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은 아방가르드

 

자유와 고독(Free & Lonely)을 주제로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를 다녀왔다. 개막작 세밀레 워크를 관람하기 위해 창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통영으로 달렸다창원에서 통영까지 국도와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약 200 (88km). 옛 조상들이 말을 타고 출장을 가던 것처럼 나역시 아전이 되어 당나귀 스테판을 끌고 나선 것이다.


스테판(Stepan)은 스웨덴의 작가인 헬레나 윌리스2(Helena Willis)의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말 이름에서 따왔다. 스테판은 다혼 벡터X271-2011 종이다.  

 

스테판과 88km를 달려서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는 통영문화회관에 도착 인증샷. 개막작 '세밀레워크' 현장예매에 성공을 자축하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남들이 보기엔 유별나다고 할 수 있지만, 윤이상의 음악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한 나름 아방가르드(Avant-garde) 정신의 실천이라고나 할까.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것의 융합, 자전거 여행을 통해서 윤이상의 음악정신을 찾고자 했다. 어쩌면 윤이상이 말한대로 '거지 발싸개'일수도... 

 

제13회 통영국제음악제의 주제는 ‘자유와 고독’이다. 라이더는 길 위에서 고독하기도 하고 또한 자유롭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데올로기의 굴레에 갖힌 윤이상이 아닌 예술가 이상(ISANG YUN, 일식 이름)을 만나러 갔다. 


정치의 세계와 예술의 세계 사이에는, 통일운동가와 음악작곡가 사이에는 쉽게 건너뛰기 어려운 경계가 있다는 얘기다. 훌륭한 예술가가 반드시 훌륭한 정치가가 될 수는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것은 훌륭한 정치가가 반드시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도 없고 또 될 필요도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 최정호(울산대학교 석좌교수), '()신화, ()정치화로 본 이응로와 윤이상', 신동아, 2008.11.1(통권590호)



스테판에 가방을 달다.

 

1) 오르트립 패니어, 2)~3) 프론트 랙 장착후 모습, 4) 훅과 프론트 랙 결합, 5) 캠핑을 위한 준비물 : 텐트, 매트, 우비, 여벌 옷(개막작 관람용 정장), 커피머신, 노트북, 충전기 등


당나귀 앞발에 짐꾸러미를 달기 위해 애를 먹었다. 프론트랙은 다혼 동호회에서 주문해서 구입했다. 프론트렉을 장착하기 위해서는 먼저 브레이크(fore brake)를 분리, 헤드튜브(haad tube)와 포크(pork blade) 사이의 나사를 풀어서 프론트랙(front rack)을 결합하면 된다.

 

문제는 허브(hub) 위치의 큐알(quick release) 부분에 랙을 결합하는 데 애를 먹었다. 큐알 레버 위치를 조정한 후 겨우 나사를 조일 수 있었는데, 동봉된 나사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어렵게 랙은 장착했고 이제 어떤 패니어(가방)를 달 것인가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인터넷에서 살까 고민하다가 자전거 매장에 들렀다가 눈도장을 찍은 노란색 패니어를 골랐다. 이상처럼 독일에서 물 건너온 오르트림(Ortieb) 프론트 패니어 룰러 클래식(front roller classic).

 

오르트립 가방은 상단부 가방의 입구를 감은 후 버클 방식으로 닫는 데 사용버클을 연결하면 어깨끈으로 사용 가능하다. 뒷면은 가방의 흔들림을 잡아주는 QL1 훅이 달려 있다원단은 전면 및 후면은  PD620 재질로 매끄러우면서 단단했다. 주행하다가 시멘트 벽에 긁힌 적이 있는데 광택처리가 되어 있어 표시가 잘 나지 않았다.


오르트립은 손잡이를 당기면 조임쇠가 자연적으로 벌어지면서 랙에 장착되고 손잡이를 놓으면 고정되는 방식이다. 상단과 중간 훅이 랙을 잡아주기 때문에 큰 충격 없이는 비포장길 주행을 하는데도 튼튼하게 붙어 있었다. 자세한 사항은 자전거 블로그 참고


공명판의 울림을 듣기 위하여 


12일 캠핑을 계획한 지라 가져가야 할 짐이 많았다. 최대한 줄인다고 생각했지만 통영 해변에서 캠핑을 할 생각이라 텐트 때문에 부피와 무게가 늘어났다. 또 개막식에 쫄바지를 입고 참석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정장을 따로 챙겼다. 


