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은 아방가르드

 

자유와 고독(Free & Lonely)을 주제로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를 다녀왔다. 개막작 세밀레 워크를 관람하기 위해 창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통영으로 달렸다창원에서 통영까지 국도와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약 200 (88km). 옛 조상들이 말을 타고 출장을 가던 것처럼 나역시 아전이 되어 당나귀 스테판을 끌고 나선 것이다.


스테판(Stepan)은 스웨덴의 작가인 헬레나 윌리스2(Helena Willis)의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말 이름에서 따왔다. 스테판은 다혼 벡터X271-2011 종이다.  

 

스테판과 88km를 달려서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는 통영문화회관에 도착 인증샷. 개막작 '세밀레워크' 현장예매에 성공을 자축하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남들이 보기엔 유별나다고 할 수 있지만, 윤이상의 음악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한 나름 아방가르드(Avant-garde) 정신의 실천이라고나 할까.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것의 융합, 자전거 여행을 통해서 윤이상의 음악정신을 찾고자 했다. 어쩌면 윤이상이 말한대로 '거지 발싸개'일수도... 

 

제13회 통영국제음악제의 주제는 ‘자유와 고독’이다. 라이더는 길 위에서 고독하기도 하고 또한 자유롭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데올로기의 굴레에 갖힌 윤이상이 아닌 예술가 이상(ISANG YUN, 일식 이름)을 만나러 갔다. 


정치의 세계와 예술의 세계 사이에는, 통일운동가와 음악작곡가 사이에는 쉽게 건너뛰기 어려운 경계가 있다는 얘기다. 훌륭한 예술가가 반드시 훌륭한 정치가가 될 수는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것은 훌륭한 정치가가 반드시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도 없고 또 될 필요도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 최정호(울산대학교 석좌교수), '()신화, ()정치화로 본 이응로와 윤이상', 신동아, 2008.11.1(통권590호)



스테판에 가방을 달다.

 

1) 오르트립 패니어, 2)~3) 프론트 랙 장착후 모습, 4) 훅과 프론트 랙 결합, 5) 캠핑을 위한 준비물 : 텐트, 매트, 우비, 여벌 옷(개막작 관람용 정장), 커피머신, 노트북, 충전기 등


당나귀 앞발에 짐꾸러미를 달기 위해 애를 먹었다. 프론트랙은 다혼 동호회에서 주문해서 구입했다. 프론트렉을 장착하기 위해서는 먼저 브레이크(fore brake)를 분리, 헤드튜브(haad tube)와 포크(pork blade) 사이의 나사를 풀어서 프론트랙(front rack)을 결합하면 된다.

 

문제는 허브(hub) 위치의 큐알(quick release) 부분에 랙을 결합하는 데 애를 먹었다. 큐알 레버 위치를 조정한 후 겨우 나사를 조일 수 있었는데, 동봉된 나사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어렵게 랙은 장착했고 이제 어떤 패니어(가방)를 달 것인가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인터넷에서 살까 고민하다가 자전거 매장에 들렀다가 눈도장을 찍은 노란색 패니어를 골랐다. 이상처럼 독일에서 물 건너온 오르트림(Ortieb) 프론트 패니어 룰러 클래식(front roller classic).

 

오르트립 가방은 상단부 가방의 입구를 감은 후 버클 방식으로 닫는 데 사용버클을 연결하면 어깨끈으로 사용 가능하다. 뒷면은 가방의 흔들림을 잡아주는 QL1 훅이 달려 있다원단은 전면 및 후면은  PD620 재질로 매끄러우면서 단단했다. 주행하다가 시멘트 벽에 긁힌 적이 있는데 광택처리가 되어 있어 표시가 잘 나지 않았다.


오르트립은 손잡이를 당기면 조임쇠가 자연적으로 벌어지면서 랙에 장착되고 손잡이를 놓으면 고정되는 방식이다. 상단과 중간 훅이 랙을 잡아주기 때문에 큰 충격 없이는 비포장길 주행을 하는데도 튼튼하게 붙어 있었다. 자세한 사항은 자전거 블로그 참고


공명판의 울림을 듣기 위하여 


12일 캠핑을 계획한 지라 가져가야 할 짐이 많았다. 최대한 줄인다고 생각했지만 통영 해변에서 캠핑을 할 생각이라 텐트 때문에 부피와 무게가 늘어났다. 또 개막식에 쫄바지를 입고 참석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정장을 따로 챙겼다. 


패니어에 짐을 구겨넣고 난 후 진이 다 빠졌다. 바닷가에서 하루를 보내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던 이유는 이상의 음악적 모태가 되었던 공면판, 밤바다를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아버지는 종종 밤낚시를 하려 나를 데리고 가셨습니다그럴 때면 우리는 아무말 없이 잠자코 배 위에 앉아 물고기가 헤엄치는 소리나 다른 어부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소위 말하는 남도창이라 불리는 침울한 노래인데수면이 그 울림을 멀리까지 전해주었습니다바다는 공명판 같았고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습니다. - 윤이상 회고록 중에서


패니어에 최대한 짐을 맡기니까 가방이 가벼워졌다. 대신 당나귀가 제대로 구동할 지 걱정되었다. 랙만 잘 버텨준다면 편자(튜브)를 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 김홍도의 그림 편자 박기’. 랙을 달면서 제일 걱정이 펑크가 났을 때 편자를 때우는 일이다. 랙과 허브를 결합하는 나사가 고장나서 편자를 교환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김홍도의 그림 편자박기의 그림처럼 고통이 엄습해 온다. 


■ 주요경로

창원 – 삼동로 – 창곡삼거리 – 봉암다리 – 무역로 자전거길 – 수출 – 해안대로 – 마산어시장 – 마산여객선터미널 – 월영교차로(경남대학교 앞– 밤밭고개길 – 남해안 대로 갓길 – 동전고개길 – 태봉휴게소남해안대로 옆길 – 입곡지하차도 – 삼진의거대로 – 진동면 – 삼진의거대로 – 암아교차로(좌회전– 회진로(77) – 창포마을 – 당항포오토캠핑장 – 배화교(공룡조형물– 화산2(좌회전– 갯벌 매립현장 – 동해로(1010) – 거류면(고성군– 안정로(77) – 황리사거리 – 적덕삼거리(좌측– 덕포로 – 덕포교 (좌측 해안길– 죽림해안로(자전거도로– 세종어린이집 – 지하차도 – 기호로(갓길 좁고 위험구간– 남해안대로(14, 갓길– 미늘삼거리 – 통영해안로 – 통영시청 – 통영문화회관(통영국제음악제– 강구안(프렌지 무대– 도천테마공원(윤이상 기념관– 해저터널 – 도남로(1021) – 윤이상국제음악당(금호마리나리조트)

■ 거리 : 88km / 시간 : 7시간 (평균 4:50min/km

■ 경로 : http://runkeeper.com/user/dolbae/activity/159605251

■ GPS/구글맵 다운받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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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의 말고삐를 당겨야 했던 이유


경치가 좋으면 말고삐를 당기고 말에서 내리는 게 상춘객의 자세랄까. 봄이 무르익은 나무와 바다를 주마간산 격으로 볼 순 없었다. 이상의 음악정신에서 자주 언급되는 '정중동'의 자세랄까. 


