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4일 오후 5시, 지리산 둘레길을 자전차로 여행하기 위해 자동차에 차를 담아서 부산을 출발하여 함양에 7시30분에 도착했다. 함양재래시장 들머리에 있는 조양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조양식당은 순대와 국밥으로 유명한 곳인데, 이번엔 수육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탓인지 식당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지만 주문이 밀려 있다. 애기집이라고 불리는 부위가 나왔는데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배를 채우고 오늘의 목표지점인 달궁야영장으로 차를 몬다. 뱀사골을 지나서 덕동에 있는 달궁야영장에 도착했더니 9시였다. 야영장에는 텐트 몇 동이 보였고 눈이 온다고 했는데 밤하늘에 별이 크리스마스를 축복하고 있다. 겨울 야영지에서는 식수를 얻기 힘든데 달궁야영장 역시 식수장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 텐트를 펴고 침낭에 누워서 라디오를 켜고 독거노인의 대열에 합류한다.  

이번 자전거 여행은 지리산 자락 달궁에서 시작한다. 달궁계곡을 따라 내려와서 뱀사골, 그리고 실상사에서 본격적으로 둘레길 여행을 시작할 생각이다. 실상사 근처에 있는 매동마을을 지나서 인월, 운봉, 주천까지 가서 정령치 고개를 넘어서 달궁으로 내려올 예정이다. 하지만 정령치 고개는 보통 12월 중순부터는 도로가 얼어서 자동차나 자전거가 지나갈 수 없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제법 내려서 운봉까지 갔다고 24번 국도를 따라서 달궁으로 되돌아 오는 것으로 여행을 마쳤다. 

자전거로 다녔던 길
- 거리 : 약 65km
- 소요시간 : 약 8시간
- 이동경로 : 09:50분 달궁 출발 - 덕동교 - 뱀사골 - 원천마을(지리산토비스콘도 보이는 곳)에서 우회전 삼화마을 진입 - 삼화마을 농로 - 실상사- 산내면 대정삼거리(인월방향)-매동마을(창원,금계로 가는 둘레길, 인월로 가는 둘레길의 중간 지점) - 장항교 (장항마을에서 인월로 이어지는 둘레길 이정표 있음, 산길이라 자전거로 불가능) - 장항교를 건너기 전 포장된 농로- 60번 국도-종군마을(종군마을에서 다시 둘레길 시작) - 구인월 포장 도로 - 둑길 - 구인월교 - 월평 -  흥부골 자연휴양림(오르는 구간 경사 심함) - 산길 - 옥계저수지 - 지리산대덕리조트 - 24번 국도 및 부흥교 (※  주의 : 인월 방향으로 다리를 건너서 둘레길 표시를 확인하고 포장된 마을길 진입해야 한다) - 둑길 - 비전마을(황산대첩비, 국악마을) - 긴 둑길 - 14: 30분 운봉 도착 - 인월(24번 국도를 이용)- 산내면 - 뱀사골 - 18:20분 달궁 도착 

달궁오토캠핑장에 야영을 시작했습니다. 땅은 얼었지만 부드럽고 배수가 잘 되는 마사토가 깔려 있어 텐트 치기엔 좋다. 추위 때문에 식수장의 물은 나오지 않지만 전기는 사용할 수 있다.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밖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서 나가 봤더니 고양이가 찾아 왔다. 크리스마스 이브 짐승들도 외롭나? 원래 짐승들에게 먹이를 주는 건 그렇지만, 날도 날이고 배가 부른 걸 보면 임신한 것 같아서 호도과자와 치즈를 나눠 먹었다.   

△  술은 임신한 고양이에게 해롭기 때문에 술과 음식물을 텐트 안으로 가져왔다. 피츠로이 베스터블(현관)을 이용하면 음식보관과 간단한 취사를 할 수 있다. 다만 물을 많이 끓이면 텐트 내부가 수증기로 젖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 해야 한다. 
 