패니어에 짐을 구겨넣고 난 후 진이 다 빠졌다. 바닷가에서 하루를 보내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던 이유는 이상의 음악적 모태가 되었던 공면판, 밤바다를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아버지는 종종 밤낚시를 하려 나를 데리고 가셨습니다그럴 때면 우리는 아무말 없이 잠자코 배 위에 앉아 물고기가 헤엄치는 소리나 다른 어부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소위 말하는 남도창이라 불리는 침울한 노래인데수면이 그 울림을 멀리까지 전해주었습니다바다는 공명판 같았고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습니다. - 윤이상 회고록 중에서


패니어에 최대한 짐을 맡기니까 가방이 가벼워졌다. 대신 당나귀가 제대로 구동할 지 걱정되었다. 랙만 잘 버텨준다면 편자(튜브)를 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 김홍도의 그림 편자 박기’. 랙을 달면서 제일 걱정이 펑크가 났을 때 편자를 때우는 일이다. 랙과 허브를 결합하는 나사가 고장나서 편자를 교환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김홍도의 그림 편자박기의 그림처럼 고통이 엄습해 온다. 


■ 주요경로

창원 – 삼동로 – 창곡삼거리 – 봉암다리 – 무역로 자전거길 – 수출 – 해안대로 – 마산어시장 – 마산여객선터미널 – 월영교차로(경남대학교 앞– 밤밭고개길 – 남해안 대로 갓길 – 동전고개길 – 태봉휴게소남해안대로 옆길 – 입곡지하차도 – 삼진의거대로 – 진동면 – 삼진의거대로 – 암아교차로(좌회전– 회진로(77) – 창포마을 – 당항포오토캠핑장 – 배화교(공룡조형물– 화산2(좌회전– 갯벌 매립현장 – 동해로(1010) – 거류면(고성군– 안정로(77) – 황리사거리 – 적덕삼거리(좌측– 덕포로 – 덕포교 (좌측 해안길– 죽림해안로(자전거도로– 세종어린이집 – 지하차도 – 기호로(갓길 좁고 위험구간– 남해안대로(14, 갓길– 미늘삼거리 – 통영해안로 – 통영시청 – 통영문화회관(통영국제음악제– 강구안(프렌지 무대– 도천테마공원(윤이상 기념관– 해저터널 – 도남로(1021) – 윤이상국제음악당(금호마리나리조트)

■ 거리 : 88km / 시간 : 7시간 (평균 4:50min/km

■ 경로 : http://runkeeper.com/user/dolbae/activity/159605251

■ GPS/구글맵 다운받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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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의 말고삐를 당겨야 했던 이유


경치가 좋으면 말고삐를 당기고 말에서 내리는 게 상춘객의 자세랄까. 봄이 무르익은 나무와 바다를 주마간산 격으로 볼 순 없었다. 이상의 음악정신에서 자주 언급되는 '정중동'의 자세랄까. 


이상에게 영감을 준 미국의 전위예술가였던 존 케이지처럼 라이더도 때론 길에서 페달을 멈추고 침묵이 필요한 법이다. 이상의 음악을 처음으로 접한 20대초에 현을 긁어대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연주가 소음으로 들렸던 건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던 까닭이 어쩌면 침묵의 미학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악보에 난무하는 수많은 음표들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단아함즉 ‘정동중(靜中動)의 인상에 대한 신비감이다이점이야말로 윤이상의 한국인나아가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부분이고 우리가 공유해야할 문화적 가치이다. - 홍은미(윤이상평화재단 상임연구위원)


▲ 3월22일, 창원은 벚꽃이 한창 물이 오르고 있었다. 1) 봉암다리로 가는 길에 핀 벚꽃, 2) 마산 해안로에 단장된 자전거 도로, 3) 밤밭고개(경남대 근처)에 만들어진 꽃벽


좋은 경치에서는 페달의 멈춤, 정중동이지만 나쁜 길에서는 활주(Glissees)의 용기가 필요하다. 이상의 음악으로 표현하자면 현의 실험이다. 활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된다. 


