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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을 찾았다. 귀농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합천댐을 돌아보려고 자전거를 싣고 왔다. 하늘은 맑고 살은 따갑다. 아직 여름이 푸름을 잡수시고 계시지만, 물과 꽃들은 붉어간다. 신이 최초로 만든 꽃 코스모스. 향기도 꿀도 그렇게 넉넉하지 않지만 나비가 부지런히 단맛을 보려고 날개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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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그렇다. 제가 키운 여린 것들을 떨쳐내기가 쉽진 않을거야. 제일 연약한 이파리부터 가을을 맞는다. 황매산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견디려면 나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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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마음을 비울 수 있을까. 계곡에 들러 자전거를 세우고 물을 본다. 물속에서 산과 구름을 넘어가는 어린 생명들이 물뱀이 지나가자 화들짝 놀란다. 그러나 잠시 어느 것 하나 다름없이 그대로다. 나만 그렇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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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큰 두꺼비 한 마리가 이방인을 노려본다. 내가 보기엔 네녀석이 더 이방인인듯... 두꺼비는 거북한 배를 움켜쥐고 방귀를 뀌며 강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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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려고 물가에 갔다 온 사이 강아지 한마리가 지갑을 물고 도망가는 바람에 한바탕 사투를 벌였다. 으르고 달래고 녀석의 호기심을 돌려보려고 빵 한 조각 건냈더니 좋다고 꼬리친다. 인간과 개의 역사에서 꼬리만 흔들면 인간이 먹이를 줬고 그래서 개는 종족을 보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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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면 상천리에서 본 죽죽리, 힘겨운 비탈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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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를 세번 넘었을까, 언제나 힘겨울 때 안겨주는 풍경이란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이 숭고하다. 가뭄에 등가죽이 타들어간 거북이가 물에 합천호를 헤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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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죽리 천수논. 지금은 물을 끌어올려 농사를 짓지만 댐이 들어서기 전에는 여기가 밭이었을 것이다. 고개마루 왼쪽으로 가면 댐을 따라서 한바퀴 돌 수 있는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시간이 없어 오른쪽 길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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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다시 이 길을 걸을 지는 모른다. 예전에 봤던 나무, 꽃, 나비, 사람들마저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며 쓴 편지도 우채통에 들어가는 순간 가을을 지나 겨울이다. 날개가 부서지는 찬 바람이 부는 날 다시 이 길을 걷고 싶다.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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