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1.05 아이거 북벽에 관한 다큐드라마
  2. 2006.04.05 KBS 문화의 질주 제 1편 제작기

영국에서 만든 산악 다큐드라마 '죽음과의 사투, 아이거(Eiger) 빙벽'이 오늘 9시 55분 MBC에서 방영한다. 영국의 등반가이자 저자인 조 심슨(Joe Simpson)의 저서 <The Beckoning Silence>를 바탕으로 1936년 아이거 북벽을 등반하다 숨진 토니 커츠(Toni Kurz)와 3명의 등반가의 실화를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로 재현한 다큐드라마이다.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내사랑 아이거( Nordwand North Face, 2008)>의 확장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The Beckoning Silence> 북벽을 오른 커츠 일행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실제 그 현장을 조 심슨이 답사하는 모습을 교차편집하며 해설한다. 

내사랑 아이거에서도 그랬지만, 북벽에 매달려 세명의 동료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커츠의 모습은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고통스러웠고 용감했던 또한 숭고했던 인간의 모습을 안방에서 만날 수 있다. 

당시 독일은 1932년 빌리 메르클(Willy Merkl)이 이끄는 원정대가 히말라야 낭가파르밧에 도전하다 실패하고, 34년에는 10명, 37년에는 16명의 대원이 사망하는 등의 비극적인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1936년 아이거 북벽은 등반은 나치의 대국민 선전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아이거 북벽은 토니 커츠 일행이 숨진 뒤 2년 후, 1938년 프리츠 카스파레크(Fritz Kasparek), 하인리히 하러(Heinrich Harrer), 안드레 헤크 마이어(Andreas Heckmair), 루드비크 베르크(Ludwig Vorg)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연합 등반대에 의해 초등되었다. 아이거 북벽이 정복되기까지 10여명의 산악인이 숨졌다.

종전 후
1947년 프랑스의 모리스 에르조그, 가스통 레뷔파(Gaston Rebuffat)와 루이스 라슈날(Louis Lafchenal)은 아이거 북벽을 등정한 후 1950년 말라야 8,091m 거봉인 안나푸르나(Annapurna)를 초등한다. 에르조그는 그의 저서 <최초의 8,000m 안나푸르나 Annapurna, Premier 8,000>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한다. "인생에는 또 다른 안나푸르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의 등반장비와 토니커츠의 일행이 지녔던 장비를 비교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현대 등산 즉 알피니즘의 가장 큰 문제는 최첨단 장비로 인하여 등반에 있어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제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프랭크 스마이스(Frank Smythe)는 등산 장비가 현대화 되면서 등산의 본질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유명한 등반가 메스너 역시 이러한 것들이 산을 작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장비의 과도한 사용에 반대한다.

머메리는 1895년 낭가파르밧에서 39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전에 쓴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라는 저서에서 "등산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정상에 오르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 데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아이거 북벽에 숨진 대원들에게 헌정할 수 있는 문장인 것 같다.   

* 등산사 참고 도서 : <등산>, 사단법인 대한산악연맹, 2009년6월 


영화 내사랑 아이거의 한 장면. 북벽을 정복하려고 유일하게 돌아갈 수 있는 길, 로프를 끊고 만다. 오늘날에는 커츠가 올랐던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장비를 갖추고도 북벽을 정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토니 커츠의 실제 모습


아이거 북벽을 배경으로 선 저자이자 다큐드라마의 해설자로 나선 조 심슨.


토니 일행이 올랐던 아이거 북벽.


                      

나름대로 <죽음과의 사투, 아이거 빙벽>의 시청소감을 말하자면  <내사랑 아이거>보다는 긴장감이 떨어지고, 오히려 후자가 더 다큐같다는 느낌이 든다.  전자는 교차편집된 영상이 나름대로의 긴긴장감을 주긴 했지만 내래이터가 너무 많은 말을 했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한국어 더빙이 어쩔 수 없었더라도 최대한 줄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일반적으로 제작기를 따로 작성하는 경우는 최소 1년 정도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장기기획 프로그램들이다. 그렇게 보면, 문화의 질주 1편으로 방송된 '도시, 문화를 꿈꾸다'는 일단 제작기간(4개월) 만 본다면 자격요건에 미달인 셈이다. 하지만 후기를 남기는 가장 큰 이유가 제작 과정에서 있었던 다양한 경험들과 깨달음을 여럿과 공유한다는 점에 있다고 할 때 굳이 마다 할 이유도 없다.


