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지자체들의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자연공원법에 따라 자연보존지구로 설정된 지리산에 손을 댄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환경부가 설치 기준을 완화[각주:1]하려는 움직임에 지자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다투고 있다. 지리산을 품 아래 오랫동안 먹고 살아온 4개 지자체(남원시, 구례, 함양, 산청군)가 이젠 지리산에 칼을 들이대는 심보다.  

 지자체 예정지  노선길이(Km)  자연보존지구
노선길이(km)
 전남 구례군 산동온천~노고단  4.5  2km 미만
 전북 남원시  뱀사골(반선)~반야봉,
정령치~반야봉
6.7
6.0 
 3.32km
1.66km
 경남 산청군  중산리~제석봉 5.0   2.5km
 경남 함양군  백무동~제석봉  -  3.9km
<지리산 케이블카 예정 지역 및 길이 - 출처 : 케이블카없는 자연공원>
  

구분

설악산

내장산

덕유산

대둔산

팔공산

금오산

두륜산

설치년도

1971. 8

1980. 11

1994

1990. 11

1984. 6

1974

2003. 2

시설

기점

325평, 2층

1:매표소,기념품,음료수

2:사무실,오락시설,승차장

300평, 3층

3:매점,식당휴게소

스키리프트를 일상적으로 관광용 로프웨이로 활용

600평, 3층

1:매표소,기념품,식당

2:기념품,오락실

3:승차장,사무실

지하1:화장실,창고

300평, 1층

1:휴게소

718평, 4층

1:점포

2:음식점

3:매점,사무실

4:점포

750평, 3층

1:기계실

2:정류장

3:서비스시설

종점

99.2평,

지하2층, 지상1층

1:기계실, 기념품, 자판기, 승차장

지하1: 식당

지하2: 화장실

200평, 2층

2: 매점, 식당휴게소

700평,

지하2층, 지상3층

1:승차장, 운전실

2: 음표, 매표소, 기념품

3: 기념품

지하1층:창고, 기계실

지하2층:화장실, 창고

145평, 1층

1:정차장

952평, 6층

1:음식점

2:점포,사무실

3:취사장

4~6:유스호스텔,보일러실

200평, 3층

1:기계실

2:정류장

3:전망대

선로길이

1,127m

668m

927m

1,192m

807m

1600m

<자연공원내 케이블카 설치현황- 출처 : 케이블카없는 자연공원>


국립공원은 자연생태와 역사, 문화의 보존해야 한다는 국민적 약속으로 법으로 정해져 있다. 1967년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이래 자연공원법을 단 한번도 개정하지 않았다.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의 의의에서도 나타나듯 인류문명과 자연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산인 지리산은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하고 이를 후손에게 전수해야 할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외국 사례를 들이대길 좋아하는 공무원들이라면 선진국의 국립공원은 케이블카를 철수한다는 읽었을 법 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케이블카가 운행되는 곳이 7곳 정도인데, 그나마 흑자 운행이 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사실도 알테다. 그럼에도 지자체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이유는 '자연보호'와 '관광수익증대'라는 이유로 강행하려고 한다.  

12월13일 새벽 1시,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오르면서 지자체의 궁색한 목적에 토를 달기는 커녕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동행한 선배는 "장애인들도 지리산 일출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말해서 속이 좀 상하기도 했지만, 과연 지자체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할까? 장애인 분들이 지자체의 입발림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개인적으로  국립공원, 특히 다른 산은 몰라도 지리산은 그래서는 안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카로 자연보호와 수익증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부끄러운 태양은 끝내 등산객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천왕봉에서 추위에 떨던 사람들은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편하게 오를 수 있는 곳이 지리산이라면 아마도 이 자리에 섰던 분들은 다시는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기존의 등산객을 통제하여 지리산 보호하겠다고 한다. 몇년전 자연휴식년제가 실시되던 칠선계곡을 개방하라는 함양군민들의 시위가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었듯, 지자체에서 등산로를 폐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구례와 남원을 잇는 성삼재 도로 역시 마찬가지다. 케이블카를 놓아서 차량 대신 케이블카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발상인듯 한데, 차라리 성삼재 도로 위에 철길을 놓아서 스위스처럼 기차를 이용하여 관광이나 등산을 하도록 유도하면 자동차 소음과 대기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휠체어를 타신 분들은 물론 관광을 위해 온 분들은 누구나 성삼재에서 지리산 자락을 조망할 수 있다. 
 