이상에게 영감을 준 미국의 전위예술가였던 존 케이지처럼 라이더도 때론 길에서 페달을 멈추고 침묵이 필요한 법이다. 이상의 음악을 처음으로 접한 20대초에 현을 긁어대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연주가 소음으로 들렸던 건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던 까닭이 어쩌면 침묵의 미학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악보에 난무하는 수많은 음표들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단아함즉 ‘정동중(靜中動)의 인상에 대한 신비감이다이점이야말로 윤이상의 한국인나아가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부분이고 우리가 공유해야할 문화적 가치이다. - 홍은미(윤이상평화재단 상임연구위원)


▲ 3월22일, 창원은 벚꽃이 한창 물이 오르고 있었다. 1) 봉암다리로 가는 길에 핀 벚꽃, 2) 마산 해안로에 단장된 자전거 도로, 3) 밤밭고개(경남대 근처)에 만들어진 꽃벽


좋은 경치에서는 페달의 멈춤, 정중동이지만 나쁜 길에서는 활주(Glissees)의 용기가 필요하다. 이상의 음악으로 표현하자면 현의 실험이다. 활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된다. 


밤밭고개(경남대학교에서 진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진동으로 넘어가는 길은 갓길을 이용해야 하고 우회전 차량을 피해서 1km 달려야 한다. 내리막이라 자동차들도 활주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1) 밤밭고개 언덕에서 신호를 잘 보고 건넌 후(횡단보도 없음) 통영방면 도로 갓길을 이용한다. 2) 1km 내려오면 우측으로 빠져서 고가차도(현동교차로) 아래 오른쪽 언덕길을 오른다. 3) 동전고개를 올라 박차를 가하면 태봉병원까지 신나게 다릴 수 있다. 4) 태봉병원에서 내려와서 굴다리를 지나가면 진동으로 가는 옛날 도로가 나온다.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새로 만들어진 길로 가기 때문에 이 길은 한산하지만 갓길이 없기 때문에 역시 정신줄은 놓지 말아야 한다. 


자전거가 가기에는 위험한 길, 그렇다고 둘러 갈 수도 없는 공간은 라이더에게 암흑과 같다. 예술가 이상에게 동백림사건이 사선을 넘은 경험과 같은 잔혹한 환경은 라이더를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예술과 이데올로기의 경계를 활(도구)로 활주하기 위해서는 라이더의 직관과 튼튼한 엔진이 필요하다.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Luise Rinser)와 대담 《상처받은 용 Der verwundete Drache(1977)에서 이상은 자신의 삶을 잘 표현한 작품이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1975, 1976)'이라고 밝힌다.  


첼로는 A음에 도달하지 못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G#음의 한계를 넘어 A음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열정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이로 인해 '상처받은 용'처럼 고통 속에 신음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 표현한 것이다.  - 김윤태(고려대 교수), '상처입은 용 - 윤이상의 삶과 예술', 프레시안, 2009.10.31



길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유와 고독 


진동면을 지나면 첫번째 교차로에서 왼쪽 길을 따라서 해변길(회진로 1002)에 접어들자 스테판이 스스로 날뛰기 시작했다. 도로에서 정신줄을 꽉 당겼다가 바다를 보자 시위를 놓자 튕겨나가는 화살과 같다.  


진동에서 당항포 고성공룡엑스포 전시관을 지나 배둔면(고성군)까지 약 20km 아름다운 길이 펼쳐진다교차로가 나오더라도 주저하지 말고 바다쪽으로 가면 된다. 여기서부터는 한국의 남해안다운 길, 이상이 추구한 자유와 오브랩 된다.  



 1) 당항만으로 빨려들어가는 바닷길에서의 자유, 2) 손에잡힐 듯 가까이 있지만 바다로 인해 건너지 못하는 자유, 3) 통영으로 바로 갈 있지만 덕포리를 둘러서 갈 자유, 4) 그리고 죽림 해안로에서 쉬어갈 자유


라이더는 길 위에서 자유로울 때도 있지만 고독할 때가 있다. 혼자여서가 아니라 자연의 파괴를 담보로 만들어진 길 위에서 달려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4대강 자전거도로를 달릴 때 고독의 고통은 극한에 이른다. 고독 자체를 마신다면 '독배'가 되지만  사회적 현실과 개인적 자유와 섞어 마시면 마음의 '약'이 된다.  


윤이상이 유럽에서 작곡한 100여 곡이 넘는 작품들의 대부분은 동양의 사상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동양적인 것과 서구적인 것의 만남, 국제적 성격을 띤 현대적인 것과 고전성의 융합을 추구하고 있다. 부분 속에 이미 전체가 반영되어 있고, 변형에서의 고유성을 추구하는 정중동(靜中動)은 그의 음악적 이상을 보여주는 핵심내용이다. - 김승근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통영국제음악제 운영위원)



 1) 고성 공룡엑스포 행사장(당항포 오토캠핑장)을 지나서 해안도로를 달리면 용 조형물이 있는 다리가 보인다. 2) 다리를 건너서 왼쪽 해안도로를 달리면 마암면과 거류면 사이의 바다를 메우는 공사현장이 나온다. 3) 당항만(바다)이 메워지면서 통영으로 가는 거리가 가까워지는 이점도 있지만 썩어가는 갯벌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4) 멀리 보이는 산 아래가 고성읍, 간척지가 만들어지고 있어 둘러가야 하는 수고스러움은 줄어들었지만 굽이 굽은 바닷길을 둘러가는 재미가 사라졌다.


이상 음악의 공명판, 통영 


경남 통영은 문화예술의 고향이다. 한려수도 품 안에서 많은 문화예술인이 태어나고 자랐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낸 통영은 이상에게 각별한 도시이다. 물론 태어난 곳은 산청이고 현재 그의 공식 국적은 독일이다. 

“나의 음악은 조국의 예술적, 철학적, 미학적 전통에서 태어났고, 고향은 나의 창작에 다시없이 귀중한, 정서적인 원천이 되었으며 조국의 불행한 운명과 질서의 파괴, 국가권력의 횡포에 자극을 받아 음악이 가져야 할 격조와 순도 한계 내에서 가능한 최대의 표현 언어를 구사하려고 했다 - 루이제 린저와의 대담, <상처받은 용>


▲ 통영국제음악제의 주요 연주는 남망산조각공원이 있는 통영문화회관에서 이루어진다. 하반기(11.2~10)에 열리는 윤이상음악콩크르는 완공을 앞두고 있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다.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 '세밀레 워크' 무대인사.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초연된 이번 공연은 바로크 악기로 들려주는 실험적인 음악과 패션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쿠튀르 의상과 연출을 맡은 루드게르 엔겔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레치타티보 부분 중간에 솔리스트들이 외마디 말이나 비명을 내지르고, 아콤파냐토 부분에서 앙상블은 고(음악 고유의 소리를 전자 기계음으로 뒤틀어 놓는 식의 다양한 변주는 지루하기 마련인 바로크 음악에 적절한 긴장감을 부여했다. 덕분에 극에 대한 몰입도 또한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김두천(경남도민일보 기자) 기사보기 


<세밀레 워크>는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 커튼콜을 일곱 번 이상 받았다. 기존의 클래식 장르를 해체하고 실험하는 것, 무엇보다 관객의 반응이 뜨거웠다는 것 이외에는 윤상 음악세계과 연관성을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역에서 클래식 공연장에 일반 관객의 비율이 크지 않는 현실에서, 이번 개막작은 페스티벌로서의 가치는 있다고 평가한다. 대중의 요구와 현대음악의 실험이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상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것을 '직접성(Unmittelbarkeit)'이라 했다. 


