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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31 밀양 표충사의 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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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약산에 단풍이 들었다. 늦은 오후, 표충사의 단청도 더욱 붉다. 가을은 어김없이 절간에 졸졸 흐르는 약수물에도 있다. 맛이 달고 관절염에 좋다며 한 달에 한번은 이곳을 찾던 외할머니가 그립다.

바람이 부는 표충사의 늦은 오후, 하늘은 파랗고 그늘이 짙다. 몇 해 전에는 절간을 올린다고 곳곳이 공사중이라서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번에 찾았을 때 스님들이 조용히 겨울 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래된 문풍지가 낙엽처럼 흩날리고 새하얀 한지가 문살과 사랑을 나눈다. 스님들의 손놀림을 지켜보며 한바가지 몰래 먹는 물맛이 고소하다.
 

물찬제비처럼 한모금 더 마시려는데 큰그림자가 등뒤에 붙었다. 표충사3층석탑. 욕심을 부리는 중생을 조용히 타이르듯 서 있다.
오늘따라 탑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탑이란 게 미학적으로 별것 없다 싶으면 절이름 뒤에 몇층석탑이니 하고 개성없이 호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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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충사에 있는 이 탑도 그냥 3층석탑이다. 멋대가리 없는 이름이다. 하늘로 살며시 뻗친 낙수면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저 물을 타고 흘러 내리는 빗물을 수백년동안 받아 안다가 깨진 몸돌은 건강한 사내와 닮았다. 여인은 충직한 몸돌을 위해 청명한 종소리를 울리며 노래를 부른다. 그렇게 두 사람은 수백년동안 여기에 서 있다.

이 연인들에게 이름을 짓자. 지붕돌은 갈참나무처럼 곱고 몸돌은 굴참나무처럼 투박하지만 정겹다. 햇살이 길어지면 상처난 곳에 치유가 되듯 그늘이 드리우면 두 사람의 아름다움은 더 빛난다. 오후에 아름다운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만추? 이만희 감독의 영화 <만추>? 문정숙과 신성일의 이루지 못한 사랑의 크로스패이드.

그래 앞으로 너를 만추라고 부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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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감독의 영화 <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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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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