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호 자전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4.26 기차와 자전거의 부적절한 관계 (2)
  2. 2011.03.06 부산에서 경주 자전거 여행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의 저자 움베르토는 미국 기차로 여행하는 방법이라는 책에서 미국에서 기차여행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에 대해서 말한다. 자본주의 선진국 미국의 기차여행은 얼마나 부적절할까?

나 역시 기차로 자전거 여행을 자주하는 데 이 둘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서 밝히고자 한다. 자전거가 사랑하는 기차는 무궁화호다. 새마을이나 KTX에 비해 저렴한 데 비해 넓은 객실과 짐칸이 있어 푸근하다. 승객이 있건 없건 모든 역에 정차해서 기다릴 줄도 안다. 

하지만 자전거의 짝사랑은 끝이나고 둘의 관계는 틀어졌다. 그동안 무궁화호와 연애하면서 제 몸을 둘 만한 공간이 없어서 승하차 칸을 전전했다. 승하차 문짝에 칼잠을 자다가 문이 열리면 반대쪽으로 돌아 눕고는 했다. 

 

원래 기차에는 접이자전거 이외에는 자전거를 싣지 못하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접이자전거라고 해서 특별히 보관 장소가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자전거를 가지고 기차에 오르지 마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산으로 막힌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전거를 가지고 교외로 나서려고 할 때 기차는 탈 수도 있고 안 탈 수도 있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에코의 말을 빌리자면 기차는 친환경생활이라는 윤리의식과 자본주의 정신에 관한 막스 베버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가난한 사람으로 남는 실수를 범한 죄에 대한 벌인 셈이다.

 

그래도 내가 만난 철도노동자들은 서비스 정신이 높아서 안스러운 표정으로  이런 자전거를 실으시면 안됩니다고 말하면서 묵인해준다. 열차를 이용하는 손님이 많다면 모를까 내가 탄 기차는 유독 손님이 없었기 때문에 그 노동자도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텅 빈 객실을 조금 줄이고 자전거와 장애인 휠체어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객차는 왜 만들 지 않을까? 철도회사는 매년 몇 % 적자가 발생한다는데, 나 같은 서민이 운임비를 지불하여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 보통 열차비의 2배는 지불할 의사가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열차 휴게실! 요즘 열차에는 노래방과 오락실도 있는데 장거리 여행을 가면 모를까 어떤 사람이 기차여행을 하면서 노래를 부를까? 무궁화호를 자주 이용하는데 오락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독일 이야기를 아니 할 수가 없다. 독일은 기차에 자전거, 유머차, 휠체어를 수송할 수 있는 차량만 해도 600여 개가 넘는다. 승하차 통로에 자전거를 둘 수도 있고 승강장과 열차 승하차 입구의 높이가 같아서 휠체어 장애인도 쉽게 탈 수 있다.

휠체어도 들어가는 승하차구넓은 승하차구자전거 전용 객실

사진 출처 : MBC <김훈의 자전거, 유럽을 달리다>

근거리 열차에는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도록 자전거 이용객을 위한 전용칸도 있다. 자전거만을 이용할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차만 이용하면 여행이 지루하기 때문이다. 자전거 인문학의 교주인 '김훈' 작가님은 독일에서 자전거로 달리면서 느낀 점을 '소외'라는 적합한 단어를 사용하며 말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땅이라는 물리적인 공간과 인간의 몸이 합치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유럽 여러 나라들이 자전거 도로를 세우는 것은, 아마도 인간이 물리적 공간으로부터 더 이상 소외되지 않는 세계를 건설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한다. 그런 노력들은 미약한 것이지만, 미약하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며, 미약하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김훈의 자전거, 유럽을 달리다, MBC>에서 김훈

 

기차가 장애인, 유머차 그리고 너의 동지인 자전거를 더이상 소외시키지 않길 바란다.

