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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끼의 1Q84, 30대 아웃사이더는 고맙다.

하루끼의 신작 1Q84를 읽어 내려간다. 폭력적인 남성을 죽여주는 아오마메와 학원강사이자 소설가를 꿈꾸는 덴고의 관계가 엮일 쯤 1권을 덮었다.

하루에 세 번, 최근 다섯 번 넘게 직장을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짓누른다. 생각해보면 20년 가까이 하루끼의 소설은 나 같은(?) 왕따의 도피처다. 고등학교 때 작가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 몰래 읽었고, 대학 때는 주제가 가볍고 내용이 회의적이라는 이유로 선배들의 조롱을 동조하면서도 하루끼 책을 읽었다.

그건 아마도, 조직에 대한 하루끼의 짙은 회의를 나도 호흡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차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아는 여자에게 문자를 보낸다.

"괜찮다면 저녁이라도"

"송별회가 있어서 오늘은 좀 힘들것..." 부산을 떠나는 그녀의 간단한 문자메시지.

내가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 것은 아이오메가 달이 2개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구절을 읽었을 때다. 문득 그녀의 이름이 떠올랐고, 안부 인사를 보내려고 휴대폰에서 이름을 찾았을 때 3615, 3915 두 개의 번호가 기록되어 있었다.

다만 그런 이유로 문자를 보냈다.

기차역을 빠져나온 뒤 대합실 거울에 비친 프레임속의 나는 마치 소설속 소녀 후카에라가 쓴(?) <공기번데기>와 같다. 하루끼 소설에서 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양념(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이지만 그 맛은 별로 일 것 같다. <상실의 시대> 비틀즈의 '노프웨이 숲'이 더 좋다.

하루끼가 대중문화에 끼치는 영향력은 이번 책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야나체크의 심포니아타 음반이 일본에서 엄청나게 팔리는 모양이다. 왕따의 특성상 누가 하는 모방하는 일은 못견딜 일이다.

안들어봐도 난 그 곡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쩜 난독증(디스렉시아)에 걸린 17살 후카에라처럼 나 역시 클래식 음악을 해석하지 못한다. 어쨌든 그의 책은 KTX 기차가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5시간 동안 650여 페이지를 읽어버렸다.

책을 덮고 나면 다시 현실이다. 새로 부임한 상관을 모셔야 하고, 아부의 달인이 되어버린 동료들을 봐야 한다. 카멜레온이 부럽다. 녀석은 몸 속에 흐르는 색소만 바꿔서 변신을 하지만 나는 뱀이 허물을 벗 듯 하루 하루가 고통스럽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한 손에 책을 든 불쌍한 30대 중반 , 다시 나에게 상실의 숲을 안겨다 준 하루끼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래도 아직 나는 '리틀피플'이 아니니까... 빅브라더스에 짓눌린 왕따들의 이야기를 써 주니까, 하루끼! たいへん有あり難がたうござい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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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신작!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후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1Q84』제1권. 해마다 노벨상 후보에...그가 이번에는 두 남녀의 아련한 첫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39;1Q84&#39;를 헤쳐나가며 겪게 되는 환상적인...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