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타이틀은 미국 영화사 파라마운트(Paramount)의 로고로 잘 알려져 있는 마테호른(Matterhorn, 4,505m)으로 시작한다.

깎아지른 얼음과 바위로 이루어진 압도적인 알프스(Alps) 아이거(Eiger). 수많은 등반가들이 도전을 했고 그만큼 많은 이들의 목숨이 끊어진 곳이다. <The Alps, 2008>는 아버지가 못다한 꿈을 아들이 도전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할린
(John Harlin 2세,1934~1966)은 미국의 등반가로 스위스 레이진 (Leysin)에 등산학교를 설립할 정도로 알프스에 매료되어 있었다. 1966년 그는 미국의 등반가들을 조직하여 아이거 북벽을 오르게 된다. ‘하얀거미라고 불리는 난이도 높은 곳에서 로프가 끊어져 추락사 한다 

 

 

할린이 아이거에서 추락했을 때 그에게는 아홉살 된 아들(할린3)가 있었다. 40여년이 지난 뒤 그의 아들이 아내와 딸과 함께 알프스 아이거를 찾는다. 할린은 아버지가 오르지 못한 아이거 북벽을 두 명의 등반가와 함께 오르기로 한다.

이 영화는 알프스에 도전장을 내건 한 인간의 용기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아버지의 죽음과 아들의 도전이라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한 축이지만, 거대한 알프스 대자연 앞에 인간의 죽음은 어쩜 당연한 것이고 그들도 수많은 등반가들 중에 하나였음을 말해 준다
 

스위스 알프스는 평균 고도는 1,200미터 고원지대이다. 설상지대는 보통 2,500미터에서 형성된다4,000미터 이상의 봉우리만 도 48개다. 다양한 언어와 변화무쌍한 기후로 독특한 문학과 예술, 건축, 음악과 풍습이 아이맥스 화면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알프스의 환경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스티븐 저드슨(Stephen Judson) 감독은 에베레스트(Everest)를 여러 번 촬영할 정도로 산악 영화계에서는 유명인사다. 작가인 스티븐 베너블즈(Stephen Venables)는 영국 출신의 뛰어난 등반가이다.
그는 1988년 무산소로 에베레스트 캉슝(Kangshung)을 무산소로 등반했다. 매스너 (Reinhold Messner) 등 세계적인 등반가와 탐험을 했던 그의 경험은 이 영화에서 녹아든다.

알프스의 생태, 자연환경, 그리고 도전하는 작은 인간의 모습을 하늘에서 촬영한 항공촬영(SpaceCAM)은 인간이 자연에 겸손해야 한다는 카메라적 메시지다. 거기에 마이클 갬본(Michael Gambon)의 내래이션은 빙하의 속삭임처럼  웅장하다. 피처링(Featuring)음악은 퀸(Queen)에서 가져왔는데, 전자기타로 들려주는 선율은 알프스의 뾰족한 봉우리들을 더욱 섬세하게 묘사해준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나레이터인 존 할린 3(John Harlin III)는 아내와 딸과 함께 알프스를 찾는다.

 

할린은 딸에게 알프스의 지리적 특성에 대해서 쉽게 설명한다. 알프스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리히텐슈타인에 걸쳐 있는 유럽의 거대한 고분지대(Plateau)이며 지리학적으로 쥐라기(Jura)로 분류된다. 

헬기를 이용한 항공촬영은 알프스의 거대한 풍경과 문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알프스의 등반 역사도 사실적으로 재현해 준다. 1865년 에드워드 휨퍼(Edward Whymper, 1840~1911)는 이탈리아 출신의 안토니오 카렐(Giovanni Antonio Carrel)과 함께 구형 장비로 마테호른을 최초로 등반한다
 

알프스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면 존의 가족사가 펼쳐진다. 그가 9살 되던 해(1966) 그의 아버지는 알프스 아이거 북벽을 오르다 사망한다.

1966, 그의 아버지와 영국과 미국의 합동등반대가 아이거 북벽을 오르고 있는 모습을 재현. 그의 아버지도 아이거 등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할린이 사망 후 정상에 오른 동료들은 ‘존 할린 직등 루트(John Harlin irettissima)’라고 부르며 그를 기념했다.

아이거를 여러번 오른  로버트 제스퍼(Robert Jasper)와 그의 아내 다니엘라(Daniela Jasper), 그리고 할린은 그의 아버지가 올랐던 아이거 북벽을 오르게 되는데...