두번째,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또한 참으로 가련하다. 일본사람들은 왜 후지산에 꼭대기에 케이블카를 놓지 않았을까? 케이블카를 놓으면 왕복 요금만 지불할 뿐, 실제 지역 상인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힘 안들이고 천왕봉까지 케이블카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대형마트에서 먹거리를 잔뜩 싸들고 케이블카를 탑승할 것이다. 기껏해야 여름에 아이스크림은 정도 사먹을까? 케이블카로 인해 지리산 주변에 머무는 체류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숙박을 하는 관광객도 자연히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번째, '버스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밥을 사먹지 마라'는 미식가들의 원칙이 있다. 잠시 머물고 떠나는 뜨내기들에게 후한 인심을 쓰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습성이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불편하지만 정이 넘치는 곳으로 몰린다. 지리산 둘레길이 대표적이다. 지리산을 오르는 등산객은 감소했지만 지리산 둘레길은 찾는 사람은 늘고 있다. 번듯한 팬션도 아닌데 둘레길 매동마을 민박집에 사람들이 줄을 선다. 또한 둘레길에 소박한 막걸리집이 보이면 지갑을 연다. 최근 지리산 여행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느림'과 '지역의 테마'에 관심이 많다. 지리산 들머리 식당을 이용하면서 느낀 것은 테마가 없고 음식 맛도 별로였다. 지리산은 무궁무진한 자연생태계와 역사가 숨쉬는 곳이다. 반달곰을 주제로 산채식당, 빨치산을 테마로 주먹밥밥 등 케이블카 놓을 돈으로 들머리에 상가와 민박집을 정비한다면 지역경제가 활성화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지리산은 동네 뒷동산 오르 듯 개나소나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적어도 어떤 코스로 가야 할지 계획을 잡아 야하고 때로는 종주를 하려면 하루 이틀은 준비를 해야 한다. 군대를 가기 전에 친구들과 갖은 고생을 하면서 지리산 종주했던 추억 때문에 지리산이 아련하듯이, 쉽게 오르기 힘들지만 꼭 한 번은 가야하고 가고 싶은 통과의례의 과정, 민족의 영산이다. 

등산객이 줄었다지만, 아직도 지금 이시간 천왕봉 일출을 보려고 4시간 이상 고통과 환희를 느끼며 지리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일출을 보지 못하더라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다음 기회에 다시 오겠다는 생각으로 산을 내려간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지리산, 다음세대들이 힘들더라도 천왕봉까지 올랐다는 자체로 뿌듯해 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 다시 찾을 수 있는 교육의 현장. 지름길보다는 둘러서 큰 길을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부끄러운 태양은 끝내 구름 속에서 얼굴을 나타내지 않았다. 더 부끄러운 건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인간의 발상이다.



지리산 주능선에 케이블카 정류장이 들어서고 케이블이 늘어서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캐이블카? 지리산에 송전탑이 없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중산리매표소 앞 식당의 한산한 풍경.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 하지만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산악인들은 맛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부분 음식을 가져오거나 맛집을 찾아간다. 케이블카 놓을 돈으 테마를 잡아서 지역 상가나 민박집을 리모델링하고 음식의 질을 높인다면 거지도 지갑을 열 것이다.



