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자전거 캠핑 총정리

최근 제주도 자전거 여행이라는 검색어로 유입된 네티즌들이 많아서, 이참에 미처 끝내지 못했던 작년 여름 제주도 자전거 캠핑을 정리해볼까 한다. 작년 2010 816일부터 821일까지 35일 일정으로 자전거 캠핑을 다녀왔다.

서쪽 일주도로를 따라서 서귀포, 성산포, 용눈이오름으로 갔다가, 내륙으로 이어지는 중산간도로를 타고 한라산입구에서 제주시로 내려오는 나름 완주코스를 선택했다. 게스트 하우스 '위미초가'에서 하루를 묵은 것을 빼면 이틀은 야영을 했다. 입장료를 내는 관광은 일채 하지 않았고 날이 더워서 해수욕을번 했다. 부산에서 갈 때는 비행기, 올 때는 여객선(카페리)을 이용했다. 

이 글은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여행객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몸의 고통을 이기며 자연의 길로 순례하는 자전거 여행객들에게 작은 참고 자료가 되었으면 한다.  
  

기간

2010.8.16 ~ 8.21(34)

시간

김해공항 출발 (19:30) ~ 제주공항 도착 (20:30) 도착 ~ 연안여객터미널(18:00)

경로

1 : 제주공항서쪽일주도로-애월해안도로(1)

2 : 애월-대정읍-서귀포 남원읍 위미(2)

3 : 성산일출봉-중산간도로(1136)-용눈이오름(2)

4 : 용눈이오름-비자림로(1112)-명림로-4.3평화공원-번영로-제주항연안여객터미널

m/h

총거리 258km, 주행 시간 20시간

장비

메리다 HFC 2000D, 40리터 배낭, 핸들바 가방, 빔랙 및 가방, 퍼스트라이트텐트, 침낭, 아이폰, 충전기, 런키퍼 어플, 디지털카메라, 랜턴, 버너, 코펠, 수통,  선글라스, 마스크, 비상약품, 장갑, 모자, 지도, 여벌옷, 우비, 오리발, 수영복, 수경

- 여름 제주도 캠핑은 더위와 싸움이다. 특히 오리발(해수욕장에서 대여 가능) 같은 불필요한 짐은 최대한 빼는 것이 좋다.

 

비행기에 자전거 싣기

1.    자전거 대리점에서 박스포장

가.  자전거 대리점에 가서 빈 박스를 구하기

나.  주인에게 포장을 해달라고 한다. (박스값 포함 포장비 2만원) 혼자 할 수도 있지만 일이 많고 잘못 포장하면 자전거가 상할 수도 있다.     

다.  공항리무진을 이용하여 출발 공항 도착

라.  무료 화물 이용 (탑승 수속을 밟을 때 주의 해달라고 부탁함, 제주항공의 경우 자전거 운반비를 받지 않았음)

마.  공항에 도착 후 자전거 조립 (제주항공 물품보관소 옆에 넓은 공간이 있음. 가끔 지나가던 사람들이 신기한 듯 쳐다 봄)

바.  물품보관소에서 박스 폐기 (박스를 맡길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물품보관소에 박스를 버렸음. 박스를 보관하면 하루에 5천원~1만원)

사.  물품보관소에서 박스 구입 (공항 도착 후 자신이 버렸던 박스를 다시 구입. ‘포장,  수속

아.  총경비 : 35천원. 공항에서 포장시 6만원.  

 

2.    제주도 자전거 대리점에 택배(추천)

가.  현지 자전거 대리점에서 제주도 공항근처에 있는 자전거 대리점으로 택배 보냄

나.  제주도 자전거 대리점에서 조립과 포장 및 배송까지 해주기 때문에 편리함

다.  총경비 : 4만원

 


(사진) 제주도로 자전거 캠핑을 떠나기 짐을 풀어보았다. 2박 이상 캠핑을 하려면 피난민 신세 각오는 해야 한다. 먹는 건 현지에서 해결하고서라도 이것저것 꾸리다 보니까 제법 짐이 많다. 여름철 여행을 할 때 오리발은 제주도 해수욕장에서도 빌리 수 있기 때문에 두고 가는 것이 좋다.

