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넓이와 높이는 얼마나 될까? 연두빛 이파리가 손바닥을 뒤집거나 몸을 흔들지 않는다면 , 바람이 없다면 모를 일이다. 초록의 용들은 제 아무리 뿔을 세워도 인간이 세운 뿔만큼 높지 못함을 바람은 알고 있다. 빌딩숲에서 찢겨진 바람은 바다에서 불어오던 그 뭉치들이 아니라는 것도 초록의 용들은 알고 있다. 
- 장산, 초록의 언덕에서


지리산 성삼재로 자전거 여행을 가려다 버스를 놓쳐서 집 근처에 있는 장산을 다녀왔다. 텐트와 짐을 집에다 풀어놓고 커피를 내리고 이틀치 고양이 밥을 수거 한 뒤 라이딩을 시작했다. 웁스에서 빵을 사서 해운대 해수욕장을 가로질러 아저씨대구탕 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해운대 해수욕장 끝 미포선착장에서 GPS를 작동시키고 신시가지를 가로질러 대천공원을 찾았다. 늦은 오후 하산하는 사람들을 틈 사이를 비집고 체육공원에 도착했다. 몇일전 비가 온 탓에 계곡으로 내리치는 물소리가 요란하고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그늘에 모여 있었다. 

체육공원 오른쪽에 새로 난 포장도로가 있다. 자전거로 가파른 포장도로를 오르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참기로 하고 100여 미터 끌고 올라갔다. 포장길이 끝나는 곳에서 기어를 1단에 내리고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몸을 낮추고 허벅지를 당기며 오르는 길이 있으면 발목을 돌리며 쉴 수 있는 길도 있었다. 


장산마을로 가는 길에 만난 돌밭길. 자전거로 오르기에는 벅찬 곳이지만 내려올 때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산마을과 억새밭 갈림길에서 목장지대(억새밭 가는 길)였던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작은 계곡 두 개를 건너자 쏟아내릴 듯한 울퉁불퉁한 돌이 길을 내고 있었다. 체육공원에서 능선이 있는 장산마을 입구까지 대략 30여분이 지났다.

돌밭길을 지나면 모 교회의 수양관이 나오는 데 거기서부터는 다시 시멘트 포장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목장지대(헬기장, 억새밭), 오른쪽은 장산마을로 갈 수 있다. 나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왼쪽 길로 올랐다.


수양관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400여미터 가면 낡은 음식점이 나온다. 아마도 장산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식당일 것이다. 이곳은 노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장산을 등산할 때 가끔 찾는 곳이다. 식당 앞 뜰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장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억새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오후 4, 손님이 없는 식당 뜰에 자전거를 세우고 막걸리 한 병을 시켰다. 김치 한 조각이 나올 줄 알았는데, 주인을 닮은 투박한 네 가지 나물이 나왔다.

시원한 생탁을 반병쯤 마시고 500여미터 떨어져 있는 언덕을 찾았다. 억새밭과 기장으로 가는 길 가운데 있는 평원에는 푸른 풀들과 나무들이 돋아 있었다. 소나무 아래 앉아서 멀리 바다를 본다. 푸른산이 깎이고 회색빛 건물들이 들어서면 바다는 더 높은 곳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장산 꼭대기에 올라도 고층건물 때문에 아름다운 해안선을 볼 수 없다.  

초록의 넓이와 높이는 얼마나 될까? 연두빛 이파리가 손바닥을 뒤집거나 몸을 흔들지 않는다면 , 바람이 없다면 모를 일이다. 초록의 용들은 제 아무리 뿔을 세워도 인간이 세운 뿔만큼 커지지 못함을 바람은 알고 있다. 빌딩숲에서 찢겨진 바람은 바다에서 불어오던 그 뭉치들이 아니라는 것을 초록의 용들은 알고 있다.  - 초록의 언덕에서

  

초록의 언덕 아래 헬기장에서 본 송정바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장산마을과 국군병원이 나온다. 하지만 장산마을에서 국군병원으로 이어진 길은 민간인이 갈 수 없다. 식당 주인이 부딪쳐보라고 했지만 만약 실패 한다면 다시 이 언덕을 올라 와야 한다.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하지만, 
초중급 정도의 내리막은 스릴을 준다. 사람들이 없으면 시원하게 내달렸겠지만 브레이크를 잡고 천천히 내려왔다. 대천공원을 지나서 해운대도서관 옆 아파트 사잇길로 자전거를 타고 어슬렁 어슬렁 집으로 왔다.