자전거 거치대 이용가능 대상열차 및 운행구간 (코레일 : http://www.korail.com/)


- 중앙선 : 량리역 ↔ 안동역 10개 열차(제1601열차 ~ 제1610열차)
               청량리역 ↔ 부전역 4개 열차(제1621열차 ~ 제1624열차)

- 태백선 : 청량리역 ↔ 강릉역 14개 열차(제1631열차 ~ 제1642열차, 제1661열차 ~ 제1662열차)
               청량리역 ↔ 아우라지역 2개 열차(제1643열차, 제1644열차)

- 호남선 : 용산역 ↔ 목포역 4개 열차(제1401열차, 제1407열차, 제1408열차, 제1410열차)

- 영동선 : 부산역 ↔ 강릉역 2개 열차(제1691열차, 제1692열차)

- 경북선 : 부산역 ↔ 영주역 6개 열차(제1821열차 ~ 제1826열차)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경주로 자전거여행을 떠나기 위해 1210분 해운대역에서 태화강(울산)역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원래 열차에는 접이식 자전거 이외에는 실어주지 않는데, 이번에도 무작정 실었다. 경험상, 한 대 정도 태운다고 해서 제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궁화호의 화려한 변신을 옛날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새삼 놀라웠다.

무궁화의 화려한 변신, 이번에는 8명이 앉을 수 있는 객실이 있다. VIP 부럽지 않을 정도로 아늑하다. 하지만 언제쯤 자전거 전용객차에 자전거를 싣고 편안하게 갈 수 있을까?

요금을 좀더 올려 받더라도 유럽처럼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승객이 오르고 내리는 출입문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뒀는데 하차 방향이 달라서 이사를 다녀야 한다.

 

태화강역에 도착한 시간은 135. 경주까지 먼 길을 가야하기 때문에 주위를 둘러볼 겨를없이 런키퍼에 입력한 경로를 따라 페달을 밟았다. 런키퍼는 컴퓨터에서 경로(Routes)를 미리 지정해두고 아이폰과 연동시켜 사용할 수 있는데, 초행길의 경우 길을 찾지 못해 고생하는 수고를 덜어 준다.  

 

비포장 갈대숲이 있는 태화강 자전거 길. 강은 물고기도 좋아하는 어로가 있다.

태화강역 근처에 있는 명촌대교 아래서 태화강 자전거 길은 시작되는데 이 길은구영교까지 대략 11km 이어진다. 한창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올해 연말쯤이면 선바위까지 15km 구간이 완성될 것 같다. 태화강 자전거 길은 안 쉬고 달린다면 30분만에 갈 수 있다. 하지만 잘 조성된 공원과 멋진 풍경에 사진을 찍는 등 딴 짓을 한다면 40분 정도는 잡아야 할 것 같다.


망성교에서 4km 가다보면 교차로가 나오는데 범서온천으로 가는 언덕길로 간다. 2차선 도로에 가파른 언덕이지만 울산에서 경주로 이어지는 최단거리 무료도로다 보니 트럭과 승용차가 많다. 돌과 유리조각이 널려 있기 때문에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길이 좋을 것 같다. 지도상에는 도로가 없지만, 만화리까지 이어지는 이어지는 길이 있을 것 같다.

자전거로 간다면 범서온천 언덕길 보다는 교차로에서 오른쪽 길로 가면 좋을 것 같다.


 

범서온천에서 1km 내리막을 달리면 만화리(우회전)로 가는 길이 나온다. 봄기운이 만연한 시골길에 차들도 별로 없고 한적한 자전거 코스가 나온다. 만화리 비조회관에서는 지석묘(울주군 두둥면 만화리 422-1)가 있다. 무턱대고 보면 그냥 바위지만 고인돌이라고 하니 지나는 길에 들렀다.

만화리로 가는 시원하고 조용한 길


 

마을회관 옆에 방치됐다시피 한 청동기 시대 고인돌

 

마을회관 옆 마루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신라의 충신 박제상 유적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신라의 충신이지만 개인적으로 신라를 별로 좋아라 하지 않아서 유적지 교차로에서 오른쪽 언덕길로 들어섰다. 1.5km 언덕을 오르면 봉계리까지 30~50km/h 속도로 이십 리를 내달릴 수 있다.