 

자전거 종이박스 포장 방법

종이 박스로 포장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초보자라면 매장에 맡기는 편이 좋다. 자전거 매장에서 자전거박스(종이)를 쉽게 구할 수 있고 1만원 미만으로 포장을 부탁할 수 있다. 포장방법은 앞바퀴, 핸들바, 페달, 안장을 분리한 후 충격흡수 비닐로 감싼다공항에서 포장을 하면 가격도 비싸고 제대로 된 포장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l  저렴한 자전거 포장방법 : http://seoulbike.tistory.com/89

l  자전거 천가방 포장 방법 : http://blog.naver.com/1stjesus?Redirect=Log&logNo=20019485955

l  자전거 해외여행 포장 방법 : http://sang0909.egloos.com/10670965

수화물로 자전거가 배송되지만 조립하는 일도 번거럽고 포장 박스를 맡길만한 데도 없다. 제주도에 있는 자전거 대리점으로 배송하는 편이 편리하다.


첫날 : 제주국제공항에서 하귀1 (Aug 18, 2010 :: 9:36 PM - 12:12 AM)
Distance 18.42km / Duration 1:43:05 / Avg. Pace 5:36min/km / Avg. Speed 10.72km/h / Burned 588calories / Climb188m GPS 경로보기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해서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820분. 수화물 찾는 곳에서 자전거를 받아서 포장을 풀고 조립했더니 9시가 넘었다. 박스를 보관할만한 곳을 찾다가 수화물보관소에 물어봤더니, 하루에 7천원씩 보관료를 받는데 3일이면 21천원. ‘박스를 보관소에 버리고 가서 나중에 15천원 박스를 사라고 한다. 버리고 다시 사는 이상한 시스템에 어리둥절하지만 그 방법이 최선인 것 같아서 일단 박스를 버렸다(맡겼다).
* 돌아올 때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배로 왔기 때문에 그 박스를 다시 사지 않았다. 결국 버린 셈이다.  

공항을 빠져 나왔을 때는 밤 930. 용두암 해안도로를 따라 해변도로를 타는 방법도 있지만 1132도로(일주도로) 서쪽으로 이호해수욕장으로 달렸다.  1132일주도로를 따라서 가다가 제주서중학교 앞 네거리에서 오른쪽 이호해수욕장 표지판을 따라서 내려갔다두두동 도리초등학교 네거리에서 1.5km 가면 이호해수욕장이다. 일주도로보다 2배 가량 먼 길이다.

  제주도에서 여름밤 라이딩의 장점으로 차량이 적고, 시원하고, 밤 경치가 끝내준다. 이어폰을 빼면 풀벌레가 합창한다. 몸은 한밤중에 라이딩이 좋다고 노래한다. 지나는 차들도 거의 없고 이쯤되면 엔진도 적응을 한 탓인지 시원하게 페달을 밟는다.

 

밤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길 : 이호해수욕장에서 내도마을 농로(7~8km 구간). '이호해수욕장'에서 끝부분은 다리에서 농로로 들어서는 길이 있다이 길은 대도마을까지 약 1km 이어져 있는데 달빛 조명 아래 파도소리 오케스트라에 맞춰 풀벌레들의 합창을 들을 수 있다.  

 

밤길에 고생은 각오해야 한다. 외도교를 지나자 마자 오른쪽 마을길로 들어섰는데, 해미안이라는 까페에서 돌아 나와야 했다. 나무로된 산책로가 있지만 자전거를 탈 수 없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연대포구가 있는 마을을 둘러서 나오는 것도 괜찮다 

 

외도교에서 8km 지점에 네거리가 나오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가문동입구 해안도로(애월해안로)가 나온다. 달을 한라산 기슭쯤 달고 해풍을 맞으면서 나즈막하게 숨소리를 내며 바퀴를 굴릴 수 있다. 언덕이 가끔 나와서 힘에 부치지만 제주도의 아름다운 해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공항에서 18km 달려와서 파도소리를 듣기 위해 애월해벽 위 2평 남짓한 곳에 텐트를 쳤다. 애월읍 신엄리 해변도로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녹색 풀 너머 검푸른 바다가 있다. 300미터만 더 가면 남도리쉼터가 있는데 이곳에는 화장실도 있고 넓은 터가 있어 야영하기에 좋다. 바닷가에는 한치를 잡는 고깃배의 불빛이 늘어서 있다. 