△  아침, 텐트 밖이 서리가 맺혔다. 피츠로이 내부에는 결로가 맺혀 있지 않았다. 역시 피츠로이!! 

 △ 본격적으로 자전거 여행을 위한 채비에 들어갔다. MTX 빔렉(검은색)과 사이드프레임(은색)이 결합된 모습이다. MTB 자전거는 보통 짐받이 안장을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데, 제 자전거의 경우 싸구려 짐받이(3~4만)를 달 수 없어서, 적재중량이 적고 비싼 프레임(7~8만원)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빔렉은 E-Type로 미국의 토픽(Topeak)에서 나온 제품이다. 처음에는 과연 짐을 실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빔렉은 전체 프레임을 고정시켜주고 사이트 프레임은 가방과 바퀴의 접촉을 막아주기 때문에 짐을 안정적으로 실을 수 있다. 물론 사람을 태울 순 없다. 9kg~14kg 정도가 적당하다. 

빔렉이 자전거에 부착된 모습

사이드 프레임과 바퀴 공간


빔렉과 가방의 1차 결합

빔렉과 가방의 2차 결합

가방을 사이드 프레임에 고정


텐트를 정리하고 자전거를 타기 전에 바퀴, 브레이크, 기어, 체인을 점검한다. 육각렌치나 1회용 펑크 수리 도구를 휴대하고 다니면 좋다.     

자전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배낭의 무게를 줄여야 한다. 배낭이 무거우면 어깨에 무리를 준다.  카메라, 취사도구 등 무거운 짐은 자전거 트렁크에 싣고 우비, 수첩, 지갑 등 가벼운 것들은 배낭에 넣었다. 하지만 나중에 후회를 하게 된다.  

늘 차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뱀사골 계곡이 아름다운 줄 몰랐다. 늦은 아침에 계곡에 햇살을 받은 바위가 금빛이다. 7~8시 경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더 운치 있을 것 같다.   

오전 11시20분경 실상사에 도착했다. 낯익은 스님이 염불을 드리고 있다. 올해 실상사는 지리산과 중생들을 위해 할 일이 참 많다. 지리산 댐과 케이블카도 막아야 하고 둘레길도 본래 취지대로 잘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염불소리가 더 애틋하다. 실상사 찻집에서 지리산댐 반대에 서명을 하고 우전을 마신다. 포근하고 아늑한 차 향기에 취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다.     

실상사 다리에서 대봉 곶감을 파는 할머니를 만났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기 위해 담요까지 가져오셨다. 5개 5천원인데 마수라며 한 개를 더 주신다. 곶감을 한 입 물었더니 시원하고 달콤한 지리산 향기가 혀를 감싼다. 먹는 비용을 아끼려고 음식을 바리 싣고 왔는데, 둘레길 주민들에게 미안해진다. 둘레길 사람들은 아무런 보상없이 자신의 터전을 내어놓았는데, 먹거리를 도시에서 싸들고 왔으니 말이다.     

산내면 삼거리에서 실상사 귀농학교 언덕을 지나면 그 유명한 매동마을이다. 매동마을 언덕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창원, 금계, 벽송사로 이어지는 둘레길이 있다.  왼쪽으로 가면 인월, 운봉, 주천으로 가는 둘레길이다.  

장항들에서 본 장항교. 멀리 삼거리가 보이는데 오른쪽으로는 매동마을, 왼쪽으르는 종군마을, 인월로 가는 60번 도로이다. 장항마을에서 시작되는 둘레길은 산길을 따라서 종군마을로 이어져 있고, 종군마을에서 농로를 따라가면 인월이 나온다. 자전거로 좁은 산길을 간다는 건 걷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위험하기 때문에 포기하고 장항다리 옆 아스팔트 농로를 따라서 간다. 100여미터 못 가서 다시 인월로 이어지는 도로와 만난다. 