세 대륙의 세 도시,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난다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삼 개 대륙의 세 도시. 그 문화현장에서 뛰고 있는 예술가, 문화 행정가, 문화 산업 관계자를 만나 그들의 꿈과 고민을 듣는다. <도시, 문화를 꿈꾸다>는 이런 기획 의도에서 출발했다. 문화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는 10부작 전체의 프롤로그적 성격을 살려서 각론보다는 총론, 예를 들어, 문화란 우리 삶에서 무엇이고, 문화 창조와 향유의 중심으로서 도시는 왜 중요한지? 와 같은 근본적이지만 일면 추상적인 화두들을 던져보고자 했다. 이런 화두들을 통해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문화는 국가경쟁력이다' 한마디로 '문화는 돈이 된다' 라는 물론, 중요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문화의 의미를 매우 협소하게 붙잡아 둘 수 있는 기존의 지배적인 시각과 조금은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차별성을 꾀했다. 문화 산업의 전문가, 최고경영자, 유명 예술인들이 나오는 대신에 문화 현장의 실무자, 무명의 젊은 예술인들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들의 프로젝트, 자신들의 개인적인 체험과 야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을 택하고자 했다. 각 도시 마다 주인공 격으로 문화적 에너지를 상징할 수 있는 20대 예술인들을 한 명씩 두고 다른 문화계 인물들이 3-4명 정도 추가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찾은 주인공들이 중국 상해 경극원의 경극 배우 후시루, 쿠바 아바나의 뷔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여가수 이다니아, 이탈리아 볼로냐 어린이 극단의 연극 배우 다니엘라였다.

우선, 상해에서 경극 배우를 택한 이유는 급속히 서구화하는 아시아의 거대도시 속에서 전통문화의 의미를 되짚어본다는 뜻이었다. 아바나의 경우는 낙후된 하드웨어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콘텐츠를 창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힘을 찾아본다는 취지에서 쿠바 출신의 세계적인 밴드 뷔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의 신인 멤버 이다니아 발레스를 섭외했다. 마침 그녀는 이 밴드의 전설적인 타악기 주자 아마디또 발데스의 딸이어서 두 세대가 생각하는 문화적 인식의 차이를 들여다본다는 의미에서도 장점이 많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의 볼로냐는 2000년 이후 대대적인 문화도시 건설사업으로 도시학자들 사이에서 성공 모델로 손꼽히는 도시였다는 점이 일차 선정 이유였다. 특히 볼로냐는 협동조합 형태의 극단의 활동이 활발한 '연극의 도시'여서 이 곳의 대표 아동 극단인 테스토니의 배우를 주인공 인터뷰이로 정했다.



영상 표현 상의 몇 가지 시도
영상적인 표현에 있어서는 각 도시 마다 독특한 색채를 가미하고자 했다. 상해의 경우는 스피드, 첨단, 화려함, 거대함이 표현되도록 미속촬영을 시도했고 와이드 렌즈를 여러 씬에서 사용했다. 아바나는 대조적으로 롱테이크를 많이 썼고 인물의 경우는 클로즈업 샷을 평소보다 과감하게 활용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는 '포로티코'라고 불리는 수천 개의 기둥들로 이루어진 회랑이 발달한 도시여서 국내에서 스테디 캠을 공수해가서 다양한 씬에서 활용했다. 스테디 캠은 좁은 공간에서 이동할 때 일반적인 핸드헬드가 내지 못하는 유연한 움직임이 장점이다. 볼로냐는 그 장점이 백분 발휘될 수 있는 좋은 환경이어서 실외의 회랑은 물론이고 비좁은 실내 곳곳에서도 시청자들이 직접 그 장소에 들어가보는 느낌의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런 영상 표현의 새로움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촬영 시간이 다른 때보다 배 이상 걸렸다. 예를 들어, 상해에서 30초의 미속 장면을 얻기 위해서 이른 새벽, 늦은 밤 가리지 않고 바닷가와 시내 곳곳(겨울 바람이 꽤 매서웠다)에 카메라를 고정시켜 놓고 3-4 시간 씩 기다려야 했다. 볼로냐에서의 촬영도 마찬가지였다. 일반적으로 쉽게 스케치성 촬영을 한다면 30분이면 충분히 끝낼 수 있는 장소도 스테디 캠 촬영의 경우 장비를 한번 세팅하고 한 두 차례의 시험촬영 후 본 촬영을 마무리하는데 2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이와 같이 특색 있는 영상 한 컷 한 컷 뒤에는 카메라맨들(우성주, 박용환 감독)의 숨은 노고가 있었다.


