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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서 열린 ‘영호남 못난이 대동제’.


화개장터에서  갓난애,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질펀하게 강가에서 춤을 추고 막걸리로 몸을 달구면 멀리 들판 너머 서 있는 지리산이 그립다. 달빛을 보려고 성삼재 노고단휴게소에서 하루를 차 안에서 보낸다. 내일 아침이면 푸른 섬진강을 보리라 기대했지만 아침까지 비가 내린다.

차를 돌려서 뱀사골로 내려와서 지리산 둘레길 여행을 시작한다.
아직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지금이 호기라는 생각에 발길을 재촉헀다.
남원시 매동마을에 오전 11시에 도착, 평일인데도 마을 앞 공터에는 대여섯대의 차들이 있다.

외지인들이 다녀 가는 게 피곤한 일일텐데, 지리산 넓은 품 만큼 주민들이 길을 열었다.  입소문이 나서 그런지 제법 사람들이 다녀간 모양이다. 매동마을 뒷길을 5분 정도 오르자
소나무가 고운 융단을 깔아둔 산길로 접어든다.

땅이 발을 살짝 밀어내는 듯 부드러운 길이다.  못난이 축제에서 봤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소리 한자락이라도 배워뒀더라면 더 없이 좋은 여행이 될 뻔 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었던 생명길, 목이 마르다 싶으면 작은 옹달샘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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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곳은 밭을 일구며 농사를 짓고 살았다. 사람들이 떠나자 나무가 무성하게 자랐다.


그렇게 작은 고개를 넘다보면 중항마을 윗길로 접어든다. 배가 출출할 쯤 기대했던 대로 멀리 막걸리 집이 보인다. 파전에 막거리 한 잔 먹고 다시 흠골을 지나 등구재로 간다.
포장된 임도를 따라 십 여분 걷다보면
뱀사골과 노고단이 보인다.

흠골에서 등구재까지는 2km, 매동마을까지는 3.9km. 하황마을을 아래에 두고 걷다보니 등이 따뜻하다. 언제 그랬는지 햇살마저 지친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20여분 더 가면 등구재가 보이는 나무 아래 막걸리집이 하나 더 있다. 이때부터는 계속해서 오르막이다.

흠골에 도착한 게 12시니까 거의 한 시간 걸어서 등구재 네거리에 도착했다. 오른쪽 산비탈은 올라 서 2km 가면 금대암이 나온다. 왼쪽 산비탈은 삼봉산 정상(3km)이다. 막걸리를 너무 많이 마신 모양이다. 나무 의자에 앉아 쉬는 데 노루새끼만한 강아지가 대견하게 주인따라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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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구재에서 노루새끼인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임자있는 강아지였다.


등구재는 거북등을 닮았다고 해서 불려졌다. 서쪽 지리산 만복대에 노을이 깔릴 때, 동쪽 법화산 마루엔 달이 떠올라 노을과 달빛이 어우러지는 고갯길이다. 경남 창원마을과 전북 상황마을의 경계가 되는 곳인데  남원 인월에 장이 서면 이곳을 넘어가던 길이라고 한다. 

전라도에서 경상로로 꽃가마를 타고,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당나귀를 타고 넘던  새색시가 꽃가마를 타고 넘던 그 언덕에 앉아 화개장터에서 녹음했던 소리를 듣는다. 김지하 선생님이 기획하고 채희완 교수님이 연출했던, 무엇보다  뒷풀이에서 울려퍼졌던 질펀한 노랫자락이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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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축제에 참가했던 전라도 품바팀


등구재를 내려오면 작은 연못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여기서부터 바랭재다. 창원마을 언덕이름이 바랭재인 모양이다. 창원마을로 내려가는 길목에 막걸리 집이 있다. 1시 40분, 점심을 먹기에는 뭣한 시간이다. 그래도 이집은 주인장의 인심이 좋아서 그냥 지나치기에는 섭섭하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쓴 여행후기로 유명해진 막걸리 집이다. 쉬어 오마자차를 내어준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두 노인은 무
농약을 손수 가꾼 쌀이며 잡곡을 외지인에게 필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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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직접 쓴 투박한 글이 정겹다.


창원마을에서 바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운이 좋으면 지리산 봉우리를 볼 수 있는 들판으로 걷는다.
소나무 숲길을 오르고 내리는 일을 몇번 하다보면 이번 여행의 종점 의탄리 금계마을이 나온다. 창원마을에서 금계까지는 3.4km, 1시간은 족히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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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랭재에서 본 법화산 산줄기. 바랑의 오기가 아닐까 싶었지만 아무럼 어때, 바랭이 더 정겹다.

 
금계마을에 도착하니 앞서갔던 사람들이 시간표 없는 버스정류장에 모여 있다.
매동마을로 돌아가서 자가용을 이용하려는 사람, 함양으로 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인심 좋은 버스기사는 어차피 돌아서 나오니까 구양리 지리산조망공원까지 태워줄테니 타라고 한다.

동행한 서너 분과 함께 지리산전망대까지 구경하고 다시 의탄리로 내려왔을 때 차는 이미 만차다. 매동마을에 도착했을 때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치 고향에 온듯 그렇게 정겨운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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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다른 이들과 이 길을 찾았을 때도 그렇게 변함없이 있어 줬으면 하는 게 욕심일까. 지리산처럼 넓은 품 아래 소박하고 정겨운 실상사처럼 말이다.



매동마을 민박집 (식사가능) 011-9960-8685

김분순 010-4204-3346

지리산길 안내센터 063-635-0856

마천택시 055-962-5110

나마스테쉼터 011-504-6516

창원마을 바랭재쉼터 010-4914-5371 

가운누리펜션 010-2909-1726

버스시간표

촉동에서 7:45

10:20

14:20(유림경유)

16:10

18:50

19:50 (등구재, 구양리 * 의탄리로 내려오면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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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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