장항마을에서 60번 도로를 따라서 4Km 달려오면 왼쪽으로 종군마을이 있다. 다리를 건너서 종군마을에 들어서서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서 600미터 정도 달리면 오른쪽으로 둑길이 펼쳐진다. 둘레길은 백미는 흙길이다. 비가 많이 와서 바닥이 질퍽하지만 아스팔트를 달리는 것보다 기분이 좋다. 짐받이와 가방이 춤을 추지만 흐트러지지 않고 그대로 붙어 있다. 인월까지는 이어지는 둑길은 1.5km, 자전거로 5분이면 갈 수 있다. 인월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해서 운봉으로 가는 지도를 얻었다. 연휴 때문인지 둘레길을 찾은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 인월에서 월평마을회관을 지나서 흥부골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좁은 산길 대신에 일반 도로를 선택한다. 경가사 높아서 자전거를 끌고 간다. 산길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부러워진다. 하지만 흥부골을 지나면 멋진 임도가 1.5Km 펼쳐진다. 짐받이도 가방에 든 짐들도 전쟁을 한판 치루고 나면 옥계저수지, 지리산 대덕리조트, 부흥교에 도착한다. 여기서 둘레길 방향을 잘 봐야 한다. 대부분 운봉으로 이어지는 60번 도로를 따라서 가는 분들이 많다. 인월 쪽으로 부흥교를 건너면 맞은편에 부흥탑이 보인다. 거기에 가면 운봉으로 이어지는 둘레길 표시가 나온다.     

부흥탑에서 1.3km 둑길을 따라 오면 환산대첩비와, 국악의 가왕(歌王), 국창으로 불리는 송흥록 선생과 박초월 생가가 있는 비전마을이 나온다. 두 명창이 살았던 생가를 옛날 모습으로 복원하고 판소리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있다. 송홍록 선생은 순조와 철종에 이르는 명창으로 판소리의 계면조와 진양조를 완성하고, 메나리조를 도입한 판소리의 중시조라 불린다. 제자 박만순과 그의 동생 광록 등으로 이어지는 송문일가를 이뤘다고 기념비에 적고 있다.

비전마을 앞에는 쉼터가 있다. 이곳 쉼터에 범숙학교(대안학교) 학생들이 만든 재미난 지도가 눈에 들어온다. 옛날 길은 상인들이 개척했다면 이번 둘레길의 공은 범숙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있는 지도 모른다.   

비전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보슬비가 부슬비로 바뀐 상태였다. 멀리 황산벌에서 비전마을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순례자처럼 보인다. 솔직히 운봉에서 매동까지 이어지는 둘레길은 볼거리가 많이 없다. 그런데도 멀쩡한 길을 두고 진흑탕 흙길을 아이들 손을 잡고 걸어오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전마을에서 운봉읍 서림공원까지는 10리(4km) 둑길이 이어진다. 진흙길이라서 평소에는 15분 정도면 충분하겠지만 자전거로 30분이 넘게 걸렸다.

운봉 서림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자전거가 진흙놀이를 한바탕 즐긴 개구쟁이처럼 보인다. 운봉에 도착했을 때, 바람이 차가워서 식당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운봉은 여름에도 서늘하다고 한다. 운봉은 해발 470m의 산악분지로 무더위에도 30도를 넘는 경우가 드물고, 겨울에는 영하 20도 이상 내려간다고 한다. 그래서 완사면에는 면양 목장이 유명하고 고랭지 채소가 생산된다.

운봉 서림공원에는 서천리 당산이 있다. 원래는 당산나무, 솟대, 돌장승이 있었는데 솟대는 사라지고 돌장승은 아직까지 남아 있다. 장승은 '벅수'라고도 불리는데, 그 어감이 마치 장승이 나를 보고 "벅수야" 하고 부르는 것 같다. 벅수가 벅수를 보고 나니까 배가 고팠다. 운봉읍에서 김치찌개를 잘 하는 '수미네식당'을 찾아서 끼니를 해결한다. 주인에게 정령치를 넘어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봄에 다시 오라고 한다.  
 