알프스의 알피니즘 역사가 궁금하다면 여기 클릭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

알피니즘의 기초를 배우기 위해 1월1일 양산 통도사에 있는 비로암을 출발해서 영축산에 올랐다. 영남알프스에서 이틀을 비박 하려고 계획하다 보니 95리터 배낭이 꽉 찼다. 지리산 등산학교에서 배운 문장이 떠오른다. 등산은 행위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 등산이라는 용어, 알피니즘(Alpinism)이 유래된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Mont Blanc, 4,807m)에 비하면 영남알프스의 높이는 4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코스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고 더구나 야간 산행이라 모험과 공포, 그리고 도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알피니즘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오후 네 시 비로암에서 올려다 본 영축산 봉우리는 노란 햇살을 받아 가을처럼 느껴졌다. 비로암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뒤로 하고 등산학교에서 배운 레스트 스텝(Rest Step)으로 걸어본다. 경사가 급한 곳을 오를 때 에너지의 적게 소모하고 심폐기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 보행법이지만, 단점으로는 산행 속도가 2배 가까이 느리다.   

레스트 스텝(Rest Step) 보행법과 호흡법[각주:1]

걸을 때 한 쪽 다리를 쉬는 보행법인데, 왼발을 올릴 때는 오른쪽 다리를 곧게 펴서 뼈로 몸과 배낭의 무게를 지탱한다. 이때 왼쪽 다리는 근육의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방법이다. 체중을 뒷다리에 싣고 몸무게가 실리지 않는 쪽의 다리 근육을 쉬게하는 동작을 반복한다. 호흡은 몸 동작에 맞춰서 해야 하는데 뒷다리가 앞으로 전진할 때 숨을 들이 쉬고, 레스트 스텝을 취하게 될 때 숨을 내쉰다. 호흡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보폭에 맞추고, 코로 들이 쉬고 입으로 내쉰다. 심폐능력이 강한 사람은 코로 2번 들이쉬고 입으로 2번 내쉬는 데쉰다.

신년이라 아무도 없는 산행길에 그나마 아이폰의 음악과 트래킹 및 자전거 GPS 프로그램인 'Runkeeper'가 외로움을 달래 주었다. 5분마다 경과된 시간과 이동 거리, 칼로리 소모량 등을 알려주는 아리따운 내래이터의 발음을 흉내내면서 오르는 산행이 유쾌(?)하다. 그러나 산 속에서 GPS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배터리도 엄청 빨리 소모됐다.

 "현대 알피니즘에서 경계해야 할 문제는 '세속화이다"라는 등산학교 강사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각종 장비의 편의성으로 알피니즘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위험과 불안 요소가 제거되고 있고 무엇보다 등산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세계관이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폰 GPS 프로그램은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기 보다는 산행을 즐겁게 만드는 데서 위안을 삼는다. 

저녁 6시 20분, 능선에 올라섰다. 왼쪽으로는 함박등, 오른쪽으로는 영축산(1081m) 정상이 어둠 속에서 보였다. 여기서부터 야영지가 신불산 대피소까지는 1시간은 족히 가야 한다. 초행 길이지만 여러 블로그에서 봤던 사진들을 기억하며 영축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원래 계획은 영축산과 신불산 중간에 있는 샘터에서 비박을 하려고 했지만 어둠속에서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영축산 정상을 50여 미터 앞두고 그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발에서 머리까지 피를 파고드는 전율, 보름달이었다. 그것도 아주 예쁘고 커다란 달은, 명절에 한 번 고향으로 오던 누나의 얼굴과 같았다.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의 언덕에서 노랗게 익은 달을 한참이나 보고 있었다. 추워서 그런 것인지 감격스러워 그런 지 자꾸만 눈물이 났다. 왼편으로는 달빛을 받은 억새가 출렁이고 반대편으로는 칠흑보다 깊은 절벽이 손짓을 한다. 이 배 위에 앉아서 바다를 보면 우유빛 절벽이 다가오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곳은 암벽등반가들이 즐겨 찾는 '리베로 루트'이다. 

△ 영축산에서 본 언양과 양산 시내 야경

△ 캠코더를 꺼낸 지 5분도 되지 않아서 캠코더가 작동되지 않았다.

캠코더를 꺼내 달빛을 담으려고 했지만 몇 분도 되지 않아서 작동을 멈추었다. 눈으로 담아가는 것만으로 만족하라는 뜻이라 여기고 캠코더를 배낭에 집어 넣었다. 어쩌면 밝은 대낮에 이곳에 와서 사람들에 의해 짓밟힌 신불산 억새평원을 카메라에 담아서 고발하는 것이 초보 등산가의 사명인 지도 모른다. 영축산에서 신불산까지는 광활한 억새평원이 펼쳐져 있다. 고맙게도 달빛이 하얀 길을 내어준다. 덕분에 달빛 그림자와 함께 쉽게 대피소까지 올 수 있었다. 