해운대도서관 옆 계곡. 이 계곡을 따라서 올라가면 장산마을과 초록의 언덕이 나온다. 장산은 낮은 산이지만 물이 많고 은근히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다만, 장산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생물이 살기에는 부적합하다. 

요트경기장에서 본 마천루. 언젠가 해운대는 장산만큼 높은 빌딩들의 숲이 될 것이다. 지금 해운대는 무분별한 개발로 장산 꼭대기에 올라도 해안선을 볼 수 없다. 바다에서 불어오던 뭉치 바람도 찢기고 햇살도 먹혔다.    

  
출발지
    [S]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1 957-5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경유지
    [1]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좌동 1459-6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2]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좌4 1382-1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3]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좌4동 산1-238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4]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좌4동 산1-1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5]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좌동 1180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6]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내리 산100-28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7]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좌4동 산1-238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8]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좌3 1371-2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9]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524-2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도착지
    [E]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1434 선프라자아파트  위치 [구글지도] [다음지도]
거리 : 16.7 km
시간 : 2시간 11 36
(2011-05-14 23:44:55 ~ 2011-05-15 01:56:05)
평균 속도
: 7.61 km/h
경로보기 : http://runkeeper.com/user/dolbae/activity/35428041

 

해운대바닷가에서 초록언덕까지는 472m를 올라가야 한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송정과 기장의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다.

장산 꼭대기에 오르더라도 높은 빌딩들로 해운대 해안선을 조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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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 초록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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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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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이 임박한 날, 산을 오른다. 부산에 온 지도 벌써 3년째다. 장산 정상 둘레길을 돌아서 군부대, 억새밭을 지나서 기장으로 간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은 멀리서도 그 바다가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안다. 산에서 하얀미소를 짓는 바다가 보고 싶다.

그런데 오늘은 기분을 잡쳤다. 억새가 사람들에게 짓밟히고 있다. 늘 혼자 오는 길이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사람들이 징그럽다. 산에서 돼지고기 굽는 냄새에 라면까지... 과관이다. 자연을 갉아먹는 바이러스, 내가 밟는 이 길도 그 종족의 폭력의 걸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이다. 헬기장 아래 억새들은 사람들 발을 피해서 조용히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차가워진 도시락을 먹고 큰 구름들이 지나가길 지켜본다. 따뜻해졌다가 차가웠다가 그들도 우리처럼 따뜻한 곳을 찾아 뿌리를 내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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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편으로 멀리 기장 바다가 보인다. 8년전이었던가, 김수용 감독의 갯마을 회상씬을 찍으러 갔던 일이 떠오른다. 일광 어디쯤이었다. 돌탑을 거쳐 산성산에 오르면 선명하게 보이려나. 햇살이 남아 있을 때 기장웰빙공원으로 내려가 대변에서 멸칫국에다 소주한잔 하고 싶다.

기장에서 181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대변에서 내렸다. 햇살이 따뜻하다. 올 겨울에는 시베리아에서 몇 마리나 살아돌아왔을까, 창가에 앉아 원정 간 갈매기가 보고 싶다.  김수영 감독도 이 포구 즈음에서 배우들과 술을 마시며 갯마을을 만들었으리라.

창작이 있는 하루는 즐겁다. 그러나 나는 시원한 멸칫국이 맛있을 뿐이다. 쓰려던 논문이 컴퓨터에 처박혀 있은 지 석달이다. 오늘따라 창 밖 파도는 높다. 나는 왜 새로 태어나지 못했는가. 부산에 와서 훨훨 날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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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다 같은 모양이다. 대변에서 송정을 지나 해운대로 가는 버스를 탄 사람들은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다를 본다. 바다가 동쪽이니까 그랬을 것이다. 어쩜 바닷가 근처에 살려고 엄두도 못내던 사람들이 부자가 됐다고, 그런 집에서 보란 듯이 살고 싶다고.