지리산 케이블카를 반대하면서 산을 오르고 있는 김병관 선생님. 그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연하천에서 쫓겨났지만, 그는 지리산을 버리지 않았더군요.




ps.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 케이블카 없는 자연공원
- 김병관(천왕봉 농성자대표, 전 연하천대피소 소장) 011-9992-1909
-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 사람들' 061-783-6547
-'민족 성지 지리산을 위한 불교연대(준)'[각주:2]

  1. 지난 5월1일 자연공원법 개정안 입법예고. 자연보존지구 내 케이블카 거리규정을 2km에서 5km(시행령안 14조2),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를 9m에서 15m(시행규칙안 제14조제2호)로 완화하겠다고 하였다. [본문으로]
  2. * 화엄사, 쌍계사, 대원사, 실상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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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해가 떠올랐다. 새들도 나무도 제 이름을 말하는 아침이 시작되었다.


노루목에서 본 지리산은 온통 붉은빛이다. 왼쪽 불무장등과 오른쪽 능선 사이를 내려가면 피아골 계곡이다.


피아골, 화려함이 지다

10월25일 일요일 오후 2시, 단풍으로 유명한 지리산 피아골을 찾았다. 피아골에서 임걸령을 올라 능선을 따라서 연하천, 벽소령까지 가서 삼정(의신)으로 내려올 계획이었다. 일요일 오후에도
피아골 입구에서 직전마을까지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고 등산로 역시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단풍보다 더 화려하게 치장한 하산객을 뚫고 오후 5시가 되어서야 피아골대피소에 도착했다. 

하늘거리는 나무 아래서 숨을 고르고 바위틈에 앉아 저녁 햇살에 검게 타들어가는 나무들을 본다. 허급지급 오른 탓에 단풍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단풍하면 피아골을 외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직전마을에서 피아골대피소까지 남녀노소 걷기에 좋은 길이 있고, 계곡에 따라 자라난 고로쇠, 당단풍, 층층나무들이 풍경화처럼 펼쳐져 있다. 

피아골 계곡 바위틈에서 몇백년동안 자라온 나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이파리들을 땅으로 보내고 있다.

노랑과 빨강 그리고 푸른 빛이 어우러진 피아골 숲은 원시적인 모습이기도 하면서 사람들의 손을 탄 흔적이 보인다.


피아골 단풍은 성숙한 여인의 모습과 닮았다.


삼정 빗점골, 단풍이 인간을 묻다. 

삼정마을은 연하천에서 내려오는 절터골과, 명선봉으로 이어지는 산태골, 형제봉에서 내려오는 산태골, 벽소령에서 내려오는 빗점골 등 4계곡이 만나는 곳이다. 3곳은 자연휴식년제 기간이라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벽소령대피소에서 빛점골로 내려오는 길로 들어섰다.  

피아골 계곡은 "와, 멋져"라고 외치는 곳이라면 벽소령대피소에서 삼정마을로 내려오는 길은 "아, 어쩜 이런곳이..." 하며, 감탄사의 어감 자체가 다르다. 벽소령대피소에서 1km 가량 가파른 계곡을 지나면 지리산 둘레길처럼 완만하게 펼쳐진 길이 있고, 인적이 뜸한 곳이라 나무들이 내려놓은 이파리들을 고스란히 밟을 수 있다. 

피아골이 성숙한 여인의 웃음이라면 이곳은 아직 어린 소녀처럼 수줍음이 많다. 노란빛은 층층나무, 붉은빛은 당단풍의 웃음이다.


등산로 치고는 제법 폭이 넓은데, 이곳은 국군이 빨치산을 토벌하기 위해 만든 토벌로였다.  항일독립운동가이자 공산주의혁명가, 조선인민군유격대 남부군 총사령관이자 전설적인 빨치산 이현상의 주요 활동 무대가 이곳이다. 이현상은 1951년 총사령관에서 평당원으로 강등되고 1953년 빗점골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북한에게 버림받고 현상금을 노린 경찰과 국군에 의해 목이 잘렸고 그의 시신은 섬진강에 뿌려졌다. 

