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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를 봐라보고 거가대교가 공사중인 왼쪽에 강서구에서 관리하는 공용주차장(무료)이 있고 오른쪽 백미터 지점에 녹산선착장이 있다.


중고로 구입한 자전거를 싣고 강서구 녹산에 도착하다. 해운대에서 자전거 타고 여기까지 오려고 했지만 부산은 자전거 타기가 참 고약한 동네다. 터널을 통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산을 넘어서 낙동강을 건너기에는 체력적으로 부담된다.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강서구에서 관리하는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녹산선착장에 도착하다. 자동차가 있는 가덕도 주민들은 녹산과 가덕도를 잇는 임시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배편이 많이 줄었다. 현재 녹산에서 첫배는 6시40분, 마지막 배는 5시40분으로 한 시간 간격으로 있다. 그것도 선창과 눌차 방면으로 가는 배가 그렇다.  가덕도 종주가 목표인만큼 자전거와 나 단 둘이서 밀애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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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운반비 왕복 1,000원에다 승선비 왕복 2,600원이면 부산에서 제일 큰 섬 가덕도를 갈 수 있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선창 선착장(다리 건너서 눌지 선착장이 있다)에 도착. 평일이지만 사람들이 꽤많다. 학교급식 거리라든지 생필품 등이 가득하다. 가덕도에 다리가 놓여지면 이 배도 운항을 멈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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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등산지도

  • 첫날 길 :  선창 출발 (15시) - 천가초등학교 - 소양원 - (능선 정상까지 경사 A급)- 국군용사추모비 - 영주암 (숲길이 아름답다. 하지만 영주암부터는 내리막길 경사 A급) - 천성 - (경사 B급)- 대항  - (경사 B급) - 내항  - 대항 - 새바지 - 대항  
  • 이튿날 길 : 대항(10시 출발)  - 천성 - (경사 B 급) - 장항 - 선창 (12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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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지도보다는 국제신문 지도가 더 자세하고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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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가초등학교를 지나서 천성으로 넘어가는 오솔길

천가초등학교를 지나 천성으로 가는 길은 봉고차 한 대 겨우 지나가는 좁은 길이다. 배에서 물건을 실은 차를 몇대 보내고 나면 사람도 없고 차도 없다. 이곳도 곧 관광지로 변할 것이다. 전망좋은 이곳을 돈 있는 사람이 몇이나 소유했을까? 몇년 뒤 여기에 모텔이 얼마나 지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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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원 아래 언덕에서 뒤를 돌아보면 선창과 눌지항이 보인다.

조용한 길을 가다 뒤를 돌아보면 선창과 눌지 마을이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쉬엄쉬엄 페달을 밟아 온 탓에 등에 맺힌 땀방울이 가볍지만 언덕을 접어들때 길가에 널부러진 솔방울만큼이나 땀이 굵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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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서 만난 아이들과 소나무. 길이 뚤리면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제거해야 할 대상 1호. 나무를 베어낼 명분을 찾고 있을 개발업자들이 무섭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헉헉 대는 나를 보고 산악자전거냐고 묻는다. 딴에는 자전거가 비싸보이는 모양이다. 하긴 헬멧과 바지와 중고 자전거가 싸구려 티는 안난다. 어디가냐, 물었더니 집에 간단다. 학교에서 그렇게 먼 곳은 아니지만, 이 깊은 산골짜기에 집이 있다니 복받은 녀석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 소양원에 사는 아이들? 그게 무슨 대수랴. 맑은 녀석들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기어를 1단으로 내리고 비탈길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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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봉과 매봉 사이에 있는 국군용사추모비.

선창 마을, 소양원도 소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 길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끌고 가다 타고 가다 능선에 도착했다. 왼쪽으로는 연대봉으로 가는 비포장 도로가 있고 정면으로 난 길은 천성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국군용사추모비 옆 공터에서 물을 마신다. 가방에 든 책을 꺼내 읽으려다 그만둔다. 이곳에서 <지젝이 만난 레닌>을 읽기에는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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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용사추모비에서 영주암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만난 오솔길, 이 아름다운 길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사르르, 맺힌 땀과 이별이다. 바퀴살이 땀을 털어낸다. 내리막이다. 소나무 병사들을 제치고 달려간다. 풀잎이 손을 흔든다. 하이파이브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대로 속도를 즐긴다. 아름다운 길이다. 자동차 한대 겨우 지나갈 길 옆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풀들과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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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암에서 본 연대봉

소나무 숲 길에 작은 암자가 있다. 영주암이다.  높지도 않은 산이지만 항상 구름에 봉우리가 가려져 있다. 영주암에서 50미터 내려오면 장항과 천성으로 가는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지도에서는 국군추모비에서 갈라지는 길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지도가 잘못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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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으로 가는 언덕길에서 내려다본 천성마을. 땅을 팔아서 돈을 만져볼 사람도 있겠지만 연대봉과 마을 사이에 아스팔트 길이 나고 동쪽으로 난 바닷길 위에 거가대교가 들어선다.