주천과 정령치 고개는 다음으로 기약하고 24번 국도를 따라서 인월에 있는 '둘레길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탐방지원센터에서는 둘레길 지도, 민박, 대중교통을 안내하고 있다. 실내에는 지리산 나무와 생태와 관련된 전시물이 있고, 난로가 있어 쉬어가기 좋다. 난로에서 불을 쬐면서, 해먹지도 못할 밥이며 취사도구를 실고 다녔던 걸 생각하니 돌장승이 나에게 '벅수'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의구, 벅수야'라는 말이 '의구~ 바보야'로 들린다. 1박2일 이상 자전거 여행을 다닐 게 아니면 자전거 짐받이를 달지 않는 게 좋을 듯 하다. 자전거도 자전거지만 사람이 피곤하다. 또 돈 몇 푼 아낀다고 짐을 늘리지 말고 둘레길에서 따뜻한 밥을 사먹는 게 100번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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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 | 운봉 돌장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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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자연과 사찰은 존재 자체가 존재의 목적

지리산 둘레길 의탄리(함양)에서 매동리(남원)를 걷다 보면 자연으로 돌아간 유서 깊은 사찰을 만날 수 있다. 문득, 절이 존재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칸트는 <실천이성 비판>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이성적)는 목적 그 자체이며 인간은 결코 무엇인가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보다 오래된 자연과 인간에 대한 규정은 화엄경의 동체대비 사상에서도 발견된다. 

사찰은 사람이 만들었다. 인간이 신의 피조물이건 유전적인 진화를 떠나서 오래전 조상들이 만든 절은 친구처럼 다정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처처럼 온화하고 자비롭다. 무엇보다 자연과 닮아서 그런 것일까? 관광지로 바뀌면서 세속적으로 변해버린 여러 절 가운데서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찰이 있다. 

역사의 아픔을 함께한 벽송사(碧松寺)와 소나무

의탄리 칠선계곡을 따라가다보면 한국 선불교의 종가라고 할 수 있는 벽송사가 있다. 이 절에는 도인송과 미인송으로 불리는 오래된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벽송사는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들의 야전병원있었다. 빨치산을 섬멸하기 위해 국군이 사찰에 불을 질렀지만 이 두 나무는 건재하다. 


문고리만 잡아도 도를 튼다는 벽송사 원통전과 소나무


지리산을 닮은 금대암 전나무 

둘레길 등구재에서 금대산을 넘어가면 지리산이 능선이 한 눈에 펼쳐지는 그 발 아래 금대암이 있다. 왼쪽부터 칠선계곡, 백무동까지 짙은 계곡이 펼쳐진다. 해인사의 말사인 금대암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크고(40m) 오래된(500년) 전나무가 있다. 이 나무가 없었다면 나는 금대암을 찾아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금대암 아래 소나무가 지리산보다 높다.


살고 싶은 절 실상사
이곳에 오면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시골 할머니집 같다고 할까.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의 구심으로 잘 알려진 실천적인 스님들의 넓은 품이 있다. 그래서 풀뿌리 하나도 이 절에서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는 연기적 세계관, 우리가 곧 자연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실상사에 남은 옛 절터. 돈이 없어서 내버려둔 것일까? 그래서 더 좋다.

스님이 염불을 하는 동안 다람쥐가 먹이를 먹고 있다.

 
기네스북에 도전하는 또 다른 절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눈살을 찌부리는 절도 있다. 작년에 왔을 때는 채석장인가보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거대한 불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구복신앙이 깊은 사람들이면 헐크처럼 웅장한 불상 앞에 주머니를 열겠다는 생각에 씁쓸하다. 어쩜 기네스북에 도전이라도 하는 모양이다. 법정스님이 '사찰에 있는 복전함을 없애라'며 외쳤던 일침이 메아리로 돌아온다. 

불심인지 욕심인지...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의탄마을 입구 쉼터에 한 아이가 서 있다.