디지털 제작기술의 활용

이번 제작 과정은 디지털 방송 기술의 여러 선진 장비들이 동원됐다. 우선 모든 촬영은 HD카메라로 촬영되었다. 16:9의 시원스런 대화면 속에 담겨진 세 도시의 컬러풀한 풍광은 HD 만이 표현할 수 있는 스펙터클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후에 HD 대형 모니터로 시청한 느낌과 일반의 브라운관 TV로 시청한 느낌 사이의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다. 후반 작업에서는 SONY사의 X-PRI HD NLE 편집 시스템을 사용했는데 일대일 편집기로 80% 정도의 작업을 끝내고 마무리 작업만 NLE 편집시스템을 이용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전체 편집 시간의 50%를 NLE로 처리했다는 점이 달랐다. 편집 과정에서 색다르게 시도해본 것은 인터뷰 비디오의 화면분할 효과였다. 인터뷰에 관련된 내용을 화면 4분할, 또는 5분할하여 말하고 있는 인터뷰이와 함께 삽입하는 방식이었는데 딱딱하기 쉬운 인터뷰 내용을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좋은 평도 있었고, 일부에서는 어떤 그림을 봐야 할지 집중이 안됐다는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도시, 문화를 꿈꾸다> 디지털 기술의 활용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은 KBS 특수영상 팀(이수정, 전혜정)이 국내 HD 다큐에서 최초로 시도해본 HD CELL 애니메이션이었다. 셀 애니메이션이란 움직임에 따라 한장 한장씩 그려나가는 방식의 애니메이션을 말하는데 HD로 제작할 경우 일반 SD보다 물리적으로 4배 크게 제작 되어야 하기 때문에 짧은 제작기간과 장비상의 어려움이 많았지만 밤샘 작업을 통해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 이러한 애니메이션을 통해 도시의 역사, 문화 산업의 현재와 미래라는 다소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을 시청자들이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아쉬움과 반성
무언가 새로운 그릇에서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처음의 욕심이 컸던 만큼 남은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역시 가장 큰 장애물은 길지 않은 제작기간 동안 바다 건너 세 대륙에서 문화 현장과 인물이라는 여러 토끼를 한꺼번에 쫓아야 했다는 것이었다. 국내처럼 장기간 밀착취재가 불가능한 해외에서 외국인을 주인공으로 속 깊은 내면과 생활을 들여다본다는 것이 역시 어려웠다. 각 도시의 문화현장에 대한 일반적인 상황 취재도 제대로 하기 빠듯한 일정에서 인물까지 다면적으로 조명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 결과 원래 의도했던 형식이나 구성 상의 실험성은 시간이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내놓고 보니 아예 한 쪽을 포기하고 내용과 형식에서 철저히 주관성과 실험성을 추구하는 것이 보다 나은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이런 미련도 남는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그런 혼란은 근본적으로 문화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의 혼란에 기인한 것인지 모르겠다. 한 마디로, ‘문화는 자본이고 산업이다.’ vs ‘문화는 삶의 방식이고 저항이다.’ 이 두 가지 해석은 서로 배타적인 것인가? 따라서 어정쩡한 타협만이 가능한가? 아니면 창조적인 제 3의 해결책이 있는가? 이것은 앞으로 남은 문화의 질주 10부작 제작과정에서 두고두고 고민해야 할 진짜 화두였다. 



글 ● 이욱정 PD/KBS 문화예술팀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