밤밭고개(경남대학교에서 진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진동으로 넘어가는 길은 갓길을 이용해야 하고 우회전 차량을 피해서 1km 달려야 한다. 내리막이라 자동차들도 활주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1) 밤밭고개 언덕에서 신호를 잘 보고 건넌 후(횡단보도 없음) 통영방면 도로 갓길을 이용한다. 2) 1km 내려오면 우측으로 빠져서 고가차도(현동교차로) 아래 오른쪽 언덕길을 오른다. 3) 동전고개를 올라 박차를 가하면 태봉병원까지 신나게 다릴 수 있다. 4) 태봉병원에서 내려와서 굴다리를 지나가면 진동으로 가는 옛날 도로가 나온다.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새로 만들어진 길로 가기 때문에 이 길은 한산하지만 갓길이 없기 때문에 역시 정신줄은 놓지 말아야 한다. 


자전거가 가기에는 위험한 길, 그렇다고 둘러 갈 수도 없는 공간은 라이더에게 암흑과 같다. 예술가 이상에게 동백림사건이 사선을 넘은 경험과 같은 잔혹한 환경은 라이더를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예술과 이데올로기의 경계를 활(도구)로 활주하기 위해서는 라이더의 직관과 튼튼한 엔진이 필요하다.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Luise Rinser)와 대담 《상처받은 용 Der verwundete Drache(1977)에서 이상은 자신의 삶을 잘 표현한 작품이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1975, 1976)'이라고 밝힌다.  


첼로는 A음에 도달하지 못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G#음의 한계를 넘어 A음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열정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이로 인해 '상처받은 용'처럼 고통 속에 신음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 표현한 것이다.  - 김윤태(고려대 교수), '상처입은 용 - 윤이상의 삶과 예술', 프레시안, 2009.10.31



길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유와 고독 


진동면을 지나면 첫번째 교차로에서 왼쪽 길을 따라서 해변길(회진로 1002)에 접어들자 스테판이 스스로 날뛰기 시작했다. 도로에서 정신줄을 꽉 당겼다가 바다를 보자 시위를 놓자 튕겨나가는 화살과 같다.  


진동에서 당항포 고성공룡엑스포 전시관을 지나 배둔면(고성군)까지 약 20km 아름다운 길이 펼쳐진다교차로가 나오더라도 주저하지 말고 바다쪽으로 가면 된다. 여기서부터는 한국의 남해안다운 길, 이상이 추구한 자유와 오브랩 된다.  



 1) 당항만으로 빨려들어가는 바닷길에서의 자유, 2) 손에잡힐 듯 가까이 있지만 바다로 인해 건너지 못하는 자유, 3) 통영으로 바로 갈 있지만 덕포리를 둘러서 갈 자유, 4) 그리고 죽림 해안로에서 쉬어갈 자유


라이더는 길 위에서 자유로울 때도 있지만 고독할 때가 있다. 혼자여서가 아니라 자연의 파괴를 담보로 만들어진 길 위에서 달려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4대강 자전거도로를 달릴 때 고독의 고통은 극한에 이른다. 고독 자체를 마신다면 '독배'가 되지만  사회적 현실과 개인적 자유와 섞어 마시면 마음의 '약'이 된다.  


윤이상이 유럽에서 작곡한 100여 곡이 넘는 작품들의 대부분은 동양의 사상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동양적인 것과 서구적인 것의 만남, 국제적 성격을 띤 현대적인 것과 고전성의 융합을 추구하고 있다. 부분 속에 이미 전체가 반영되어 있고, 변형에서의 고유성을 추구하는 정중동(靜中動)은 그의 음악적 이상을 보여주는 핵심내용이다. - 김승근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통영국제음악제 운영위원)



 1) 고성 공룡엑스포 행사장(당항포 오토캠핑장)을 지나서 해안도로를 달리면 용 조형물이 있는 다리가 보인다. 2) 다리를 건너서 왼쪽 해안도로를 달리면 마암면과 거류면 사이의 바다를 메우는 공사현장이 나온다. 3) 당항만(바다)이 메워지면서 통영으로 가는 거리가 가까워지는 이점도 있지만 썩어가는 갯벌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4) 멀리 보이는 산 아래가 고성읍, 간척지가 만들어지고 있어 둘러가야 하는 수고스러움은 줄어들었지만 굽이 굽은 바닷길을 둘러가는 재미가 사라졌다.