 

봉계면은 경주로 가는 35번 국도와 만난다. 봉계다리를 건너면 여기서부터 행정구역상 경주다. 봉계다리에서 2km 가면 노곡교가 나오는데 왼쪽으로 형산강을 따라 나 있는 농로로 방향틀었다. 새하얀 길은 아쉽게도 1km 못 가서 월산교에서 끝난다. 내친 김에 월산교를 건너자 마자 다시 왼쪽으로 농로로 핸들을 꺾었다. 자갈과 풀이 만든 비포장길이 2km 이어진다. 비포장 길이 끝나면 35번 국도와 만난다

형산강 농로. 짧지만 자전거 타기에 좋다.

 

이조네거리에서 삼릉까지는 6km. 삼릉에서 경주 남산 팸투어를 거꾸로 시작할 수 있다. 태화강에서 삼릉까지 부지런히 온다면 3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삼릉 근처에는 발로 밟아서 만든 칼국수로 유명한 삼릉 고향칼국수가 있다. 콩으로 만든 칼국수 육수가 걸죽하고 면이 쫄깃하다.

 

발로 밟아 만든 게 비법이라고 하는데, 칼국수 대신 발국수라 했음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경주는 한 때 수학여행지로 명성을 날리던 곳이다. 당시 기억으로는 불국사며 석굴암 등 신라의 화려한 문화를 수박 겉 핥기로 의무적으로 답사했다. 그래서 그런지 신라의 화려하고 완벽한 문화재보다는 옛 영화가 사라진 터가 더 끌린다. 허망한 곳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면, 민중을 희생시키지 않다고 멋진 궁전을 지을 수 있다.

 

삼릉 소나무 숲에서 빠져나왔을 때 시간은 오후 다섯 시. 빛바랜 신라 왕들이 누런 빛으로 유혹하지만, 돈 내고 가야할 만큼 동기가 없기 때문에 나정(蘿井)에 자전거를 세웠다. 박혁거세의 탄생설화가 있는 이곳은 잘 휘어진 소나무가 넓은 터를 지키고 있다. 황금빛 불상과 건물은 없지만 황룡사지 터 다음으로 상상력이 넘쳐나는 곳이다.   

높고 화려한 건축은 없지만 빈 터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나무가 있는 나정

 

솔직히 말해서 신라의 왕의 무덤을 보면 저걸 만든 백성들이 개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말고는 감흥이 별로다. 신라의 문화는 개인적으로 정이 없다. 마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처럼 늘어놓은 신라의 문화는 역겹다. 하지만 황금색 노을이 머무는 황룡사지터는 끌린다. 옛 것을 복원한다는 명분으로 쌓아올린 시멘트 더미가 없고 없으진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황룡사지 터 앞에 깨진 탑 두개와 당간지주 넓은 벌에 놓여져 있다.

경주역 앞 경동시장에 있는 식당. 찬란한 민족문화 관광지 경주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음식이 맛있다. 상상력이 없는 주입식 전통보다 재래시장 반찬이 좋다. 

부산으로 오는 마지막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취기에 커피를 끓여 마셨다. 차내에서 불을 피운 건 사과드린다. 하지만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이 한 두명도 안 되는데, 승무원은 계속해서 자전거를 실으시면 안된다고 뭐라고 한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편의를 봐줄 때까지 나는 기차를 이용할 것이다.

경로자세히 보기 : http://runkeeper.com/user/dolbae/activity/27577912
 

l  총거리 58km

l  시간 3시간55

l  평균페이스 4min/km

l  평균속도 14.88km/h

l  고도차 : 132m

l  주요경로

태화강변 자전거 도로 - 선바위 (오르막) - 중리(울주군 범서읍) - 오동나무단지 - 도솔천 온천 - 우회전 (휴게소 100미터 전)- 만화리 지석묘박제상유적지, 치산서원두터골 웃못무능곡 소류지미친골뒷골(울주군 두둥면 월평리) – 월평장로교회하월평봉월초등학교봉계터미널봉계교이조교(형산강 농로) – 백운교 - 내남면 이조리삼릉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