둘째날 Aug 19, 2010  ::  6:09 AM - 9:42 PM, 하귀1리에서 서귀포시 효돈동

Distance 91.01km / Duration 7:45:01 / Avg. Pace 5:07min/km / Avg. Speed 11.74km/h / Burned 2,854calories / Climb 884m  GPS 경로보기


첫날 게으름을 피운 탓에 둘째날은 적어도 서귀포까지 가야한다. 서귀포 효돈에서 아는 분과 저녁 약속을 했고 그곳에서 두번째 밤을 보내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초보자라도 60km 정도는 무난하게 갈 수 있다. 하지만 서귀포 중문관광단지에 오르는 길은 언덕이 제법 높다는 점은 참고 해야 한다. 



⇡ 제주도에서 첫 야영은 기대만큼 좋지 않다. 뽀족한 바위 틈에서 잠자리를 잡은 것도 있지만, 후덥지근한 바닷바람에 온 몸이 쑤신다. 야영장이나 평평한 바닥에서 야영을 하는 것이 좋다. 

돌 위에 잠을 잔 탓인지 온 몸이 뻐근했다. 시계를 보니 540. 이곳에도 올레길(7코스?) 표시가 있는 걸 보니 새벽에 지나다닐 사람들을 생각해서 바로 철수했다.
*
여름에 자전거를 탄다면 햇살이 없는 새벽에 타고 낮에는 되도록 쉬는 것이 좋다.

고내포구, 애월항, 곽지해수욕장을 지나서 한림항에서 아침을 먹었다.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연 식당이 보이지 않아서 용해바다횟집에서 김찌찌개를 먹었다. 제주도 답게 고등어 한마리가 반찬으로 올라왔지만 음식맛은 별로였다. 식당에 들린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는 아이폰을 충전하기 위해서였다
* 내가 쓰는 아이폰 충전기는 WiFi를 끄고 런키퍼와 음악을 동시에 들으면 최대 4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거기에 보조 충전기는 각 각 5시간씩 사용할 수 있다. 제때 충전을 해두면 되는데 이것도 참 고역이다. 태양열로 충전할 수 있는 기계가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


한림항을 지나서 월령포구에서 자전거를 멈췄다. 이곳에서 첫번째 풍력발전기를 만났기 때문이다. 작은 파고라가 있고 제주 선인장들이 돌담위에 있다.

 

자전거를 제대로 멈춰야겠다고 생각한 곳은 19km 지점 협재해수욕장이다. 자유형으로 가면 터치할 듯 가까운 비양도가 있다. 제 아무리 헤엄처도 배꼽밖에 오지 않는다. 자전거 보관할 곳이 없어서 가계 앞 전봇대에 자전거를 세웠다. 가게 주인에게 맥주와 아이스크림을 사서 나머지 짐을 맡겼다. 돈을 주려고 하자 주인 할머니가 뭐 그런 것 까지 돈을 쓰냐고 공짜로 보관해 주셨다. 
 무거운 오리발을  꾸역꾸역 가져왔는데 이곳에서도 오리발을 대여해주고 있다. 해변가에서 파라솔과 돗자리를 빌리면 짐은 공짜로 맡아 주기 때문에 굳이 가게에 짐을 맡길 필요는 없다. 


모래는 금빛이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협제해수욕장. 오리발 때문에 앞으로 가기가 힘들어서 배형으로 헤엄쳐도 일어서면 배꼽까지 밖에 안온다. 위험 경계표지판이 있는 곳까지 가봤지만 목이 겨우 잠긴다. 비양도가 손에 잡히고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얐다. 바다에 누워라는 노래가 왜 있는 지 실감한다.

