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경로 : 창원(시외버스터미널, 창원중앙역)-운동장사거리-창곡삼거리-신촌광장사거리(현대자동차서비스)-장복산교차로-장복산길-마진터널-장복산조각공원-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여좌천-북원로터리-남원로터리-속천항-진해루-경화시장-경화역-세화여자고등학교-안민고개-창원대로

거리 : 40km(백리) ※ 경로보기(Runkeeper)

시간 : 5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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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이모티콘은 창원시 공영자전거 '누비자'가 있는 대략적인 위치임. 군항제 기간에는 누비자도 경쟁이 치열해서 이용하기가 힘듬. 이용료는 하루 천원(2시간)이며, 만약 더 오래 타고 싶다면 진해 중앙시장 근처에 있는 자전거 대리점에서 대여하는 방법도 있음. 


난리 벚꽃장으로 유명한진해군항제’(4.1~10)가 막이 올랐다. 진해는 26만여 그루의 벚나무가 도시를 수놓고 있어 이맘 때면 진해 시내로 몰려드는 상춘객으로 몸살을 앓는다벚꽃을 보러 왔다가 사람에게 치였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다


기차나 버스 사정도 마찬가지다. 기차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고, 버스는 그야말로 콩나물 시루다. 다행히 올해는 마산역에서 창원역(창원중앙역 아님)을 경유해서 진해역으로 가는 관광열차가 다닌다고 한다. 



기차에 자전거를 가지고 오는 방법


차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가까이서 벚꽃을 구경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교통수단은 단연자전거'. 창원은 자전거수도라 불릴 정도로 자전거도로 조성이 잘 되어 있다. 창원대로에 있는 벚꽃은 진해 벚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다만 창원시에서 진해로 자전거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산을 넘어야 한다. 여기서 소개하는 코스는 장복산길을 경유해서 안민고개로 넘어오는 백리(40km) 벚꽃길이다. 안민고개를 넘기가 부담스러운 분들은 안민터널(터널 안 자전거 전용도로 있음)을 이용하면 된다.  

 

문제는 어떻게 창원으로 자전거를 가져올 것인가?  접이식자전거(로드바이크, MTB 등 접어지지 않는 자전거는 열차에 합법적으로 실을 수 없음)는 기차에 실을 수 있기 때문에 기차를 이용해서 창원중앙역으로 와서 여행을 시작하면 된다. 창원중앙역에서 진해로 가는 방법은 창원시내를 지나서 장복고개, 안민고개 또는 안민터널로 가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만약 자전거 초보자인 경우 마산역, 창원역(창원중앙역 아님)에 내려서 군항제 기간에 운행하는 관광열차를 갈아타거나 서울에서 운행하는 임시관광열차(무궁화, 하루 26회 운행)를 이용해서 시내에서 자전거를 타면 된다. 


만약 관광열차표를 못 구했다면 KTX로 창원역(창원중앙역 아님)이나 마산역으로 와서 벚꽃관광 순환열차로 갈아 타면 된다. 마산역을 출발해서 진해역까지 운행하는 열차는 하루 7차례 운행한다


☞ 실비단안개 블로그 : http://blog.daum.net/mylovemay/15534015



▲ 경화역을 지나가는 기차(3.16일). 진해는 창원에 사는 라이더의 성지로 불린다. 진정한 라이더라면 군항제 기간 전후로 오는 게 더 좋다. 꽃비가 그치고 나면 사람들과 차들이 빠져나간 그 길을 막힘없이 달릴 수 있다.


버스에 자전거를 가지고 오는 방법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중에서 자전거와 가장 친한 건 버스다. 버스의 짐칸에는 접이식자전거, 미니벨로, MTB,  로드바이크 등 대부분의 자전거를 무료로 실어 준다. 간혹 짐이 많거나 여러 라이더가 함께 이동할 경우에는 버스 기사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게 예의다. 


버스를 타고 올 경우 창원시외버스터미널이나 진해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휴일의 경우 진해 진입로 정체가 심하므로 창원시외버스터미널, 마산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려서 라이딩을 시작하는 게 좋다.  


부산에서 오는 분들은 하단에서 용원까지 마을버스를 타고 와서 용원에서 진해 시내로 이어지는 해안도로(25km)를 라이딩 하면 좋다. 최근 해안도로에 자전거 전용도로(STX-오리엔탈정공 구간을 제외)가 만들어져서 가족과 함께 자전거 타기에 좋다. 



무슨 벚꽃길이 100리나 되는가? 


마산 창원 진해가 창원시로 통합되면서 창원에서 진해 다시 창원으로 돌아오는 루트를 잡으면 100리(40km)에 이른다. 여좌천, 경화역 등 진해의 명소는 보행하는 사람들과 보조를 맞춰 끌바로 이동하는 게 좋다.   자세한 내용은 이윤기, 바람흔적님의 의 블로그의 글을 참고.

☞ 이윤기 블로그 : http://www.ymca.pe.kr/1672

☞ 바람흔적 블로그(진해 골목길 투어) : 

http://neowind.tistory.com/trackback/1041


 

※ 정신줄 놓으면 큰일나는 코스(Warning) - 장복고개 진입 코스 

장복고개(마진터널)로 넘어가는 코스 중에서 주의해야 할 구간이 있다. 약 1km 구간동안 갓길을 이용해야 하고 자전거 신호등 구간도 감시카메라가 없어서 차들이 신호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위를 잘 살핀 후 건너야 한다. 초보자, 어린이와 노약자는 이 코스를 가지 않는 것이 좋다. 

1. 창원(양곡동) 현대자동차 서비스 신호등을 지난다. 2. 양곡교회를 지나 자전거 전용차로를 타고 가다가 육교를 건넌다. 3. 육교를 내려와서 오른편으로 갓길을 이용해서 4번의 자전거 신호등이 나올 때까지 진해 방향으로 직진한다. 4. 교차로에서 자전거신호등을 누르고 녹색불이 들어오면 회단보도를 건너 장복고개로 진입.


▲ 장복산길(장복고개)은 마진터널까지 대략 2km. 사진에서 왼쪽 도로(진해대로)는 자전거로 가면 안 된다. 오른쪽 길은 옛날 진해와 창원을 오고가던 장복산길이다. 길이 구불구불해서 평소에는 자동차가 잘 다니지 않지만 군항제 기간에는 벚꽃을 보려는 차량들이 다니기 때문에 조심해서 지나가야 한다.     


▲ 진행하던 방향에서 반대편에서 바라본 장복산 - 진해 내수면생태공원에서 장복산 방향의 사진(출처 : 김은영 교수). 마진터널을 지나면 하얗게 물이 오른 진해가 보인다. 장복산 길을 따라서 내려오면 장복산조각공원-내수면생태공원-여좌천 순으로 냇물이 바다로 가듯 라이딩을 하면 된다. 