현대음악에 관해서 윤 선생한테 자주 듣던 말로 두고두고 생각나는 대목은 모든 지역의 음악이 현대음악에 대해선 직접성(Unmittelbarkeit)을 갖는다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은 명언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윤 선생의 작품을 통해 한국적인 음악의 세계가 유럽인에게 이해되고 소통되는 통로를 열 수 있었음을 설명해 줄 뿐만 아니라 현대음악의 세계를 나 같은 문외한도 어림짐작으로나마 가까이 해볼 수 있게 한 말이기도 했다. - 최정호


▲ 통영국제음악제의 또다른 실험무대 프린지페스티벌. 젊은 음악인들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연주가 통영의 봄바다에 울린다. 올해는 윤이상기념관, 동피랑 등 거리 곳곳에서 열렸다. 


상처받은 용(Der verwundete Drache)을 찾아서



오후 5, 창원을 출발해서 통영까지 약 7만에 처음으로 용(ISANG YUN)과 대면했다. 지도상에는 도천테마공원이고 거기엔 윤이상메모리홀 또는 윤이상기념관이라 불리는 그곳에 용이 서 있었다. 개막작 공연 시간인 두 시간 넘게 남아 있는 시간, 초등학생들이 쏜 비비탄 총알이 하늘을 윙윙 날고 있었다.


윤이상기념관 앞 뜰에 있는 용 앞에 스테판을 세웠다. 윤이상이 그랬던 것처럼 이상에 대한 우상숭배가 아닌 그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또한 세계적인 브랜드인 그의 이름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에서 '동백림사건'이 조작임을 밝혀졌지만 윤이상에 대한 평가는 아직까지 뜨거운 감자다. 세계적인 브랜드 윤이상의 이름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흔적을 통영에서도 만날 수 있다


▲ 윤이상기념관 전경. 야외공연장과 전시실 그리고 통영바다를 건너지 못한 그의 꿈을 이어주는 다리가 놓여져 있다. 전시실에는 유럽에서 초기 작품인<일곱 악기를 위한 음악>(1959) 친필 악보와 그가 사용하던 첼로, 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 윤이상의 음악세계를 활주하는 첼로와 그의 흉상. 첼로 옆에 흉상이 전시된 이유가 궁금했다. 윤이상은 오사카 음악대학에서 첼로를 배웠고 젊은 시절 첼로 연주가로 활동했다는 사실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안내문에는 이상에게 첼로는 목숨과도 같은 것이었다고 되어 있다. 1층에서 그의 첼로곡 활주(Glissees)가 담긴 음반을 사서 동기화 시키는 데 몇 시간이 걸렸고 그리고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를 꿈꾸다 감옥에 갇힌 예술가의 심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곡이죠. 2003년 통영에서 열렸던 경남국제음악콩쿠르에 출전했을 때 본선곡으로 준비했었는데요참가자들 중에 이 곡을 준비한 사람은 저 혼자뿐이더라고요지독한 난곡(難曲)이에요윤이상 선생의 역경과 정치적 고난이 생생하게 담겨 있죠그런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자기 삶을 음악에 온통 쏟아붓는….” - 고봉인 (첼로리스트)


▲ 이상 음악의 모태가 되었고 평생 그리워했던 공명판(바다)을 보기 위해 해저터널을 통과했다. 이상이 1963년 북한을 방문할 때 강서고분의 사신도를 보기 위해 들어가는 갔던 때와 느낌이랄까.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해저터널은 일제가 만든 토목공사에 불가하다. 습하고 어둡고 침침했다.  동백림사건으로 투옥된 이상의 사신도의 주작, 현무, 청룡, 백호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마주(영상)>와는 달랐다. 통영국제음악제와는 상관없는 대중가요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 도남동 통영국제음악당 근처에서 내려다 본 통영바다. 일본 방문시에 통영의 앞바다를 먼 발치에서나마 보기 위해서 배를 타고 남해안 근처까지 오기도 했다고 한다. 죽기 전에 고향땅을 밟고 싶어하던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공명판 곁에서 잠을 자겠다던 나의 계획은 이루지 못했다. 통영에서 공식적으로 바닷가에서 텐트를 칠 수 있는 통영공영해변(통영국제음악당 아래)이었지만, 바람이 세고 파도가 모래사장을 넘어올 것 같았다. 


개막작을 보고 난 후 통영시장에서 술을 마신 후 지인의 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주인은 멀리 가고 없고 '군자'라 녀석과 고독을 나누며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이상이 봤더라면 분명 '거지발싸개'라 했을 옷을 입고 있는 녀석과 한 이불에서 동침을 한 것이다. 꿈에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파이가 나왔다. 


오늘날 한국에서 윤이상 상()은 지나치게 정치화하고 때로는 신비화하기도 하는 왜곡을 보게 된다. 사람이 죽으면 신이 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죽은 사람의 얘기는 곧잘 ‘신화’가 되는 것을 우리는 흔히 경험한다. 그건 그것대로 나쁠 것이 없다. 신화는 국가공동체의 유지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공동체, 아니 무릇 인간공동체의 유지에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언제나 단순한 인간 ‘현실’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존재이기에 말이다. - 최정호


▲ 나의 품을 파고든 '군자'


음악여행을 마치며 다시 첼로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각자가 다를 수 있고 그것 또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번 여행에서 미래를 위해서는 과거를 묻고 언제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올해 시월에 열리는 윤이상음악콩크르에 다시 오겠다는 개인적 약속을 하면서 글을 마친다. 두발이면 충분하다!!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2박3일 거제도 자전거 캠핑을 주저리 주저리 정리해 보았다. 자전거로 여행하면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이번 여행에서 좋은 것을 많이 보았지만 한편으로 좋지 못한 것들도 보게 되었다.

