용원에서 가까운 웅1동에는 수육과 밀면을 파는 '가야밀면'(055-544-7908)이 맛있다.  


웅동 안골포삼거리에서 언덕을 넘어서면 바다가 있다. 왼쪽으로는 거제행 카페리를 타는 곳이고 오른쪽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마천지방산업단지가 나온다.


바다가 육지라면이라고 노래를 부르더니 결국 육지를 만들어버린 신항만. 진짜 경제가 살아날 지 환경재앙으로 기록될 지는 두고두고 볼 일이다.


마천산업단지 교차로에서 직진, 청안해오른아파트 뒷길을 돌아 고가다리 아래를 지나면  웅동1동이다. 웅동1동에서 김달진문학관까지는 800미터 떨어져 있고 임도 입구는 서원탑훼미리마트에서 200미터 거리에 있다.   


산길를 타기 전에 소사리에 들렀다. 월요일이라 월하 선생님의 문학관과 생가를 둘러볼 수 없었지만 김씨공작소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잡종스럽지만 소소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월요일 커피점도 문을 닫았다. 길고양이가 지나는 길목에 앉아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데 옛 추억은 꽁뜨다라는 말이 카라멜처럼 달콤하다.


월하 김달진문학관이 있는 소사리 마을에는 아담한 옛 추억들이 시간의 틈 사이로 들어차 있다소소한 옛 추억을 떠올 릴 수 있는 골목을 길고양이처럼 어슬렁대다.


 

진해 드림로드의 첫 구간은 소사 생태길에서 시작했다. 안민고개까지 23km 가량 짧지만 먼 길이다. 길에서 쉬는 것까지 포함하면 족히 3시간 가량 잡아야 한다.


천자봉 어미의 젖을 먹고 소사 생태길에 진달래가 피었다. 꽃샘추위에 벚꽃은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다.


소사 산길은 백일마을까지 이어진다. 백일마을에서 다시 백일아침고요길이라는 산길이 시작된다.



백일아침고요길은 짧지만 경사가 심해서 바퀴가 헛돈다. 지나가는 개미가 비웃을 정도로 느린 속력으로 쉬지않고 오르면 솜사탕처럼 달콤한 희열을 맛볼 수 있다.


백일아침고요길에서 만난 키 작은 민들레. 쉬지 않고 산길을 가고 싶지만 자전거에서 차마 내리지 않을 수가 없다.


백일아침고요길은 한창 공사중이다. 굳이 나무를 밀고 새로운 길을 내기 보다는 기왕 있는 길을 보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백알아침고요길 정상에 오르면 진해 시가지가 한 눈에 보인다. 일본제죽주의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로 근대화된 계획도시이자 일본제국주의의 첫 군항이다.




백일아침고요길을 내려오면 천자봉해오름길종점을 만난다. 안민고개로 가는 산길은 화살표 방향으로 가야 한다.




500미터 가량 가다가 갈림길(왼쪽 화장실)을 만나면 직진해야 한다. 아랫길은 화장장과 진해로 가는 도로다.



130분 안민고갯길에 도착. 안민고개 벚꽃이 만개하지 않았다. 왼쪽 도로를 따라서 진해로 내달렸다.

 



진해를 제대로 둘러보고 싶다면 누비자를 이용하거나 자전거대리점에서 대여를 하는대게 좋다. 해군사관학교 내 벚꽃을 보려면 정문에 자전거를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벚꽃 구경으로 배가 출출하다면 중앙시장이나 경화시장을 찾는 것이 좋다. 허기를 달랠만한 음식들이 지천이다.



여좌천 벚꽃이 만개했다. 활짝핀 벚꽃보다 공간을 메우다 떨어지는 꽃잎이 좋다.

 

화려한 벚꽃이 지면 시간이 멈추고 근현대사의 그늘이 드리워진다. 그늘을 쉽게 지울수도 있지만 침략의 역사와 잡종의 문화를 이해하고 비판하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교실이다.


 



 

에필로그 – 10년 전 진해 벚꽃장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필름 카메라를 메고 진해를 돌아 다녔다. 벚꽃이 피자 시간이 멈춘 것 처럼, 그때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갔을 때, 한 할아버지가 선구자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한국어가 서툰 재일교포였는데, 남북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격정에 못 이겨 옆에 계시던 할머니와 뜨거운 키스를 하더라.

                                             이순신장군 동상 뒤에 보수탕이 우뚝 서 있다.


멀리서 벚꽃장을 보러 오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다 한 때 한 인물 하신 듯 하다.



그때는 벚꽃미인대회도 있었는데, 시민단체에서 반대시위를 하고 있다.


진해에는 미군부대가 있는데,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가 잦았다. 미군부대 정문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여인이 렌즈에 포착되었다.


 

  여좌천 벚꽃이 피는 날 여인들은 사랑을 하고, 지는 날에는 진해만으로 흘러가는 벚꽃처럼 어떤 이는 이별을 아파한다.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