▲ 진해 장복산 공원. 장복산 공원은 조각공원과 편백, 소나무 산림 휴양을 할 수 있는 쉼터다. 마진터널을 내려오다 보면 왼쪽으로 임도(하늘마루길)가 있는데 MTB 코스로 유명하다. 장복산공원 도로를 따라서 교차로에서 직진하면 내수면 생태공원과 여좌천이 나온다. 


▲ 자전거로 진해 벚꽃장을 구경해야 할 이유는 가보면 금방 알게 된다. 군항제가 시작되기 전인 3.30일에 이미 진해로 들어가는 입구는 주차장으로 변해서 차 안에서 보내야할 시간이 많아지고 짜증도 그만큼 늘어난다. 자전거로 장복산 고개를 넘어오는 수고에 비하면 라이딩의 기쁨은 배가 넘는다.


▲ 여좌천 벚꽃은 이미 만개했다. 군항제 기간에는 꽃비가 내릴 것 같다. 부산에서 오는 부부 라이더를 맞이하기 위해 집에서 커피와 빵을 실어 왔더니 패니어가 빵빵해졌다. 


▲ 진해 속천항. 알 수 없는 이유로 멈춘 도선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거제(칠천도)를 오고가던 배가 운항을 중단했다고 한다. 거제로 낚시와 라이딩을 하던 사람들의 유용한 교통수단이 없어져서 안타깝다. 


▲ 경화시장 40년 할매국밥에서 점심. 용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 잉꼬 부부와 함께 경화시장을 찾았다. 경화시장에는 김밥, 국수, 수육을 파는 맛집들이 몰려 있다. 개인적으로 국적불명의 노점에서 식사를 하는 것 보다는 경화시장이나 중앙시장에서 제대로 된 흡입을 추천한다. 


▲ 개인적으로 가장 진해답다고 여겨지는 풍경이 있는 장소. 경화역에 몰린 사람들을 피해서 골목길로 접어들면 진해를 낮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장소가 나온다. 이름 모를 무덤이지만 이곳은 볕이 좋은 조명 아래 나비들이 진해만을 배경으로 춤을 춘다. 일주일이 지나면 진해 벚꽃은 모두 바다로 간다. 


▲ 경화역에서 철길 따라서 세화여자고등학교를 지나면 막다른 골목이 나온다. 창원에서 출발한 기차가 진해로 들어오는 터널이 있는 곳이다. 기찻길 옆으로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두 노인에게 '동행'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 진해항 제2부두(풍호동)에서 조망한 진해 시내와 산세. 진해는 군사도시이기 때문에 고도제한으로 산 아래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낮고 아담한 건물이 대부분이다. 바다와 산이 어울어져 넓은 시야를 제공하고 있어 진해를 한 번 찾게 되면 그 매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장복산을 오른쪽으로 가로지르는 안민고개 길은 보통 라이더들도 30분, 초보자는 40분이면 충분히 안민고개를 오를 수 있다. 자전거는 끌바라는 매력적인 기술이 있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마시길~  


▲ 안민고개를 오르는 잉꼬부부 라이더. 미벨의 귀족이라 불리는 브롬톤을 타고 안민고개를 오르고 있다. 군항제 기간에는 차량이 통제되기 때문에 자전거 타기에 좋다. 일부 몰지각한 운전자들이 빵빵 거리며 사납게 운전하는데, 전문 라이더라면 절대로 쫄지 말고 당당히 타고 가길 바란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차도에서는 자전거도 당당히 차도를 이용할 수 있다. 법 상으로는 오른쪽으로 최대한 붙어서 가야 한다. 라이더의 엔진에 무리가 왔거나 힘이 든다면 보행자를 위한 데크로 끌바를 하면 된다. 



▲ 안민고개 2/3 지점에 카페가 있는데 카페 옆으로 드림로드(안민고개-소사-용원)는 용원까지 이어진다. 미니벨로나 로드바이크는 도전하지 않는 게 좋다. 


  창원대로를 달리며 환호하는 잉꼬 라이더. 안민고개를 내려오서 창원대로까지 3.4km. 창원대로는 전국에서 유명한 넓은 자전거 전용도로와 벚꽃이 어울어져 자전거 수도에 왔다는 느낌을 만끽하게 된다. 부산에 사는 두 부부는 창원이 너무 좋다며 부럽다고 했다. 


▲ 창원대로 오른쪽(창원시외버스터미널 방향) 길을 달리다 보면 큰 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창원폴리텍대학 벚꽃길은 유명하다. 하지만 그곳은 복잡하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공원이 있으면 쉬었다 가면 된다.  

 ▲ 창원시청에 도착하자 정확하게 40km, 백리 벚꽃길을 달린 셈이다. 잉꼬 라이더는 하루 더 창원에서 묵은 후 시외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날아갔다. 


▲ 자전거 타고 창원에 오면 추천하는 곳이 있다. 카페 하우(왼쪽, 창원 용호동)와 재즈클럽 몽크(오른쪽, 창원 상남동)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하우에서는 커피 한 잔당 500원 할인해 준다. 뭉크는 재즈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는 명소로, 토요일에는 지역의 실력있는 인디밴드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 라이더를 위한 노래 '그냥 랄라라 - 바나나코





안전하고 즐겁게 타기 위해서 고쳐야 할 곳


▲ 앞에서 말한대로 창원 양곡동에서 장복산길을 가기 위해서는 오른쪽 갓길로 가야 한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산 허리에 좁은 수로가 만들어져 있다. 수로에 덮개를 덮은 후 자전거와 보행자가 지나다닐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새롭게 길을 내는 것보다 있는 시설을 활용하면 비용과 환경피해를 줄일 수 있다. 


ps. 부산에서 진해 오는 방법

 

부산 부전역에서 진해로 바로 가는 기차가 없기 때문에 중간에 환승을 해야 한다. 부산에서 진해 시내까지 거리가 있기 때문에 새벽에 일찍 출발해도 12시 가까이 되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1) 하단에서 녹산이나 용원까지 마을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2) 용원에서 해안도로(자전거 전용도로 있음)를 타고 진해로 들어온다. 

3) 엔진이 강한 사람은 안민고개를 넘어서 창원대로 벚꽃을 구경한 후 창원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가는 버스를 이용한다. 단, 체력이 약한 사람은 진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탄다. 


▲ 1. 진해 행암 해변 자전거 전용도로 2. 수도 자전거 도로 3. STX 뒷길 자전거 도로. 원래 이곳은 STX 노동자들이 주차장으로 이용하던 곳인데, 자전거 도로가 새로 생겼다. 물론 STX와 오리엔탈정공 도로에 자전거도로가 있지만 폭이 좁아서 주의해야 한다. 4. 부산에서 용원을 지나서 웅1동 용마현대주유소에서 내륙방향으로 직진하면 웅동 시내가 나온다. 거기서 소사마을(김달진 문학관), 김씨공작소 등을 보고 나오면 좋다.