이현상의 제목없는 시

智異風雲當鴻動(지리풍운당홍동)
伏劍千里南走越(복검천리남주월)
一念何時非祖國(일념하시비조국)
胸有万甲心有血(흉유만갑심유혈)

지리산의 풍운이 당홍동에 감도는데
칼을 품고 달려온 남쪽이 천리로다.
한번도 조국을 떠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고
마음 속에 끓는 피가 솟구치네.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 자체가 무색한 요즘, <변화>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다. 진보든 보수든 인간이 만든 이데아에서 벗어나 이곳 지리산에서는 변화를 생각해본다.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나무들에게, 인간은 진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파괴를 했던가.

그럼에도 자연은 오랜 시간동안 인간의 곪은 상처를 치유해왔다. 
어린 빨치산의 주검위에는 병꽃나무 이파리, 여자의 주검 위에는 붉은 당단풍이, 남자의 주검 위에는 굴참나무 이파리가 내려앉았다. 그리고 가장 고독했던 인간에게는 층층나무의 노란 이파리로 그를 묻었다. 화약과 피냄새가 진동하던 이곳을 50년동안 치유한 것은 다름 아닌 나무들이었다.

단풍으로 묻힌 이 길을, 다시 올 수 있게 해준 자연에게 너무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벽소령대피소에서 의신으로 내려가는 낙엽길.


덕평봉으로 이어지는 골짜기. 남한 빨치산들이 최후를 맞은 격전지이다.

남부군 최후의 전투가 벌어진 대성골 계곡

삼정마을 날머리에서 만난 첫 민가. 개들이 반겨준다.

삼정계곡. 4골짜기에서 내려온 물이 빗점골에서 만난다. 사람들이 떠난 바위에 앉아서 계곡 물이 들려주는 연주에 빠져든다. 그리고 잠시후 어둠속에서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 춤을 춘다.

단풍에 질세라 철죽도 붉게 물들었다.

의신마을 감나무와 까치집.



등산코스
부산(승용차) - 피아골 직전마을(14시)-피아골대피소(16시)-임걸령(18시, 비박 후 06시 출발) - 노루목(6시40분, 일출) - 화계재(08시30분) - 연하천대피소(11시30분, 12시10분 출발)-벽소령대피소(1시50분) - 삼정,의신방향 - 삼정마을(16시)-산판길-의신(버스정류소 16시30분, 17시 하동행 버스)-화계에서 직전마을까지 택시(15,000원)이용 - 부산(승용차)

대중교통
피아골-구례 : 07:30~18:30분까지 약 1시간 간격
구례-피아골 : 06:40~19:40까지 1시간에 1대
의신-화개, 하동 : 6:35, 7:30, 11:30, 12:34, 17:00, 18:00
화개-하동,진주,부산 : 06:45~19:45분까지 1시간 1대 이상

등산지도
http://local.paran.com/map/mapsrch_m.php?mt_id=4819151&X=3388&Y=2536&MapLevel=2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자연과 사찰은 존재 자체가 존재의 목적

지리산 둘레길 의탄리(함양)에서 매동리(남원)를 걷다 보면 자연으로 돌아간 유서 깊은 사찰을 만날 수 있다. 문득, 절이 존재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칸트는 <실천이성 비판>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이성적)는 목적 그 자체이며 인간은 결코 무엇인가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보다 오래된 자연과 인간에 대한 규정은 화엄경의 동체대비 사상에서도 발견된다. 

사찰은 사람이 만들었다. 인간이 신의 피조물이건 유전적인 진화를 떠나서 오래전 조상들이 만든 절은 친구처럼 다정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처처럼 온화하고 자비롭다. 무엇보다 자연과 닮아서 그런 것일까? 관광지로 바뀌면서 세속적으로 변해버린 여러 절 가운데서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찰이 있다. 

역사의 아픔을 함께한 벽송사(碧松寺)와 소나무

의탄리 칠선계곡을 따라가다보면 한국 선불교의 종가라고 할 수 있는 벽송사가 있다. 이 절에는 도인송과 미인송으로 불리는 오래된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벽송사는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들의 야전병원있었다. 빨치산을 섬멸하기 위해 국군이 사찰에 불을 질렀지만 이 두 나무는 건재하다. 


