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미디어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통로의 탐구
피플 서효정
구분 Interactive Installation, Interactive Performance
홈페이지 http://www.untitled5.com

현대미술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예술과 일상의 결합이다. 예술이 전시장을 떠나 일상적 삶의 공간 속으로 침투해 가는 형식으로 이제는 가장 흔한 전시방법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예술과 일상의 관계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면서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종전의 현대미술이 전시장을 떠나 지하철, 공장 등과 같은 일상적인 공간을 찾아가 전시를 하고 일상을 예술화하거나 예술을 일상화 하고자 노력하였다면, 뉴미디어가 인간의 일상 도구적 차원을 넘어선 지금 미디어 자체가 일상이 되었고 결국 미디어 아트는 일상을 통해서 얘기할 때 더 잘 표현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에 일상 속의 미디어를 통해 예술적 가능성을 탐구하고, 관람객에게 행복을 선사하고자 노력하는 서효정 작가와의 만남은 나름대로 행운임과 동시에 뿌듯한 마음이 드는 흔하지 않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5월에 진행된 작가의 전시 “Live Environment #1 - euphoria”와 인터랙티브 퍼포먼스 작업을 통해 서효정 작가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일상의 느낌으로 바라 본 미디어아트와 행복에 관한 이야기

건물 외부에서 바로 연결되는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는 갤러리. 계단 난관에는 철재로 만든 당초문양의 가드가 있고, 내부로 들어가면 화이트 월과 화이트 톤의 가구가 비치되어 있어 마치 누군가의 집에 방문한 듯한 편한 느낌부터 들게 만든다. 그리고 한 쪽 벽면에는 큰 프레임이 걸려 있고, 다른 한쪽에는 화장대와 거울이 놓여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더 나아가 갤러리의 위치 선정에서부터 전시의 전체적인 공간과 동선까지 고려하는 작가의 섬세함은 미디어아트를 일상의 느낌으로 바라보게 하는데 충분했다.

 

[I am here I was here, 2005]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 주기 위해 짧게 단절된 채 각자 다른 가속도를 부여 받은 점들의 연속적 이미지와 시각의 잔상효과가 결합하여 존재의 이동,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관람객이 프레임 앞에 서게 되면 관람자의 모습이 연속된 점들로 나타나고 이후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점들이 분해되고 사라지게 된다. 결국 작가는 이 작품에서 시간이라는 4차원적인 요소를 점이라는 1차원적인 요소로 제한된 공간에 재구성함으로서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으나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을 미디어를 통해 구현해 감각기관으로서의 미디어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었다.

 

[I am here I was here,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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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품 [resonant mirror, 2005]는 화장대가 놓여 있고 그 위의 LED 모니터가 거울의 역할을 한다. 거울로의 접근에 의해 확보되는 시간의 양은 거울 속의 공간을 시간의 흐름과 공명하게 한다. 공명에 의해 증폭된 진동에 의해 거울 면에 숨어 있던 기억의 시간들이 노출되고, 그 안에서 디지털 미디어에 의해 시뮬레이션된 새로운 경험의 시간들이 생성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특히 관객들로 하여금 능동적인 행동을 이끌어 냄으로써 미디어와 우리의 몸이 만날 때 생기는 신체적, 감각적 변화를 느껴 볼 수 있게 하였고, 미디어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일상 속으로 들어왔음을 보여 주는 작품이었다.

 

 

[resonant mirror,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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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번 전시는 일상에 미디어 아트를 접목 해 생활 속 미디어가 어떻게 새롭게 보여 질 수 있는 가를 탐구하고자 기획된 전시로, 특히 미디어 아트를 통해 관람객들이 행복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이 번 전시의 목표였다고 한다. 동시에 서효정 작가는 작품을 설명해 주면서도 작업에 대한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하였고, 이러한 작가의 에너지는 관람객들에게 전염되어 관람객 스스로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본인의 성격을 드러내기도 하고, 관람객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처럼 치밀한 구성과 작가의 열정적인 에너지는 결국 작가조차 생각하지도 못했던 관람객들의 인터랙션을 통해 함께 웃고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만든 전시였다.