  "두 발이면 충분하다" 모두들 안전한 라이딩 하시길~ 끝.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전라남도 남해안 자전거 여행 

 

23일 일정으로 고흥반도와 완도, 해남, 강진을 거치는 전라남도 남해안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전라남도 5개 군을 자전거로 달렸고 때로는 배를 타고 다도해 섬을 지났다. 이번 여행은 스테판(Stepan ; 다혼 벡터X27[각주:1]-2011의 애칭)과 함께 했다. 자전거의 이름을 스테판이라 명명한 것은 스웨덴의 작가인 헬레나 윌리스[각주:2](Helena Willis)의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말 이름에서 따왔다.

 

일정 : 2012.5.26 ~ 5.27

거리 : 280km (배로 이동한 거리 제외)

경로 : 보성군, 고흥군, 완도군, 해남군, 강진군

   - 1일차 : May 26, 2012  ::  7:26 AM - 8:35 PM / 경로 자세히 보기

               낙안읍성-벌교-여호항-남열해돋이해수욕장-해창만-외나로도

- 2일차 : May 27, 2012  ::  9:11 AM - 6:36 PM / 경로 자세히 보기

               내나로도-발포리-녹동-도선(금일항)-금일도(일정항)-도선(당목항)-조약도-고금도

               고금도(상정항)-도선(당목항)-신지도(송곡선착장)-신지대교-완도(해변공원)

- 3일차 : May 28, 2012  ::  9:21 AM - 1:34 PM / 경로 자세히 보기

                 완도-장보고기념관-청해진로-완도대교-신남교-해안관광로-강진베이스볼파크-강진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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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낙안읍성에서 벌교

 

25일 오후 네 시, 여수엑스포를 관람하고 타고 온 자가용을 직원에게 맡기고 스테판과 나, 이렇게 둘은 순천시내에 덩그러니 남았다. 작년 이맘때 쯤 순천만에서 벌교까지 라이딩 한 기억이 떠오른다. 만약 한 시 경이라면 그렇게 가도 나쁘지 않겠지만 지금은 무리다. 하는 수 없이 순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벌교로 가기로 했다.


스테판은 허리가 접어지는 녀석이라 기차, 버스, 택시 어디든 쉽게 무임승차 가능하다.  벌교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450. 태백산맥문학관을 둘러 보고 벌교 꼬막과 희정할매곱창구이(857-1387)의 유혹을 뿌리치고 낙안읍성으로 향했다. 벌교에는 터미널 옆 모텔을 제외하고는 마땅히 묵을만한 숙소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낙안읍성에 가서 초가에서 하룻밤 보내는 것이 미뤄왔던 계획이기 때문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스테판낙안으로 가는 보리밭에서


      벌교에서 낙안읍성까지는 넉넉잡아서 40분이면 충분하다. 자전거 전용 도로는 없지만 조정래길로 명명된 도로와 낙안벌판은 다리 근육을 푸는데 제격이다. 낙안읍성 매표소에서 입장료(2천)을 지불하고읍성 가운데 있는 잔디민박(016-9609-6664)’을 숙소로 정했다캠핑을 해도 좋을 만큼 넓은 잔디밭이 매혹적이다.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더니 화장실이 딸린 큰방에 인터넷이 가능하다고 해서 4만원인데 5천원 깎아서 3만5천원을 지불했다. 민박집에서
휴대폰을 충전시켜두고 저녁 끼니를 때울 겸 주막을 어슬렁거렸다. 민속마을 안에는 주막집이 두 곳인데, 음식이 예전만 못했다. 을씨년스러운 장터에서 국밥에 소주 한 병을 비우고서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읍성을 둘러봤다. 

  

낙안읍성의 백미, 돌담길과 초가 스테판과 묵었던 잔디민박 전경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3~4만원대 민박집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민박집이 문이 모두 닫혀 있어서 방이 없는 걸로 착각할 수 있다. 제주도의 전통 대문인 '정낭'을 활용하거나 낙안읍성의 전통을 살린 안내표지판이 있었으면 좋겠다. 

안읍성은 벌교와 순천이 가까워서 가족단위로 관광을 오는 외국 친구들에게 소개하기에 좋은 곳이다. 하지만 홈페이지 콘텐츠가 부실하고 온라인 예약시스템은 없다. 또한 주막의 음식이 맛깔스럽지 못하며 초가집 컨셉을 제외하고는 집집마다의 특색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 단점이다.



  •     낙안읍성 저녁풍경  


    성곽에서 내려다보는 초가집은 참 평화롭다.

    저녁 안개에 질세라 밥짓는 연기도 달콤하다. 

    고즈늑하다, 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낙안읍성.


  


 

바다를 벗삼아 고흥반도를 달리다 


 

5월26일 오전 726, 첫 라이딩을 시작했다. 민박집 대나무 문을 열고 나와서 읍성의 남쪽 문을 빠져 나왔다. 어제 왔던 조정래길(857) 대신 보리가 익어가는 들판과 마을길로 갔다. 보리밭 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서 원동마을, 연동마을, 중흥마을을 지나서 벌교를 앞두고 어제 왔던 조정래길(857)에 합류했다


  •  벌교 꼬막정식 
    오전 8시, 벌교에서 꼬막정식으로 아침 
    아침 치고는 값이 비싸지만(1만5천원), 
    장거리 여행을 위해서 칼로리 보충 필요 








벌교에서 아침을 먹고 고흥으로 들어가는 나들길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위치와 경로를 확인했다. 삼광중학교 정문(장좌육교 교차로)에서  벌교장례식장 방향의 남하로(843)를 나들길로 선택한다. 2차선 도로지만 자전거 두 대 정도는 지날 수 있는 길이 있어 라이딩 하기에 좋다

 

삼광중학교에서 대포리 마을회관까지는 약 10km. 대포리부터는 갯벌을 가까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물만난 짱뚱어처럼 즐겁다. 해안 가까이서 달리고 싶은 욕망이 핸들바를 비틀지만 초행길이라 되도록 모험을 하지 않았다. 새로운 길을 달릴 때의 스릴도 있지만 돌아 나와야 하는 고통도 따르기 때문이다.  



  •  죽암마을 갯벌
    갯벌에는 게와 짱뚱어가 지천이다. 
    짱뚱어는 게으르면서도 친절하다
    할머니들이 몸이 불편한 걸 생각해서 마을 앞까지 와서 '날 잡수시오하며 어슬렁댄다. 
    죽암마을 할머니들은 잡을 생각을 않는다.

  








죽암마을에서 800미터 지나면 작은 방조제가 있다. 고흥에서 처음 만난 방조제다. 방조제를 지나면 삼거리(남양면왕주삼거리)가 나오는데, 좌측 망월로를 따라 갔다. 망월로부터는 왼쪽 바다가 깊어진다. 삼거리에서 4.5km 가다보면 마을숲(방풍림)이 보인다. 신정은하수꼬막마을 아랫쪽에 있는 마을숲의 이름은 '고흥월정리 해안방풍림(전라남도 기념물 제116)[각주: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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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정리방풍림
    길이만도 400미터에 이르고 100여년 이상된
    이팝나무와 팽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특히 지름 3m가 넘는 사철나무가 유명하다. 