△  0일차 : 거제도로 가기 위해  (부산에서 김해, 김해에서 진해)
△  1일차 : 거제 능소에서 외포까지
△  2일차 : 옥포에서 저구 명사해수욕장
△  3일차 : 저구에서 고현

△ 거제도 자전거캠핑 총 거리 : 약 132km
△ 기간 : 4월3일 18시~5일 16시 (2박3일)
△ 자전거 : 다혼 제트스트림P8 (여기서는 당나귀로 통함)
△ GPS : 아이폰 런키퍼 어플
△ 총이동경로 : 런키퍼 프로그램을 지피에서온 에서 수정하였음



 옥포, 노동자들이 만든 명품 자전거 도로

거제도에서 첫날은 외포에서 보냈다. 날이 밝자 태양은 외포 티티카카는 해변에 널려 있는 쓰레기와 이국적인 펜션들을 비춰주었다. 바다는 새로울 것이 없다며 쓰레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7시에 티티카카를 떠났다. 

옥포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외포에서 옥포까지는 6km. 몸이 굳어 있어 덕포에서 옥포로 가는 언덕을 오르는 데 힘이 든다.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자전거를 끌었다. 옥포대첩기념관으로 가는 갈림길(좌측 : 팔랑포, 직진 : 옥포)에서 빨간 자전거 도로가 시작된다. 

옥포만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자전거 길이 시내까지 이어져 있다. 휴일 아침인데도 조선소에는 노동자들이 안전모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일을 하러 가고 있다. 옥포 시내 중심가를 통과하면 옥포삼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은 14번국도와 만난다. 장승포 방향으로 들어서면 벚꽃나무 아래 자전거 전용도로가 무려 10km나 이어져 있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노동자

자전거로 가득찬 공장입구

아름다운 벚꽃이 펼쳐진 도로



구릿빛 꿀벅지 노동자들이 자전거를 출퇴근을 쉽게 하기 위해서 만든 도로이면서 거제도 자전거 여행객에게 최고의 길이다. 과연 이 길을 이용해서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노동자는 몇 명이나 될까? 대우조선노동조합 게시판에 물어봤더니 대략 4천여명이라고 한다.

노동자 1명이 한 달(20일)동안 승용차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탄다면 소나무 300여 그루에서 이산화탄소를 정화하는 힘과 맞먹는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대략 4천 여명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니까, 한 달에 소나무 1천2백만 그루가 이산화탄소를 정화하는 것과 같다. 

조선소와 노동자들의 숙소까지 이어진 자전거 도로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노동생산성과 출퇴근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좋을 테고, 노동자들은 자신들은 출퇴근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지역 시민들도 자전거를 이용하면서 지역의 대기오염이 줄어든다.

하지만 자전거의 사회, 문화적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깨끗하고 잘 조성된 자전거도로는 기업의 이윤과 자본주의의 계급 논리가 숨어 있다. 사용자는 노동자들이 자전거를 타면 출퇴근버스, 주차 등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반면 사용자가 고급 자동차를 몰면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노동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 

자본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열심히 벌어서 사용자의 자동차와 비슷한 차를 산다고 해서 행복해질까?  거기에 투자하는 배용으로 노동자의 튼튼한 몸, 즉 6기통 엔진을 달고서 자본가들이 감히 가보지 못하는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불행히도 조선업에 몸담고 있는 노동자들은 노동강도가 세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하다. 옥포가 타 지역에 비해서 이혼율이 높고 유흥주점도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노동자들이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여행하는 모습을 기원해 본다.


바람의 언덕에는 바람이 없다.  

옥포에서 장승포까지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서 쉽게 갈 수 있다. 장승포여객터미널에는 모 방송국의 촬영 이후로 지심도로 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장승포 고개를 넘으면 지세포이다. 자전거 도로는 끝이 나고 갓길로 달려야 해서 불안하지만, 내리막길이라 자동차와 비슷한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신나게 내려오다 보면 다시 오르막이다. 지세포에서 와현, 그리고 구조라까지 10km 구간은 오르고 내리는 일이 많아서 힘들지만 거제도의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섬들이 눈과 몸을 시원하게 한다. 지세포 고개를 넘으면 와현해수욕장이 나오는데 아담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와현에서 커피와 가락지빵으로 배를 채우고 구조라로 향한다. 구조라 유람선터미널 앞에는 석화와 해물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석화 1인분과 맥주 한 병을 시켰더니 1만3천원이다. 자전거에 요상한 짐을 매달고 다니는 걸 보니 불쌍했는 지 만원만 달라고 한다.   


따사로운 햇살에 석화는 우윳빛 가슴을 연다. 시원한 맥주와 먹으면 석화는 몸안으로 녹아든다. 고개를 넘어면서 힘들었던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구조라를 지나면 망치마을이 나오는데 이곳에서도 작은 몽돌해수욕장이 펼쳐져 있다. 망치해수욕장에서 학동으로 넘어가는 약 4km 구간은 상당한 오르막이다. 햇살이 따가워서 당나귀도 힘들어해서 동백나무 아래에 쉬어가기를 여러번, 마침내 1시20분에 학동에 도착했다.  

학동의 몽돌이 가장 많은 해변이다. 몽돌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깔고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등산객과 나들이객이 몽돌해변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갑자기 많아진 사람들에 당나귀도 나도 당황해서 해변 끝에 있는 한적한 소나무 숲으로 들어 갔다.  


△ 학동 몽돌해수욕장과 소나무 숲. 몽돌해변 끝부분에 소나무 산책로와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샤워장에는 전원콘센트가 있는데 이곳에서 도둑전기를 쓸 수 있다. 

학동해수욕장에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샤워장이다. 휴대폰이 뇌사상태에 빠질 정도이기 때문이다. 샤워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전기콘센트에 아이폰을 충전하면서 캔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30분 정도 자리를 깔고 낮잠을 즐겼다. 

학동해수욕장에서 가까운 곳에 '내촐오토캠핑장'이 있다. 캠핑을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서 다시 길을 나섰다. 동백숲을 왼쪽에 두고 긴 오르막을 오르면 해금강이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은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거제 해금강은 금강산에 있는 해금강과 비슷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해서 불려졌다. 어린 시절 나이드신 분들이 금강산 대신 이곳을 다녀와서 자랑하듯이 기념품을 집에 걸어 두곤 했다. 거제도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이곳은 절벽과 동굴로 유명하다.

해금강으로 가는 길은 길이 좁고 자동차가 많이 다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10년 전에 왔을 때는 그 명성과는 달리 한산했는데 지금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해금강은 아름다운 절벽과 바위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이국적인 풍차에 더 열광하는 것 같다. 

일요일 오후 3시, 해금강 입구부터 주차장으로 변해 있다. 자전거를 세워둘 만한 곳을 찾지 못해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는 곳에 자전거를 끌고 갔다. 어렵게 갔더니 바람도 별로 없고 이국적인 풍차에 열광하는 사람들만 가득하다. 


△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도장포. 언제부터인가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고 있다. 풍차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학동몽돌해수욕장이다. 

우리나라 관광지에 세워진 조형물은 대부분 국적이 없다. 좋은 건 다 베껴쓴다. 대부분 이런 조형물은은 메뚜기처럼 한 철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흉물스럽게 남는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네들란드에 갔다왔다는 대리만족이라도 느끼라는 모양이다. 

