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이 개봉되었다.
같은 날 경남 합천군 대병면에 있는 자연학교에 갔다.
삼산골 아이들 미디어교육 시사회가 있는 날,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레프팅을 한다기에 카메라를 들고 따라 나서다.
그 가운데 합천자연학교가 있다.
레프팅은 합천테마파크 아래 3km지점에서 시작한다.
어릴 때 읽은 삼국지를 생각하며 꾸며봤다.
약견산과 금성산에 사는 친구들과 작은 다툼이 있어 한판 붙기로 합니다.
2:1이지만 조조는 그동안 세를 불려서 아주 센 놈들입니다.
정치란 그런가 봅니다.
조직을 유지하려면 아우성치는 동생들의 이야기에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거든요.
댐이 생기고 물이 깊어지자 서로 만날 기회가 적어져
따로 놀면서 소통이 단절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수몰된 곳에 강은 강원도 아우라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던 곳입니다.
아차, 제이름은 순욱입니다.
그러니까 악견산 손권의 책사입니다.
조조가 악견산 아해들을 무시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소문은 소문이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형과 누나들이 '모르면 가만있으라'고 해서
제 두 눈으로 보고 싶었거든요.
관우, 장비, 조운, 황충 등 뛰어난 장수들이 있었거든요.
옛날에 허굴산에 놀러 가면 맛있는 딸기와 밤을 그냥 먹을 수 있었는데,
요즘 조조의 아해들이 딴지를 걸어서 좀 미운 모양입니다.
보조댐 아래에서 배를 띄웠습니다.
긴장도 되지만 왠지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옛날에 조조와 둘도 없는 단짝이거든요.
다른 동네 친구들이 삼산골 아해들을 괴롭힐 때는 두 사람이 뭉쳤거든요.
조조는 다시 화해하자고 손을 내밀었지만 유비 언니는 사과하지 않으면 절대로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지요.
물도 차갑고 안개 너머에 조조 언니가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니까 겁이 났어요.
저는 조조언니를 한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
용감하고 힘쎄고 씩씩하고 노래도 곧잘 한다는 이야기 밖에는...
조조 아해들 숨소리까지 들렸어요.
얼마나 가까운 것일까...
겁이난 손권 아해들은 오른쪽으로 저희는 왼쪽으로 도망갔어요.
눈을 감았을 때 아해들이 외치는 고함소리를 막는 새 소리가 들렸어요.
저만큼 무서운 새들이 숲에서 빠져나와 퍼드덕거렸습니다.
눈을 떴을 때 새깃털보다 하얀 안개가 몰려왔습니다.
붉은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만 들렸습니다.
바로 뒤에 조조의 아해들이 오고 있다는 신호였어요.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처음 듣는 말입니다.
아빠가 화를 낼 때도 저런 말은 하지 않았는데...
저는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다슬기들이 바위에서 미끌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다슬기를 구하려다 그만 물 속에 빠졌습니다.
아빠는 저를 꼭 잡고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아직까지 배를 타고 있는 것처럼 어지럽네요.
하지만 바람이 시원합니다.
교육은 시스템, 규칙, 발전가능성, 성과, 가시성... 지금 내가 지원하고 있는 것을 정답처럼 관철시키려고 혹은 그것을 피하려고 했다. 내가 만난 삼산골 아이들에게 더 줄 수 있으면 더 주고 싶다. 공동체가 행복해지는 데 미디어교육이 수단으로 사용되더라도 작은 쓰임새가 된다면 말이다.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경상남도 합천군 대병면 | 합천자연학교
'Pedagog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산줄다리기, 아이들의 골목줄에서 희망을 본다. (0) | 2009.03.25 |
---|---|
삼산골 아이들의 적벽대전 (1) | 2008.07.13 |
Books for dream (0) | 2008.04.11 |
일반교육 교실에서의 장애학생교육 : 연구요약 (0) | 2008.04.02 |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해마다 산청에서 래프팅을 하러 다니는데..
처음 탈때는 겁이나도 정말 멋진 해양스포츠이지요..
아이들이 타는 걸 보니 나도 막 달려가고 싶어지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