천성마을로 가는 길 역시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뒷바퀴가 들리는 느낌이 들 정도다. 자전거와 함께 천천히 길을 내려간다. 놈이 앞서 가려면 내가 한발 더 앞서려고 한다. 그렇게 천성에 도착했다. 인연이 있는 천성공부방에 들러서 사모님께 인사하고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고 거가대교 공사가 한창인 언덕을 넘어 대항으로 간다. 소양원 언덕보다는 경사가 급하지 않지만 쉬지 않고 오르려고 하다보니 꽤 힘들다. 언덕 아래 매실농원에서 막걸리 한잔에다 파전을 먹고 월요일에 찾은 손님이 반가운 듯 주인이 매실과 자두를 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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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가대교 공사현장에서 얼마 되지 않는 길에서 만난 도둑게

대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돌아왔을 때 도둑게와 마주쳤다. 자기도 놀라고 나도 놀란다. 금새 바퀴 사이로 숨는다. 밤에 몰래 사람들이 사는 집에 들어와서 밥을 훔쳐먹는다는 녀석. 어디서 무엇을 훔쳤길래, 당황하는 기색이 붉다. 너는 먹을 것을 훔쳤지만 인간은 너의 삶을 훔쳤기에 내가 더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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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능선을 따라가면 연대봉, 오른쪽 산 정상은 국수봉이다. 그 가운데 샛길을 따라가면 새바지 마을이고 그 바다를 건너면 다대포가 있다.

대항이다. 지리적으로 가덕도에서 외항과 더불어 남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곳이다. 거가대교 때문에 오염되고 있는 천성과는 달리 겉보기에 평화롭고 바닷물이 깨끗해 보인다. 대항에서 녹산으로 가는 배가 하루에 4편 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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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항 마을에 있는 정자나무

대항이 새롭게 단장된 곳이라면 외항은 개발이 안된 곳이다. 군사지역이라서 그런가 보다. 옛 우물터도 보이고 최민식 선생님의 사진속에서 보았던 마을처럼 보인다. 한 고개를 더 넘어가면 가덕도 등대가 있다. 그곳까지 가고 싶었지만 군사지역이라는 표시를 보고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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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에서 내려다본 대항마을, 어둠 너머 새바지마을이 있다.

대항에 다시 왔을 때 어둠이 내린다. 곧 비가 내릴 태세다. 새바지마을에 일본사람이 만든 동굴이 보이는 언덕에서 다대포를 건너 본다. 구름이 짙어 노을을 보긴 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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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초소가 있는 언덕에서 내려다본 새바지마을 해안

작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몽돌을 쓸어가는 파도소리가 세차다. 파도에 씻겨지는 메마른 돌멩이처럼 옷이 젖는다. 자전거를 일으켜 대항으로 휘파람 불며 내려간다.  바람소리가 충분하여 나의 불협화음은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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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분이 운영하는 민박집, 바닷가가 붙어 있어 잔잔한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대항에는 햇살이 남아 있다. 집게를 펴고 눈을 굴리는 게처럼 생긴 민박집에 짐을 내렸다. 집 한채를 나 혼자 쓰는데 20,000원이다. 신식 펜션보다는 불편하지만 창문을 열고 누웠더니 잔잔한 파도소리가 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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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포구에서 멈춰버린 어선

다음날, 평일이라서 아침을 하는 곳이 없다. 빵과 우유를 먹고 천성을 지나 두문, 장항, 율리를 지난다. 신항만이 들어서면서 크고 새로운 배들이 들어왔지만 작은 배들은 죽어가고 있다. 생명들이 멀리 떠나거나 죽은 바다에 떠 있는 고기잡이배가 을씨년스럽다. 생태주의자는 아니지만, 무엇을 위해 저렇게 파헤치고 시멘트로 숨을 틀어막는 것일까? 경제를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 민족을 위해서...세계화 시대의 비판적 페다고지가 가능한지 소나무 아래서 책을 편다. 지구 온난화... 전지구적인 재앙의 시점에서, '비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어쩜 레닌과 프레이리의 유령이 다시 춤을 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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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이 메워지고 컨테이너항으로 개발되고 있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여행의 끝자락, 잿빛 하늘을 보며 절망한다. 데리다는 마르크스는 죽었다고 선언하고 자본주의의 문신이 판을 칠 때 이른바 '새로운 세계질서'가 가져올 재앙에 대해서 경고했다. 장기적으로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비판의식' 뿐이다고 말한 부분에 밑줄을 친다. 모든 '시작'은 이미 언제나 정치적 행위이다. 지금 나의 행위는 조롱이자 좀 더 고상하게 말하자면 비판이다. 산을 깎아 바다을 메우는 인간들의 폭력성을 바로 눈 앞에서 경제라는 이름으로 박수를 쳐줄 순 없다.

윌리암스의 <나무들>이라는 시를 떠올린다.

나무들은-나무들이기에

몸부림치고 비명을 지르고

크게 웃으며 저주한다-

전적으로 버림받았다

인간족속에 욕설을 퍼붓는다


제기랄, 개자식들은

비를 피할 만큼의

상식도 없다.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