차라리 커다란 동백나무를 조형물로 만들고 동백을 좋아하는 새들을 볼 수 있는 자연생태공원으로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모텔에 밀려서 손님이 뜸한 민박집에는 동백과 새 그림을 벽화로 장식하고 동백을 심어서 직바구리, 동백새의 지저귐을 들을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외포에서 해금강까지 주행기록 (*배터리 방전으로 gps 누락된 구간 있음)

Start Time

6:59 am

End Time

2:33 pm

Duration

5:34:58

Distance

50km

GPS 경로보기 : http://rnkpr.com/a4hqoz (*RunKeeper를 사용할 때는 Wifi 꺼두는 것이 좋다.)  


진짜 바람의 언덕, 여차 전망대

해금강을 벗어나서 고개를 넘어면 갯벌이 있는 해안이 펼쳐진다. 이곳부터는 서쪽 해변으로는 수심이  얕아서 갯벌이 많다. 명사초등학교를 지나면 14번(오른쪽)과 1018(왼쪽) 갈림길이 나온다. 바람의 언덕에 가기 위해서는 1018도로로 가야한다.

1018 도로를 따라서 다로마을을 지나 여차고개를 넘는다. 여차 고개는 말 그대로 여차하면 자전거가 뒤로 갈 정도로 가파르다. 약 2km 자전거를 끌고 고갯마루에 오르면 아름다운 여차항이 펼쳐진다. 여차에는 작은 몽돌해변이 있고 낚시꾼들이 많다. 


△ 여차 고갯마루. 여차항 왼쪽에 보이는 섬이 대병대도, 오른쪽은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여차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 바람의 언덕에서 노을을 보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선다. 아스팔트가 끝나고 비포장 산길이 나온다. 전망대까지 약 2.3km 구간이 비포장이다. MTB 였다면 재미난 길이지만 아무래도 미니벨로 당나귀로는 무리다. 

자전거를 끌고서 30분정도 가면 탁트인 전망대가 펼쳐지는데 이곳이 진짜 '바람의 언덕'이라고 생각한다. 거제도의 절세미인 대병대도와 매물도, 가왕도, 어유도 등 아름다운 섬미녀들이 눈 앞에 있다. 왼쪽 산마루에 해가 지면 바람은 바위에 붙은 낚시꾼과 안개를 몰아내고 금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한다.
 

△ 여차 전망대로 불리는 진짜 바람의 언덕. 섬미녀들이 바람에 따라 붉은 옷을 입고 춤을 춘다. 


해를 쫓아 명사로 

일몰을 보기 위해 올랐지만 해는 오른쪽 산마루로 지고 있었다. 여기서 4.5km 떨어진 명사해수욕장(저구면)에서 일몰을 볼 수 있다. 6시에 바람의 언덕을 떠났다. 500미터 정도 비포장길을 내려가면 홍포를 못가서 아스팔트 길이 시작된다. 홍포와 대포를 명사해수욕장이 있는 저구까지는 완만한 경사와 신나는 내리막길이 있어서 30분이면 충분하다. 

6시33분, 명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죽도 방향으로 해가 막 지려고 하고 있다. 옛 명사초등학교 자리에 수백년 된 소나무 숲에서 노을을 본다.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해변은 조용하다. 해가 소나무들과 신나게 뛰어놀다가 떠난 공터는 진공관처럼 느껴진다. 

 
△ 저구면 명사해수욕장 소나무 숲. 해가 죽도로 놀러 가고 있다.    

소나무 아래 텐트를 치려고 했으나 야영이 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보고서 포기하기로 했다. 수돗가에 물이 나오지 않아서 500미터 거리에 있는 저구면으로 갔다. 저녁을 먹기 위해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고는 주위를 물색했다.

날은 이미 저물었고 포구에 있을법한 노점도 없다. 길거리에서 파는 값싸고 싱싱한 회를 먹기에는 걸렀다. 저구면 중간즈음에 있는 어촌계식당에 들어갔다. 주인은 어디서 왔냐고 묻고는, 10년 전에 강원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곳까지 온 한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청년은 제대 기념으로 자전거를 사서 거제까지 도착했다고 한다. 청년의 꼴이 말이 아니라서 주인은 밥을 주고 자신의 집에서 재워줬다고 한다. 그 청년은 다시 광주로 떠났다고 한다. 아마도 그 청년은 내 나이 또래일 것이다.


△ 명사 어촌계식당 회정식(2만원, 소주1병 포함). 부산에서는 5만원을 줘도 못 먹을 자연산 회가 나왔다.   

배가 부르니까 게을러 진다. 따뜻한 욕조에서 몸을 담그고 싶어진다. 오늘이 거제에서 마지막 밤이라서 그런지 호사로운 밤을 보내고 싶다. 하지만 저구에는 모텔이 없다. 민박집도 있지만 기름값 때문에 방을 구하기가 싶지 않다고 한다.

텐트를 칠 수 있는 곳이 있냐고 주인에게 묻자, 자신의 어머니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한다. 소주 반병을 마셨을 때 할머니 한 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추워서 되겠냐며 전기장판 정도는 깔아 줄 수 있다고 한다. 공짜로 자는 것이 미안해서 용돈에 쓰시라며 2만원을 드렸다.

할머니집은 식당에서 가꾸운 곳에 있었다. 넓은 마당이 있고 낡은 슬라브집 건물이다. 별채에 있는 방은 얼마전에 다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살다가 나가서 청소가 안됐다며 안채에 딸린 방을 내어 주신다. 방에 들어갔더니 초등학교 5학년 꼬마 아이가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른 곳에 일하러 갔고 지금은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 초등학교 5학년 꼬마의 일기장. 꾸밈없이 솔직한 글이 마음에 든다. 


해금강에서 명사해수욕장 주행기록 

Start Time

3:52 am

End Time

19:16 pm

Duration

3:23:39

Distance

약17km


이동경로 : http://rnkpr.com/a4nhb9


동백부부와 청마를 만나다

다음날 아침 자전거가 젖어 있다. 밤사이 비가 내린 모양이다. 저구에서 고현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종주를 하자고 생각을 고쳐 먹는다. 어젯밤에 꼬마에게 거제도를 종주하고 다음에는 알프스산맥을 넘을 거라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청마 유치환 생가는 가 보고 싶다.   


△ 할머니는 새벽에 일하러 가시고 엎어지면 코 닿을 데라고, 8시까지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인에 맞서 열심히 싸우는 꼬마녀석이 꿈을 꾸고 있는 집.   

아침 여섯시, 할머니는 일하러 나가셨고 잠꾸러기 꼬마를 깨우지 않고 저구를 빠져나왔다. 명사해수욕장을 한 번 더 둘러 보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6시35분 저구를 떠났다. 저구마을 위 1018도로에 들어섰다. 저구마을 고개를 넘어가면 탑포리이다. 거제에서 가장 높은 가라산(해발 585m) 허리를 지나가기 때문에 저구에서 고갯마루까지 길이만 5km에다 경사도 심하다.

