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9일 , 월차를 내고 합천으로 달려갔다. 잘 할 수 있을까, 하던 공부며 직장, 친구들... 내일이라도 짐을 싸서 야밤도주를 하듯 합천을 넘는 고갯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차를 세우고 합천호를 보면서 담배도 많이 폈다.  귀가 멎을 정도로 조용한 오후, 갗 핀 벚꽃에 날아드는 벌소리가 들린다. 시간은 멈췄고 이성의 계산기가 돌아간다. 꼬박꼬박 받는 월급에 널널한 직장에 넉넉하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는 소시민으로 살기엔 안성맞춤의 생활. 어쩜 대한민국 1%는 아니지만 상위 20%에는 들어보려고 아둥바둥 살아볼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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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고등학교 우숙준 선생님께서 주신 봄꽃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날아온다. 혹 귀농학교가 취소되엇다는 연락이 날아올까 싶어, 그러면 아쉬운 척 하면서 합천을 유람하며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월급통장에서 00펀드로 이체되었다는 알림이다. 우습다.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는 마당에, 정의구현사제단에서 비판하는 그 자본으로 돈이 들어가는 소리다.  수익률 40%까지 오르던 때는 꼬박 모아서 학자금 융자한 거 갚고 바닷가 근처 작은 빌라에 책을 가득쌓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싶었다.


귀농학교 사무국장이자 합천자연학교 교장선생에게 진짜 귀농인을 위한 귀농학교라는 것이 영 맘에 걸린다. 가짜가 더 진짜처럼 행색하리라는 것을 나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5년 뒤니까 지금 체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바우 선생님께 5년 뒤라고 말한 것을 방패 삼아 약속장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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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정도 일직 도착했을까, 귀농학교 신청자가 많지 않다는 것을 미리 들었지만 학교에는 삼산이가 빈 공간을 휘젓는다. 녀석은 아직  내가 농사꾼이 아니라 손님이라는 것을 잘 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모양새가 우습다. 녀석을 관찰하고 있자니 누가 관객이고 누가 배우인지 혹 누가 짐승이고 사람인지 모호한 '적당한 거리두기' 상태에 빠진다.  그래도 이곳에서 잔뼈가 굵은 놈이니 선배라 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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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자연학교 삼산이


합천 생명 농업 실천모임은 1998년 설립하여 생협, 한살림, 생태육아공동체 등 학교 급식과 소비자단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귀농단체이다. 한국적 가족농업의 생산구조가 붕괴되면서 교육과 문화가 황폐화된 곳에서도 꾸준히 지역을 갈아온 농사꾼들이 모여사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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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평 남짓안 토마토가 온실 속에서 이엉차 자라고 있다. 10년째 실패를 거듭한 끝에 친환경이라는 목표로 달려온 귀농인들에게는 소중한 종자이다.


귀농학교에 참석한 분은 나를 포함해서 부산귀농학교에 다니는 한 분과 김해에서 왔다는 동생벌 되는 분, 이렇게 세 명이었다. 도시 귀농학교가 신청자들로 가득찬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거기는 귀농이 아니라 귀촌이죠" 부산귀농학교 수업을 듣고 오신분이 하신 말씀이다. 도시에서 듣는 이론공부며 교양공부도 좋지만 실제로 농사를 짓는 분과 함께 실습을 한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한다.

실전 귀농답게 바우쌤(황세경), 귀농선배인 자연학교 길잡이교사 꽃사슴(이주영) 선생님, 노총각 3명이 서로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합천군 대양면 대목마을로 향했다. 토마토와 딸기에 관한 시설원예에 대해서 알기 위해 농가를 찾았다. 대목마을에서 딸기, 토마토를 재배하시는 정권화, 김성수, 조정배 선배님들을 만났다. 대학졸업 후 직장을 다니다가 이곳에 십여 년 전에 귀농한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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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의 끝물에 마지막 붉은 빛을 내고 있는 토마토가 안쓰럽다. 조금만 일찍 화학비료를 줬으면 좀 더 많은 수확을 낼 수 있었을테다.


겉모양은 른 농장과 다를 바 없지만, 농약을 쓰지 않고 농작물을 키우는 데도 식물에 활기가 넘쳐흘렀다. 모양은 볼품없지만 더 싱싱해보이기도 했다. 즉석에서 토마토를 따서 먹어보라고 권한다. 먹기전에 향기를 맡는다. 진한 향기는 없지만  몸이 맛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몸에 좋다고 믿는다. 아니 믿게 되었다. 박정희 정권부터 망처놓은 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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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마지막 성장기에서 따 낸 열매들, 깨진 것은 깨진 것 대로 실한 놈들은 아이들 곁으로 버릴 것 없이 보내진다. 빛깔과 모양새와 관계없이 필요한 곳으로 보내진다.


조선 이래 과학화되었던 농사법을 탄압하고 비료와 농약으로 단기간에 수확을 올릴 수 있는 농사가 시작되었다. 수확량은 늘었으나 부채는 늘어나 농촌이 더욱 어려운 사실. 과도한 농약과 비료의 사용으로 땅이 황폐화되고 농업정책의 후퇴로 우리땅에서 자라던 우량종자들이 사라지고 연약한 외래종이 이땅을 뒤덮은 결과 등 전해들었던 이야기들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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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와 토마토 부담없이 입을 가져갈 크기다. 제 형체를 왜곡하지 않으면서 먹을 수 있는 행복은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일까.



산성화된 땅에서 생명 농업을 하다가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땅을 살리기 위해서는 3년이상의 노력이 필요하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방법 등 주어담을 수 없는 현장경험들이 쏟아져 나온다. 먼저 땅의 기운을 살리기 위해 화학비료 대신 친환경 거름을 이용할 것. 산에서 균사 덩이를 채취해서, 쌀딩겨, 흑설탕을 썪어 발효를 시키면 '썩어 띄움비'를 만들 수 있다. 토착 미생물로 친환경 비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천적을 이용하여 해충을 없애는 방법 등에 대해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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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 띄움비의 원료가 되는 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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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겨와 흑설탕을 섞어 섞어띄움비를 만들다


실습 겸 토마토를 분류하는 일은 재미있었다. 작은 것은 작은 것 대로 모양이 볼품없거나 갈라진 것은 갈라진 것대로 나누는데, 모양이 좋고 크기가 크고 고른 것은 도시에 가고, 크기는 작으나 앙증맞은 것은 합천군 초등학교에 학교급식으로 나가고, 그리고 갈라지고 흠이 조금 있는 것은 갈아서 먹을 수 있는 용도로 팔리고, 제일 모양이 없는 것은 가축에게 준다고 했다. 토마토를 먹은 소라... 생각하기도 싫은 '값싸고 연해서 맛있다'는 미국산 쇠고기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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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생명농업 실전귀농학교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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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란이라 불리는 달걀, 닭들은 넓은 계사에서 뛰어놀며 알을 낳는다. 그 알을 먹을 사람들을 위해서 닭은 행복한 꿈을 꾼다?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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