 

 

공간을 채우고 있는 작은 분자들, 에너지 입자들, 움직임이 남긴 흔적들

서효정 작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보이지는 않으나 존재하는(예를 들면, 에너지, 흔적, 기억과 같은) 것들이다. 미디어는 우리에게 이와 같은 정신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그녀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보여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인터랙티브 퍼포먼스 작업을 통해 그의 이러한 고민들에 대해 실험하고 보여주게 되었다고 한다.

 

[Spatial Oscillator] ()페스티발에서 공연된 작업이다. 이 작품은 보이지 않는 무수한 입자들로 가득 찬 공간을 전제로 만든 것이다. 그 정적인 공간 안에서 퍼포머의 움직임에 따라 입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입자들과 퍼포머가 서로 충돌하기도 하면서 파동을 만들어 입자들의 에너지와 밀도가 변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움직임과 변화들은 공간 내 공기의 움직임과 진동을 만들어 소리로 표현되게 된다.

 

            

                       [Spatial Oscillator]                                  [alice in wonderland,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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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작품 디지털 미디어극 [alice in wonderland, 2004]는 미디어를 연극 안에서 배우와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하여 미디어가 배우와 피드백하게 만든 작품이다. 다시 말해 또 다른 배우로서의 미디어를 실험한 작업이다.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 영상의 크기, 컬러, 각도 등이 바뀌게 되고, 이는 아름다운 물의 파장이 되어 서로 관계를 맺게 되고 그 결과 멋진 이미지를 만들게 된다. 마찬가지로 소리도 처음엔 조각과 같이 별개로 존재하다 점차 하모니를 이루어 나가게 된다. 이 작업은 하자센터의 10대들과 함께 워크샵을 통해 진행된 작업으로, 서효정 작가는 단순히 전시와 공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인터랙티브의 작업의 특성처럼 작업과정을 공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워크샵을 병행하고 작품발표를 하는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초 슈에므라 메이크업 쇼의 선보였던 작업 [reveries, 2005]는 실시간으로 캡처 받은 이미지를 활용하는 인터랙티브 비디오 시스템을 사용해, 흘러가버리는 시간을 화면에 기록하여 메이크업 쇼 동안 변해가는 과정과 화장품의 컬러를 한 눈에 보고 비교하거나 기억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쇼와 하나되어 기능하는 가능성을 보여 준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상업적인 쇼에 미디어 아트를 적용해 쇼의 주최측은 물론 초청된 사람들에게 본인들의 관심사를 더욱 극대화하여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미디어 아트의 발전 가능성과 확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례라고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reveries, 2005]

 

그는 위와 같이 여러 작품들을 통해 퍼포먼스에서 영상이 충분조건이 아닌 필수조건으로서 비주얼 기능을 하도록 시도하고 있다. 즉 퍼포머와 영상간의 관계에 있어 더 친밀한 인터랙션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공연에서의 이미지가 퍼포머와 분리되어 따로 노는 것이 아닌 퍼포머에 의해 만들어지는 중요한 요소로서 받아들여지도록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에 여성작가로서의 치밀함과 섬세함이 더해진 결과 쉽지 않은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손쉽게 관람객들에게 어필하고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하나 더. 무엇보다 서효정 작가와의 만남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작품의 설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실제로 작품 앞에서 어떠한 인터랙션을 하는지를 관찰하고 관람객들에게 본인의 작품을 더 잘 이해 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 주는 등 관람객과 관계를 맺고 그것을 작업에 반영시키는 작가의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태도였다. 그러한 태도에서 느낀 감동과 치밀하게 구성된 전시, 그리고 편안하고 일상적인 미디어를 이용한 작품 구성 이 세 가지가 바로 서효정 작가의 장점이 아닐지....

 

(아트센터 나비 심혜영)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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