저구에서 2km 지점에 앙김이길이라고 탐포리를 둘러서가는 도로가 나오는데 일부 구간이 비포장이다.
 한 시간 동안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다가 물이 나오는 곳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8시에 고갯마루에 올랐더니 탑포리에서 안개가 흐믈흐물 가라산으로 기어 오르다 지쳐 있었다. 

탑포리와 율포분교까지는 시원한 내리막이다. 탑포리에서 가라산을 올라 학동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다. 가라산에는 봉수대가 있는데 한산도의 봉수대를 거쳐 서울 남산 봉수대까지 연결되어 있다. 가라산(伽羅山)은 숲이 울창하고 단풍나무가 많아서 비단같이 아름답다는 뜻이다. 의 이다.



△ 가라산 허리에서 내려다 본 탑포리. 등산로 1 : 탑포마을 위 → 헬기장 →정상 (40분, 1.4km) / 등산로 2 : 저구마을 위 →망등 →헬기장 →정상(1시간30분 / 2.6km)   

탑포 삼거리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버스를 기다리는 할아버지에게 어디로 가면 좋은지 물었더니, 왼쪽으로 나 있는 1018 해안도로를 따라 가라고 한다. 해안도로는 경사도 낮고 평지가 많아서 미니벨로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율포분교에 아이들이 버스에서 내린다. 8시30분 아이들이 등교를 한다. 율포분교를 지나면 오송로인데 소나무가 펼쳐진 아침길이 향기롭다. kt 거제수련관을 지나서 가베마을, 오송마을, 동부면사무소까지 약 12km 구간은 소나무길이 좋다. 오송리 언덕에는 '평사리'라는 식당이 있는데 정식이 맛있다고 하는데 아침이라서 주인이 없어 잠시 쉬어갔다. 


△ 학교가는 아이들. 아직 아홉시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밝은 모습의 아이들이 당나귀와 나에게 배꼽인사를 한다.  


△ 한 꼬마 예술가가 그려놓은 담장에서 당나귀를 세워두고 한 컷.  

율포분교, KT거제수련원, 해강도예미술학교, 가베, 평사리 식당, 오송리 동호, 영북, 동부면, 거제면까지 16km 구간을 2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 
동부면에서 점심으로 돼지국밥을 먹었다. 가마솥으로 끓였다고 하는데 돼지고기도 얇고 국물이 연해서 맛이 별로다. 하지만 지금 단백질과 지방을 보충해둬야 한다. 

동부면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거제면 방향으로 핸들을 돌렸다. 거제면 네거리(솔향전문요양원)에서 왼쪽 해안길(1018)을 따라서 간다. 청마를 보기 전에 동백을 보기 위해서이다. 네거리에서 500미터 떨어진 곳에 외간마을이 있는데, 마을에서 400미터 들어가면 오래된 동백나무가 있다.

서로 마주보고 있어서 ‘부부나무’(경상남도 기념물 제111호)라고 불린다. 효령대군의 9대손 이두징이 조선시대에 입향 기념으로 심었다고 전해지는데 300살 넘게 잡수셨다. 3월말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데, 4월초인 데도 꽃이 떨어지지 않고 피어 있다. 


△ 동백나무에 터를 잡고 사는 직바구리 새끼가 벌레를 잡아먹으려고 둥지에서 나왔다. 

돼지국밥의 힘으로 소랑리, 법동리, 어구리까지 1시간 동안 쉼없이 달여왔더니 어구리이다. 어구리에서 배를 타고 한산도를 건너가서 다시 통영으로 도선하여 부산으로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어구리를 달리는 동안 왼쪽에 보이는 한산도가 자꾸만 손짓을 한다. 

한산도의 유혹을 뿌리치고 어구리에서 둔덕면 하둔네거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하둔네거리에서 오른쪽 농로를 따라 간다. 이곳은 청마 유치환(1908~1967)의 고향이다. 청마의 시에서처럼 그의 고향에는 파란 보리가 피어 있다. 

유치환은 이영도 시인과 20여년동안 편지를 주고 받은 로멘티스트이자 1930년대 서정주, 오장환과 더불어 생명파 시인의 주축이었다. 하지만 만선일보에 기고한 '대동아 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라는 산문이 문제가 되어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릴 뻔 했다.

굳게 닫힌 기념관과 생가, 그의 시를 옮겨놓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지만 주말 오후 인적은 없다. 고등학교 때 나이든 문학선생님이 <깃발>을 청년처럼 낭송하던 때가 떠오른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행복>이 더 좋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청마 유치환과 당나귀. 청마와 당나귀가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 청마기념관에서 근처에 있는 자전거 도로. 시골 마을에 자전거 도로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개울에는 잘 만든 어로가 있고 오리들이 쉬고 있다. 당나귀가 미친듯이 달려가자 오리들이 도망간다.

청마기념관에서 한 시간 정도 방황하다가 거제도에서의 마지막 길로 접어 들었다. 거림, 마장, 시목, 함덕을 지나 유지마을 유지삼거리에 도착했다. 거제 옥동으로 가거나 고현(사등)으로 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고현에서 부산으로 가는 배를 타야 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등으로 갔다. 


거제도의 길과 바다에서 멀리를 하다


사등에서 고현까지 이어진 14번 국도 7km 구간은 거제도여행의 좋았던 추억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다시 한번 거제도를 일주한다면 둔덕면으로 내려가서 1018도로를 따라서 거제대교를 건너서 통영시로 가서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갈 것이다.


△ 고현에서 배를 타고 떠날 생각이 아니라면 이 길로 오지 않는 것이 좋다. 사등으로 넘어가는 고개도 험하고 고현으로 가는 14번 도로는 아주 위험하다. 사등에서 고현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  

어쨌든 사등리 고개로 넘었다. 사등리 고개는 거제도에서 가장 힘든 길이었다. 2km를 오르는데 1시간이 걸렸다. 물론 고갯마루에서 14번 국도와 만나는 성내마을 교차로까지는 금방이다. 문제는 14번 국도, 아니 고속도로라고 해야겠다. 

고현으로 가는 14번국도는 자전거 여행객이 로드킬 당하기 좋은 곳이다. 갓길도 없고 도로에는 온통 뾰족한 돌맹이와 쇳조각이 널려 있다. 고속도로도 아닌데 조선자재를 싫은 트럭들이 귀 옆으로 엄청난 속도로 지나다닌다. 고현으로 가는 방법은 이 길밖에는 없어서 울며 겨자먹지로 당나귀를 재촉했다. 매연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인 지 머리가 어지럽다.  


△ 사등에서 고현으로 가는 14번 국도. 사진의 보이는 갓길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부분 갓길이 없거나 도로를 청소하지 않아서 온갖 쓰레기와 돌맹이들이 널부러져 있다. 

고현 여객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3시50분. 4시10분에 부산으로 가는 고속여객선이 있다. 자전거 한 대 달랑 싣고 부산으로 가는데 26,500원(사람
21,500원 / 자전거 5,000원)을 내라고 한다. 승무원들도 불친절하고 자전거를 보관할 마땅한 장소도 없다.