월정리 마을숲에서 땀을 식히고 시계를 보았다. 10시30분, 해가 다리에 붙었던 해가 엉덩이에 붙기 시작한 시간이다. 월정리 팽나무의 짙은 그늘에서 보란듯이 나태해진 고양이가 되고 싶었지만, 벌써 한 시간 째 이곳에 머물러 있었다. 

 

월정리 마을숲을 뒤로 하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망주초등학교에서 남양로(과역면 방향)를 따라서 과역면까지 약 14km. 15번 고속도로(자동차전용도로)가 뚫리면서 남양로는 자전거 천국이다. 차가 없는 평지에서 미니스프린터답게 스테판이 미친듯이 질주한다. 클립신발을 신고 왔다면 더 빨리 달렸을 것 같다.

 

과역면에서 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물과 간단한 과자를 샀다. 석봉리 호덕마을, 신곡리 인학마을, 신기, 신전마을을 경유하는 과역로(843)로 스테판을 몰았다. 점암초등학교에서 다시 지도를 확인한 후 여호항으로 향했다. 

 

여호마을 끝자락에 붙은 하얀 등대 갈대밭 너머 여호항 등대와 여수만이 보인다.

 

여호마을은 외딴 곳이라 두 발로 갔다가 다시 두 발로 돌아 나와야 한다. 여호 앞바다는 물이 깊고 옥빛이다. 이곳에는 여수엑스포 아쿠아리움에 갇혀 있는 흰고래 Beluga가 살 것 같다. 벨루가는 툭 튀어나온 이마에 하얗고 매끈한 몸에다가 항상 웃고 있는 듯한 표정의 고래다. 새소리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가지고 있어 바다의 카나리아라고 불린다.

 

흰 고래 벨루가에게 바친 스테판 벨루가 맞은편 붉은수염고래

 

여호마을을 빠져 나와서 방내마을로 업힐을 시작한다. 팔영산을 왼쪽에 끼고 나팔꽃이 무성하게 핀 방조제를 지나면 점안면 오산리에서 고개가 나타난다. 초반 라이딩이었다면 저속으로 올랐겠지만 중간쯤 가다가 끌바로 오른다. 

 

고개를 넘으면 산성삼거리까지 시원한 내리막길이다. 용암, 간천마을 방향(좌측)으로 자전거를 몰았다. 해맞이로(남열해수욕장방면 Namyeol Beach) 가는 길은 고흥반도에서 표고차가 심한 곳 중 하나다. 하지만 노란 꽃들이 몸을 흔들며 라이더를 반겨 준다. 


우전리에 심어진 꽃길은 라이더 힘이 된다.고흥반도의 다랭이 논과 사자바위


우천마을에서 난이도 높은 업힐이 시작된다. 클립형 신발이었다면 불편했을텐데, 아무래도 장거리 여행에서는 평페달이 편할 때가 많다. 페달에서 발을 떼고 고개를 조아리며 길을 걷는다. 왼쪽에 넓은 푸른 바다와 다랭이논이 펼쳐져 있다. 


오후 3시10분(산성삼거리에서 8km)  거의 40분이 걸려서야 고개(전망대 : 발사체 모양)에 오를 수 있었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고개 너머에는 상상 그 이상의 풍경이 펼쳐졌다그동안 끌바로 고생한 투덜거림은 한순간이다. 남열해돋이해수욕장 하얀 포말이 손짓에 고생했던 기억들은 사라진다.  


  •   남열해돋이해수욕장

    하얗게 포말이 이는 곳이 해수욕장

    해수욕장과 마을 사이에 짙은 소나무 숲이 있다. 

    바다 건너 보이는 섬이 나로도다.



갈대로 만든 파라솔과 깨끗하고 넓은 모래해변 울창한 소나무 숲은 캠핑족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닷가 파라솔 한 켠에 자리를 잡고 바닷물에 발을 담궜다. 태양열휴대폰충전기를 꺼내 충전을 하고 의자에 누워 음악을 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개인적으로 제주도 표선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해수욕장이 아닐까 싶다. 


음식점과 편의시설이 없는 게 흠이지만, 오히려 이 흠이 다른 해수욕장과 확연히 구분된다. 필리핀 팔라완에 있는 모 휴양지처럼, 말 그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해수욕장으로 그대로 남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캠핑족들이 무단으로 소나무 숲에 차를 몰고 들어와서 야영을 하고 있었다. 300여대 규모의 넓은 주차장이 가까이 있지만 저마다 차를 몰고 숲으로 들어왔다. 우리나라 캠핑 문화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안타깝다. 


남열마을과 바다 풍경. 두고 온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이 눈에 아른거린다. 

 

해돋이해수욕장 고개 너머에는 남열마을이 있다. 남열마을에서부터 지붕없는 미술관(전망대)까지 1km 업힐이 시작된다. 해돋이해수욕장에서 눈요기를 했으니, 이제부터 고생길 시작이다. 다행히 지붕없는 미술관을 지나면 영남면까지 시원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바다를 곁에 두고 라이딩할 때와 그렇지 못할 때 기분은 사뭇 다르다. 바다가 곁에 있으면 든든하고 힘든 구간도 쉽게 오를 수 있다. 그래서 푸른 바다는 혼자 여행하는 자전거족의 든든한 벗이다. 


영남면을 1km 앞두고 바다와 다시 멀어진다는 게 아쉬웠다. 지도상에서 볼 때는 임도가 아닌 포장길로 표시되어 있었다.  뱀처럼 휘워진 구불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시원하게 뚫린 아스팔트로 갈 것인지 잠시 고민하다가 핸들을 꺾었다.  


좌측으로 농로를 타고 가다보면 작은 방조제가 나온다. 방조제 끝 지점에 민가(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계심) 옆으로 임도가 시작된다. 오후 5시. 햇살은 길어지고 산은 짙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산에서 나오는 샘물에서 목을 축이고 끌바로 산길을 오른다. 


금사리마을까지 약 9km. 일부 구간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시멘트길이지만, 잔돌이 많아서 차마 스테판을 타고 지날 수 없었다. 타이어가 얇아서 펑크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자전거 여행에서 스테판은 처음으로 상전 대접을 받았고, 나는 푸른당나귀(MTB)가 그리웠다. 

  

MTB가 아니라면 영남면으로 영남면 임도로 들어가는 입구(좌측)

비포장 길이 대부분인 임도 황토길에서 한 컷

 

길은 힘들지만 호젓한 바다가 있어 상쾌하다. 다도해의 이름모를 섬들과 아름다운 갯벌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고흥 바다와 갯벌은 경남 지역의 섬들과는 다른 원시적인 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잘 보존된 환경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산으로 여기고 잘 가꾸고 보존해줬으면 좋겠다. 

