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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2 완득이, 똥주를 그리워하며
  

친구가 그냥 보내기 아쉽다며 책을 선물한다기에 강남에서 <완득이>를 골랐다. 국제중학교 설립에다 부정한 선거자금에 말 많은 서울시교육감을 탄생시킨 대한민국 그곳에서 말이다. 시간제교사로 학생들에게 영화를 가르쳤던 적이 있는데, 학생들은 꼴에 내가 선생이라고 영화감독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묻고는 했다. <완득이>의 똥주를 알았다면 다음과 같이 말했을 거다.

"하이고 새끼들, 공부하는 거 봐라. 공부하지 말라니까? 어차피 세상은 특별한 놈 두어 명이 끌고 가는 거야. 고 두어 명 빼고 나머지는 그저 인구수 채우는 기능밖에 없어. 니들은 벌써 그 기능 다했고."

영화는 무슨, 다 때려치우고 공부해서 대학 가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보면 완득이는 내가 아는 아이들보다 더 찌질한 놈이다. 카바레에 일하는 아버지와 정신지체 삼촌과 같이 살면서 배운 거라고는 싸움질밖에 없다. 물론 세상을 비꼬는 상상력은 인정할 만하다. <운수좋은 날>을 패러디한 완득이의 독후감은 비틀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김첨지가 인력거에 복녀를 태우고 다니면서 성행위를 시켰고, 김 첨지 마누라는 그것 때문에 복장 터져 죽었다.”


 완득이가 똥주를 죽여달라고 기도하는 첫 장면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똥주한테 헌금 얼마나 받아먹으셨어요. 나도 나중에 돈 벌면 그 만큼 낸다니까요. 그러니까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벼락 맞아 죽게 하든가, 자동차에 치여 죽게 하든가. 일주일 내내 남 괴롭히고, 일요일 날 여기 와서 기도하면 다 용서해주는 거예요? 뭐가 그래요? 교회 룰이 그렇다면 당장 바꾸세요. 그거 틀린 거예요. 이번 주에 안 죽여주면 나 또 옵니다. 거룩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까지 오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한편의 사회비판적인 코미디 영화를 본 느낌이다. 작가의 언어는 문학적이지 않지만 영화적이다. 유쾌한 언어들을 따라가다 보면 멈출 새도 없이 엔딩에 이른다. 호흡이 빠르고 가슴도 따라서 웃고 운다.


이 책을 추천했던 선생님도 그랬다. 자신을 윤리교사가 아닌 윤락교사라고 스스럼없이 표현한다. 얼마나 똥주가 되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완득이가 그토록 증오하다가 사랑하는 교사 똥주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참교사다.


나는 겸손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겸손은 용기, 자기 확신, 자기와 타인에 대한 존중을 필요로 합니다. 겸손은 모든 것을 아는 사람도 없고, 또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도 없다는 명백한 진리를 이해하게 해줍니다. 겸손하게 스스로를 낮추거나 수치심을 감수할 줄 아는 사람은 언제나 가르치고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겸손은 우리들로 하여금 자신만의 신념에 안주하지 않도록 해줍니다. -프레이리의 교사론-


완득이의 말을 빌리면 똥주는 프레이리의 교사론과 정반대에 서 있다. 완득이의 옆집으로 이사와서 심심하면 햇반을 상납하라고 요구하고 사사 건건 간섭한다. 또한 똥주는 지식을 가르치지 않는다. 책이 아닌 현실에서 행동으로 완득이를 이끈다.  


"내가 얼마나 가르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국 힘있는 자들은 국익에 반대되더라도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가리지 않고 행해버린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내가 무얼 가르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프레이리의 교사론-


이 나라의 교육현장에서 똥주는 지극히 페다고지적이다. 얼마전 장애인영화제에서 학생들에게 경품으로 <완득이>를 나눠줬다. 똥주와 같은 선생이 없는 학교에서 완득이처럼 세상을 향해 하이킥을 날려보려는 친구들이 이 책을 보면 좋겠다.



완득이 상세보기
김려령 지음 | 창비 펴냄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일곱 소년 완득이가 성장해가는...철천지원수였다가 차츰 사랑스러운 적 으로 변모하는 선생 똥주 를 만나면서 완득이의 인생은 급커브를 돌게...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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