추석 연휴에 지리산 둘레길(의탄마을-벽송사-칠선계곡-의탄마을)을 다녀왔다. 의탄마을에 들어서자 '지리산 댐 반대' 현수막이 마을 곳곳에 걸려 있었다. 내셔널트러스트에서 보존대상 지역으로 선정된 이곳에 댐이라니, 평범한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리산댐 관련 뉴스를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나온다. 
4대강 정비사업이 시작되면 낙동강 모래속에 깔려있던 오염물질이 수면으로 떠오르고, 낙동은 식수원으로서의 기능을 잃게 된다. 낙동강을 대체할 수있는 남감댐(경남 진주) 물을 부산에 끌어쓰자니 서부경남지역 주민들이 반대한다. 진주와 산청보다 상류인 지리산 계곡에 댐을 만들어서 서부경남지역의 식수원으로 공급하고 남강댐 물은 부산지역으로 공급한다.

실상사 앞 대안학교에 지리산댐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댐을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홍수피해와 물부족을 해결하는 것이다. 홍수피해와 물부족 과연 사실일까?  의문이 생기면서 왠지 구린내가 난다. 자연재해라는 원시시대 담론으로 시민들에게 공포의식을 유발시켜 이득을 보려는 자들이 있는 듯 하다.
? 댐 건설 예정지인 함양군 마천면에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최근 10여년 동안 홍수로 피해를 봤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
부산 경남지역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뭔 물이 그렇게 필요할까?(통계청)  호로면 이상으로 1년에 아이를 2명 이상 낳지 않는 이상 지금의 인구감소 추세라면 물을 아껴쓰면 지금이라도 충분하지 않을까?  

칠선 계곡과 소나무. 지리산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물을 내려보내주지만 인간에게 가까워질수록 구린내가 난다.


엄천강에서 만난 물떼새. 부산시민으로서 낙동강 똥물보다는 남강댐 물이 구미에 당기지만, 자연을 훼손하는 걸 눈감아 주면서 깨끗한 물(?)을 마시고픈 생각은 없다.


의탄강에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자연에게 가장 추악한 적은 인간이다. 댐을 만드는 일보다 오염원을 차단하는 등 정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실상사 앞 판화. 지리산에 댐이 들어서면 맹세코 지리산에 가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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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서 열린 ‘영호남 못난이 대동제’.


화개장터에서  갓난애,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질펀하게 강가에서 춤을 추고 막걸리로 몸을 달구면 멀리 들판 너머 서 있는 지리산이 그립다. 달빛을 보려고 성삼재 노고단휴게소에서 하루를 차 안에서 보낸다. 내일 아침이면 푸른 섬진강을 보리라 기대했지만 아침까지 비가 내린다.

차를 돌려서 뱀사골로 내려와서 지리산 둘레길 여행을 시작한다.
아직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지금이 호기라는 생각에 발길을 재촉헀다.
남원시 매동마을에 오전 11시에 도착, 평일인데도 마을 앞 공터에는 대여섯대의 차들이 있다.

외지인들이 다녀 가는 게 피곤한 일일텐데, 지리산 넓은 품 만큼 주민들이 길을 열었다.  입소문이 나서 그런지 제법 사람들이 다녀간 모양이다. 매동마을 뒷길을 5분 정도 오르자
소나무가 고운 융단을 깔아둔 산길로 접어든다.

땅이 발을 살짝 밀어내는 듯 부드러운 길이다.  못난이 축제에서 봤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소리 한자락이라도 배워뒀더라면 더 없이 좋은 여행이 될 뻔 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었던 생명길, 목이 마르다 싶으면 작은 옹달샘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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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곳은 밭을 일구며 농사를 짓고 살았다. 사람들이 떠나자 나무가 무성하게 자랐다.


그렇게 작은 고개를 넘다보면 중항마을 윗길로 접어든다. 배가 출출할 쯤 기대했던 대로 멀리 막걸리 집이 보인다. 파전에 막거리 한 잔 먹고 다시 흠골을 지나 등구재로 간다.
포장된 임도를 따라 십 여분 걷다보면
뱀사골과 노고단이 보인다.