1시간 정도 달빛과 억새에 취해 수십 번을 뒤를 돌아보면서 신불산 아래 대피소에 도착했다. 산악인이 운영하는 대피소에는 3분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원래 주인은 신정을 새러 가고 객들이 대피소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피소는 초라하지만 난로가 있고 아늑했다. 부산에서 오셨다는 등산객들은 삼겹살을 권한다. 산에서 최소한의 열량만 추구하는 나로서는 드릴 게 없어서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를 대접했다.  
 

술을 몇 잔 얻어 먹고 대피소 바로 아래에 있는 샘터에서 텐트를 쳤다. 바람을 피할 수 있고 식수를 가까이에서 얻을 수 있다. 내일은 신불산을 올라서 간월산 천황산과 재약산 그아래 고사리 분교에서 잠을 잘 생각이다. 침낭에 누웠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코가 시려서 일어나 보니 밤 12시였다. 물통도 얼어붙었다. 가스등을  켜고 텐트 안에 온기를 불어 넣었다. 5시55분에 일어나서 햇반을 죽처럼 끓여서 밥을 먹었다. 겨울산행에서 식사시간은 20분을 넘기면 안된다는 강사님의 말을 실감한다.
 
△ 신불산에서 내려다 본 대피소의 모습. 대피소 아래에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샘터가 있다.
 
△ 신불산 정상에 오르면 영취산, 함박등, 사살등 능선을 볼 수 있다. 

신불산에서 30분 정도 걸어서 간월재에 도착했다. 비박 장소로 유명한 간월재에는 야영텐트가 대여섯 개 보였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무인대피소에 들렀는데 등산동호회 분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제 대피소에서 만난 분들과 일행이었는데, 다시 신세를 지게 되었다. 부산의 '대륙산악회'라고 밝히신 분들에게 푸짐한 아침을 또 한 번 얻어 먹게 되었다. 나이가 지긋한 분이 '올해 나이가 몇살이냐' '왜 혼자 다니느냐' 등 시시콜콜한 질문을 하신다. 겨울산은 위험해서 혼자 다니면 안된다고 충고하신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산 좋아하면 장가 못간다'였다.

△ 간월산으로 가는 고갯마루에서 내려다 본 간월재.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를 하고 간월산 고개마루에 올랐다. 간월산 능선을 따라서 배내고개로 갈 수 있는데, 간월산에서 길을 잃어버려서 임도로 내려와서 걸었다. 아침 기온이 조금 올라서 바람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배내고개에 도착했을 때는 11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배내고개에서 사과를 파는 할머니 가게에서 라면 한 그릇을 먹고 수다를 떨다 보니 12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난로에 붙어서 할머니의 입담을 듣다 보니 집에 가고 싶어 진다. 할머니도 오늘이 언양 장날이라며 자기랑 장구경이나 하고 집에 가라고 한다. 능동산, 천황산, 제약산을 지나서 고사리분교에서 비박을 하려는 계획과 갈등한다.
배내고개는 바람이 세차다. 날씨도 차가와졌다. 컨디션도 그렇게 좋지 않다.

<안전을 위한 등반 수칙>
-자신의 능력과 알고 있는 범위 이상의 등반을 하지 않는다.
-루트 선택이나 후퇴를 결정할 때 욕심을 부리 지 않는다.

이번 알피니즘 체험은 여기서 마감하기로 했다. 할머니 짐도 들어 들일겸 12시30분에 언양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버스는 장에 가는 할머니들로 만원이었다. 할머니 친구들은 "뭐 할라꼬 그리 무거운 짐을 지고 산에 댕기노?"라고 걱정하는 말을 건낸다. "산에서 이틀 잘라카믄 집이 좀 됩니더"라고 응수했더니 "추운데 머할라꼬 산에서 자노? 집도 없나?" "헉..." 할머니들의 수다는 끝이 없다. 이러다간 동물원에 원숭이 꼴이 될 것 같아서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할머니에게 사과를 드리니까 받질 않으신다. 하도 안 받으시려고 해서 "할매, 가방 무게 좀 덜어 주이소" 했더니 받아주신다.   


△ 날씨가 추워서 아이폰 GPS도 말썽이다.  


△ 간월재에서 배내골로 이어지는 임도는 트래킹 코스로 좋다. 대략 8km.   
  1. 등산, 김영도 외 17명, 대한산악연맹, 2009 개정판 참고 [본문으로]
Posted by 노마드 따따와 철따구니