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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6 코리안 수퍼히어로 "소나무의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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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장산 너들 바위지대에 있는 소나무.


부산 해운대 장산 너들 바위 지대. 햇빛과 해풍에 그대로 노출되어 생물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이곳에서 성장한 한 코리안 슈퍼히어로 소나무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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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폭발로 생긴 너들바위

해운대 장산, 화산폭발로 지구의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마그마가 바다까지 가지 못하고 바위로 굳어버린 너들지대가 있다. 화산재가 쌓인 곳에는 작은 숲이 생겼지만 화산의 붉은 혀가 굳은 곳에는 아무도 살 수 없었다. 수만 년의 시간이 흐른 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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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에 형제들이 가까운 황토지대에 날아가 자리를 잡았다. 나는 그들과 함께 하지 않았다. 어미의 몸 끝에 붙어서 가을을 맞는다. 너들바위에서 살아남은 억새영감이 산 아래 인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년에 인간들이 영감의 머리를 꺾은 사건, 담배로 온 산이 화산이 타올랐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주었다.

 

"할배는 어떻게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어?"

"……."

억새영감은 내가 이런 질문을 하면 머리를 흔들며 웃는다. 흰 머리카락이 풀어헤치고 알 수 없는 노래를 한다. 참새들은 뱀이 지나가는 소리처럼 불길하다며 영감의 머리를 쪼아댄다. 억새영감이 안쓰럽지만 한편으로 부럽다. 나도 언젠가는 저곳에서 아이도 낳고 나이가 들면 동족들에게 무용담을 들려줄 테다.

 

올해도 사람들은 영감의 머리채를 꺾고 웃으며 산길을 내려간다. 영감을 따라가려고 날개를 펴자 어미의 끈끈한 송진이 나를 잡는다.

 

"영감은 내년에 다시 돌아온단다."

"우리는 영감처럼 너들바위에서는 살 수 없단다."

 

어미는 봄이 오면 동생들과 황토지대로 가라고 달랜다. 어른들의 그늘 아래 축축한 곳에서 형제들과 경쟁하며 그렇게 사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라고 이야기한다. 운이 좋으면 햇살을 받아 큰 나무로 자라나서 보란 듯이 두 팔을 벌리고 살 수 있다고…….

 

어미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다. 형제들을 짓밟으며 살고 싶지 않다. 억새할배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될성부른 나무들은 인간들이 다 베어간다고 했다.

 

갈바람이 불면 어미의 진득한 손길도 나를 잡지 못할 것이다. 그때 나는 떠날 것이다. 비가 내리던 날 굴참나무 이파리들의 속삭임을 들었다. 빗물이 고이는 너들 바위가 있는 데 그곳에서 살아가는 나무들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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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착한 곳은 15일 동안 마실 물이 있는 곳이다.

"아냐, 내가 듣기로 어떤 나무들은 너들 바위 구멍 속에서 말라죽었대. 글쎄 그곳은 인간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었대"

"맞아. 어린 소나무였지 아마. 불쏘시개로 쓰였다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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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날아갔다가는 흙이 없는 곳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있다.

인간들의 마을에서 불꽃이 일던 날, 사진을 찍으러 온 인간들이 너들 바위 아래에서 불을 피웠다. 그날 자식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서 어미나무는 쓰러졌다. 인간들이 사라진 후 불빛도 잠들었다.

 

그날 밤 비가 내리고 번개가 쳤다. 산봉우리에서 서풍이 불었다. 어느새 굴참나무 이파리가 날아와 속삭였다. "다들 떠나고 있다고!"

굴참나무는 두 팔을 휘저으며 이파리들의 비행을 돕고 있었다.

"어서 타라고! 너의 날개는 작고 연약하구나. 이 날씨에는 무리야"

 

나는 굴참나무 이파리에 올라탔다. 이파리는 회오리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러다가 다시 땅으로 미끄러져 갔다. 이파리에 구멍이 뚫리고 가장 연약한 곳에 상처가 났다. 제대로 날아보지도 못하고 너들 바위에 그대로 굴러 떨어졌다.

"미안해……."

이파리는 나를 안고 그대로 쓰러졌다.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피부가 타들어 간다.

딱딱하다.

끈적끈적하면서 달콤하던 어미의 송진도 없다.

이제 날 수도 없다. 내가 바위에 누워있던 사이 날개는 사라졌다.

이파리는 노란색이었다가 어두운 갈색으로 변했다.

뚫린 구멍으로 햇살이 쏟아졌다.

밤에는 그 틈으로 별을 본다.

 

가뭄이다.

세상이 온통 메말라 간다.

새벽이슬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어미의 가지 끝에서 맛보던 그 맛과 똑같다.

바다에서 와서 짠 맛이 난다며 송진과 함께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였다.

이슬이 내리지 않더니 하늘에서 큰 그늘이 드리운다.

순간 엄청난 무게가 몸을 짓누르고 지나간다.

굴참나무가 바스락 부서졌다.

낮에는 햇살을 막아주고 밤에는 담요처럼 날 감싸주었던 따뜻한 그 친구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오늘이 마지막이겠구나…….'

 

아침부터 바다에서 세찬 해풍이 불어온다.

흙이 없어 손과 다리를 쓸 수 없다.

잘못 굴러 떨어졌다가는 죽음의 계곡으로 추락한다.

그곳에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썩어가는 곳이다.

입으로 바위를 잡고 버텨본다.

 

번개가 너들 바위를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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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이 부는 날 낙엽이 나를 데리고 오아시스로 날아갔다.


정신을 잃었다.

나는 꿈속에서 마지막 기도를 한다.

무모한 나의 비행을 안타까워하는 형제들의 속삭임이 들린다.

밤새워 노래를 불러주던 별들이 눈물을 흘린다.

 

비가 내린다.

너들 바위 잘게 부서지며 흙먼지가 일더니

검고 끈적끈적한 것들이 나를 부드럽게 감싼다.

"비……. 비다!"

회오리바람은 먼지들과 이파리들을 모아서 흙침대를 만들었다.

나는 그 위에 누워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흙을 밀쳐내고 파란 하늘을 본다.

구름을 흘러간다.

아니 내가 흘러간다.

너들 바위에 앉아 푸른 바다를 헤쳐간다.

 

머리가 어지럽다.

씨눈이 뜨거워진다.

바위가 햇볕에 달궈졌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몸을 감쌌던 딱딱한 껍질이 깨어지고 다리가 돋아났다.

가느다란 다리가 바위 틈 사이로 깊숙히 찌른다.

번개가 치던날처럼 바위가 쩍, 하고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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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그랬다. 물은 말라갔다.


갈라진 틈 사이로 달콤한 물이 흐른다.

다리의 핵까지 촉촉하게 젖어든다.

번개가 하트 모양의 샘을 만들었고

나는 알수 없는 힘으로 물길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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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너들바위에서 최초로 살아남아 전설이 될 것이다. 

빗물을 모아서 가뭄을 견디고

먼지와 낙엽들을 섞어서 몸을 키울 키우는 수퍼히어로.

인간들이 나를 손대지 않는 이상,

나는 무럭무럭 자라서 무용담을 동족들에게 들려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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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웅장한 소나무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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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가 내려다보이는 장산 너들바위에 있는 하트모양으로 파진 곳이 있다. 이곳에는 빗물이 고여 있고 그 틈 사이로 작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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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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