여객선은 엄청난 물보라와 매연을 내뿜으면서 부산으로 내달렸다. 멀미가 시작되는 건 배 때문이 아니다. 개발과 오염으로 신음하는 섬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거가대교는 뭇 생명의 서식지인 무인도에 구멍을 내거나 깍아서 만들어지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너무 많은 것을 보아서 그런 것일까? 자전거 여행의 단점으로 인간에 의해 더렵혀진 많은 것들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보존없이 개발이 계속해서 진행된다면 거제는 '아름답다'라는 서술어는 '죽었다'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주어인 거제도와 인간이 자초한 것이다.

△ 주행기록 (* 고현에 도착했을 때 아이폰 배터리가 다하여 gps 미쳐버렸음)

Start Time

6:35 am

End Time

19:40 pm

Duration

약10시간

Distance

약59km


△ 이동경로  
http://rnkpr.com/a4iugg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능소에서 외포 티티카카 해변으로  
 

안골에서 거제 능소까지는 1시간이 채 안걸린다. 능소카페리터미널에서 동쪽으로 난 58번 국도(바닷가를 정면에 두고 오른쪽 길)에서 거제도 여행의 첫 페달을 밟는다. 고개를 넘으면 장목면이다. 장목면사무소 근처에 있는 삼거리에는 할머니가 운영하는 구멍가게가 있다. 오늘밤 근사한 저녁을 위해 쇠고기와 김치를 샀다.  

△ 카페리에 자전거를 실을 때는 주차공간 옆 빈자리에 세우면 좋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줄로 묶어 두는 게 좋다.

58번국도와 1018도로가 만나는 장목삼거리에서 옥포방향(좌회전)으로 자전거를 타면 두모 고개까지는 약 1km 언덕길이 이어진다. 시작부터 “미니벨로로 오는 게 아니었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언덕과 비포장에서 미니벨로는 최악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몸소 체험하니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오르면 내리막이 있는 법. 언덕에 올라서면 갈림길이다. 직진하지 않고 왼쪽으로 방향으로 내려간다. 거제도에서 첫 선물은 두모 몽돌해수욕장이다. 해변에는 태양을 닮은 빨간 자전거 도로가 있고 그 아래 파도는 배고픈 몽돌을 조용히 쓰다듬고 있다.  

△ 동쪽이지만 붉은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편의시설이 많지 않아서 조용한 해변이지만, 좀 더 원시적인 곳에서 캠핑을 하기 위해 두모를 떠났다.

두모 마을을 뒤로하면 다시 58번 국도와 연결되는데 고개를 넘으면 외포이다. 외포를 지나서 소계, 대계마을로 이어지는데 대계마을은 ‘김영삼 전대통령 생가’가 있는 곳이다. 기념관이 지상2층 건물로 거제시가 34억을 지원해서 세웠다는데, 별로 좋아하는 인물이 아니라서 물을 사기 위해 가게에 들렀다.

동네 사람들은 기념관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넓은 선산도 있는데 동네 입구에 기념관을 세웠느냐' '기념관 뒤에 사는 사람은 바다도 안 보인다고 하더라' '기념관 부지를 헐값에 매입했다'는 등 나보다 불만이 많은 듯 했다. 

△ 티티카카 해변으로 가는 길에 있는 외포 할머니 참새방앗간. 티티카카에서 캠핑을 하려는 이는 이곳에서 물과 필요한 식량을 사야 한다. 티티카카 해변까지 가게는 없고 펜션만 있을 뿐이다. 

대계마을을 떠난 시간이 저녁 7시30분. 오빌리지펜션에 도착한 시간은 8시였다. 가까운 거리지만 경사가 있어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야 하기 때문에 힘들었고 밤중이라 위험한 코스였다. 오빌리지 펜션을 아래 해안가로 자전거를 몰았다. 아이폰으로 나침반을 검색한 결과 일출을 볼 수 있는 해변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거기에는 파도소리가 들렸고 검은 수평선 위에 어선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몇 그루의 소나무와 텐터 한 동을 칠만한 자리가 있었다. 직관이 움직인대로 자전거를 끌고 아래에 내려왔다. 펜션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고기 굽는 냄새가 원시적인 캠핑을 방해하긴 했지만, 그곳은 환상적이었다.

  △ 소나무 아래 텐트를 치고 해변가에 나뒹구는 나무조각과 쓰레기를 주워서 불을 피웠다. 별은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지만 쏟아질 듯 내렸고 파도소리는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그리고 아침이 찾아왔다.  싱싱한 해가 이 해변을 떠나기 전에 멋진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소나무에 붙은 파도를 말리는 태양이 뜨고 그 아래 멋진 베이스캠프가 있다. 해안은 몽돌은 아니지만 울퉁불퉁한 원시의 바위들이 무섭게 달려드는 파도를 달래준다. 

하지만 이곳에 펜션이 확장하면서 다시는 캠핑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양의 제국 잉카의 호수 '티티카카'를 생각하며 <티티카카 해변>으로 불러본다. 알톤사에서 나온 자전거 이름과 같아서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억하기도 쉬울 것 같다. 늘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소나무와 해변이 영원하기를 기도한다.  

△ 오전 5시30분경, 바다에서 떠오른 싱싱한 일출을 먹게 되었다. 물론 이슬을 막아준 소나무와, 고생한 자전거도 한 입씩 베어 먹었다. 

△ 싱싱한 태양 앞에서 태양열충전기를 가져올 걸 하는 생각을 했다. 밤새 음악을 듣느라고 풍력발전기와 아이폰 배터리, 여분의 충전기까지 모두 수명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행기록 (* gps 오작동으로 능소에서 장목면까지 기록되지 않음)


큰 지도에서 거제능소에서외포 보기  

Start Time

6:09 pm

End Time

7:42 pm

Duration 1:32:43

Distance 14km

Avg. Pace

8:43per km

Avg. Speed

6.88 km/h

Climbed

277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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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 | 티티카카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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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당나귀가 되어버린 미니벨로

△ 당나귀가 되어 버린 제트스트림 (Dahon Jetstream P8). 물병이 달려 있는 자리에 등산화가 주렁주렁 매달렸을 때는 과관이었다. 당나귀를 타고 이동하는 독일군 같다고나 할까. 뒤쪽 구성품 : 토픽(Topeak) Mtx Beamrack a-type / Mtx Dual Side Frame / Mtx Trunk Bag

미니벨로에 짐을 실었다. 2박3일 동안 자전거캠핑을 계획했기 때문에 짐이 많다. 그동안 MTB로 장거리 여행은 해봤지만 미니벨로는 처음이다. 최대 9kg을 적재할 수 있는 빔렉이 잘 버텨줄 지 걱정이다. 트렁크 가방 1kg, 텐트 1.7kg, 침낭 1.3kg, 취사도구 2kg, 물통 1.2kg, 옷 및 우의(타프) 2kg 등 이미 9kg을 초과한 상태다. 불쌍한 당나귀를 위해 배낭에 짐을 나눴다. 