 

임도 중간에서 본 갯벌과 무인도 금사리 항구와 소나무 숲 황금빛으로 물든 금사리 갯벌

 

금사리에 도착한 시간은 6. 지금까지 90km를 달렸고 8시간 가까이 스테판과 함께 했다. 체력이 고갈되고 있음을 경고하는 메시지가 무릎에서 오고 있었다. 30km를 더 달려야 외나로도까지 갈 수 있다. 보통 페이스라면 2시간 뒤면 외나로도에 도착할 수 있다. 


그동안 고장없이 달려 온 스테판을 격려하며 해창만(팔영로 77)으로 자전거를 몰았다. 옥강삼거리에서부터 좌측 우주로(15)를 따라 2km 업힐이 시작된다. 특히 봉암삼거리에서부터 옥강리 고개까지 업힐이 심하고 갓길이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외나로도까지 17km. 

 

공사가 한창인 해창만 자전거 도로 해창만과 병풍처럼 선 팔영산

봉암삼거리에서 옥강리 고갯길 옥강리 고개에서 99.99km 돌파


옥강리 고개에 오른 시간은 오후 7시(100km 지점). 10km 이동하는 데 1시간이 걸린 셈이다. 우산리 고개에서 내나로도까지는 내리막이라 금방이다. 우산마을을 지나 동래도삼거리에 이르면 내나로도가 손에 잡힌다. 


우산마을에서 나로대교까지 시속 40km/h 이상 속도로 질주한다. 전조등과 후미등을 켜고 나로대교에 도착했다. 나로대교는 자전거와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이 따로 있지만, 다리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자전거 도로가 없고 대형차들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내나로도로 들어가는 첫번째 관문외나로도로 가는 길


내나로도(7시22분)에서 나로2대교, 최종 목적지인 외나로도 여객선터미널(봉래면)까지 약 한 시간이 걸린 8시30분에 도착했다. 외나로도 여객선터미널에는 원양어선이 불을 밝히고 있었고, 횟집과 식당에서 배를 채운 관광객이 드문드문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인공위성이 발사된 나로도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컷던 것일까? 자전거족이 다니기엔 위험한 도로였다. 관광지라서 인심도 그렇고 음식도 별로였다. 특히 마땅한 숙소를 찾지 못해 호텔에서 묵었는데 무려 10만원을 지불했다.


외나로도에서 녹동이나 완도로 이동해서 자전거 여행을 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말이 여객터미널이지 녹동이나 완도로 가는 배편이 없었다. 도로가 좋아지면서 섬과 섬을 이어주던 다리 역할을 하던 도선이 사라진 것이다.  


비싸지만 모텔급의 숙소에 누워서 텐트를 가져오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내일은 완도까지 가야하는데, 나로도의 끔찍한 도로에서 스테판을 타는 것이 두려워 진다. 배로도 갈 수 없으니 새벽에 나로우주센터까지 갔다가 택시로 나로도를 빠져나올 계획을 세웠다. 그래도 미니벨로로 117km를 달렸으니 후회는 없다. 다리가 놓여졌지만 나로도는 참 외롭고 고독했다. 

 

먼 바다에서 돌아와 불밝히며 작업하고 있는 원양어선.

 

PS로도 여행을 계획하는 라이더가 있다면 내나로도 동일면에 있는 동포갯벌생태체험장(011-604-4903, 061-834-4903)을 권한다. 소나무 숲에 섬처럼 아늑하게 자리잡은 펜션인데, 가족단위로 묵어도 좋을 것 같다. 또는 나로2대교 건너기 전에 하얀노을호텔도 좋다. 지은 지 얼마되지 않아 시설이 깨끗하다. 



나로도공용터미널 버스시간표




  1. 다혼 벡터X27 2010년 단종된 ‘스피드 프로 TT’ 후속 모델로 폴딩형 미니스프린터의 계보를 잇고 있다. 벡터 시리즈는 내장기어와 휠셋, 티아크라 STI 레버가 장착되었다. 7005번 알루미늄 프레임에 스램 내장 기어와 시마노 변속계가 특징이다. 뮤시리즈처럼 프레임이 곡선형을 유지하고 있고 이전 모델보다 강성을 유지한 탓에 무게는 10.2kg으로 증가했다. 불혼바는 장거리 라이딩시 편안함과 속도감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다만 업힐시 상당한 힘이 요구된다. 자세한 내용은 : http://bikem.co.kr/content/read.php?num=2287 참조 [본문으로]
  2. From "Olga and Stefan and dig gold," children's book, Raben & Sjogren, fine art on www.hoppahage.se [본문으로]
  3. 월정리 방풍림(Windbreak Forest in Woljeong-ri, Goheung) This forest is an artificial forest which the people of the community planted to protect against the wind. Every yeor they hold a special memorial service called “Byeolsinje” on the first Full Moon day of the year after choosing a big zelkova tree from the forest to serve as the Holy Spirit, Where an altar is embanked around it. [본문으로]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2박3일 거제도 자전거 캠핑을 주저리 주저리 정리해 보았다. 자전거로 여행하면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이번 여행에서 좋은 것을 많이 보았지만 한편으로 좋지 못한 것들도 보게 되었다.

△  0일차 : 거제도로 가기 위해  (부산에서 김해, 김해에서 진해)
△  1일차 : 거제 능소에서 외포까지
△  2일차 : 옥포에서 저구 명사해수욕장
△  3일차 : 저구에서 고현

△ 거제도 자전거캠핑 총 거리 : 약 132km
△ 기간 : 4월3일 18시~5일 16시 (2박3일)
△ 자전거 : 다혼 제트스트림P8 (여기서는 당나귀로 통함)
△ GPS : 아이폰 런키퍼 어플
△ 총이동경로 : 런키퍼 프로그램을 지피에서온 에서 수정하였음



 옥포, 노동자들이 만든 명품 자전거 도로

거제도에서 첫날은 외포에서 보냈다. 날이 밝자 태양은 외포 티티카카는 해변에 널려 있는 쓰레기와 이국적인 펜션들을 비춰주었다. 바다는 새로울 것이 없다며 쓰레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7시에 티티카카를 떠났다. 

옥포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외포에서 옥포까지는 6km. 몸이 굳어 있어 덕포에서 옥포로 가는 언덕을 오르는 데 힘이 든다.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자전거를 끌었다. 옥포대첩기념관으로 가는 갈림길(좌측 : 팔랑포, 직진 : 옥포)에서 빨간 자전거 도로가 시작된다. 