문고리만 잡아도 도를 튼다는 벽송사 원통전과 소나무


지리산을 닮은 금대암 전나무 

둘레길 등구재에서 금대산을 넘어가면 지리산이 능선이 한 눈에 펼쳐지는 그 발 아래 금대암이 있다. 왼쪽부터 칠선계곡, 백무동까지 짙은 계곡이 펼쳐진다. 해인사의 말사인 금대암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크고(40m) 오래된(500년) 전나무가 있다. 이 나무가 없었다면 나는 금대암을 찾아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금대암 아래 소나무가 지리산보다 높다.


살고 싶은 절 실상사
이곳에 오면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시골 할머니집 같다고 할까.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의 구심으로 잘 알려진 실천적인 스님들의 넓은 품이 있다. 그래서 풀뿌리 하나도 이 절에서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는 연기적 세계관, 우리가 곧 자연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실상사에 남은 옛 절터. 돈이 없어서 내버려둔 것일까? 그래서 더 좋다.

스님이 염불을 하는 동안 다람쥐가 먹이를 먹고 있다.

 
기네스북에 도전하는 또 다른 절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눈살을 찌부리는 절도 있다. 작년에 왔을 때는 채석장인가보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거대한 불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구복신앙이 깊은 사람들이면 헐크처럼 웅장한 불상 앞에 주머니를 열겠다는 생각에 씁쓸하다. 어쩜 기네스북에 도전이라도 하는 모양이다. 법정스님이 '사찰에 있는 복전함을 없애라'며 외쳤던 일침이 메아리로 돌아온다. 

불심인지 욕심인지...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의탄마을 입구 쉼터에 한 아이가 서 있다.


추석 연휴에 지리산 둘레길(의탄마을-벽송사-칠선계곡-의탄마을)을 다녀왔다. 의탄마을에 들어서자 '지리산 댐 반대' 현수막이 마을 곳곳에 걸려 있었다. 내셔널트러스트에서 보존대상 지역으로 선정된 이곳에 댐이라니, 평범한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리산댐 관련 뉴스를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나온다. 
4대강 정비사업이 시작되면 낙동강 모래속에 깔려있던 오염물질이 수면으로 떠오르고, 낙동은 식수원으로서의 기능을 잃게 된다. 낙동강을 대체할 수있는 남감댐(경남 진주) 물을 부산에 끌어쓰자니 서부경남지역 주민들이 반대한다. 진주와 산청보다 상류인 지리산 계곡에 댐을 만들어서 서부경남지역의 식수원으로 공급하고 남강댐 물은 부산지역으로 공급한다.

실상사 앞 대안학교에 지리산댐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댐을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홍수피해와 물부족을 해결하는 것이다. 홍수피해와 물부족 과연 사실일까?  의문이 생기면서 왠지 구린내가 난다. 자연재해라는 원시시대 담론으로 시민들에게 공포의식을 유발시켜 이득을 보려는 자들이 있는 듯 하다.
? 댐 건설 예정지인 함양군 마천면에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최근 10여년 동안 홍수로 피해를 봤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
부산 경남지역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뭔 물이 그렇게 필요할까?(통계청)  호로면 이상으로 1년에 아이를 2명 이상 낳지 않는 이상 지금의 인구감소 추세라면 물을 아껴쓰면 지금이라도 충분하지 않을까?  

칠선 계곡과 소나무. 지리산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물을 내려보내주지만 인간에게 가까워질수록 구린내가 난다.


엄천강에서 만난 물떼새. 부산시민으로서 낙동강 똥물보다는 남강댐 물이 구미에 당기지만, 자연을 훼손하는 걸 눈감아 주면서 깨끗한 물(?)을 마시고픈 생각은 없다.