이럴 때는 트롯이 최고다. 181번 버스 안에서 모두들 고개를 바다로 돌린다. '내 님을 앗아간 바다'도 아닌데, 이미자의 노래가 들린다면 좋은 날이다. 뉴스에 끼어든 우리는 횟감을 나르는 아낙의 맘과 같을까.

아내를 잃은 적이 없지만 남편을 잃은 해순(갯마을 여주인공) 맘이 싸하게 와닿는다. 돌볼 자식이 있었다면 창가에 기대어 눈물을 흘렸겠지. 실업자가 되었다면 맨 뒷 좌석에 앉지도 않았을테지. 창밖은 컬러지만 오늘은 파도가 회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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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장산 너들 바위지대에 있는 소나무.


부산 해운대 장산 너들 바위 지대. 햇빛과 해풍에 그대로 노출되어 생물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이곳에서 성장한 한 코리안 슈퍼히어로 소나무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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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폭발로 생긴 너들바위

해운대 장산, 화산폭발로 지구의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마그마가 바다까지 가지 못하고 바위로 굳어버린 너들지대가 있다. 화산재가 쌓인 곳에는 작은 숲이 생겼지만 화산의 붉은 혀가 굳은 곳에는 아무도 살 수 없었다. 수만 년의 시간이 흐른 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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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에 형제들이 가까운 황토지대에 날아가 자리를 잡았다. 나는 그들과 함께 하지 않았다. 어미의 몸 끝에 붙어서 가을을 맞는다. 너들바위에서 살아남은 억새영감이 산 아래 인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년에 인간들이 영감의 머리를 꺾은 사건, 담배로 온 산이 화산이 타올랐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주었다.

 

"할배는 어떻게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어?"

"……."

억새영감은 내가 이런 질문을 하면 머리를 흔들며 웃는다. 흰 머리카락이 풀어헤치고 알 수 없는 노래를 한다. 참새들은 뱀이 지나가는 소리처럼 불길하다며 영감의 머리를 쪼아댄다. 억새영감이 안쓰럽지만 한편으로 부럽다. 나도 언젠가는 저곳에서 아이도 낳고 나이가 들면 동족들에게 무용담을 들려줄 테다.

 

올해도 사람들은 영감의 머리채를 꺾고 웃으며 산길을 내려간다. 영감을 따라가려고 날개를 펴자 어미의 끈끈한 송진이 나를 잡는다.

 

"영감은 내년에 다시 돌아온단다."

"우리는 영감처럼 너들바위에서는 살 수 없단다."

 

어미는 봄이 오면 동생들과 황토지대로 가라고 달랜다. 어른들의 그늘 아래 축축한 곳에서 형제들과 경쟁하며 그렇게 사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라고 이야기한다. 운이 좋으면 햇살을 받아 큰 나무로 자라나서 보란 듯이 두 팔을 벌리고 살 수 있다고…….

 

어미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다. 형제들을 짓밟으며 살고 싶지 않다. 억새할배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될성부른 나무들은 인간들이 다 베어간다고 했다.

 

갈바람이 불면 어미의 진득한 손길도 나를 잡지 못할 것이다. 그때 나는 떠날 것이다. 비가 내리던 날 굴참나무 이파리들의 속삭임을 들었다. 빗물이 고이는 너들 바위가 있는 데 그곳에서 살아가는 나무들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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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착한 곳은 15일 동안 마실 물이 있는 곳이다.

"아냐, 내가 듣기로 어떤 나무들은 너들 바위 구멍 속에서 말라죽었대. 글쎄 그곳은 인간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었대"

"맞아. 어린 소나무였지 아마. 불쏘시개로 쓰였다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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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날아갔다가는 흙이 없는 곳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있다.

인간들의 마을에서 불꽃이 일던 날, 사진을 찍으러 온 인간들이 너들 바위 아래에서 불을 피웠다. 그날 자식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서 어미나무는 쓰러졌다. 인간들이 사라진 후 불빛도 잠들었다.