옥포만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자전거 길이 시내까지 이어져 있다. 휴일 아침인데도 조선소에는 노동자들이 안전모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일을 하러 가고 있다. 옥포 시내 중심가를 통과하면 옥포삼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은 14번국도와 만난다. 장승포 방향으로 들어서면 벚꽃나무 아래 자전거 전용도로가 무려 10km나 이어져 있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노동자

자전거로 가득찬 공장입구

아름다운 벚꽃이 펼쳐진 도로



구릿빛 꿀벅지 노동자들이 자전거를 출퇴근을 쉽게 하기 위해서 만든 도로이면서 거제도 자전거 여행객에게 최고의 길이다. 과연 이 길을 이용해서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노동자는 몇 명이나 될까? 대우조선노동조합 게시판에 물어봤더니 대략 4천여명이라고 한다.

노동자 1명이 한 달(20일)동안 승용차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탄다면 소나무 300여 그루에서 이산화탄소를 정화하는 힘과 맞먹는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대략 4천 여명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니까, 한 달에 소나무 1천2백만 그루가 이산화탄소를 정화하는 것과 같다. 

조선소와 노동자들의 숙소까지 이어진 자전거 도로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노동생산성과 출퇴근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좋을 테고, 노동자들은 자신들은 출퇴근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지역 시민들도 자전거를 이용하면서 지역의 대기오염이 줄어든다.

하지만 자전거의 사회, 문화적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깨끗하고 잘 조성된 자전거도로는 기업의 이윤과 자본주의의 계급 논리가 숨어 있다. 사용자는 노동자들이 자전거를 타면 출퇴근버스, 주차 등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반면 사용자가 고급 자동차를 몰면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노동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 

자본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열심히 벌어서 사용자의 자동차와 비슷한 차를 산다고 해서 행복해질까?  거기에 투자하는 배용으로 노동자의 튼튼한 몸, 즉 6기통 엔진을 달고서 자본가들이 감히 가보지 못하는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불행히도 조선업에 몸담고 있는 노동자들은 노동강도가 세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하다. 옥포가 타 지역에 비해서 이혼율이 높고 유흥주점도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노동자들이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여행하는 모습을 기원해 본다.


바람의 언덕에는 바람이 없다.  

옥포에서 장승포까지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서 쉽게 갈 수 있다. 장승포여객터미널에는 모 방송국의 촬영 이후로 지심도로 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장승포 고개를 넘으면 지세포이다. 자전거 도로는 끝이 나고 갓길로 달려야 해서 불안하지만, 내리막길이라 자동차와 비슷한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신나게 내려오다 보면 다시 오르막이다. 지세포에서 와현, 그리고 구조라까지 10km 구간은 오르고 내리는 일이 많아서 힘들지만 거제도의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섬들이 눈과 몸을 시원하게 한다. 지세포 고개를 넘으면 와현해수욕장이 나오는데 아담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와현에서 커피와 가락지빵으로 배를 채우고 구조라로 향한다. 구조라 유람선터미널 앞에는 석화와 해물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석화 1인분과 맥주 한 병을 시켰더니 1만3천원이다. 자전거에 요상한 짐을 매달고 다니는 걸 보니 불쌍했는 지 만원만 달라고 한다.   


따사로운 햇살에 석화는 우윳빛 가슴을 연다. 시원한 맥주와 먹으면 석화는 몸안으로 녹아든다. 고개를 넘어면서 힘들었던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구조라를 지나면 망치마을이 나오는데 이곳에서도 작은 몽돌해수욕장이 펼쳐져 있다. 망치해수욕장에서 학동으로 넘어가는 약 4km 구간은 상당한 오르막이다. 햇살이 따가워서 당나귀도 힘들어해서 동백나무 아래에 쉬어가기를 여러번, 마침내 1시20분에 학동에 도착했다.  

학동의 몽돌이 가장 많은 해변이다. 몽돌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깔고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등산객과 나들이객이 몽돌해변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갑자기 많아진 사람들에 당나귀도 나도 당황해서 해변 끝에 있는 한적한 소나무 숲으로 들어 갔다.  


△ 학동 몽돌해수욕장과 소나무 숲. 몽돌해변 끝부분에 소나무 산책로와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샤워장에는 전원콘센트가 있는데 이곳에서 도둑전기를 쓸 수 있다. 

학동해수욕장에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샤워장이다. 휴대폰이 뇌사상태에 빠질 정도이기 때문이다. 샤워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전기콘센트에 아이폰을 충전하면서 캔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30분 정도 자리를 깔고 낮잠을 즐겼다. 

학동해수욕장에서 가까운 곳에 '내촐오토캠핑장'이 있다. 캠핑을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서 다시 길을 나섰다. 동백숲을 왼쪽에 두고 긴 오르막을 오르면 해금강이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은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거제 해금강은 금강산에 있는 해금강과 비슷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해서 불려졌다. 어린 시절 나이드신 분들이 금강산 대신 이곳을 다녀와서 자랑하듯이 기념품을 집에 걸어 두곤 했다. 거제도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이곳은 절벽과 동굴로 유명하다.

해금강으로 가는 길은 길이 좁고 자동차가 많이 다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10년 전에 왔을 때는 그 명성과는 달리 한산했는데 지금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해금강은 아름다운 절벽과 바위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이국적인 풍차에 더 열광하는 것 같다. 

일요일 오후 3시, 해금강 입구부터 주차장으로 변해 있다. 자전거를 세워둘 만한 곳을 찾지 못해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는 곳에 자전거를 끌고 갔다. 어렵게 갔더니 바람도 별로 없고 이국적인 풍차에 열광하는 사람들만 가득하다. 


△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도장포. 언제부터인가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고 있다. 풍차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학동몽돌해수욕장이다. 

우리나라 관광지에 세워진 조형물은 대부분 국적이 없다. 좋은 건 다 베껴쓴다. 대부분 이런 조형물은은 메뚜기처럼 한 철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흉물스럽게 남는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네들란드에 갔다왔다는 대리만족이라도 느끼라는 모양이다. 

차라리 커다란 동백나무를 조형물로 만들고 동백을 좋아하는 새들을 볼 수 있는 자연생태공원으로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모텔에 밀려서 손님이 뜸한 민박집에는 동백과 새 그림을 벽화로 장식하고 동백을 심어서 직바구리, 동백새의 지저귐을 들을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외포에서 해금강까지 주행기록 (*배터리 방전으로 gps 누락된 구간 있음)

Start Time

6:59 am

End Time

2:33 pm

Duration

5:34:58

Distance

50km

GPS 경로보기 : http://rnkpr.com/a4hqoz (*RunKeeper를 사용할 때는 Wifi 꺼두는 것이 좋다.)  


진짜 바람의 언덕, 여차 전망대

해금강을 벗어나서 고개를 넘어면 갯벌이 있는 해안이 펼쳐진다. 이곳부터는 서쪽 해변으로는 수심이  얕아서 갯벌이 많다. 명사초등학교를 지나면 14번(오른쪽)과 1018(왼쪽) 갈림길이 나온다. 바람의 언덕에 가기 위해서는 1018도로로 가야한다.

