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7일, 합천 생명농업 귀농학교 세번째 시간. 시설원예를 배우기 위해 대목마을로 갔는데, 농민운동을 하신 한 분이 돌아가셔서 발길을 자연학교로 돌렸다. 바우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노지에서 재배하는 감자, 딸기, 고추 농법을 배우기 위해 텃밭을 찾았다.

바람이 시원하게 맞아준다. 일을 하는 데도 절로 휘파람이 나온다.  억센 들판이었던 이곳에서 3년 넘게 땀을 흘린 끝에 300평 정도 되는 밭을 일궜다고 한다. 그 땅에서 자연 그대로 자란 감자며 고추, 딸기, 옥수수가 고맙다.

일을 끝내고 고인돌을 닮은 바위 위에 둘러 앉아 막걸리를 마신다.  바우와 겨레는 딸기를 먹고 잠이 들었고 나는 눈을 감고 바람을 본다. 땅 속 열정을 참지 못하고 몸을 꼬는 고사리들의 합창이 들린다. 그 시소리는 '언제 올거니?'처럼 들린다. 막걸리 한 두잔 더 마시고 긴 숨을 들여마신 후 대답을 미루고 다시 일을 한다. 책상에 앉아 일을 하던 몸이라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난다. 내 땀이 감자잎을 적실 쯤 해가 진다.

왕겨를 뿌리는 일을 시작했다. 왕겨는 잡초를 억제하고, 수분을 보호하고, 결국에는 흙으로 돌아가 거름이 된다고 한다. 두 시간 부지런히 왕겨를 퍼다 나르고 잎에 묻은 것들을 털어낸다.

시설에서 재배하는 딸기보다는 작고 색깔도 좋지 않지만, 그 맛은 비교할 수 없이 최고였다. 어릴 때 딸기 서리 하면서 새파란 것까지 따먹던 기억을 떠올리며 딸기를 딴다. 5월 한 달이면 노지 딸기는 그 생명을 다한다. 애써 가꾼 딸기를 한 달밖에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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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자연학교로 가는 길에 할머니가 차를 세운다.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제사 지내고 남은 밥이며 고기와 과일 그리고 술을 내오셨다. 막걸리 한 잔 먹고 가겠거니 했는데, 어느새 잔칫상이다. 많이 먹었다며 손사래쳐도 사발에 막걸리를 석 잔을 받아 마셨다. 이러다간 배가 터질 것 같아서 할머니가 빨래하는 개울에 앉아 담배를 태운다.

 생각해보면 내가 꿈꾸는 귀농은 더불어 살아야할 이 사람들을 등지고 은둔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적당히 일을 하고, 도시생활에 찌든 사람을 조롱하며 그렇게 살고 싶었던 것일까? 더불어 숲이 되고자 하는 것, 귀농 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물음이다. 어떻게 어울리며 살아갈 것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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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

너는 소나무

머리며 몸이며 내가 알던 친구와 닮았어.

어서 어서 자라서

그들을 추억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지 않겠니.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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