흠골에서 등구재까지는 2km, 매동마을까지는 3.9km. 하황마을을 아래에 두고 걷다보니 등이 따뜻하다. 언제 그랬는지 햇살마저 지친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20여분 더 가면 등구재가 보이는 나무 아래 막걸리집이 하나 더 있다. 이때부터는 계속해서 오르막이다.

흠골에 도착한 게 12시니까 거의 한 시간 걸어서 등구재 네거리에 도착했다. 오른쪽 산비탈은 올라 서 2km 가면 금대암이 나온다. 왼쪽 산비탈은 삼봉산 정상(3km)이다. 막걸리를 너무 많이 마신 모양이다. 나무 의자에 앉아 쉬는 데 노루새끼만한 강아지가 대견하게 주인따라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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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구재에서 노루새끼인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임자있는 강아지였다.


등구재는 거북등을 닮았다고 해서 불려졌다. 서쪽 지리산 만복대에 노을이 깔릴 때, 동쪽 법화산 마루엔 달이 떠올라 노을과 달빛이 어우러지는 고갯길이다. 경남 창원마을과 전북 상황마을의 경계가 되는 곳인데  남원 인월에 장이 서면 이곳을 넘어가던 길이라고 한다. 

전라도에서 경상로로 꽃가마를 타고,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당나귀를 타고 넘던  새색시가 꽃가마를 타고 넘던 그 언덕에 앉아 화개장터에서 녹음했던 소리를 듣는다. 김지하 선생님이 기획하고 채희완 교수님이 연출했던, 무엇보다  뒷풀이에서 울려퍼졌던 질펀한 노랫자락이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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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축제에 참가했던 전라도 품바팀


등구재를 내려오면 작은 연못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여기서부터 바랭재다. 창원마을 언덕이름이 바랭재인 모양이다. 창원마을로 내려가는 길목에 막걸리 집이 있다. 1시 40분, 점심을 먹기에는 뭣한 시간이다. 그래도 이집은 주인장의 인심이 좋아서 그냥 지나치기에는 섭섭하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쓴 여행후기로 유명해진 막걸리 집이다. 쉬어 오마자차를 내어준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두 노인은 무
농약을 손수 가꾼 쌀이며 잡곡을 외지인에게 필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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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직접 쓴 투박한 글이 정겹다.


창원마을에서 바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운이 좋으면 지리산 봉우리를 볼 수 있는 들판으로 걷는다.
소나무 숲길을 오르고 내리는 일을 몇번 하다보면 이번 여행의 종점 의탄리 금계마을이 나온다. 창원마을에서 금계까지는 3.4km, 1시간은 족히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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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랭재에서 본 법화산 산줄기. 바랑의 오기가 아닐까 싶었지만 아무럼 어때, 바랭이 더 정겹다.

 
금계마을에 도착하니 앞서갔던 사람들이 시간표 없는 버스정류장에 모여 있다.
매동마을로 돌아가서 자가용을 이용하려는 사람, 함양으로 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인심 좋은 버스기사는 어차피 돌아서 나오니까 구양리 지리산조망공원까지 태워줄테니 타라고 한다.

동행한 서너 분과 함께 지리산전망대까지 구경하고 다시 의탄리로 내려왔을 때 차는 이미 만차다. 매동마을에 도착했을 때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치 고향에 온듯 그렇게 정겨운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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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다른 이들과 이 길을 찾았을 때도 그렇게 변함없이 있어 줬으면 하는 게 욕심일까. 지리산처럼 넓은 품 아래 소박하고 정겨운 실상사처럼 말이다.



매동마을 민박집 (식사가능) 011-9960-8685

김분순 010-4204-3346

지리산길 안내센터 063-635-0856

마천택시 055-962-5110

나마스테쉼터 011-504-6516

창원마을 바랭재쉼터 010-4914-5371 

가운누리펜션 010-2909-1726

버스시간표

촉동에서 7:45

10:20

14:20(유림경유)

16:10

18:50

19:50 (등구재, 구양리 * 의탄리로 내려오면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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