1018 도로를 따라서 다로마을을 지나 여차고개를 넘는다. 여차 고개는 말 그대로 여차하면 자전거가 뒤로 갈 정도로 가파르다. 약 2km 자전거를 끌고 고갯마루에 오르면 아름다운 여차항이 펼쳐진다. 여차에는 작은 몽돌해변이 있고 낚시꾼들이 많다. 


△ 여차 고갯마루. 여차항 왼쪽에 보이는 섬이 대병대도, 오른쪽은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여차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 바람의 언덕에서 노을을 보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선다. 아스팔트가 끝나고 비포장 산길이 나온다. 전망대까지 약 2.3km 구간이 비포장이다. MTB 였다면 재미난 길이지만 아무래도 미니벨로 당나귀로는 무리다. 

자전거를 끌고서 30분정도 가면 탁트인 전망대가 펼쳐지는데 이곳이 진짜 '바람의 언덕'이라고 생각한다. 거제도의 절세미인 대병대도와 매물도, 가왕도, 어유도 등 아름다운 섬미녀들이 눈 앞에 있다. 왼쪽 산마루에 해가 지면 바람은 바위에 붙은 낚시꾼과 안개를 몰아내고 금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한다.
 

△ 여차 전망대로 불리는 진짜 바람의 언덕. 섬미녀들이 바람에 따라 붉은 옷을 입고 춤을 춘다. 


해를 쫓아 명사로 

일몰을 보기 위해 올랐지만 해는 오른쪽 산마루로 지고 있었다. 여기서 4.5km 떨어진 명사해수욕장(저구면)에서 일몰을 볼 수 있다. 6시에 바람의 언덕을 떠났다. 500미터 정도 비포장길을 내려가면 홍포를 못가서 아스팔트 길이 시작된다. 홍포와 대포를 명사해수욕장이 있는 저구까지는 완만한 경사와 신나는 내리막길이 있어서 30분이면 충분하다. 

6시33분, 명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죽도 방향으로 해가 막 지려고 하고 있다. 옛 명사초등학교 자리에 수백년 된 소나무 숲에서 노을을 본다.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해변은 조용하다. 해가 소나무들과 신나게 뛰어놀다가 떠난 공터는 진공관처럼 느껴진다. 

 
△ 저구면 명사해수욕장 소나무 숲. 해가 죽도로 놀러 가고 있다.    

소나무 아래 텐트를 치려고 했으나 야영이 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보고서 포기하기로 했다. 수돗가에 물이 나오지 않아서 500미터 거리에 있는 저구면으로 갔다. 저녁을 먹기 위해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고는 주위를 물색했다.

날은 이미 저물었고 포구에 있을법한 노점도 없다. 길거리에서 파는 값싸고 싱싱한 회를 먹기에는 걸렀다. 저구면 중간즈음에 있는 어촌계식당에 들어갔다. 주인은 어디서 왔냐고 묻고는, 10년 전에 강원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곳까지 온 한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청년은 제대 기념으로 자전거를 사서 거제까지 도착했다고 한다. 청년의 꼴이 말이 아니라서 주인은 밥을 주고 자신의 집에서 재워줬다고 한다. 그 청년은 다시 광주로 떠났다고 한다. 아마도 그 청년은 내 나이 또래일 것이다.


△ 명사 어촌계식당 회정식(2만원, 소주1병 포함). 부산에서는 5만원을 줘도 못 먹을 자연산 회가 나왔다.   

배가 부르니까 게을러 진다. 따뜻한 욕조에서 몸을 담그고 싶어진다. 오늘이 거제에서 마지막 밤이라서 그런지 호사로운 밤을 보내고 싶다. 하지만 저구에는 모텔이 없다. 민박집도 있지만 기름값 때문에 방을 구하기가 싶지 않다고 한다.

텐트를 칠 수 있는 곳이 있냐고 주인에게 묻자, 자신의 어머니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한다. 소주 반병을 마셨을 때 할머니 한 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추워서 되겠냐며 전기장판 정도는 깔아 줄 수 있다고 한다. 공짜로 자는 것이 미안해서 용돈에 쓰시라며 2만원을 드렸다.

할머니집은 식당에서 가꾸운 곳에 있었다. 넓은 마당이 있고 낡은 슬라브집 건물이다. 별채에 있는 방은 얼마전에 다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살다가 나가서 청소가 안됐다며 안채에 딸린 방을 내어 주신다. 방에 들어갔더니 초등학교 5학년 꼬마 아이가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른 곳에 일하러 갔고 지금은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 초등학교 5학년 꼬마의 일기장. 꾸밈없이 솔직한 글이 마음에 든다. 


해금강에서 명사해수욕장 주행기록 

Start Time

3:52 am

End Time

19:16 pm

Duration

3:23:39

Distance

약17km


이동경로 : http://rnkpr.com/a4nhb9


동백부부와 청마를 만나다

다음날 아침 자전거가 젖어 있다. 밤사이 비가 내린 모양이다. 저구에서 고현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종주를 하자고 생각을 고쳐 먹는다. 어젯밤에 꼬마에게 거제도를 종주하고 다음에는 알프스산맥을 넘을 거라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청마 유치환 생가는 가 보고 싶다.   


△ 할머니는 새벽에 일하러 가시고 엎어지면 코 닿을 데라고, 8시까지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인에 맞서 열심히 싸우는 꼬마녀석이 꿈을 꾸고 있는 집.   

아침 여섯시, 할머니는 일하러 나가셨고 잠꾸러기 꼬마를 깨우지 않고 저구를 빠져나왔다. 명사해수욕장을 한 번 더 둘러 보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6시35분 저구를 떠났다. 저구마을 위 1018도로에 들어섰다. 저구마을 고개를 넘어가면 탑포리이다. 거제에서 가장 높은 가라산(해발 585m) 허리를 지나가기 때문에 저구에서 고갯마루까지 길이만 5km에다 경사도 심하다.

저구에서 2km 지점에 앙김이길이라고 탐포리를 둘러서가는 도로가 나오는데 일부 구간이 비포장이다.
 한 시간 동안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다가 물이 나오는 곳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8시에 고갯마루에 올랐더니 탑포리에서 안개가 흐믈흐물 가라산으로 기어 오르다 지쳐 있었다. 

탑포리와 율포분교까지는 시원한 내리막이다. 탑포리에서 가라산을 올라 학동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다. 가라산에는 봉수대가 있는데 한산도의 봉수대를 거쳐 서울 남산 봉수대까지 연결되어 있다. 가라산(伽羅山)은 숲이 울창하고 단풍나무가 많아서 비단같이 아름답다는 뜻이다. 의 이다.