의탄강에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자연에게 가장 추악한 적은 인간이다. 댐을 만드는 일보다 오염원을 차단하는 등 정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실상사 앞 판화. 지리산에 댐이 들어서면 맹세코 지리산에 가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10년만에 인간을 `허락'한 지리산 칠선계곡>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6.15 09:02 | 최종수정 2008.06.15 15:09


자주솜대 군락지..등산로 조릿대ㆍ돌이끼 단장
(함양=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휴식은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자연에는 더욱 절실한 것임이 분명했다.

지난 11일 설레이는 가슴으로 찾은 지리산 칠선계곡은 10년 만인 사람의 발길이 달갑지 않은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우거진 수풀과 나무, 힘찬 폭포소리에서 터질 듯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기운만은 감추지 못했다.

추성마을을 출발해 가쁜 숨을 고르며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간 지가 어언 1㎞.

고갯마루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저 멀리 계곡의 끝자락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뒤주에서 이름을 땄다는 자연마을 두지동, 일곱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멱을 감았다는 선녀탕을 지나 등산객 출입을 통제하는 비선담 통제데크.

추성마을에서 그곳까지 4.3㎞ 구간은 출입이 계속 허용돼 왔지만 통제데크 이후로는 지난 10년 간 인적이 끊겼던 구간이다.

일주일에 네 번만 개방된다는 통제데크 문을 지나 큰 바위를 넘어서자 올라오면서 본 것과는 사뭇 다른 경치가 또 다시 펼쳐졌다.

10년의 세월을 말해 주듯 곳곳에 형성된 조릿대(산죽) 군락지를 두 손으로 헤치지 않고는 도무지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었다. 등산로는 돌이끼로 뒤덮인 것이 마치 원시인의 옷차림을 보는 듯 했다.

계곡 전체가 가히 `자연박물관'이었다. 해발 1천400∼1천900m 사이에는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인 자주솜대가 군락지를 만들었다.

한국 특산종인 자주솜대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지리산과 평안북도 노봉, 함경남도 차일봉 등지에 서식하는 보호종이다.

칠선계곡에는 땃두릅, 만병초, 산겨릅나무, 백작양 등 다른 보호대상 식물의 개체 수도 많이 늘었다. 구상나무, 주목, 가문비나무 등 지리산의 아고산대 식물종도 그곳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다.

주목은 대개 흉고둘레(가슴높이둘레ㆍDBH)가 1∼3m 이상이었고 특히 해발 1천430m 지점에 있는 수령 500년의 가장 큰 주목은 어른 3명이 두 팔을 벌려 손을 맞잡아야 간신히 껴안을 수 있을 정도였다.

2002년 77종이었던 식물은 145종, 조류는 23종에서 30종, 파충류는 3종에서 7종, 고등균류 64종에서 77종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한반도 고유 어류인 왕종개, 쉬리, 꺽지, 얼룩새코미꾸리와 물까마귀도 발견된다.

지리산에서도 가장 험준하고 경사가 급해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기도 하는 칠선계곡의 중봉과 하봉은 몸을 들여놓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예전엔 맹수, 사향노루 등이 살았고 2001년 자연자원조사와 2002년 자원모니터링 보고서에는 반달가슴곰과 사향노루가 서식했다는 주민 증언도 담겨 있다.

칠선폭포, 대륙폭포, 삼층폭포, 마폭포 등 7개 폭포와 비선담, 선녀탕, 옥녀탕 등 크고 작은 33개의 담(潭)과 소(沼)가 있는 칠선계곡은 지리산 중에서도 최고의 비경으로 꼽히기에 충분한 자태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비선담부터 천왕봉까지 5.4㎞ 구간을 다시 국립공원 특별보호구로 지정해 올해 1월부터 2027년까지 출입이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등 특별 관리하기로 했다.

공단 관계자는 "예전 모습을 많이 되찾았지만 5월부터 출입이 부분 허용되면서 돌이끼가 조금씩 줄어드는 등 벌써부터 후유증이 나타난다"며 "2009년까지 예약탐방제를 시범 운영한 뒤 결과를 분석해 개방 여부와 폭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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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