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 다문화가정, 카메라를 들자
글 : 정재혁   사진 : 이혜정 | 2009.03.10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 진행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손희정 프로그래머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올해도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 작품들을 발표했다.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영상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10분 내외의 단편을 완성케 하는 이 프로그램은 2007년 시작돼 올해가 3회째. 이번엔 ‘함께하는 카메라: 다문화 부부 영화제작 워크숍’이란 부제 아래 여성 혼자가 아닌 부부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팜티 닙, 장성주 부부, 마릴루, 강호규 부부, 주비, 최재선 부부, 보티, 김연국 부부 등 모두 4쌍의 부부가 워크숍에 참여했고, 그렇게 7편의 미니다큐가 완성됐다. 이주여성들이 느끼는 고민, 그리고 그들의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 1회 때부터 이 프로그램을 담당해온 손희정 프로그래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벌써 3회째다. 어떻게 시작한 워크숍인가.
=2007년 9회 서울여성영화제 때 이주여성 특별전을 했었다. 당시 결혼이주, 노동이주 등 이주여성들이 늘어나 다문화가 화두가 됐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단체의 프로그램들은 요리, 한국어, 한복입기 등 한국 문화를 일방향으로 강요하는 식이 많았다. 사실 이들은 한국어도 잘 구사하지 못하는데, 그렇다면 자기를 표현할 다른 매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고, 그게 미디어라 판단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당시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었고, 우리가 미디어 교육을 제안하니 반겼다. 그렇게 시작한 거다.

-지금까지의 내부 평가는 어떤가.
=1차를 당진에서 당진문화원쪽과 진행했다. 당진문화원쪽 분들이 너무 좋았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우리 쪽 워크숍이 끝난 뒤 진흥원쪽과 1, 2회 더 했다더라. 2차 때에는 횡성에서 횡성여성농민센터와 함께했다. 일단 지역 단체와 함께하는 건 교육자 모집이나 실무적인 부분에 도움을 받기 위함도 있지만 워크숍이 끝난 뒤 지속적으로 지역 미디어 활동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메이킹을 만들어주는 분이 히로코인데, 횡성에서 워크숍에 참여하신 분이다. 지금은 지역에서 미디어 활동가로 활동 중이다. 이주생활 경험도 10년이 넘으니 워크숍 선배, 이주생활 선배로서 이번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여성영화제가 이 워크숍을 통해 지향하는 것 중 한 가지는 실제로 강의할 수 있는 활동가를 만드는 거다. 우리 목소리가 아니라 실제 이주여성의 목소리로 워크숍을 진행하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고.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2차 때 영화를 보니 종교 때문에 결혼이주한 여성, 거의 납치되다시피 이주한 여성들의 에피소드도 있더라.
=물론 있다. 이주여성들이 가정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부정적인 부분들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러면 집에서는 가둬놓고 못 나가게 하기도 했다더라. 1차 때에도 시부모님의 반대로 참여하지 못한 분도 있고. 또 지역에서는 읍내까지 나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같은 나라 친구들끼리 만나면 도망간다고 생각해 싫어하는 남편이나 가족도 있고. 교육을 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건 교육이 끝난 뒤 참여자들의 생활이다. 우리는 작업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오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그 결과물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영화의 상영 여부를 결정하는 건 참가자 본인의 의지다. 하지만 이건 드러나야 하는 갈등이고, 묻어두고 살아갈 순 없다.

-올해는 부부를 대상으로 했다.
=양방향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성이 교육을 받고 의식이 고양돼도 남자들이 그대로면 여전히 남자도, 여자도 불행하다. 또 이번엔 이주여성 관련 방송물, 영화를 가지고 리터러시(literacy) 교육도 실시했는데 남자분들의 반응이 있다더라. 강사들이 생각지 못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독해도 보여주고. 그래서 이젠 리터러시 교육도 계속 해야 하는지 고려하고 있다.

-결과물을 보니 어떤가.
=모두 8편이 나와야 하는데 한명이 도중에 아이를 낳으면서 7편으로 완성됐다. 사실 퀄리티는 다 거기서 거기다. 지난해와 비슷하다. 다만 나는 이번 영화를 보고 그동안 주류라고만 생각했던 남자들 안에서도 얼마나 많은 결이 있는지 깨달았다. 남자들 안에도 권력층과 비권력층이 나뉘고, 말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이 있고. 여성영화제를 하면서 처음 느꼈다. 이번에 참가한 남편 중에 팔이 짧은 분이 있다. 그분은 그 콤플렉스 때문에 평생 결혼도 못할 거라 체념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의 부인을 만나 결혼을 했다. 제목이 <나에게도 아내가 생겼습니다>인데 눈물이 나더라. 이번에도 내 손으로 수십편의 영화를 골랐지만 나는 이 워크숍 작품에 가장 애정이 간다.

-워크숍의 의의와는 별도로 영화제 안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은 어떤가. 일단 일반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 영화는 1회, 무료상영을 한다. 관객에게 의미만 강요하며 영화를 보라고 권할 순 없기 때문이다. 1차 때는 사실 관객이 3분의 2 정도밖에 차지 않았는데 2차 때에는 만석이었다. 물론 일반 관객보다는 미디어 연구하는 사람들, 여성학 공부하는 사람들, 정부기관 사람들, 출연자, 연출자의 지인들이 더 많다. 하지만 이 워크숍 작품은 영화제가 끝난 다음에도 DVD로 제작돼 배포된다. 1차 때에도 교육용으로 DVD를 제작해 전국으로 돌렸다. 단발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역 미디어 운동의 차원에서 더 의미가 있는 작업인 것 같다.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