이상 음악의 공명판, 통영 


경남 통영은 문화예술의 고향이다. 한려수도 품 안에서 많은 문화예술인이 태어나고 자랐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낸 통영은 이상에게 각별한 도시이다. 물론 태어난 곳은 산청이고 현재 그의 공식 국적은 독일이다. 

“나의 음악은 조국의 예술적, 철학적, 미학적 전통에서 태어났고, 고향은 나의 창작에 다시없이 귀중한, 정서적인 원천이 되었으며 조국의 불행한 운명과 질서의 파괴, 국가권력의 횡포에 자극을 받아 음악이 가져야 할 격조와 순도 한계 내에서 가능한 최대의 표현 언어를 구사하려고 했다 - 루이제 린저와의 대담, <상처받은 용>


▲ 통영국제음악제의 주요 연주는 남망산조각공원이 있는 통영문화회관에서 이루어진다. 하반기(11.2~10)에 열리는 윤이상음악콩크르는 완공을 앞두고 있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다.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 '세밀레 워크' 무대인사.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초연된 이번 공연은 바로크 악기로 들려주는 실험적인 음악과 패션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쿠튀르 의상과 연출을 맡은 루드게르 엔겔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레치타티보 부분 중간에 솔리스트들이 외마디 말이나 비명을 내지르고, 아콤파냐토 부분에서 앙상블은 고(음악 고유의 소리를 전자 기계음으로 뒤틀어 놓는 식의 다양한 변주는 지루하기 마련인 바로크 음악에 적절한 긴장감을 부여했다. 덕분에 극에 대한 몰입도 또한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김두천(경남도민일보 기자) 기사보기 


<세밀레 워크>는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 커튼콜을 일곱 번 이상 받았다. 기존의 클래식 장르를 해체하고 실험하는 것, 무엇보다 관객의 반응이 뜨거웠다는 것 이외에는 윤상 음악세계과 연관성을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역에서 클래식 공연장에 일반 관객의 비율이 크지 않는 현실에서, 이번 개막작은 페스티벌로서의 가치는 있다고 평가한다. 대중의 요구와 현대음악의 실험이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상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것을 '직접성(Unmittelbarkeit)'이라 했다. 


현대음악에 관해서 윤 선생한테 자주 듣던 말로 두고두고 생각나는 대목은 모든 지역의 음악이 현대음악에 대해선 직접성(Unmittelbarkeit)을 갖는다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은 명언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윤 선생의 작품을 통해 한국적인 음악의 세계가 유럽인에게 이해되고 소통되는 통로를 열 수 있었음을 설명해 줄 뿐만 아니라 현대음악의 세계를 나 같은 문외한도 어림짐작으로나마 가까이 해볼 수 있게 한 말이기도 했다. - 최정호


▲ 통영국제음악제의 또다른 실험무대 프린지페스티벌. 젊은 음악인들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연주가 통영의 봄바다에 울린다. 올해는 윤이상기념관, 동피랑 등 거리 곳곳에서 열렸다. 


상처받은 용(Der verwundete Drache)을 찾아서



오후 5, 창원을 출발해서 통영까지 약 7만에 처음으로 용(ISANG YUN)과 대면했다. 지도상에는 도천테마공원이고 거기엔 윤이상메모리홀 또는 윤이상기념관이라 불리는 그곳에 용이 서 있었다. 개막작 공연 시간인 두 시간 넘게 남아 있는 시간, 초등학생들이 쏜 비비탄 총알이 하늘을 윙윙 날고 있었다.