 

그날 밤 비가 내리고 번개가 쳤다. 산봉우리에서 서풍이 불었다. 어느새 굴참나무 이파리가 날아와 속삭였다. "다들 떠나고 있다고!"

굴참나무는 두 팔을 휘저으며 이파리들의 비행을 돕고 있었다.

"어서 타라고! 너의 날개는 작고 연약하구나. 이 날씨에는 무리야"

 

나는 굴참나무 이파리에 올라탔다. 이파리는 회오리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러다가 다시 땅으로 미끄러져 갔다. 이파리에 구멍이 뚫리고 가장 연약한 곳에 상처가 났다. 제대로 날아보지도 못하고 너들 바위에 그대로 굴러 떨어졌다.

"미안해……."

이파리는 나를 안고 그대로 쓰러졌다.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피부가 타들어 간다.

딱딱하다.

끈적끈적하면서 달콤하던 어미의 송진도 없다.

이제 날 수도 없다. 내가 바위에 누워있던 사이 날개는 사라졌다.

이파리는 노란색이었다가 어두운 갈색으로 변했다.

뚫린 구멍으로 햇살이 쏟아졌다.

밤에는 그 틈으로 별을 본다.

 

가뭄이다.

세상이 온통 메말라 간다.

새벽이슬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어미의 가지 끝에서 맛보던 그 맛과 똑같다.

바다에서 와서 짠 맛이 난다며 송진과 함께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였다.

이슬이 내리지 않더니 하늘에서 큰 그늘이 드리운다.

순간 엄청난 무게가 몸을 짓누르고 지나간다.

굴참나무가 바스락 부서졌다.

낮에는 햇살을 막아주고 밤에는 담요처럼 날 감싸주었던 따뜻한 그 친구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오늘이 마지막이겠구나…….'

 

아침부터 바다에서 세찬 해풍이 불어온다.

흙이 없어 손과 다리를 쓸 수 없다.

잘못 굴러 떨어졌다가는 죽음의 계곡으로 추락한다.

그곳에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썩어가는 곳이다.

입으로 바위를 잡고 버텨본다.

 

번개가 너들 바위를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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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이 부는 날 낙엽이 나를 데리고 오아시스로 날아갔다.


정신을 잃었다.

나는 꿈속에서 마지막 기도를 한다.

무모한 나의 비행을 안타까워하는 형제들의 속삭임이 들린다.

밤새워 노래를 불러주던 별들이 눈물을 흘린다.

 

비가 내린다.

너들 바위 잘게 부서지며 흙먼지가 일더니

검고 끈적끈적한 것들이 나를 부드럽게 감싼다.

"비……. 비다!"

회오리바람은 먼지들과 이파리들을 모아서 흙침대를 만들었다.

나는 그 위에 누워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흙을 밀쳐내고 파란 하늘을 본다.

구름을 흘러간다.

아니 내가 흘러간다.

너들 바위에 앉아 푸른 바다를 헤쳐간다.

 

머리가 어지럽다.

씨눈이 뜨거워진다.

바위가 햇볕에 달궈졌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몸을 감쌌던 딱딱한 껍질이 깨어지고 다리가 돋아났다.

가느다란 다리가 바위 틈 사이로 깊숙히 찌른다.

번개가 치던날처럼 바위가 쩍, 하고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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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그랬다. 물은 말라갔다.


갈라진 틈 사이로 달콤한 물이 흐른다.

다리의 핵까지 촉촉하게 젖어든다.

번개가 하트 모양의 샘을 만들었고

나는 알수 없는 힘으로 물길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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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너들바위에서 최초로 살아남아 전설이 될 것이다. 

빗물을 모아서 가뭄을 견디고

먼지와 낙엽들을 섞어서 몸을 키울 키우는 수퍼히어로.

인간들이 나를 손대지 않는 이상,

나는 무럭무럭 자라서 무용담을 동족들에게 들려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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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웅장한 소나무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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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가 내려다보이는 장산 너들바위에 있는 하트모양으로 파진 곳이 있다. 이곳에는 빗물이 고여 있고 그 틈 사이로 작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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