오전에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해수욕을 하는 동안 사람들이 몰려왔다바다를 빠져나와서 샤워를 하고 자지 못한 달콤한 낮잠을 잤다. 그러고보니 협제에서 거의 2시간 동안 머물렀다. 더 싶었지만 갈길이 급해서 협제와 아쉬운 이별을 했다.


한경면 신창성당에 1.5km 가면 CF의 한 장면으로 손색이 없는 풍력발전기 단지가 나온다. 굷은 길과 바다가 한 프레임으로 잡히는 곳으로 광고 촬영으로 좋은 곳이다. 아이폰으로 촬영해도 왠만한 풍경사진 한 장면은 건진다.  

 

풍력발전기를 지나면 고딕풍 성당이 나온다. 성김대건 표착기념관으로 하멜표류기로 알려져 있는 선교사 하멜이 도착했다는 곳이다.  


 

   표착기념관 앞 도로에서 바다를 보면 괴이한 섬이 나온다. '고래를 쫓고 있는 괴물'로 보이는 2개의 섬이 있는데 저 섬은 차귀도이다. 대학시절 차귀도를 탐험 한 적이 있어 정이 든 곳이다. 지금은 잠수함관광으로 사람들이 차귀도로 도선하는데, 당시에는 낚시꾼만 다녔다. 


차귀도가 보이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해안 도로를 따라 갔다. 해는 정수리에, 아스팔트로 달궈지기 시작한 길은 여간 고통스럽지 않다. '노을해안로'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햇볕을 이겨내진 못한다. 해안도로는 수산양식장이 몰려 있어서 경치도 좋지 못하고 맞바람을 맞으면 자전거를 몰기 쉽지 않다.

일과네거리에서 해변도로를 벗어나 일주도로와 만났다. 조금 더 가면 대정읍이다. 더위를 식힐 겸 냉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사서 파출소 나무 아래서 쉬었다. 
대정읍에서 최남단해안로’로 가면 송악산을 볼 수 있는데, 더위와의 싸움에서 손을 들고 시내 중심가를 통과해서 마라도잠수함을 타는 사계항(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으로 갔다. 


 사계항에는 해녀분들이 운영하는 해상체험교실과 횟집이 있다. 갈 길이 멀지만 해삼과 시원한 한라산 소주를 보면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다. 소주 2잔 정도는 중간 체력을 보총하는 데 좋다.

구름도 넘기 힘든 바위산 삼방산이 보인다. 사계항을 지나서 보문사 입구까지 제법 언덕이다. 

  삼방산 고개를 넘어서면 안덕면까지 시원하게 뚫린 산방로가 있다. 화순 삼거리에서 다시 일주도로와 만나게 된다. 멀리 보이는 오른쪽 시가지는 중문관광단지다. 

중문관광단지에서 서귀포 시내까지는 약 12km, 효돈까지는 20km를 가야 한다. 서귀포에는 해안도로가 일품이지만 시간이 늦어 일주도로(1132)를 달렸다.  서귀포시내를 통과할 때 애를 먹었다. 효돈에 도착했을 때는 발, 엉덩이, 어깨, 손까지 통증이 밀려왔다. 

  힘든 여행길에 반가운 사람과 맛있는 음식은 최고의 피로회복제다. 효돈에 있는 신나라식당(064-767-4090)에서 한치 코스요리를 먹었다. 한치로 네가지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다. 


 세째날 Aug 20, 2010  ::  11:21 AM - 9:55PM, 위미에서 용눈이오름

Distance 64.24km / Duration 6:25:19 / Avg. Pace 6min/km Avg. Speed 10.00km/h / Burned 2,197 calories / Climb 671m GPS 경로보기

효돈에서 위미에 있는 빛그리미갤러리(위미초가)까지는 중환자처럼 봉고차에 실려왔다. 이틀동안 땀냄새에 찌든 옷을 빨아서 말리고 찬물에 샤워를 했고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을 먹으러 오라는 주인장의 부름에 다리를 절며 사택에서 맛있는 밥을 먹고 차까지 얻어 마셨다. 