멀쩡한 MTB를 두고 접이식 자전거를 '다혼 제트스트림 P8'을 고른 것은 대중교통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언덕이 많은 거제도의 경우 민폐를 끼치지 않고 시내버스를 이용해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짐이 다시 내리고 조립하는 것 자체가 귀찮았다. 어차피 고생을 자초한 길, 거제도에서 1/5 정도는 당나귀를 끌고 가야 했다. 

이번 여행에서 풍력발전을 이용해서 아이폰 배터리에 전원을 공급하여 런키퍼(RunKeeper)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이동경로를 기록하려고 했다. 꿈이 너무 이상적이었던가. 런키퍼 때문에 아이폰 배터리는 평소보다 2~3배 닳았다. "젠장! 나를 위한 여행인지 아이폰을 위한 여행인지..."  

하이미니 풍력발전기는 어느정도 전원을 공급했지만, 아이폰의 전기 식사량을 감당하기에는 무리였다. 그나마 마을 구멍 가게나 식당, 해수욕장 화장실에서 아이폰을 충전하지 않았다면 주행기록은 공중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 여행지에서 아이폰 충전 팁
아이폰을 충전하려고 물이나 아이스크림을 사면서 충전하면 된다. 그러나 관광지의 경우 인심이 좋지 않기 때문에 1,000원을 내야 한다.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해수욕장 화장실을 이용하기를 권한다. 물론 누가 훔쳐갈 수도 있으니 화장실 앞에서 냄새를 맡으면서 기다려야 한다.  


자전거 도시 김해에서 봄처녀를 만나다

부산 해운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김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자전거는 버스 짐칸에 모셔졌다. 상춘객들로 도로는 차들로 붐볐지만 버스에 탄 사람은 기사님 포함 2명이었다. 꽉 막힌 도로와 좁은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니 안쓰러워진다. 

전에도 몇 번 블로그에 올렸지만, 부산은 일부 구간을 빼고는 자전거를 타기에는 최악의 도시이다. 옛날 어른들 말씀대로 동네에서 놀고 멀리 가지 말라고 충고하는 고지식한 어른들 같다. 부산을 벗어나려면 목숨을 걸고 터널을 통과해야 하고, 차도도 좁아서 자전거에게 쉽게 길을 내어주지 않는다. 자전거 도로는 주차장이거나 상인들이 내어놓은 물건으로 가로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해는 다르다. 넓은 공원과 많은 문화 유적지가 자전거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김해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자전거를 내려서 구봉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요산 김정한 선생의 문학비가 서 있는 작은 분수대에서 따스한 봄햇살을 만끽한다.

봄처녀와 아이들이 만든 진달래 화전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봄바람에 분수도 미친듯이 물을 뿜어낸다. 소나무와 벚꽃향기가 밀려온다. 아름다운 봄이다. 햇살이 등과 팔을 타고 흘러내린다. 거제의 푸른 바다가 눈에 아른거린다. 그리고 기다리던 봄처녀가 화전을 안고 왔다. 예쁜 진달래 한 송이가 먹기에 너무나 아까울 정도로 곱다. 물론 봄처녀의 미소가 화사하고 더 고왔다.  

자전거 여행에서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출발이 좋다. 김해 시내를 둘러보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진해로 간다. 거제도로 가기 위해서는 안골(진해시 용원동)에서 카페리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김해시 해반천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가다가 돌다리를 건넌다. 화목1교에서 자전거 도로는 끝이 난다. 거기서부터는 경남은혜학교, 화목배수장 방향으로 가서 69번 국도로 진입해야 한다. 평지를 달리던 자전거가 조금만 울퉁불퉁 해도 엉덩이로 충격이 전해진다. 도로는 그렇다치고 진해로 가는 도중에 개발로 파괴되는 산을 지켜보는 일이 더 고통스럽다.

공존의 현장 - 김해 해반천

학살의 현장 - 부산 강서지역



그 울창하던 숲은 어디로 갔을까?

녹산과학산업단지, 숲이 사라지고 공장이 들어서는 이곳에서 자전거를 멈춘다. 매연을 내뿜으며 숲을 옮겨가는 자동차와 거대한 기계들을 본다. 자전거에 기대어 환경파괴의 주동자이라며 손가락질 한다. 자동차는 말한다. "너는 친환경적이냐?"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연자원을 소모했는지 아냐고 묻는다. 

자전거 역시 자연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산업화의 기계들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과거에는 먹고 살기 위해서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사용했다면, 내가 타고 있는 이 자전거는 여가활동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생태론자들이 봤을 때 생존이 아닌 즐기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가장 비윤리적인 행위이다.   

그렇다면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나름은 잘 살아 보려고 환경을 파괴하는 이 방식에 대해서 왜 분노하고 있는가? 문제는 '과학산업단지'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현장은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적 성찰이 없어 보인다. 숲을 통째로 밀어내고 사람과 자전거가 지나다닐만한 공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기계나 산업화가 아니라 그 기계를 조정하는 인간에게 있다. 그나마 자전거는 인간의 삶과 환경의 관계를 살피고 반정하는 윤리적 성찰의 매개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탄소를 배출하는 자동차에 의해 점령된 도로를 빼앗아야 하고 좀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길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자전거에 의해 희생된 자연에 대한 도덕적 반성과 환경적 대안은 페달을 밟으면서 가능하다. 


△ 소나무 숲이 울창했던 산들은 바다를 메우기 위해 통째로 끌려갔고 그 자리엔 과학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봄처녀가 말했다. "산이 바다로 끌려가는 현장을 보게 될 겁니다."

 
△ 김해에서 진해 자전거길 요약
김해시외버스터미널-김해교육청(구봉초등학교)-경원교아래 해반천 자전거도로 - 돌다리(반대편으로 넘어감)- 화목1교(좌회전) - 경남은혜학교 - 화목배수장(무용교)- 69번국도 진입 - 세산삼거리(녹산농협) - 58번국도 - 송정사거리 (진해방향 좌회전) - 2번국도 진입 - 용원택지 교차로에서 좌회전 - 진해용원 안골카페리여객선터미널  

△ 주의할 코스
58번도로는 자전거 도로가 없으므로 갓길로 다녀야 하는데, 갓길도 매우 좁고 공사차량이 많이 다닌다. 또한 곳곳에 산이 잘려나가는 학살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먼지와 매연은 보너스로 받을 수 있다.

 △ 주행기록


큰 지도에서 gimhae~jinhae 보기

Start Time 2:22 pm

End Time 4:20 pm

Duration 1:41:48

Distance 26km

Avg. Pace 4:02per km

Avg. Speed 14.90 km/h

Climbed 187m

Burned 696 calories


  △ 거제도 도선 요금 및 시간 : 진해 (안골) → 거제(농소)
 - 시간 :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30분간격으로 있음 (이동시간 1시간)
 - 요금 : 성인1명(4,500원), 자전거(2,000원) 
 - 도선안내 : 풍양카페리 (1688-4808) www.pysnt.com 
                   성우카페리 (055-552-1080) www.swferry.com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