윤이상기념관 앞 뜰에 있는 용 앞에 스테판을 세웠다. 윤이상이 그랬던 것처럼 이상에 대한 우상숭배가 아닌 그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또한 세계적인 브랜드인 그의 이름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에서 '동백림사건'이 조작임을 밝혀졌지만 윤이상에 대한 평가는 아직까지 뜨거운 감자다. 세계적인 브랜드 윤이상의 이름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흔적을 통영에서도 만날 수 있다


▲ 윤이상기념관 전경. 야외공연장과 전시실 그리고 통영바다를 건너지 못한 그의 꿈을 이어주는 다리가 놓여져 있다. 전시실에는 유럽에서 초기 작품인<일곱 악기를 위한 음악>(1959) 친필 악보와 그가 사용하던 첼로, 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 윤이상의 음악세계를 활주하는 첼로와 그의 흉상. 첼로 옆에 흉상이 전시된 이유가 궁금했다. 윤이상은 오사카 음악대학에서 첼로를 배웠고 젊은 시절 첼로 연주가로 활동했다는 사실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안내문에는 이상에게 첼로는 목숨과도 같은 것이었다고 되어 있다. 1층에서 그의 첼로곡 활주(Glissees)가 담긴 음반을 사서 동기화 시키는 데 몇 시간이 걸렸고 그리고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를 꿈꾸다 감옥에 갇힌 예술가의 심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곡이죠. 2003년 통영에서 열렸던 경남국제음악콩쿠르에 출전했을 때 본선곡으로 준비했었는데요참가자들 중에 이 곡을 준비한 사람은 저 혼자뿐이더라고요지독한 난곡(難曲)이에요윤이상 선생의 역경과 정치적 고난이 생생하게 담겨 있죠그런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자기 삶을 음악에 온통 쏟아붓는….” - 고봉인 (첼로리스트)


▲ 이상 음악의 모태가 되었고 평생 그리워했던 공명판(바다)을 보기 위해 해저터널을 통과했다. 이상이 1963년 북한을 방문할 때 강서고분의 사신도를 보기 위해 들어가는 갔던 때와 느낌이랄까.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해저터널은 일제가 만든 토목공사에 불가하다. 습하고 어둡고 침침했다.  동백림사건으로 투옥된 이상의 사신도의 주작, 현무, 청룡, 백호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마주(영상)>와는 달랐다. 통영국제음악제와는 상관없는 대중가요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 도남동 통영국제음악당 근처에서 내려다 본 통영바다. 일본 방문시에 통영의 앞바다를 먼 발치에서나마 보기 위해서 배를 타고 남해안 근처까지 오기도 했다고 한다. 죽기 전에 고향땅을 밟고 싶어하던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공명판 곁에서 잠을 자겠다던 나의 계획은 이루지 못했다. 통영에서 공식적으로 바닷가에서 텐트를 칠 수 있는 통영공영해변(통영국제음악당 아래)이었지만, 바람이 세고 파도가 모래사장을 넘어올 것 같았다. 


개막작을 보고 난 후 통영시장에서 술을 마신 후 지인의 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주인은 멀리 가고 없고 '군자'라 녀석과 고독을 나누며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이상이 봤더라면 분명 '거지발싸개'라 했을 옷을 입고 있는 녀석과 한 이불에서 동침을 한 것이다. 꿈에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파이가 나왔다. 


오늘날 한국에서 윤이상 상()은 지나치게 정치화하고 때로는 신비화하기도 하는 왜곡을 보게 된다. 사람이 죽으면 신이 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죽은 사람의 얘기는 곧잘 ‘신화’가 되는 것을 우리는 흔히 경험한다. 그건 그것대로 나쁠 것이 없다. 신화는 국가공동체의 유지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공동체, 아니 무릇 인간공동체의 유지에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언제나 단순한 인간 ‘현실’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존재이기에 말이다. - 최정호


▲ 나의 품을 파고든 '군자'


음악여행을 마치며 다시 첼로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각자가 다를 수 있고 그것 또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번 여행에서 미래를 위해서는 과거를 묻고 언제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올해 시월에 열리는 윤이상음악콩크르에 다시 오겠다는 개인적 약속을 하면서 글을 마친다. 두발이면 충분하다!!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