△ 가라산 허리에서 내려다 본 탑포리. 등산로 1 : 탑포마을 위 → 헬기장 →정상 (40분, 1.4km) / 등산로 2 : 저구마을 위 →망등 →헬기장 →정상(1시간30분 / 2.6km)   

탑포 삼거리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버스를 기다리는 할아버지에게 어디로 가면 좋은지 물었더니, 왼쪽으로 나 있는 1018 해안도로를 따라 가라고 한다. 해안도로는 경사도 낮고 평지가 많아서 미니벨로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율포분교에 아이들이 버스에서 내린다. 8시30분 아이들이 등교를 한다. 율포분교를 지나면 오송로인데 소나무가 펼쳐진 아침길이 향기롭다. kt 거제수련관을 지나서 가베마을, 오송마을, 동부면사무소까지 약 12km 구간은 소나무길이 좋다. 오송리 언덕에는 '평사리'라는 식당이 있는데 정식이 맛있다고 하는데 아침이라서 주인이 없어 잠시 쉬어갔다. 


△ 학교가는 아이들. 아직 아홉시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밝은 모습의 아이들이 당나귀와 나에게 배꼽인사를 한다.  


△ 한 꼬마 예술가가 그려놓은 담장에서 당나귀를 세워두고 한 컷.  

율포분교, KT거제수련원, 해강도예미술학교, 가베, 평사리 식당, 오송리 동호, 영북, 동부면, 거제면까지 16km 구간을 2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 
동부면에서 점심으로 돼지국밥을 먹었다. 가마솥으로 끓였다고 하는데 돼지고기도 얇고 국물이 연해서 맛이 별로다. 하지만 지금 단백질과 지방을 보충해둬야 한다. 

동부면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거제면 방향으로 핸들을 돌렸다. 거제면 네거리(솔향전문요양원)에서 왼쪽 해안길(1018)을 따라서 간다. 청마를 보기 전에 동백을 보기 위해서이다. 네거리에서 500미터 떨어진 곳에 외간마을이 있는데, 마을에서 400미터 들어가면 오래된 동백나무가 있다.

서로 마주보고 있어서 ‘부부나무’(경상남도 기념물 제111호)라고 불린다. 효령대군의 9대손 이두징이 조선시대에 입향 기념으로 심었다고 전해지는데 300살 넘게 잡수셨다. 3월말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데, 4월초인 데도 꽃이 떨어지지 않고 피어 있다. 


△ 동백나무에 터를 잡고 사는 직바구리 새끼가 벌레를 잡아먹으려고 둥지에서 나왔다. 

돼지국밥의 힘으로 소랑리, 법동리, 어구리까지 1시간 동안 쉼없이 달여왔더니 어구리이다. 어구리에서 배를 타고 한산도를 건너가서 다시 통영으로 도선하여 부산으로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어구리를 달리는 동안 왼쪽에 보이는 한산도가 자꾸만 손짓을 한다. 

한산도의 유혹을 뿌리치고 어구리에서 둔덕면 하둔네거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하둔네거리에서 오른쪽 농로를 따라 간다. 이곳은 청마 유치환(1908~1967)의 고향이다. 청마의 시에서처럼 그의 고향에는 파란 보리가 피어 있다. 

유치환은 이영도 시인과 20여년동안 편지를 주고 받은 로멘티스트이자 1930년대 서정주, 오장환과 더불어 생명파 시인의 주축이었다. 하지만 만선일보에 기고한 '대동아 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라는 산문이 문제가 되어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릴 뻔 했다.

굳게 닫힌 기념관과 생가, 그의 시를 옮겨놓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지만 주말 오후 인적은 없다. 고등학교 때 나이든 문학선생님이 <깃발>을 청년처럼 낭송하던 때가 떠오른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행복>이 더 좋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청마 유치환과 당나귀. 청마와 당나귀가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 청마기념관에서 근처에 있는 자전거 도로. 시골 마을에 자전거 도로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개울에는 잘 만든 어로가 있고 오리들이 쉬고 있다. 당나귀가 미친듯이 달려가자 오리들이 도망간다.

청마기념관에서 한 시간 정도 방황하다가 거제도에서의 마지막 길로 접어 들었다. 거림, 마장, 시목, 함덕을 지나 유지마을 유지삼거리에 도착했다. 거제 옥동으로 가거나 고현(사등)으로 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고현에서 부산으로 가는 배를 타야 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등으로 갔다. 


거제도의 길과 바다에서 멀리를 하다


사등에서 고현까지 이어진 14번 국도 7km 구간은 거제도여행의 좋았던 추억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다시 한번 거제도를 일주한다면 둔덕면으로 내려가서 1018도로를 따라서 거제대교를 건너서 통영시로 가서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갈 것이다.


△ 고현에서 배를 타고 떠날 생각이 아니라면 이 길로 오지 않는 것이 좋다. 사등으로 넘어가는 고개도 험하고 고현으로 가는 14번 도로는 아주 위험하다. 사등에서 고현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  

어쨌든 사등리 고개로 넘었다. 사등리 고개는 거제도에서 가장 힘든 길이었다. 2km를 오르는데 1시간이 걸렸다. 물론 고갯마루에서 14번 국도와 만나는 성내마을 교차로까지는 금방이다. 문제는 14번 국도, 아니 고속도로라고 해야겠다. 

고현으로 가는 14번국도는 자전거 여행객이 로드킬 당하기 좋은 곳이다. 갓길도 없고 도로에는 온통 뾰족한 돌맹이와 쇳조각이 널려 있다. 고속도로도 아닌데 조선자재를 싫은 트럭들이 귀 옆으로 엄청난 속도로 지나다닌다. 고현으로 가는 방법은 이 길밖에는 없어서 울며 겨자먹지로 당나귀를 재촉했다. 매연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인 지 머리가 어지럽다.  


△ 사등에서 고현으로 가는 14번 국도. 사진의 보이는 갓길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부분 갓길이 없거나 도로를 청소하지 않아서 온갖 쓰레기와 돌맹이들이 널부러져 있다. 

고현 여객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3시50분. 4시10분에 부산으로 가는 고속여객선이 있다. 자전거 한 대 달랑 싣고 부산으로 가는데 26,500원(사람
21,500원 / 자전거 5,000원)을 내라고 한다. 승무원들도 불친절하고 자전거를 보관할 마땅한 장소도 없다.

여객선은 엄청난 물보라와 매연을 내뿜으면서 부산으로 내달렸다. 멀미가 시작되는 건 배 때문이 아니다. 개발과 오염으로 신음하는 섬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거가대교는 뭇 생명의 서식지인 무인도에 구멍을 내거나 깍아서 만들어지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너무 많은 것을 보아서 그런 것일까? 자전거 여행의 단점으로 인간에 의해 더렵혀진 많은 것들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보존없이 개발이 계속해서 진행된다면 거제는 '아름답다'라는 서술어는 '죽었다'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주어인 거제도와 인간이 자초한 것이다.

△ 주행기록 (* 고현에 도착했을 때 아이폰 배터리가 다하여 gps 미쳐버렸음)

Start Time

6:35 am

End Time

19:40 pm

Duration

약10시간

Distance

약59km


△ 이동경로  
http://rnkpr.com/a4iugg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