올레 5코스 위미에 있는 '위미 초가'  옛날 제주도 초가를 리모델링하여 지금은 겔러리로 사용되고 있다. 

위미초가에서 아침햇살이 널어 둔 옷이며 신반을 깨끗하게 말렸다. 방안 곳곳에 지귀도에서 날아온 짠내가 묻어 있었지만 체력이 살아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미초가에는 고물자전거로 여행하는 대안학교 학생이 하루 전에 와 있었다. 100리도 못 가서 고장날 듯한 자전거를 타고 아침 햇살을 받으며 떠났다. 해맑은 그 아이에게 버퍼를 선물로 주고 나는 오후 11시가 넘어서 위미초가를 떠났다.


위미 해안도로를 따라서 남원읍 위미우체국을 지나 태위로를 따라 5km 가다가 남태해안도로로 접어들었다. 남태해안도로는 5km인데 평탄한 길이지만 햇살은 이미 이마를 때리고 있었다. 법련사 근처에서 땀을 식히고 다시 일주도로(1132)와 만났다.

  일주도로를 200여미터 가다보면 왼쪽으로 올레길이 보이는데 이곳을 따라 신흥2리까지 갔다가 신흥교차로로 내려왔다. 아스팔트길을 벗어나 호젓이 돌담길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기회가 된다면 신흥2리에서 중산간도로를 따라 가다가 토산세화로, 세성로, 돈오름로를 지나서 표선으로 오는 방법도 좋다. 내려와서 민속해안로도 괜찮다.

  성산읍 SK 주유소에서 환해장성로를 따라서 혼인지 마을 섭지코지까지 길고 지루한 길이 이어진다. 섭지코지를 입구에서 성산일출봉으로 갈 수 있는 비포장 해안도로가 있다. 

  섭지민박에서 성산일출봉으로 가로지르는 비포장 해안도로. 경치는 좋지만 말똥이 널려 있고 엄청난 모기떼의 공격을 감수해야 한다

 

  성산일출봉이 코 앞에 있지만 툰드라 모기와 맞먹는 녀석들의 공격에 헌혈만 잔뜩 하고 말았다. 온 몸을 털면서 달려보지만 무릎까지 자란 풀에 막혀 끝까지 가지 못하고 일출로로 도망쳐 성산일출봉으로 갔다.

 

이생진 시인이 그리워했던 성산포. 성산포는 고등학교 때 가출해서 일출봉 아래 민박집에서 하루를 보낸 적이 있다. 용눈이 오름에서 야영을 하면서 성산포 야경과 다음날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둘러 떠났다. 

  

성산포에서 용눈이 오름까지는 대략 15km, 중산간도로는 밤길을 달리는 일은 웬만한 공포영화시즈 대여섯편은 본다고 생각해야 한다. 고나니와 말들의 괴이한 울음소리, 수산초등학교를 지나면 민가를 만날 수 없다. 용눈이 오름 주위에서 야영을 한다면 수산초등학교 근처에서 보급품을 사야 한다.  



공기는 어둡고 축축했다. 고라니 울음소리가 풀벌레 소리를 삼킨다. 어둠속에서 용눈이오름으로 오르는 길을 찾지 못하다가 위성지도로 살표보는데 소스라쳤다. 내 주위에 온통 공동묘지다. 길은 무덤 사이로 나 있었다. 

가방을 더듬어 위스키를 꺼내 연거푸 몇 잔을 마셨다.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야영지가 묘지라고는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나에게 위안을 준 것은 '다랑쉬오름' 표지판이었다. 4.3민중항쟁 때 학살당한 민초들이 귀신으로 나타난다면 손을 잡고 들어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두려움을 달래기 위해 다랑쉬오름 입구에서 술잔을 치고 명복을 빌었다. 그리고 
1.2KM 내려가서 용눈이오름 입구를 찾게 되었다. 용눈이오름 입구는 주차장 공사중이었고 트럭 2대가 서 있었다. 이 밤중에 사람 흔적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모른다. 

주차장에서 담배를 깊게 한 대 태우고 자전거를 끌고 용눈이 오름을 오르기로 결심한다
. 헤드라이트에 의지해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용눈이 오름을 올랐다. 

