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의 저자 움베르토는 미국 기차로 여행하는 방법이라는 책에서 미국에서 기차여행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에 대해서 말한다. 자본주의 선진국 미국의 기차여행은 얼마나 부적절할까?

나 역시 기차로 자전거 여행을 자주하는 데 이 둘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서 밝히고자 한다. 자전거가 사랑하는 기차는 무궁화호다. 새마을이나 KTX에 비해 저렴한 데 비해 넓은 객실과 짐칸이 있어 푸근하다. 승객이 있건 없건 모든 역에 정차해서 기다릴 줄도 안다. 

하지만 자전거의 짝사랑은 끝이나고 둘의 관계는 틀어졌다. 그동안 무궁화호와 연애하면서 제 몸을 둘 만한 공간이 없어서 승하차 칸을 전전했다. 승하차 문짝에 칼잠을 자다가 문이 열리면 반대쪽으로 돌아 눕고는 했다. 

 

원래 기차에는 접이자전거 이외에는 자전거를 싣지 못하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접이자전거라고 해서 특별히 보관 장소가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자전거를 가지고 기차에 오르지 마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산으로 막힌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전거를 가지고 교외로 나서려고 할 때 기차는 탈 수도 있고 안 탈 수도 있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에코의 말을 빌리자면 기차는 친환경생활이라는 윤리의식과 자본주의 정신에 관한 막스 베버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가난한 사람으로 남는 실수를 범한 죄에 대한 벌인 셈이다.

 

그래도 내가 만난 철도노동자들은 서비스 정신이 높아서 안스러운 표정으로  이런 자전거를 실으시면 안됩니다고 말하면서 묵인해준다. 열차를 이용하는 손님이 많다면 모를까 내가 탄 기차는 유독 손님이 없었기 때문에 그 노동자도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텅 빈 객실을 조금 줄이고 자전거와 장애인 휠체어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객차는 왜 만들 지 않을까? 철도회사는 매년 몇 % 적자가 발생한다는데, 나 같은 서민이 운임비를 지불하여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 보통 열차비의 2배는 지불할 의사가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열차 휴게실! 요즘 열차에는 노래방과 오락실도 있는데 장거리 여행을 가면 모를까 어떤 사람이 기차여행을 하면서 노래를 부를까? 무궁화호를 자주 이용하는데 오락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독일 이야기를 아니 할 수가 없다. 독일은 기차에 자전거, 유머차, 휠체어를 수송할 수 있는 차량만 해도 600여 개가 넘는다. 승하차 통로에 자전거를 둘 수도 있고 승강장과 열차 승하차 입구의 높이가 같아서 휠체어 장애인도 쉽게 탈 수 있다.

휠체어도 들어가는 승하차구넓은 승하차구자전거 전용 객실

사진 출처 : MBC <김훈의 자전거, 유럽을 달리다>

근거리 열차에는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도록 자전거 이용객을 위한 전용칸도 있다. 자전거만을 이용할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차만 이용하면 여행이 지루하기 때문이다. 자전거 인문학의 교주인 '김훈' 작가님은 독일에서 자전거로 달리면서 느낀 점을 '소외'라는 적합한 단어를 사용하며 말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땅이라는 물리적인 공간과 인간의 몸이 합치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유럽 여러 나라들이 자전거 도로를 세우는 것은, 아마도 인간이 물리적 공간으로부터 더 이상 소외되지 않는 세계를 건설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한다. 그런 노력들은 미약한 것이지만, 미약하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며, 미약하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김훈의 자전거, 유럽을 달리다, MBC>에서 김훈

 

기차가 장애인, 유머차 그리고 너의 동지인 자전거를 더이상 소외시키지 않길 바란다.

자전거 거치대 이용가능 대상열차 및 운행구간 (코레일 : http://www.korail.com/)


- 중앙선 : 량리역 ↔ 안동역 10개 열차(제1601열차 ~ 제1610열차)
               청량리역 ↔ 부전역 4개 열차(제1621열차 ~ 제1624열차)

- 태백선 : 청량리역 ↔ 강릉역 14개 열차(제1631열차 ~ 제1642열차, 제1661열차 ~ 제1662열차)
               청량리역 ↔ 아우라지역 2개 열차(제1643열차, 제1644열차)

- 호남선 : 용산역 ↔ 목포역 4개 열차(제1401열차, 제1407열차, 제1408열차, 제1410열차)

- 영동선 : 부산역 ↔ 강릉역 2개 열차(제1691열차, 제1692열차)

- 경북선 : 부산역 ↔ 영주역 6개 열차(제1821열차 ~ 제1826열차)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