달빛을 보며 자전거를 끌고 오름을 오른다. 길은 달빛을 받아 우유빛이다. 그리고 회색빛 묘비를 지났다.


  두려움은 빛으로 물러났다. 용눈이 오름에 도착했을 때(밤 9시55분) 멀리 성산포에서 보이는 불빛에 눈물을 글썽였다. 텐트를 꺼내 두번째 야영을 시작한다. 그리고 위스키를 마시며 야경을 본았다. 성산포는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네째날 Aug 20, 2010 :: 11:21 AM - 9:55PM, 위미에서 용눈이오름

Distance 54km / Duration 4:20:12 / Avg. Pace 5.56min/km Avg. Speed 10.11km/h / Burned 1,503 calories / Climb 627m GPS 경로보기

 

 

어젯밤 늦도록 가까이서 맴돌던 발자국 소리와 괴이한 소리로 뒤척이다가 눈을 떴다. 아침 여섯시, 안개가 풀밭이며 텐트를 촉촉하게 덮고 있었다. 지천에 말똥이 널려 있는 것으로 보아 발정난 말이 돌아다녔던 것 같다. 성산일출봉에서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고 싶었지만 안개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용눈이 오름에서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바람이 세차고 안개비가 내려서 날씨가 쌀쌀했다. 

용눈이 오름을 지나서 '중산간동로'를 따라서 송당리에 도착해서 물을 보충했다. 그리고 비자림로(1112)로 내려가서 천년 나무가 있는 비자림으로 갔다. 비자림을 둘러보고 지금은 폐쇄된 야영장에서 양말과 속옷을 빨고 단잠을 잤다. 비자나무 사이로 날아다니던 새소리에 잠을 깼더니 햇볕이 발가락을 태우고 있었다.


비자림 입구에 자전거를 기대고 고려 명종 때 내어나신 팔백년 넘 게 살아온 비자나무를 뵈러 갔다. 햇살은 비자나무 사이로 롱핀 조명을 쏘아내고 풀벌레는 옷을 말리고 있었다.


 

  비자림을 빠져나와 왔던 길(비자림로)로 돌아가서 삼나무 숲길을 따라 달렸다.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 주는 숲은 자전거 여행에서 참 좋은 길벗이다.

송당리에 있는 부부돌장승. 하루방보다는 더 심술궂고 정겨운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습이다. 

비자림로는 한라산 품 중에 하나인 '산굼부리'로 파고드는 산길이다. 높이로 따지면 대략 500m를 등산하는 셈이다. 10km 거리를 10km/h 느린 속도로 업힐해야 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여행객을 보면 무척 부러워지면서 힘이 빠지게 된다. 그래도 오토족이 볼 수 없는 풍경들이 늘려있다. 

  송당리에 있는 초원과 오름. 자전거를 멈추고, 바람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목장지대에서 빛의 향연에 빠져들 수 있다. 
     

산굼부리를 몇백미터 앞두고 있는 한 식당에서 콩국수를 시켰다. 질퍽한 검은 콩에 쪽득한 면발이 더위를 식혀준다. 

   비자림로를 따라서 가다가 명도암 입구에서 제주시로 들어가는 길(명림로)로 접어들었다. 명도암 입구에서 제주4.3평화공원까지는 4km, 제주연안여객터미널까지는 17km 거리다. 평화공원에서 제주시내까지는 내리막이라 제주바다로 60km/h 다이빙 할 수 있다. 
    

  제주연안여객터미널에서 우다다 아이들을 만났다. 녀석들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비행기와 맞먹는 값으로 3인실을 예약했다. 침대, TV, 화장실 겸 샤워실까지 겸비했다. 운이 좋겠다 예약한 방을 찾는 승객들이 없어서 같은 배를 탄 아이들과 여행후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배로 가는 여행은 자전거를 그대로 실을 수 있어 좋다. 대부분 자전거 여행객은 짐을 가볍게 다녀온 것 같다. 다음에 다시 자전거캠핑을 한다면 좀 더 일찍 그리고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다.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